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예 웨스트가 갭에 다시 영광의 시대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이지와 갭이 함께하는 이유? 협업은 과연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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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예 웨스트가 ‘이지 갭’ 라인을 통한 전례 없는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이 파트너십은 10년의 계약 기간 동안 유효하며, 계약 갱신 옵션도 포함돼 있다. 파트너십 체결 소식에 이어 최근에는 브랜드 모와로라를 전개하는 신예 디자이너 모와로라 오군레시가 ‘이지 갭’의 디자인 디렉터로 임명됐다는 소식도 발표됐다.

칸예 웨스트가 그동안 갭 브랜드에 흥미를 나타낸 것을 지켜봐 왔다면, 특히 그가 ‘‘에디 슬리먼 급으로 갭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를 장악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한 것을 기억한다면, 이번 소식이 그렇게까지 충격은 아닐 것이다. 칸예 웨스트는 심지어 첫 앨범 <College Dropout> 때부터 갭에 대한 랩을 한 적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파트너십 체결은 칸예 웨스트의 성향이 가져온 사건 중 하나로 보기엔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갭에 대한 그의 관심이 브랜드의 부흥과 쇠퇴 그리고 우리가 ‘이지 갭’에 기대하는 바까지 많은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1990년대 갭은 쿨함의 정점에 있었다. 스티븐 마이젤과 같은 유명 포토그래퍼들이 갭의 캠페인을 촬영했고, 그중 여러 캠페인이 나오미 캠벨, 스파이크 리, 조안 디디온의 아이코닉한 이미지를 낳았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뒤를 좇던 많은 브랜드들과 달리 갭은 스스로 트렌드를 구축했다. 평범한 옷을 독특하게 스타일링한다는 의미의 용어 ‘놈코어’가 탄생하기도 전부터 갭에는 그 말을 떠올리게 하는 심플 터틀 넥, 카키 의류, 레더 재킷 라인이 존재했다. 여러 갭 캠페인은 시대를 뛰어넘어 바이럴을 탔고, 돌이켜 보면 그중 일부는 이지스러운 느낌도 가지고 있었다.

갭의 전 CEO 미키 드렉슬러는 팝 컬처 내에서 갭이 크게 유행할 수 있도록 지휘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자 칸예 웨스트의 우상적인 존재다. 칸예 웨스트는 2015년 한 인터뷰에서 “미키 드렉슬러를 굉장히 존경한다… 엄청난 재능이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는 또한 “아제딘 알라이아가 자기가 하는 일에 굉장한 재능을 가진 것처럼 미키 드렉슬러는 본인이 하는 일의 마스터다. 니콜라스 게스키에르 또한 자기 분야의 마스터다.”라는 이야기도 남겼다.

미키 드렉슬러는 1983년 안 테일러의 사장 및 CEO직에서 물러나 갭에 합류했다. 그 시기는 데님의 가격이 올라가는 동시에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한 회사의 전환기였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카운터 컬처라는 갭의 근본에 기반해, 카키 팬츠, 스웨터, 티셔츠를 중심으로 ‘90년대의 쿨한 아이들’이라는 느낌이 나도록 갭의 이미지를 변화시켰다.

미키 드렉슬러는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한 2002년 갭에서 갑작스럽게 퇴출됐다. 하지만 그가 갭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위해 공들여 만든 이미지 그리고 그가 기록한 매출 회복은 오늘날 칸예 웨스트의 ‘이지 갭’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갭의 수익은 사상 최저를 기록 중이다. 1999년 갭이 1백16조 달러의 매출을 올렸던 것에 비해 2020년 매출은 현재까지 21조 달러에 그치고 있다. 칸예 웨스트는 그간 회사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왔다. 이지는 지난해 13조 달러의 매출을 거뒀고, 그 덕분에 아디다스와 칸예 웨스트는 나이키 에어 조던의 매출인 33조 달러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

이지와 갭의 미학적 정체성에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편안한 스트리트웨어라는 칸예 웨스트의 비전은 미니멀하면서 때로는 통념을 거스르는 라이프스타일웨어에 대한 갭의 접근법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칸예 웨스트는 갭 브랜드가 꾸려놓은 풍부한 베이직 라인 카탈로그와 1990년대 캠페인 이미지의 비주얼 아카이브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즉, 갭에게는 재건의 역사와 가능성이 있고, 이지 파트너십은 갭의 과거 지위를 회복시켜줄 능력이 있다. 하지만 그 성공 가능성은 아직 반반이다.

갭은 이미 스타 파워를 이용해 젊은 세대 고객들에게 어필하려는 시도를 해본 적이 있다. GQ와 함께한 ‘지구에서 가장 쿨한 디자이너들(Coolest Designers on the Planet)’ 프로그램과 셰어, 퓨처와 함께한 광고 그리고 결국 갭이 취소한 텔파 클레멘스와의 파트너십까지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파트너십이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칸예 웨스트와 갭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에 대한 소문도 꽤 오랫동안 떠돌았다. 칸예 웨스트가 2013년 직접 갭에 협업을 제안했지만 “내부 정치를 극복할 수 없었다.”라며 협업이 성사되지 않았음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갭이 칸예 웨스트에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권한을 주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그 도박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갭의 주가가 이미 치솟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훌륭한 결과를 내놓게 된다면, 칸예 웨스트는 ‘갭의 스티브 잡스’라는 자신의 오랜 꿈을 실현시킬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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