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인터뷰: 진화와 소신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
HBX의 컬렉션 4.0+ 론칭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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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아카이브 팩션의 옷은 예술에 치중돼 필요 이상으로 거창하거나 진입 장벽이 크게 높지 않다. 옷의 구조를 뜯어 살피고, 형태의 변주를 더한 이들의 컬렉션은 누구라도 실제로 입고 소비할 수 있다. 루이 비통과 오프 화이트를 이끄는 버질 아블로가 직접 ‘샤라웃’ 하고, LVMH 프라이즈에서 당당히 준결승에 오르는 등 국내외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며 브랜드의 경쟁력인 독창성과 고려해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업성 두 부문 역시 인정 받았다. 올해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전시를 개최해 패션은 물론 아트까지 손을 뻗은 이 브랜드는 과연 누가 만들고, 무엇을 가치관으로 두었으며, 미래에 대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HBX의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4.0+ 컬렉션 론칭을 앞두고,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임동준을 직접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이하 파프)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브랜드를 론칭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미술 유학을 가고 싶은데 돈이 없었어요. 월세 50만 원 옥탑방에서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 ‘옷을 만들어서 팔아보자’라는, 굉장히 단순하고 원초적인 생각으로 브랜드를 시작했습니다. 옷은 제게 진입장벽이 가장 낮은 공산품이었거든요. ‘켠 김에 왕까지’라는 한국 TV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이 프로그램을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데요. 한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시작했으면 최종 단계까지 클리어해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를 보기가 드물 정도로요. 원래 별 기대 없이 시작한 게임이 더 즐거운 것처럼, 브랜드를 만드는 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패션이라는 영역은 난이도가 꽤 높기 때문에 승부욕을 자극하고, 더 노력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누적된 몰입의 결과물이 지금의 파프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파프를 만들고 있는 팀 구성원이 궁금합니다.
파프는 크게 운영팀, 디자인팀, 그리고 테크니컬 디자인 팀으로 구성됩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임동준, 디자인 및 생산 총괄 책임자인 정수교를 중심으로, 디자인 팀장 김주연, 테크니컬 디자인 팀장 정대현, 운영 팀장 장준호, 그리고 스튜디오 매니저 문선균이 브랜드의 핵심 멤버들이에요. 각 팀의 단단한 구성과 효율적인 퍼포먼스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직원은 총 10명입니다.
파프가 매 시즌 선보이는 컬렉션은 주로 ‘해체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컬렉션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파프는 ‘진화하는 유니폼’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사실 해체주의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디자인 요소를 분해하고 조합하는 과정에서 해체와 재구성이라는 과정은 항상 존재하거든요. 사전적인 의미의 해체는 중간 과정 중 일부이며,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다채로운 질감은 물론, 조형적인 제품의 패턴을 보면 해체주의 건축물(Deconstructivism) 역시 떠오르는데요. 건축이나 조형 예술 등 영감을 받는 분야나 아티스트가 있나요?
딱히 없어요. 저는 영감보다 실행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물론 영감을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영감을 어디서 얻냐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좋은 영감은 유명 작가나 작업에서 얻을 수도 있겠지만, 위대한 영감은 우리의 삶, 내 주변, 눈앞에 있는 사소한 것들을 관찰하고 대상에 대해 숙고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믿어요. 영감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다면 그것은 레퍼런스에 가깝고, 이는 재료가 될 수는 있어도 영감 자체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HBX에 선보이는 4.0+ 컬렉션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4.0+는 기존에 1.0 부터 4.0까지 제안했던 디자인 아카이브의 부족한 점을 찾고 개선하는 것에 집중한 컬렉션입니다. 컬렉션 제목의 숫자가 오르는 것은 쉽게 말해 성능이 더 좋아졌다는 뜻이에요. 컬렉션을 통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기분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현재 준비 중인 컬렉션도 궁금합니다. 컬렉션 제작 단계에서 특별히 염두한 점이 있나요?
5.0 컬렉션을 준비 중입니다. 항상 더 나은 무언가를 제안하는 것을 중점에 두는데요. 더 나은 무언가를 보여줄 자신이 없다면 공개하지 않는 것도 괜찮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LVMH 프라이즈 2021 세미파이널리스트 선정, 서울 아라리오 갤러리 전시 <FINAL CUT 파이널 컷> 등 2021년은 특히 파프에게 특별한 한 해였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2022년의 목표나 계획은 무엇일까요?
2021년 11월에는 파프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가 오픈할 예정이고, 2022년 2월에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준비한 협업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내년 5월에는 전시를 생각하고 있고요. 물론 안 할 수도 있어요. (웃음)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나요? 또한 제품 카테고리 확장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전자제품, 악기 혹은 매트리스 등 패션과 전혀 다른 맥락의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가장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건 액세서리와 가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4.0+ 컬렉션은 HBX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