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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살 인터뷰
1Q87년부터 끝나지 않는 퀘스천

넉살이 무려 4년 7개월 만에 새 앨범 <1Q87>로 돌아왔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나 이제 그는 누군가에게 한때 <쇼미더머니>에서 활약했던 래퍼로, 누군가에게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나는 인상 좋은 캐릭터로 기억되고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작은 것들의 신>을 기억하는 팬들조차 이제 넉살은 과거에 남겨두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큰 인지도를 얻고 방송에 출연하더라도 넉살은 아티스트로서의 자신을 ‘팔지 않았’다. 보다 다양한 체험 속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은 그에게 새로운 혼란 혹은 영감을 가져다주었고, 넉살은 그것을 음악에 온전히 담아냈다. 1Q87년부터 넉살의 인생을 담아온 연희동에서 34년간의 퀘스천이 담긴 앨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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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의 새 앨범이에요. <작은 것들의 신> 이후 4년 7개월 정도 지났으니까요.

시간이 많이 흘렀죠. 하지만 실질적으로 앨범 작업을 시작한 건 작년부터예요. 그 이전까지는 <쇼미더머니>도 출연하면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명확히 해야 할 얘기가 구상되지 않아서 작업이 진행이 안 된 기간도 있어요. 1년 전쯤 앨범으로 풀고 싶은 얘기들이 생겨나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진행한 것 같아요.

<작은 것들의 신>을 기억하는 팬들이 듣기엔 다소 놀라운 앨범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앨범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작은 것들의 신>과는 달라야 한다’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어요. <작은 것들의 신>이 텍스트와 내러티브에 중점을 둔 앨범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좀 더 사운드와 바이브에 신경을 썼어요. 분위기 자체도 비교적 더 어둡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것들을 담아보려 했고요.

아무래도 1집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 다음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생기잖아요. 그러한 고민의 결과일까요?

오히려 그런 고민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아직 제가 완성된 아티스트라고 생각을 안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지금도 여전히 나아가는 과정이니까 변화도 자연스럽고요. 물론 <작은 것들의 신>을 만들어봤기 때문에 거기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하고 못해봤던 것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자연스레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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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어디서든 이 질문을 받게 되겠지만, 아룬다티 로이의 책에서 제목을 가져온 지난 앨범이 이어 이번에도 문학 작품에서 제목을 가져왔어요.

원래 앨범 제목은 <1987>이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한국에서 1987년은 학생 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이미지가 강한 연도이다 보니까 개인적인 서사를 담기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소설 <1Q84>의 ‘Q’가 일본어의 ‘9’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붙은 것이기도 하지만, ‘1984년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혹은 의문’을 나타내는 ‘퀘스천(Question)’의 이니셜을 나타내기도 하거든요. 앨범 전체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테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제목이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1Q84>를 제가 재밌게 본 건 맞지만, 사실 이번에 또 책에서 테마나 제목을 가져오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결국 이렇게 됐네요. 앨범 총괄 프로듀서인 버기가 저 보고 ‘소설충’이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너무 문학에 집착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싫지만, 맥락과 테마가 너무 맞아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태어난 연도가 제목인 만큼 자연스럽게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 되겠네요.

맞아요. 1987년에 태어나서 이제 34살인데 삶이라는 게 여전히 의문투성이인 거예요. 나름 재밌게 놀기도 하고 이런저런 활동도 하고 생각도 많이 해봤는데 여전히 스스로에 대한 의문과 고민은 해소가 안 되고.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서 과거 이야기부터 쭉 자신을 돌아보기로 한 거죠.

앨범 전반에 디스토피아적 테마가 짙게 배어 있는 것 같아요. 앨범 커버부터요.

이번 앨범 커버의 테마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가져왔어요.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을 배경으로 한 저의 모습을 담고 싶었거든요. ‘AKIRA’라는 트랙도 앨범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트랙이지만, 작품 <아키라>가 제가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른 세계관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시각적인 이미지에 더 어울리는 건 <블레이드 러너>였어요. 앨범 커버에서 그 황폐함이 전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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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에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배경으로 ‘연희동’이라는 공간이 자주 등장해요.

