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디자인, 스위스 ‘초럭셔리’ 워치 브랜드 8
롤렉스, 오메가는 명함도 못 내밀 수준.

흔히 ‘스위스 럭셔리 워치메이커’라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브랜드들이 있다. 대중적으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롤렉스, 오메가를 시작으로 흔히 ‘시계 브랜드 1티어’로 손꼽히는 파텍 필립, 오데마 피게, 바쉐론 콘스탄틴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주 소수의 고객만을 위해 시계를 제작하는 독립 워치 브랜드도 존재한다. 하나같이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 이를 뒷받침하는 극강의 기술력, 그리고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이 이 브랜드들의 공통점. 시계 마니아들조차 잘 알지 못하는, 여섯 개의 ‘초럭셔리’ 스위스 워치메이커를 소개한다.
MB&F
2005년 설립된 MB&F의 이름은 ‘막시밀리앙 뷰세와 친구들’의 약자다. 예거 르쿨트르에서 커리어를 쌓은 뒤, 세계 10대 주얼리 브랜드로 손꼽히는 해리 윈스턴에서 ‘오퍼스’ 시리즈를 이끌며 주목받은 막시밀리앙 뷰세가 창립자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여느 스위스 브랜드와 달리 그 역사는 매우 짧은 편에 속하지만, 전례 없던 디자인으로 전 세계 시계 마니아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브랜드의 시그니처로 자리매김한 ‘오롤로지컬 머신’ 라인업은 뒤에 오는 숫자에 따라 디자인이 바뀌는데, 주로 슈퍼카, 전투기, 우주선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
우르베르크
우르베르크는 우아한 실루엣의 드레스 워치를 제작하는 브랜드는 아니다. 1997년 창립 이후, 줄곧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시계를 선보여온 우르베르크는 매트한 질감의 스틸 케이스를 즐겨 사용해 스포티한 인상이 강하다. 참고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공식 석상에서 우르베르크 시계를 착용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어 매번 화제가 되곤 한다. 참고로 <스파이더맨:홈커밍> 프리미어 행사에서 아이언맨 역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우르베르크의 UR-110RG를 착용해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는데, 해당 시계는 2011년 시계 업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에서 ‘디자인 워치상’을 수상했다. 가격은 약 1억1천만 원에 달한다.
리벨리온
2008년 설립된 리벨리온은 레이싱에 초점을 맞춘 하이엔드 워치를 선보이고 있다. 고속 주행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중력에 의한 시간 오차를 줄이는 투르비용 기술을 적극 활용하며, 매우 제한된 수량의 맞품형 작품들을 만들어오고 있다. 현재는 세계적 규모의 레이싱 대회 <GT 월드 챌린지 챔피언십 레이스> 공식 타임키퍼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위 사진 속 ‘WEAP-ONE’은 2017년 첫 공개된 리벨리온의 야심작으로, 전 세계 20개 한정 수량으로 제작됐다. 가격은 45만 스위스 프랑, 한화 약 5억7천6백만 원이다.
카베스탕
스위스의 독립 시계 브랜드 카베스탕은 시계 업계에서도 최상위에 해당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2003년 설립됐다. 카베스탕의 대표 모델인 루나 네라의 가장 큰 특징은 시곗바늘이 없다는 점이다. 단, 숫자가 적힌 여러 부품들이 제각각 회전하며 시간 정보를 제공한다. 그중에서도 스페션 에디션으로 제작된 ‘드레곤 네라’는 3백 시간 이상을 기울여 만든 중국 황실의 용이 다이얼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용의 눈, 혀, 귀, 발의 크기는 10분의 1mm밖에 되지 않으며,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통해 정밀한 부품들이 시시각각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HYT
우리나라에서 ‘물시계’ 하면 조선시대 장영실 만든 발명품이 가장 먼저 떠오를 테지만, 2010년대 들어 전례 없는 ‘물시계’를 선보이며 각광받은 워치메이커가 있다. 2012년 스위스 뇌샤텔에서 창립한 HYT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HYT는 ‘벨로’라고 이름 붙인 피스톤 장치에 서로 섞이지 않는 두 액체를 넣은 뒤, 기계식 무브먼트가 시간에 맞춰 압력을 가해, 마치 온도계 수은과 같은 모습으로 시간 정보를 표시한다. 벨로 개발에는 미 항공 우주국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밀폐력은 100m 방수 시계의 1만 배에 달한다고. HYT의 최신 모델 H5는 전 세계 25대 한정 제작됐으며, 가격은 약 5천1백만 원이다.
그뤼벨 포지
천재 시계제작자로 불리는 로버트 그뤼벨과 시계 복원가로 일해온 스테판 포지가 2004년 의기투합하여 창립한 브랜드. 연간 생산량은 1백 개에 못 미치지만, 극한의 기술력을 앞세운 투르비용 기반의 시계를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그뤼벨 포지는 다이얼 안에 평면 투르비용이 아닌, 25˚에서 30˚ 기울어진 채 회전하는 다축 투르비용을 제작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표 모델 중 하나인 GMT의 다이얼에는 자전하고 있는 모습의 지구를 품고 있어 단숨에 시선을 끈다. 해당 모델의 가격은 한화 약 7억 원대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에는 바쉐론 콘스탄틴, 예거 르쿨트르, 까르띠에 등을 보유한 리치몬트 그룹이 지분 일부를 인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