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난데없이 쏟아진 소나기처럼 찾아온 죠지의 싱글 앨범 ‘Boat’는 특유의 감미로운 보컬과 범상치 않은 비주얼의 뮤직비디오로 국내 리스너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그 후 줄곧 여름의 풍경을 연상케 하는 곡들을 써 내려간 죠지는 무더위가 시작되는 이맘때가 되면, 많은 이들의 플레이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아티스트가 됐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6월, 한강과 녹음이 펼쳐진 노들섬에서 또 한 번의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가수 죠지를 만났다.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분위기가 어수선했는데, 그간 어떻게 지냈어요?
이참에 푹 쉬었죠. 누구나 그렇겠지만 제가 쉬는 걸 진짜 좋아해서.(웃음) 드라이브도 하고 식물 관리도 열심히 했어요. 아, 최근에는 홈트레이닝 시작했어요. ‘칼로리 태우기’ 운동이라고 있는데 자기 전마다 열심히 해요. 몸이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 보통 자기 전에 하는데 땀 흘리고 나서 찬물로 샤워하면 기분이 좋거든요.
원래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딱 반반인 것 같아요. 너무 밖에 있어도 ‘현타’가 오고, 너무 집에 있어도 ‘현타’가 와서. 늘 밸런스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죠지라는 가수를 떠올리면 겨울보다는 여름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본인이 생각했을 때 죠지의 음악은 어떤 계절과 좀 더 맞닿아 있는 것 같나요?
물론 곡마다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아무래도 여름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긴 해요. 제 이미지가 활동적이기도 하고, 그간 팬분들이 좋아해 주셨던 곡들이 시티팝 느낌이 나는 곡들이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바라봐줘요’ 같은 노래는 겨울에 더 가까운 느낌이죠.
실제로는 어떤 계절을 더 좋아해요?
전 여름 좋아해요. 옷 많이 껴입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더위를 많이 안타는 체질이기도 하고.
계절마다 듣는 플레이리스트도 바뀔 것 같은데.
날씨가 풀리면서 신나는 밴드 노래 많이 듣고 있어요. 보이 파블로, 피치 핏 자주 들어요. 밴드 음악인데 락킹하면서 신나는, 동시에 시원한 분위기가 나는 노래들 있잖아요.
내친김에 <하입비스트> 독자들에게 ‘여름밤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 추천 부탁드릴게요.
여름이랑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듣는 플레이리스트가 있긴 해요. 화면 캡처해서 보여드릴게요. 다들 너무 인디스러운 곡이긴 한데요. 사실 제목도 잘 몰라요. 차 타고 듣다가 좋으면 ‘좋아요’ 눌러서 저장하는 식이거든요. 모쪼록 제 아이폰에 있는 플레이리스트는 이렇습니다.
아이폰 사용자 이름은 죠지가 아니라 ‘이조지’로 저장되어 있네요?
죠지는 너무 영어 이름 같아서 평소에는 ‘이조지’로도 써요. 딱히 구별 없이 쓰고 있어요. 죠지는 대구에서 초등학생 때 영어학원 다니면서 지은 이름이에요. 스펠링도 실제로 ‘George’고요. 그때 만들어놓고 한동안 안 쓰다가 페이스북 시작할 때쯤부터 죠지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요.
이름 때문에 덕을 보거나 손해를 본다는 생각해 본 적도 있나요?
딱히 그런 건 없고 그냥 이름인 것 같아요. 만약에 이름을 바꾸더라도 ‘죠지’에서 ‘이조지’ 정도이지 않을까 싶어요. 진지하게 생각해보진 않았어요.(웃음)
직접 팬카페를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2년 정도 됐나? 팬카페가 없길래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제가 직접 팬클럽을 만들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만들어봤는데 생각보다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글도 꾸준히 올려주시고요. 이벤트처럼 만든 거였는데 그래도 나름 잘 운영되고 있어요.
가입 조건이 되게 독특해요. ‘죠지의 엄마 이름은?’ 정말 이게 맞나요?
