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팬서’ 외에 꼭 봐야 할 채드윅 보스만의 작품들

‘트찰라’이자 ‘재키 로빈슨’이자 ‘제임스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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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로 잘 알려진 배우 채드윅 보스만이 8월 28일 세상을 떠났다. 그가 영화 속에서 연기한 재키 로빈슨을 기리는 ‘재키 로빈슨 데이’ 행사가 열린 날이었다. 채드윅 보스만은 2016년 이미 대장암 3기를 선고받고 항암 치료를 지속하는 와중에도 7편의 작품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여주었다. 그만큼 그는 배우로서 강한 신념과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물론 그가 ‘트찰라’이자 ‘블랙 팬서’로 등장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들이지만, 채드윅 보스만은 그 외에도 깊은 의미와 뛰어난 작품성을 지닌 영화에 다수 출연했다. 만약 아직 <블랙 팬서> 외에 그가 출연한 다른 작품들을 보지 못했다면, 평등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이 작품들을 통해 진정한 ‘블랙 팬서’, 채드윅 보스만의 진면목을 보다 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42>

<42>는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거 재키 로빈슨의 생애를 그린 전기 영화다. 제목의 숫자 ‘42’가 미국인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남다르다. 재키 로빈슨의 등번호 ‘42’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일하게 전 구단에서 영구 결번으로 지정한 번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는 ‘베이브 루스는 야구를 바꿨지만 재키 로빈슨은 미국을 바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가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력은 높게 평가받는다.

채드윅 보스만은 영화 <42>에서 인종 차별과 맞서 싸우며 메이저리그뿐 아니라 미국 전체에 흑인 민권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한 재키 로빈슨을 열연했다. 참고로 영화 포스터가 된 장면은 경기장에서 온갖 야유를 견뎌내고 있는 로빈슨에게 동료 피 위 리즈가 어깨에 손을 올리는 모습. 이때 피 위 리즈는 “왜 로빈슨에게 어깨동무를 했느냐“는 질문을 받아야만 했다. 당시 인종 차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그 질문에 “사람을 미워하는 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것이 피부색 따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 이야기는 약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울림을 준다.

비교적 앳된 모습의 채드윅 보스만은 이 작품 <42>를 통해 그리고 재키 로빈슨이라는 인물을 통해 본인이 흑인 민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식을 보여주었다. 이 작품이 그의 첫 영화는 아니었지만, 후에 이어질 작품 활동의 첫 단추라고 볼 수 있는 이유다. 주현욱 어소시에이트 에디터

<겟 온 업>

희망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고질적 차별과 불우한 환경의 대물림 문제는 기술의 한계를 갱신하고 있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경우 쉽게 논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어 복잡한 이해 관계를 낳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러한 문제의 개선을 위해 부지런히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는 모두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소울의 대부’로 불리는 전설적 음악가, 제임스 브라운의 전기 영화 <겟 온 업>을 통해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간접 경험이 가능하다. 영화 <겟 온 업>에는 제임스 브라운이 지닌 타고난 예술가적 기질과 함께 그의 안에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 가정 환경의 영향과 시대적 배경들이 그려져 있다. 이 같은 조건들은 한 개인에게 서툰 사랑의 방식과 외로움을 안겨준 것은 물론, 더 나아가 그 시대 흑인으로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음악을 표현하는 데 있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특정 인물의 삶을 통해 거시적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채드윅 보스만의 연기력 덕분이다. 그가 맡은 모든 배역이 그렇겠지만, 특히 이 영화는 제임스 브라운 그 자체와 하나된 그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고 할 수 있다. 김수빈 시니어 에디터

<마셜>

<마셜>은 흑인 최초로 미국 대법원 판사에 오른 서굿 마셜이 인권 변호사 시절 담당했던 ‘조셉 스펠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해당 사건은 조셉 스펠이라는 흑인 기사가 백인 여성을 강간한 후 살해하려 했다는 죄목으로 기소당한 사건이다. 엘리트 변호사였던 서굿 마셜은 인종 차별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단체 NCAAA의 소속 변호사로서 조셉 스펠의 변호를 담당하지만, 조직적 방해로 법정 내 발언권을 얻지 못한다. 그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대인 변호사인 샘 프리드먼이 등장하고, 서굿 마셜은 그와 힘을 합친다.

이러한 두 인물의 등장과 합심은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결과다. 1940년대 미국은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과 반유대주의가 팽배하던 시기. <마셜>은 흑인 변호사와 유대인 변호사라는 사회의 두 아웃사이더가 문제를 해결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으로 전개된다. 최종적으로 조셉 스펠이 받은 종신형이 철회되는 순간은 법정 드라마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블랙 팬서>이 흑인 아이들에게 히어로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었듯 <마셜>은 아직 백인이 대다수인 보수적 직업군에 뛰어드는 흑인 청년들에게 조용히 용기를 더해줄 것이다. 작품이 속편을 겨냥하고 만든 것처럼 느껴지기에 다시 한번 법정을 누비는 그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심은보 에디터

<Da 5 블러드>

<Da 5 블러드>는 지금까지 공개된 작품 중 가장 마지막으로 채드윅 보스만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화다. 스파이크 리 감독은 영화에서 베트남 전쟁 당시 흑인 병사들이 놓여 있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채드윅 보스만은 전쟁 당시 세상을 떠난 인물로 등장한다. 실제로 채드윅 모스만이 사망한 현 시점, 때로는 꿈속에서, 때로는 기억 속에서 찾아오는 그의 모습은 더욱 슬픔을 자아낸다.

이야기는 베트남 전쟁에서 고락을 함께하던 분대 ‘블러드’의 전우들이 50여 년이 지나 다시 베트남에서 만나면서 시작된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전쟁 당시 사망한 동료 ‘진격의 노먼’의 유해와 숨겨둔 금괴를 찾기 위해서다. ‘진격의 노먼’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채드윅 보스만으로, 노먼은 강한 정신력과 신념 그리고 리더십으로 동료들을 이끈 분대장이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하는 와중에도 ‘자기 것이 아닌 권리’를 위해 총알받이로 희생된 수많은 흑인 군인들 그리고 그 맞은편에서 총부리를 겨눈 베트남인들이 겪은 고통이 작품 내내 그려지는 가운데, 노먼이라는 인물은 비이성과 비윤리의 시대 안에서 동료들에게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신적 지주로 남는다.

노먼의 그러한 의식과 신념은 궁극적으로 오늘날까지 종식되지 않은 인종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블랙 라이브즈 매터’ 운동 그리고 전쟁의 후유증을 상징하는 지뢰 제거를 위한 활동으로 전해진다. 채드윅 보스만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오늘 소개한 작품들을 통해 ‘진격의 노먼’처럼 중요한 가치를 일깨운 영웅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최용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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