실제로 연희동은 넉살이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오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에요. 추억이 있는 곳, 처음으로 랩 하는 친구들과 만났던 곳, 함께 노래방에서 녹음을 한 곳, 다녔던 학교가 있는 곳, 처음 담배를 피웠던 곳 모두 연희동이거든요. 그래서 연희동이라는 공간은 일부러라도 이야기의 배경으로 계속 등장시켰어요. 그래서인지 저와 실제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연희동 ‘찐친’들이 앨범을 들어보고 굉장히 좋아했어요. 가사에도 등장했던 ‘찬수’가 살던 곳도 아까 촬영하면서 지나갔던 곳이고, 노래에서 언급된 ‘이글 파이브’ 친구들도 여전히 만나는 친구들이거든요.

같은 연희동을 배경으로 함께 언급되는 소재들이 달라지면서 영화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의도적인 게 있었죠. 사실 ‘거울’의 가사 같은 경우에도 아무런 액션 영화를 써도 같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겠지만, 특정한 시기를 표현한 소재를 쓰고 싶었거든요. 어렸을 때 액션 영화 하면 뭐가 있었지? 생각해보니 <리썰 웨폰> 시리즈와 <다이하드 2>였어요. 요즘 친구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저와 같은 시대를 보낸 사람들은 이걸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시절을 연상하게 될 테니 재미있겠다 생각했어요. 또 “50는 총을 겨눠”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이것도 50센트의 1집 <Get Rich or Die Tryin’> 앨범 재킷을 봤던 기억에서 시작된 거예요.

과거 이야기 그리고 연희동 이야기라면 ‘연희동 Badass’를 빼놓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성공의 서사시 같은 이 트랙에조차 조금은 슬픔과 고독의 정서가 담겨 있는 듯해요.

분명 그 트랙은 연희동에서 자라면서 가난했던 시간을 거쳐서 랩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낸 트랙은 맞아요. 하지만 전 그 안에도 꼭 그런 ‘불완전’, ‘불안정’의 감정을 하나씩 넣고 싶더라고요. 삶의 밸런스라는 게 항상 모든 게 좋거나 나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리 좋은 상황이어도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반대편에 어둠이나 불안정이 있기에 다른 면에서 빛을 내고 있는 거다.’ 그게 제가 가진 생각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가사에 반영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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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나우에서 라이브로 처음 공개한 두 곡이 이번 앨범에서 가장 먼저 완성된 트랙이었나요?

맞아요. ‘AKIRA’와 ‘BAD TRIP’이 앨범에서 가장 먼저 작업한 노래들이었고, 그 두 트랙을 기반으로 확장해나간 게 <1Q87>이라는 앨범으로 완성됐다고 볼 수 있어요. 사실 두 곡 다 원래 버기가 자기 앨범에 실으려고 했던 트랙인데 제가 뺏은 거예요. (웃음) 그래서 자연스럽게 두 트랙을 시작으로 녹음도 버기가 받아주고 믹스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버기가 많이 관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게 됐어요. 실제 전체 트랙 중에 절반 정도는 버기의 비트가 사용됐어요.

그런데 두 곡의 제목이 각각 ‘IWB87’, ‘What Can I Say’에서 ‘BAD TRIP’, ‘AKIRA’로 바뀌었어요.

‘What Can I Say’는 ‘AKIRA’가 원래 제목이었어요. 너무 일본적인 색채가 강한 것 같아서 다른 제목으로 바꿔보려 했는데, 애초에 이 노래를 <아키라>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거라서 그 외의 제목이 떠오르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다시 원제로 돌아가게 됐고요. ‘BAD TRIP’ 같은 경우에는 원래 ‘IWB87’가 제목이 맞아요.

‘BAD TRIP’은 프로듀서인 버기가 비트를 보내줄 때 임의로 붙인 트랙명이었어요. 그런데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GDW 감독님에게 가이드 트랙을 보낼 때 제목을 안 바꾼 채 ‘BAD TRIP’으로 보내버린 거예요. GDW 감독님은 또 그 제목에 기반해서 여행을 테마로 한 뮤직비디오 스토리라인을 가져왔는데, 그 아이디어를 듣다 보니 원래 제목은 아니지만 ‘BAD TRIP’으로 하는 편이 영상과 같이 들었을 때 재밌는 포인트가 많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오히려 아예 제목을 ‘BAD TRIP’으로 바꿔버렸어요.