맞아요.(웃음) 이것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별뜻 없이 해봤어요. 오답률이 높을 줄 알았는데 다들 맞추시더라고요? 제가 모르는 어디선가 어머니 이름이 공유가 되고 있나 봐요.
어머님께서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아마 알고 계실 거에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몇 번 말한 적이 있거든요.
요즘에는 팬들에게도 애칭처럼 불리는 이름이 있잖아요. 죠지 팬들도 그런 이름이 있나요?
제가 지은 건 아닌데요. ‘죠꼭지’라고 있어요. 팬들끼리 지은 이름인데, 약간 로꼬 팬들의 ‘로꼬추’랑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아요. 팬클럽 이름은 ‘이조지 팬카페’에요.
이름은 마음에 들고요?
마음에 들지도 않고, 마음에 안 들지도 않아요. 그냥 “아, 그렇게 했구나” 싶어요.(웃음)
예전에는 랩도 했었다고 들었어요. 죠지가 랩을 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아유, 아뇨. 절대까지는 아니지만 지금은 너무 뭐랄까. 힙합이 점점 메이저 음악이 되고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까 제가 나서서 하기엔 민망하더라고요. 예전에 만들었던 랩은 취미 삼아 녹음해본 것들이에요. 아마 아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제가 중학생 때 당시 힙합 좋아하던 사람들이 활동하던 인터넷 카페가 있거든요. ‘정글라디오’라고. 거기서 비트 다운로드해서 랩하고, 댓글로 평가받고 하는 게 좋았어요. 그 재미 때문에 잠깐 취미로 했었죠.
스스로가 봤을 때 본인 랩하는 모습은 어때요?
썩 나쁘진 않죠? 저 노래방 가면 랩 많이 해요. 특히 빈지노 노래. ‘If I Die Tomorrow’ 제일 많이 부르고요. 다이나믹 듀오 노래도 좋아해요.
힙합 빼곤 어떤 노래 부르는지도 궁금해요.
요즘 도통 노래방을 안 가긴 했는데, 발라드는 중에는 김동률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해요. 존박 노래도 자주 부르고. 부르기 편한 곡들이 많거든요. 참고로 제 노래는 잘 안 불러요.(웃음)
“친구 같은 연애가 좋은 것 같아요. 언제든지 만나면 편하고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관계요.”
죠지의 노래 중에는 사랑, 혹은 연애에 관한 노래가 많잖아요. 모두 경험담인가요?
아유, 소설이죠. ‘뇌피셜’로 빚어서 쓴 거에요.
그럼 본인이 추구하는 연애관도 있을까요?
아무래도 저는 친구 같은 연애가 좋은 것 같아요. 각자의 시간을 이해해주고, 언제든지 만나면 편하고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관계요.
코로나 시국이 길어지고 있는데, 요즘 새롭게 생긴 취미가 있나요?
요즘에는 자동차. 면허 딴 지 한 달 반 정도 됐거든요. 참고로 한 번에 붙었습니다. 이번에 면허 따면서 볼보 V50를 중고차로 샀는데, 카센터에 가서 보닛 열어보고 설명도 듣고, 이 차랑 저 차랑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더라고요.
트렁크에는 뭐가 들었나요?
농구공, 농구화, 축구화. 가끔씩 식물. 제가 식물 기르는 걸 좋아하거든요. 주로 인스타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 망원동 나가면 종종 가는 식물샵에 들러서 하나씩 사 와요.
최근 발매한 더블 싱글 <fallin>은 덴마크 팝 밴드 리스와 함께 작업했죠. 어떻게 진행된 프로젝트인가요?
리스라는 밴드는 라이브 영상으로 종종 구경했어요. 볼 때마다 ‘이 친구들 노래하는 것도, 옷 입는 것도 참 멋있다’ 생각만 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앨범 낼 시기가 돼서 어떤 식으로 내볼까 고민하던 차에, 회사 사장님이 “리스랑 해보면 어떻겠냐”라고 하시더라고요. 일면식도 없이 불쑥 메일 보냈는데 답장이 온 거죠. 그길로 덴마크로 가서 같이 작업했어요. 총 4박5일 일정이었는데 곡 작업은 하루 만에 끝났어요.
