폐마스크를 의자로, 작가 김하늘이 이야기하는 전시 'Stack and Stack'

마스크가 의자로 변모하는 과정이 궁금하다면.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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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길어지며 마스크는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으로 등극했다. 특히 재사용이 가능한 밸브형 마스크, 천 마스크 등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는 데에 큰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되며 일회용 마스크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당연히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의 수도 급증했다. 지난 7월 영국 <BBC>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매달 전 세계에서 무려 1천3백억 개에 가까운 마스크가 버려진다고 보도했으며, 홍콩의 한 NGO 단체는 12월 일회용 마스크 15억6천만 개가 바다에 부적절하게 폐기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폐마스크의 환경 오염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생겨나는 가운데, 김하늘 작가는 ‘가구’의 형태로 그 움직임에 동참했다. 그는 올해 3월부터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를 재활용하여 의자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에 열리는 <Stack and Stack>은 그가 만든 의자들을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온라인 전시다. 작가 김하늘이 마스크를 활용하여 의자를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일회용 마스크가 의자의 형태로 탈바꿈하는 데에는 어떠한 과정이 필요한지를 <하입비스트>가 직접 물었다. 전시는 12월 17일부터 12월 20일 낮 12시까지 진행되며, 이보 웹사이트에서 관람 가능하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폐마스크를 재활용한 소재로 가구를 만들고 있는 23세 김하늘입니다. 계원예술대학교 리빙디자인과에 재학중이고 곧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를 활용하여 가구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엄청난 양의 일회용 마스크가 버려지잖아요. 이 마스크들이 해양을 오염시키고 야생 동물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어요. 그러다 일회용 마스크가 폴리프로필렌이라는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단 사실을 알게 되었죠. 많은 플라스틱이 재활용되는데 왜 마스크는 일반 폐기되어 소각되는지에 관한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가구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일회용 마스크를 재활용한 소재로 의자를 만들게 되었어요.

여러 오브제 중 의자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기본이 되는 오브제라고 생각했어요. 가구를 공부하고 만드는 사람으로서 가장 많이 접했던 카테고리이기도 하고요. 의자인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폐마스크가 재활용되어 다른 모습으로 탄생한다는 점이 중요했죠.

의자 하나를 만드는 데에 몇 개의 마스크가 필요한가요?

의자 하나에 약 1천5백 장의 마스크가 쓰여요. 처음에는 저와 지인이 쓰고 버리는 마스크를 모았어요. 그러다가 교내 쓰레기통 옆에 따로 마스크 수거함을 설치하고 그곳에 모인 마스크를 주기적으로 수거했어요.

재활용 마스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관한 걱정도 있었을 것 같아요.

마스크를 재활용한 소재로 의료 장비를 만드는 프랑스 기업의 매뉴얼을 참고했어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100도쯤의 온도에서 멸균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수거한 마스크를 4일간 보관한 뒤 300도에 가까운 열풍을 가해서 바이러스를 멸균시켰어요.

마스크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의자로 탈바꿈되나요?

원하는 디자인의 거푸집을 틀로 잡고, 그 안에 수천 장의 마스크를 녹이고 굳혀서 의자의 다리와 좌판을 제작해요. 열풍을 가해서 액화시킨 마스크를 식히고 굳혀서 질기고 단단한 플라스틱의 내구성을 지니게 만들죠. 하나의 틀만 만들면 의자를 몇 개라도 만들 수 있어요.

전시 <Stack and Stack>은 그렇게 만들어진 의자들을 선보이는 전시군요.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나요?

말 그대로 쌓이고 또 쌓인다는 뜻이에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이 시대에 쌓여만 가는 마스크로부터 영감을 얻었어요. 제가 작업하는 방식도 마스크를 녹여 층층이 쌓는 방식이기도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의자들도 서로 쌓일 수 있게 디자인되었어요. 여러 의미로 쌓고 쌓이는 거죠.

작가이자 도슨트로서 전시에 관한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상황이 좀 더 나아지면 개최될 오프라인 전시에 앞서 <Stack and Stack>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 전시를 먼저 보여드리고 싶어 온라인 전시를 진행하게 됐어요. 의자들이 놓인 곳은 아티스트 콘텐츠 프로덕션 이보의 활동이 시작된 ‘이보 룸’이라는 곳이에요. 제가 올해 여름 직접 리모델링했어요.

관람 포인트는 전시된 모든 의자가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네 가지 컬러의 마스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과 그 색상들의 조합에 맞춰져 있어요. 접착제나 나사 없이 100% 마스크로만 만들어진 의자의 구조와 결합 부분도 유심히 봐주셨으면 해요. 이번 온라인 전시를 통해 그간 노출되지 않은 각도에서 제 의자의 모습을 보시면 의자의 질감과 제작 과정을 더 잘 이해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언젠가 의자가 아닌 다른 오브제나 새로운 재료로 만들어진 아이템을 볼 수 있을까요?

조명이나 테이블 같은 다른 오브제를 만들어서 이 작업을 시리즈로 이어가는 게 목표예요. 마스크로 의자를 만들 수 있다면 다른 어떤 물건으로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우리의 잘못으로 버려지고 있는 어떤 물건이든 소재로 활용할 수 있겠죠. 폐플라스틱이나 폐기되는 의류, 어떤 물건이든지요.

이번 작업을 진행하며 환경에 관한 주변 인식이 바뀐 것을 느끼시나요?

많은 분이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공감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사회적으로도, 주변에서도 재활용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체감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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