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VERS: 한요한 & 2019 람보르기니 우라칸 스파이더
시속 300km의 남자와 그의 황금빛 투우소.
‘DRIVERS’는 <하입비스트>와 함께하는 영향력 있는 인물들과 자동차에 품은 이들의 열정에 대해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의 질문은 간단합니다. ‘당신에게 자동차 문화는 어떤 존재이며, 당신은 왜 이 문화에 열정을 품게 되었는가?’ 우리는 여러 분야에 속한 자동차 마니아들을 만나 그들이 소유한 특별한 차들을 조명합니다. 그리고 자동차 문화를 어떻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건넵니다.
‘가수는 노래 제목 따라 산다’라는 말도 있지만, 한요한은 그 반대에 가깝다. 람보르기니를 향한 그의 청사진은 2016년 ‘시속 300km로 달려’라는 가사와 함께 대중들에게 한요한의 이름을 각인시킨 곡 ‘람보르기니’에서 시작됐다. 기타리스트에서 가수로 변신을 선언한 뒤, 그는 줄곧 ‘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 2018’, ‘범퍼카’, ‘300km’, ‘400km’ 등 차를 향한 애정을 자신의 음악을 통해 드러내왔고, 그렇게 4년 뒤 황소 엠블럼이 새겨진 차키를 손에 넣었다.
페루치오 람보르기니 역시 변신을 통해 성공을 이룬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농업용 트랙터를 팔아 큰돈을 벌었지만 엔초 페라리로부터 운전 실력을 무시당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람보르기니는 그날 이후 ‘페라리보다 빠른 차를 만들자’는 철칙 하나로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 브랜드를 세우는데 성공한다.
한요한은 래퍼의 꿈을 꾸기 훨씬 전, 람보르기니를 가지는 꿈을 품었다고 말한다. 성인이 된 그가 람보르기니를 사기로 결심한 것도 자신이 기억하는 어린 소년의 꿈을 이뤄고 싶기 때문이었다고. 기타를 멘 소년은 왜 하필 람보르기니와 사랑에 빠지게 됐을까? 시속 300km의 남자가 생각하는 ‘좋은 차’는 어떤 차일까?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동작대교 위에서 한요한과 그의 황금빛 투우소,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만났다.
오늘 타고 온 차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람보르기니의 우라칸 스파이더입니다. 2019년식 모델이고, 2020년 5월에 구입했습니다.
구매 직후 SNS에서 자동차 이름 공모전을 하기도 했는데, 그 뒤로 실제 이름을 갖게 됐나요?
감사하게도 많은 팬분들이 여러 이름을 보내주셨는데, 여전히 미정 상태예요. 그래서 ‘미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웃음).
차를 구매하던 날이 아직도 생생할 것 같아요.
그럼요. 사실은 페라리 매장에 먼저 갔어요. 주변에서 람보르기니는 데일리카로 타기에 너무 힘들다고 페라리를 추천하더라고요. 그런데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께서 점잖게 차를 구경하고 계신 거예요. 제가 이곳에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죠. 구경이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람보르기니 매장에 갔는데 거기 있는 사람들은 뭔가 저랑 비슷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뭔가 벼락부자 느낌?(웃음) 저는 또 그런 느낌을 좋아하거든요. 그날 딜러분께 바로 차를 사겠다고 했어요.
람보르기니 모델 중에서도 하필 우라칸을 고른 이유가 있을까요?
중학생 때 살던 저희 집 근처에 람보르기니 전문 튜닝숍이 있었어요. 그곳에 우라칸의 전신인 가야르도가 늘 있었거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가야르도를 제 드림카로 여겼는데, 가야르도가 단종이 되면서 그 후속 모델인 우라칸을 제 드림카로 품게 됐죠.
구매 전 ‘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 2018’이라는 곡을 내기도 했어요. 일종의 포부를 담은 노래였을까요?
‘람보르기니’를 내던 당시에는 저 혼자 언더그라운드에서 음악을 하고 있었어요. 여러모로 힘들던 시기에 ‘이걸 끝으로 음악을 그만둬야 될 수도 있겠다’라는 심정으로 곡을 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좋아해 주셨어요. 음악을 계속해도 되겠다는 불씨를 살려준 곡이에요. 그 뒤로 저스트뮤직에 들어오게 됐고, ‘난 여전히 음악을 향한 불씨를 잊지 않았다’는 뜻을 담아서 2018년 버전으로 곡을 새롭게 만들었어요. 솔직히 이 노래를 만들 때까지만 해도 제가 2년 뒤에 람보르기를 정말로 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죠.
그래도 차 값이 4억이 넘는 차를 사려면 큰 결심이 필요할 텐데.
실제로 주변에도 “그 돈으로 저금해라”, “제태크 해라”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하지만 저는 뭐랄까. 제 초심을 지켜주고 싶었어요. 어린 소년의 꿈을 이뤄주고 싶었다고 해야 되나? 저는 언제나 미래만을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이제는 소년의 꿈을 이뤄줄 때가 온 것 같다’ 싶어서 질러버렸죠.