코펜하겐에서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했다고 들었어요. 한국과 비교했을 때 음악이나 영상 작업하는 데 있어서 다른 점이 있던가요?
큰 차이는 없었던 것 같아요. 촬영도 별다른 계획 없이 스케치 영상 만들 듯 진행했던 거라 큰 부담도 없었고요.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긴 해요. 아무래도 처음에 작업 환경이 적응이 좀 안되긴 했는데 사실 저는 숟가락만 얹은 거라.(웃음) 어려운 점보다는 재미있는 점이 훨씬 더 많았죠.
피처링도 많이 하시죠. 따로 피처링을 수락하고 거절하는 기준이 있나요?
기준은 없어요. 그냥 그 곡이 마음에 들거나, 거절하기 힘든 경우에 피처링을 합니다.(웃음)
반대로 국내와 국외에서 꼭 피처링을 받아보거나,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도 있을 것 같은데.
국내에서는 성시경이요. 아직 같이 해본 적은 없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뜨거운 안녕’이나 ‘제주도의 푸른 밤’ 같은 느낌의 곡들이면 더 좋겠어요. 요즘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PH-1. 음악도 워낙 잘 하시고 제 보컬이랑도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외국에서는 글쎄요. 저스틴 비버?
오늘은 입은 옷들은 어떤 브랜드 아이템인지도 궁금해요.
셔츠는 유니클로 x J.W. 앤더슨 셔츠인데, 염색약 사서 집에서 색깔 입힌 거예요. DIY, 무슨 느낌인지 아시죠? 바지는 망원동에 아저씨들 옷 파는 가게가 하나 있는데 거기서 샀어요. 가끔 여행 다니는 외국인 아저씨들 중에 무릎 아래까지 오는 반바지 안에 폴로 티셔츠 집어넣고 샌들에 발목 양말 신는 분들 계시잖아요? 그런 느낌이 귀여워서 샀어요. 가격도 싸요. 만 오천 원인가 줬어요. 신발은 뉴발란스, 모자는 라디얼 제품이고요. 형광색 아우터는 일본 갔을 때 산 건데 좀 비싸요. 매장이 예뻐서 들어갔다가 공연용으로 입으면 좋겠다 싶었서 샀거든요. 한 50만 원 줬던 것 같은데 정작 브랜드 명을 모르겠어요. 택도 없어서 어떻게 알아볼 방법이 없네요.
특히 좋아하는 신발 브랜드도 있나요?
뉴발란스를 제일 좋아해요. 디자인도 깔끔하고 막 신기 편하잖아요. 가격이 부담스러운 편도 아니고. 무엇보다 너무 꾸민 티 안 나서 좋아요. 컨버스도 자주 신고 또 많이 사모으는 브랜드 중 하나에요.
그 밖에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나요? 꼭 패션 브랜드가 아니더라도요.
사실 옷은 거의 다 빈티지로 사거든요. 그중에서도 너무 빈티지스럽지 않으면서 별로 안 튀는 걸로 사요. 아, 제가 입지는 않지만 이세미 미야케 멋있는 것 같아요. 아 페라리! 페라리 진짜 멋있는 것 같아요.
다시 음악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죠지라는 이름을 처음 알린 곡인 ‘Boat‘가 나온 지도 벌써 3년이 됐어요. 이제는 팬들이 기대하는 죠지의 음악과, 스스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해보고 싶나요?
‘어떤 음악을 하고 싶다’ 같은 마음은 별로 없어요.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긴 하지만, 그 만드는 자세까지 매번 심각하게 하진 않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길이 남을 엄청난 명반을 만들어야겠다’라기보다 저와 제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더 자연스러우니까요.
마지막으로 <하입비스트> 독자, 그리고 ‘죠꼭지’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사실 올해 상반기에도 준비되어 있던 공연이 몇 개 있었는데 모두 취소돼서 아쉬운 마음이 커요. 저도 팬분들도 많이 허탈할 텐데,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열심히 준비한 만큼 재미있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하반기 중에는 앨범도 나올 예정이거든요. 부지런히 작업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