선공개 트랙을 ‘AM I A SLAVE’로 고른 것도 의도가 있었을 것 같아요.

“넉살이 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 앨범을 내는 거지?” 이런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는 트랙을 골랐어요. 이 트랙은 앨범 안에서 연결해 들었을 때는 그 맥락이 완전하게 이해되지만 따로 들으면 난해하게 느낄 사람들도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것도 포함해서 제 계획대로 잘 전달이 된 것 같아요.

‘AM I A SLAVE’가 앨범에 대한 요약인 것 같기도 해요. 어디에 있든 어디로 향하든 자유롭지 못한 본인에 대한 혼돈이 담겼다고 할까요?

처음엔 돈도 많이 벌고 물질적인 것이 채워지면 자유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래퍼로서 인정받고 알려지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나중에는 그게 다 해소가 됐는데도 지금은 또 다른 것들이 자신을 옭아매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결국 ‘상황이 바뀌어도 마찬가지라면, 내가 노예가 아닌 순간은 언제쯤 찾아올까?’ 이런 의문이 생겨나는 거죠.

상황이 바뀌어도 마찬가지라면, 내가 노예가 아닌 순간은 언제쯤 찾아올까?

본인의 괴로움과는 달리 ‘날 뺀 나의 주변은 모두 자유로워져’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잖아요.

‘나 지금 너무 힘들어 죽겠는데 왜 아무도 몰라줄까?’ 그런 고립된 감정을 느낄 때가 있어요. ‘나’라는 트랙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오는데, 누구도 대신 본인이 되어줄 수는 없거든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자기가 힘들면 짜증이 날 수 있는 거죠.

‘나’에서는 그게 좀 더 개인적인 답답함으로 표현됐다면, ‘AM I A SLAVE’에서는 제가 돈을 벌게 돼서 집에도 금전적 도움을 주게 되고 친구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는데, 그렇게 주변 사람들은 뭔가 나아지고 보다 행복해졌을 텐데, 혼자 있을 때는 제가 행복해졌는지 잘 모르겠는 거예요. 물질적으로는 좀 더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피폐해진 시기도 있었고요. 그래서 계속 질문이 이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성공은 뭘까? 내가 바라던 성공은 뭘까? 그걸 이루면 행복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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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 가사에서 넉살이 예능 방송을 하는 모습을 연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실상 요즘은 방송에서의 모습도 상당히 편안해진 것 같긴 한데요.

제가 생각보다 방송을 많이 하는 건 아니에요. 고정 하나가 있을 뿐인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보는 방송이다 보니 예능인 같은 이미지가 생긴 거죠. 예능도 물론 처음 할 땐 힘들었어요. 같이 출연하시는 분들은 정말 연예계의 베테랑들이었고 저는 완전 초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벌써 2년 정도 시간이 지났고 많은 도움을 받아서 훨씬 편해졌어요. 인간적으로 친해지기도 했고, 많은 것들을 배우기도 하고요. 제가 어떤 목화를 땄는지는 저마다의 상상에 맡길게요.

이번 앨범은 분명 예능에서 넉살을 접한 사람이 느낀 이미지와는 많이 다를 거예요. 이처럼 ‘재밌는 사람’과 ‘진지한 사람’ 혹은 ‘예능인’과 ‘래퍼’라는 자아를 함께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그래서 이번 앨범이 제게는 큰 의미가 있어요. 그 두 가지가 공존해야만 나올 수 있는 앨범이거든요. 앨범 전체에서 슬픔과 즐거움의 밸런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즐거운 노래도 어느 정도는 다 우울한 감정을 담고 있어요 저는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봐요. <놀라운 토요일> 출연이 제 삶의 밝은 부분을 비추는 역할을 한다면 이 앨범이 그에 상응하는 어두운 면을 담아내며 밸런스를 잡는다고 생각해요.

