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질 아블로, 모든 세대를 위한 ‘하입’을 정의하다

패션 산업을 뒤바꾼 ‘연결자’.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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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버질 아블로루이 비통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로서의 데뷔 컬렉션 직후 본인의 사진 하나를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오즈의 마법사> 레퍼런스를 위해 마련한 무지개 컬러 런웨이 위에 서 있는 본인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었다. 포스팅에는 사진과 함께 이러한 캡션에 쓰여 있었다. “너도 할 수 있어…”

그 한마디는 암과의 긴 투병 생활 끝에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버질 아블로라는 사람을 정의하는 정신을 함축하고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자기 주변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고자 한 인물이었고, 흑인 문화에서 힘을 얻었으면서도 흑인들이 너무나도 자주 외면받고 배제당하는 패션업계에서 흑인 크리에이터들에게 희망을 주기를 원했던 디자이너였다.

버질 아블로, 모든 세대를 위한 ‘하입’을 정의하다, 오프 화이트, 루이 비통, 파이렉스 비전, 빈 트릴, 헤론 프레스톤, 매튜 윌리엄스, 사무엘 로스, 하입비스트

Off-White™, Fall/Winter 2019.Ben Awin/Hypebeast

버질 아블로의 사망이 발표된 뒤 몇 시간 동안, 인스타그램은 패션, 아트, 음악 분야에 걸친 여러 인물들이 경험한 버질 아블로의 인격에 대한 이야기로 넘쳐났다. 그는 언제나 예의 있고, 용기를 주는, 또 협동적인 인물이었고, 명품 업계에서 존경받는 대부분의 저명인들에게 사랑받았다. 동시에 그는 도움을 구하는 디자이너 지망생에게 개인적인 생각들을 기쁘게 이야기해주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모든 세대의 디자이너들에게 등불 같은 존재가 됐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그를 통해 패션 산업의 정립된 규칙을 다시 쓸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영향을 받은 대표적 인물들로는 사무엘 로스, 살레헤 벰버리 그리고 과거의 동업자인 헤론 프레스톤매튜 윌리엄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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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Vuitton, Fall/Winter 2020.Alessandro Lucioni/Gorunway.com

오프 화이트는 그가 과거 빈 트릴과 파이렉스 비전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탐구했던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2012년에 설립됐고, 대단히 보기 드문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갔다. 10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오프 화이트는 세계에서 가장 꾸준히 성공을 거두면서 많이 팔리는 컨템포러리 럭셔리 브랜드가 됐다. 대부분 숍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브랜드 최상위에 꾸준히 올랐고, 이는 이미 자리잡은 헤리티지 브랜드들을 무색하게 할 위세였다.

지금은 거대 기업이 된 브랜드의 지위 때문에 잊어버렸을 수도 있지만, 오프 화이트가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때는 회의적인 반응과 조소가 쏟아졌다. 드롭 때마다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사람들이 거리에 긴 행렬을 만들어낼 때도 바이어들과 에디터들은 ‘또 다른 후디 브랜드일 뿐’이라고 그 가치를 일축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마지 못해 그와 함께 작업을 하던 럭셔리 브랜드들도 그 상업적인 효과가 분명해지자 곧 독점적인 협업을 간절히 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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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REX VISION, Spring/Summer 2013.Pyrex Vision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버질 아블로는 무엇이든 팔 수 있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는 알람 시계부터 고급 자동차까지 온갖 협업 제품을 만들어내며 커리어 내내 그것을 시험하고 증명해 왔다. 1960년대 한 광고회사가 만든 작업물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것으로 알려진 ‘네 방향의 화살표’ 모양 오프 화이트 오리지널 로고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샤넬의 인터로킹 C, 루이 비통의 LV 모노그램만큼이나 강력한, 즉시 알아볼 수 있는 상징이 됐다.

버질 아블로는 마틴 마르지엘라, 라프 시몬스, 렘 콜하스 등 본인이 존경하는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레퍼런스로 활용하거나 그들의 작업물을 재해석하는 데 있어 거리낌이 없었다. 포인트 파트만을 따오는 그의 ‘체리 피킹’ 작업 방식은 때로 디자이너 당사자들에게 유감을 사기도 했지만, 그는 본인이 사랑하는 것들을 재창조하고, 재조합하는 일에 대한 신념을 솔직하게 밝혀 왔다. 실제로 애정을 담아 문화를 찬양하고 조명하는 그의 작업물에서 ‘인용 기호’ 자체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상징이 되었다.

그 무엇보다  버질 아블로는 ‘연결자’였다. 본인이 싫어했던 용어인 ‘스트리트웨어’와 럭셔리 패션을 연결했고, 초창기 하입비스트들과 더 어린 세대를 연결했고, 흑인 크리에이터들과 그들이 진입하고자 했던 업계를 연결했다.

그는 버질 아블로라는 하나의 인물 혹은 그가 만든 작업물 이상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본인이 속해 있던 업계를 영원히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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