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 대한 사회 통념을 재해석한 버질 아블로의 루이 비통 2021 FW 컬렉션
흑인 아티스트가 대거 등장한다.
버질 아블로가 루이 비통의 2021년 가을, 겨울 컬렉션 ‘에보닉스 / 스네이크 오일 / 더 블랙 박스 / 미러, 미러’를 공개했다. 디지털 파리 패션위크를 통해 공개된 이번 쇼는 스위스의 눈 덮인 산비탈에서 아티스트 사울 윌리엄스가 브랜드의 크롬 모노그램 트렁크백을 들고 등장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후 화면은 전환되어 카메라는 그린 컬러의 대리석 구조물로 가득한 테니스 클럽 드 파리의 밝은 방을 비춘다. 모델들은 구조물 주위를 걸어다니고, 바닥과 벽에 눕거나 기대며, 루트비히 미스 판 데어 로에와 릴리 라이히의 바르셀로나 의자에 앉기도 한다.
이러한 배경들은 흑인 민권운동가이자 소설가인 제임스 볼드윈이 미국과 스위스에서 흑인으로 살면서 겪은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스트레인저 인 더 빌리지>에서 가져온 것이다. 쇼에서 그 에세이의 배경 요소를 차용한 이유는 댄스, 아이스 스케이팅, 시 등을 통해 펼쳐지는 3막 동안 점점 더 깊이 있게 표현된다. 사울 윌리엄스는 시를 낭송하고 여러 인물들의 이름을 나열하는데, 이후 음악이 재지한 분위기로 변화하면서 래퍼 야신 베이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컬렉션의 또 다른 모티프는 ‘투어리스트 vs 퓨어리스트’다. 이는 소수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세계에 다가가기 열망하는 외부자들과 이미 그 세계를 선점한 내부자들을 나타내는 버질 아블로만의 표현. 그는 이러한 개념을 설명하면서 “디지털 시대가 지식의 접근성을 민주화했고, 투어리스트와 퓨어리스트가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패션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쇼에서는 또한 커피나 신문, 트렁크백 등을 들고 있는 모델들을 통해 예술가, 건축가, 회사원 등 사회의 여러 구성원들을 형상화하는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이는 사람들이 입은 옷을 보고 우리가 그 사람의 문화적 배경, 성별, 성적 지향 등에 대해 추측하는 태도를 이야기한다. 개념 예술가 로렌스 와이너의 “표지를 보고 책을 판단할 수 있다(YOU CAN TELL A BOOK BY ITS COVER)”,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THE SAME PLACE AT THE SAME TIME)”, “어딘가에서 어떻게든(SOMEWHERE SOMEHOW)”과 같은 어구는 컬렉션의 메시지를 더욱 명확하게 한다.
컬렉션의 주요 아이템 중에는 투명한 모노그램 슈트, 미러 LV 모노그램이 눈송이처럼 꾸며진 스웨터, 건축물을 그대로 3D로 옮겨온 듯한 디자인의 재킷 등이 있다. 특히, 건축물을 의복으로 재현한 아이템들은 버질 아블로의 건축학 전공을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그 외에도 에피 레더에 스프레이 페인트 효과가 더해진 크리스토퍼 백팩, 모노그램 레더를 사용한 비행기 모양 가방 등도 눈길을 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슈트와 대리석 무늬가 새겨진 소재로 마감된 풀 슈트, 카우보이 햇, 메탈 토캡이 장착된 웨스턴 부츠 등 스타일의 범위도 넓다. 컬렉션 아이템 상세 사진은 상단 갤러리에서, 쇼는 기사 중간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파리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다른 컬렉션들은 이곳에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