저라는 사람에겐 어두운 면도 밝은 면도 있는 거니까요. 그 두 가지를 분리해서 갈등할 수도 있겠지만, 그 갈등이 해소됐기에 이 앨범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같이 방송을 하는 사람들도 사랑하는 좋은 사람들이고, 랩게임에서 함께하는 사람들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이 모든 활동과 감정과 제 모습이 결국 분리된 게 아니라 저라는 사람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저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게 되잖아요. ‘건강한 웃음’과 ‘건강한 심오함’을 함께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넉살의 입담은 던밀스와 함께한 콘텐츠들로도 유명해요. 둘이 콤비인 것은 힙합 신에서 잘 알려져 있는데, ‘Brother’에는 또 다른 형제로 로스가 등장해서 의외였어요.

로스는 <쇼미더머니 6> 때부터 봤으니까 벌써 꽤 오래됐죠. 로스는 저와 동갑이라서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요. 로스가 술을 못하는데, 술도 안 마시면서도 동갑끼리 할 수 있는 인생 얘기 같은 것 하면서 이야기를 오랫동안 많이 나눠요. 말도 정말 잘 통하고요. 서로 전혀 다른 곳에서 다른 인생을 살다가 왔는데도 비슷한 면이 많더라고요. 주로 던 밀스와 함께 행사나 콘텐츠로 활동을 많이 해서 그렇지 로스와도 많이 친합니다. 그 트랙의 킬링 파트도 사실 로스 파트죠. 너무 멋있게 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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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동네에 대한 이야기, 성장과 성공,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고 나면 결국 이야기는 ‘나’로 돌아와요.

그 노래는 정말로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을 때 만들어진 노래예요. 제가 <쇼미더머니> 등 방송 활동을 하면서 목동에 살 때 처음으로 공황 상태를 경험했어요. 맨정신인데 잠이 드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너무 끔찍한 기분이었어요. 마치 뉴스 속보로 전쟁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처럼 금방 전쟁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거예요. 그때 층간 소음이 오랫동안 심했는데, 이웃에 피아노 치는 사람이 살았거든요. 밤에 혼자 있는데 갑자기 피아노 소리가 들리니까 순식간에 몸 상태가 이상해지면서 패닉이 왔어요. 그때는 육체적 피로가 쌓이면 귀에서 먹먹한 소리가 시작되고, 갑자기 사람 많은 데 가도 가위에 눌릴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어요.

진짜 공황을 겪으신 거였군요. 그런 불안과 분노가 결국에는 남에게 향하는 화살로 표현된 것 같아요.

그때 정말 너무 힘들었는데 자꾸 사람들에게 힘들다고 연락이 오는 게 싫었어요. 그 답답함과 분노가 점점 확장되어서 저를 위로해주는 사람도 싫어지고 SNS의 댓글들도 하나같이 끔찍하게 싫어지더라고요. 그런데 화가 난다고 저 자신을 증오해서 죽일 수는 없겠는 거예요. 그래서 살기 위해 남에게 증오의 화살을 돌렸죠. 그런 기분을 느껴보니 다들 살기 위해 이렇게 분노를 서로에게 겨누는 세상이 된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 거죠.

자신을 돌아보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야 했던 저는 결국 이런 앨범을 만들 수밖에 없었어요.

‘거울’은 결국 그러한 자신에게 보내는 노래가 되겠네요.

맞아요. ‘거울’은 제가 정신적으로 지쳐 있을 때 쓴 노래고 스스로에게 보내는 노래예요. 코드 쿤스트가 처음 이 비트를 들려줬을 때부터 이 비트에는 그런 가사밖에 못 쓰겠다고 생각했어요. 바닥까지 떨어진 자신에게 “우리 다시는 슬프지 말자”고 얘기하는 거예요.

그러한 위로는 결국 ‘추락’으로 귀결이 돼요.

‘추락’은 노래 전체가 비유적인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우리는 모두 다 죽음으로 추락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그걸 비행이라고 느낄 수 있고 누군가는 한없는 추락이라고만 느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추락하는 떨림이 두려움인지 설렘인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사람마다 다른 거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스스로에 대한 질문인 거고 듣는 사람들을 향한 질문도 될 수 있겠네요. 지난 앨범 이후 여러 변화와 경험을 거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야 했던 저는 결국 이런 앨범을 만들 수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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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s
Photographer
Seunghoon Jeong/Hypebeast
Location
Gongssi Book 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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