차를 구매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키드밀리랑 둘이서 가평으로 놀러간 적이 있어요. 그 친구는 애스턴마틴 DB11을 타거든요. 각자 차를 몰고 가는데, 아시다시피 보통 강원도 펜션 가는 길에는 오프로드가 많잖아요. 어떤 구간을 지나자마자 거짓말처럼 둘 다 펑크가 났어요. 숙소비는 30만 원 정도였는데 덕분에 2백만원 짜리 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이전에는 어떤 차를 탔는지도 궁금해요.
첫 차는 아버지께 물려받은 현대 산타페. 처음 제 돈으로 산 차는 기아 포르테 쿱입니다. 이때 제가 ‘자동차 병’에 제대로 걸려서 다음 차로 ‘제네시스 쿠페 터보 3.8’ 모델을 샀죠. 드리프트를 연습을 자주 했는데 결국 차가 망가지더라고. 그 뒤로는 세단이면서 도로에 쫙 달라붙는 맛있는 차가 뭐가 있을까 하다가 BMW 3시리즈에 빠지게 됐어요. 3시리즈만 E40 328i, E90, F30 320d 총 3번을 탔네요.
저스트 뮤직에 들어오면서 메르세데스-벤츠 CLA 200d를 샀는데, 지금도 그 차를 왜 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 차를 팔고는 한동안 킥보드만 타고 다녔어요. 그 뒤로 2019년에 포르쉐 718 박스터를 구입해서 6개월 정도 타다가, 람보르기니 우라칸으로 넘어오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레이싱 DNA를 가진 차들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평소 자동차 취향도 궁금해요.
자동차 취향은 확고해요. 무조건 ‘문짝 두 개에 뚜껑이 열리는 차’. 제 자동차 취향은 이미 십대에 완성이 됐는데, 나이를 먹어도 이 취향은 바뀌지가 않더라고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레이싱에 대한 욕심도 있으실 것 같은데.
사실 이건 비밀인데 <하입비스트>니까 처음 말씀드려볼게요(웃음). 레이싱 팀을 준비 중이에요. 팀 이름은 ‘켄야’. 팀원 중에 여자 연예인도 한 분 있데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내년에 아마추어 서킷 대회를 나가는 게 목표여서, 수시로 서킷에 나가 연습하고 있어요. 자동차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팬분들과 레이싱 마니아분들께 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커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차’는 ‘자기가 좋아하는 차’. 저는 차가 옷이랑 똑같다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면 입는 거죠.
운전을 하면서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요?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유리 건물에 비친 저 자신과 차를 볼 때 행복해요.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멋지다고 해주겠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뿌듯하고 기분 좋죠. 차에 대한 애정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어져 온거니까. 그럼 점에서 어린 친구들이 차를 보고 좋아해 줄 때도 기분 좋아요. 이 차는 자연흡기고, PDK가 탑재됐고, 제로백은 몇 초고, 사실 이런 것들은 어른이 돼서 알게 된 거잖아요. 1차원적인 순수한 호감으로 차를 좋아해 주는 친구들을 만날 때 흐뭇해요.
가격으로만 놓고 보면 상위 라인에는 롤스로이스도 있는데. 앞으로 갖고 싶은 드림카가 있다면요?
롤스로이스 너무 명차고 멋있죠. 그런데 뭔가 양아치 느낌이 부족해서 싫어요. 사실 저는 ‘양카’ 느낌을 좋아하는데 롤스로이스는 기사 분이 운전해 주셔야 멋있는 차일 것만 같아서(웃음). 제가 사기에는 조금 과분하지 않나 싶어요. 굳이 꼽자면 람보르기니 우라칸 보다 상위 모델인 아벤타도르? 기회가 된다면 옛날 포르쉐 911 모델도 사보고 싶어요.
람보르기니도 최근 전기화 선언을 하면서 새로욱 국면에 접어들었어요. 시시각각 변화는 자동차 시장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도 궁금해요.
내연기관 차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전기화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오히려 환영하는 입장이에요. 어쨌든 시대가 바뀌는 거잖아요. 휴대폰이 2G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것처럼. 다만 추억 때문에 아날로그를 고수하는 거죠. 앞으로도 제가 가진 내연기관 차들을 팔 마음은 없지만, 동시에 전기차들이 기대돼요. 자동차 기술이 과연 어디까지 진보할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한요한이 생각하는 ‘좋은 차’는 어떤 차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에는 딱 잘라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차’는 ‘자기가 좋아하는 차’. 저는 차가 옷이랑 똑같다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면 입는 거죠. 내가 입고 싶은 옷마저 남 눈치 보면서 고르긴 싫잖아요. 이 차의 스펙이 이렇고 주행질감은 어떻고 해도, 결국에는 내가 좋아해서 매료된 차가 제일 좋은 차죠. 단순 성능을 따지기보다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차에 꽂히는지를 알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