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이 업사이클링 의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지구는 망가지고 있다?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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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양의 의류가 생산될까?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제작되는 의류는 1천억 벌 이상. 국제 학술지 출판사 스프링거 네이처가 발간하는 <환경위생저널>은 매년 생산되는 의류의 양을 8백억 벌로 추정했다. 이 두 기준만 고려해 대략 추산해도 하루에 무려 2억2천만 벌의 옷이 새로 지어지는 셈이다.

문제는 과잉 생산된 옷이 모두 판매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매년 생산되는 6천만 톤의 의류와 신발 중 70%는 판매되지 않고 소각장에서 불태워지거나 쓰레기 매립장으로 보내진다고 보도했다. 생산 및 소각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1백20억 톤. 이는 전 세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에 다다른다. 한국 역시 2019년 기준 의류 폐기물 소각 비용으로 40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류 브랜드가 재고를 소각하는 이유는 브랜드 규모나 주 판매 대상에 따라 다르다. 에르메스, 샤넬, 프라다 등의 럭셔리 하우스는 제품 가격 유지를 위해 재고를 소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고 상품을 싸게 팔거나 기부할 경우, 브랜드와 상품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버버리는 2018년, 4백50억 원 상당의 재고품을 폐기한 바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재고를 폐기하는 것이 보관하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환경 운동가 안나 색은 코치가 재고를 일부러 손상시키고 폐기하여 재고로 인한 세금을 줄이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코치는 “재고 상품을 파기하는 것은 세금 회피 목적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함”이라며 “앞으로 재고를 파괴하는 관행을 없애겠다”라고 발표했다. 앞서 언급된 버버리 또한 논란이 커지자 재고 상품 소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문제는 많이 생산하고, 많이 판매하는 SPA 브랜드로 넘어가면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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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의 수명은 속옷과 티셔츠는 1~2년, 수트와 코트는 4~6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수명이 다해 버려지기 전, 옷을 재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안타깝게도 의류는 재활용이 힘든 품목으로 꼽힌다. 면 소재 100%로 제작된 티셔츠일지라도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재료로 된 라벨이나 봉제실 등이 포함되는데, 옷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들을 수작업으로 일일이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합성 섬유로 제작된 옷이 늘어남에 따라 옷을 소재별로 분류하는 작업이 필수로 요구된다. 실제로 전 세계 의류 소재 재활용 비율은 12% 정도로 낮으며 이조차도 대부분 옷에 사용된 섬유를 다른 분야에 활용하는 것에 가깝다. 많은 브랜드가 재활용 의류를 제작할 때 의류가 아닌 폐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점 또한 의류의 재활용이 어려운 점에 기인한다.

물론 옷 자체를 재활용하는 노력은 꾸준히 존재했다. 빈티지 매장에서 찢어진 청바지에 패턴 패브릭을 더해 새로운 옷을 만든 것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기존 옷에 창의력을 더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을 업사이클이라고 부른다. 국내에는 폐교복을 재활용해 가방, 필통 등을 만드는 리버드와 폐방화복을 사용하여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119레오, 소각 예정된 옷을 이용해 새로운 의류를 만드는 래코드 등의 브랜드가 업사이클 상품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이 중 <하입비스트>는 래코드와 만나 업사이클을 통해 니트가 제작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래코드의 모든 상품은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세이브 프라자에서부터 시작된다. 래코드의 디자이너들은 이곳에 방문하여 새로운 가치를 추가할 수 있을 법한 아이템을 고르고, 이를 노들섬의 아틀리에로 가져온다. 이후 수십 년간 일을 해온 숙련된 패턴사, 봉재사 등 함께 상의 후 샘플을 제작하고 이를 실제 판매할 수 있을 정도의 품질을 맞추기 위해 회의와 제작을 반복한다.

상단의 니트는 2021년 가을, 겨울 컬렉션을 제작하고 남은 니트를 재활용하여 만들어졌다. 이에 관하여 디자이너는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제작 후 남은 원단도 최대한 활용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니트를 자르고 이어 붙이는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자 몇 시간 만에 하나의 니트 샘플이 완성됐다. 모든 과정을 담당한 재단사는 “집에 남는 니트가 있으면 그냥 버리지 말고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라고 말할 정도다.

모든 옷이 이렇게 간단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래코드는 여성복과 남성복, 테일러드 재킷부터 아웃도어 제품까지 다양한 카테고리를 아우르며, 이러한 제품은 조금 더 복잡한 공정을 거친다. 테일러드 재킷은 겉감 재단부터 시작하여 접착 심지 부착, 봉제, 주머니 짓기, 안감 재단 및 봉제 등 비교적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아웃도어 아우터는 테일러드 재킷과 달리 특별한 심지 가공은 없지만, 테크니컬한 아웃도어 소재에 따른 특수 기계 사용이 고려될 때가 있다. 이 외에도 래코드는 2020년에는 나이키, 2021년 지용킴과 협업하며 지속가능한 패션이라는 개념과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브랜드가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추세다. 하지만 환경 운동가들은 이러한 방식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못하므로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소재를 재활용 혹은 지속 가능한 물질로 만든다고 하여도 그 과정에서 무시 못 할 양의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속가능한 코튼으로 티셔츠를 제작하더라도 물은 대략 2천7백 리터 가까이 소모된다. 이는 한 사람이 3년간 마시는 물의 양과 동일하다. 데님 진 한 개를 제작하는 동안 배출되는 탄소량은 자동차 1대가 1백11km를 이동할 때 배출되는 탄소량과 같다. 한 환경 운동가가 루이 비통 2022 봄, 여름 여성복 컬렉션 런웨이에서 ‘과소비는 멸종’이라는 팻말을 들고 무대에 난입한 것 또한 과도한 소비가 환경 문제에 영향을 끼치고 이는 곧 멸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업사이클링 의류는 이미 제작된 옷을 활용하는 만큼 탄소 배출량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래코드 디자이너는 “일반적인 브랜드는 원단을 짜는 순간부터 많은 탄소량을 배출합니다. 저희는 이미 만들어진 옷에서부터 시작하는 만큼 탄소 배출량이 적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의류 제작에 있어 업사이클링 방식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3요소에 의류가 포함되어 있는 만큼 패션을 전혀 소비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환경을 고려하여 소비를 하는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맨체스터 대학 사회학자 소피 우드워드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여성이 소유한 옷 중 12%가 전혀 사용되지 않는 ‘비활성 상태’였다. 이렇듯 ‘비활성 상태’에 놓일 만한 의류를 구매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가해지는 부담을 일정 부분 덜 수 있다.

래코드는 환경 윤리를 고려한 또다른 소비 방법에 관하여 “빈티지 의류를 구매하는 것은 어떨까요? 빈티지는 기존 자원을 재활용하는 방식 그 자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래코드는 “저희의 박스 아뜰리에를 활용해서 옷을 고쳐 입어 보세요. 간단한 수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옷의 수명이 1~2년 이상 늘어납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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