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2021', 12명의 한국 전자 음악 프로듀서들이 꼽은 다프트 펑크의 음악

프로듀서들이 이야기하는 로봇들의 유산.

음악 
13,052 Hypes

마지막 활동을 기준으로 8년 만에 다프트 펑크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Epilogue’에는 그룹 해체라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1집 <Homework>부터 라이브 앨범 <Alive 2007>까지 몇 장의 앨범에 수록된 다프트 펑크의 음악은 전자 음악의 흐름을 바꿨고, 특히 <Alive 2007>의 경우 라이브 믹스셋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 선구적인 음반이었다. 마지막 앨범이자 다프트 펑크의 음악 중 가장 ‘이질적이다’라는 평가를 받은 <Random Access Memories>는 2010년대 음악 엔지니어링에 한 획을 그었을 뿐 아니라 그룹 최초 빌보드 차트 1위를 달성하며 대중적인 영향력까지 확장했다.

이렇게 많은 업적을 남긴 다프트 펑크인 만큼 해체 소식을 접한 음악 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들이 남긴 유산을 곱씹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이들의 해체 소식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는 한국의 음악 프로듀서 12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다프트 펑크의 음악’을 물었다. 발매 순서대로 배치했으니 글과 함께 한 곡 한 곡을 따라가며 듣다 보면 다프트 펑크의 ‘1993-2021’ 중 일부를 짧게나마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One More Time’ (2000)

JNS: “20대 초반 처음으로 클럽에 갔던 날, 홍대 SAAB에 들어설 때 이 곡이 나오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Something About Us’ (2001)

250: “감성이 움직일 때 춤은 더욱 절실해진다.”

‘Voyager’ (2001)

비앙: “샘플링으로 음악을 겨우 만들던 고등학생 시절, 비슷한 음악에만 빠져 있었던 나는 이 곡의 매력을 알지 못했다. 10년이 지난 후에야 내가 터무니없이 멋진 베이스 연주를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Veridis Quo’ (2001)

고담: “1970년대 이탈리아 오컬트 영화에 나올 법한 바로크적인 화성감과 멜로디의 흐름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탈로 디스코 스타일의 신시사이저 스텝 시퀀스 라인과 페이저로 인해 모듈레이트 되는 패드, 8비트의 디스코 리듬은 내가 어딘가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Very Disco’의 말장난으로 만들어진 제목 ‘Veridis Quo’는 그들이 생각한 ‘진짜’에 가장 가까운 디스코 사운드가 아니었을까.”

‘Alive 1997’ (2001)

김한주: “평소보다 훨씬 거친 다프트 펑크의 믹스셋과 관객들의 환호성에 압도되는 앨범이자 곡. 그들의 음악을 처음 들었던 게 14살 때쯤인가. 돌아보면 그 시절의 나는 음악을 정말 ‘즐겁게’ 들었던 것 같다.”

‘Mothership Reconnection [Daft Punk remix]​’ (2006)

나잠 수: “펑카델릭의 ‘Mothership Reconnection’을 다프트 펑크가 리믹스한 곡. 원곡의 구절을 반복하며 전개되는 신시사이저틱한 비트는 기존 다프트 펑크와는 다르게 1980년대 일렉트로/테크노 느낌이 강하지만, 리듬의 중첩으로 장난을 치며 빌드업을 하고 다시 풀어내는 하우스 사운드는 영락없는 다프트 펑크의 훵크 사운드다. 복잡하게 설명한 것 같은데 그냥 너무 신나고 좋은 클럽튠이다. 참고로 술탄 오브 더 디스코 1집에 수록된 ‘Shaking Booty All Night’은 이 곡을 듣고 만들었다.”

‘Robot Rock / Oh Yeah’ (2007)

아파치: “<Alive 2007>은 디스코, 하우스, 테크노를 위시한 1990년대 댄스 음악과 이후 보코더 사운드로 대표되는 2000년대 팝 사운드를 모두 해체 및 재조립하여 1시간짜리 DJ 믹스처럼 만들어 낸 앨범이다. 5분 20초쯤 ‘Robot Rock’의 베이스와 ‘Oh Yeah’의 드럼이 매시업 되는 순간은 전자 음악 라이브의 형태가 크게 전환되는 위대한 순간. 작가 카프카는 ‘책은 언제나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도끼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내게 있어 이 곡의 드롭은 전자 음악 역사상 최고의 도끼다.”

‘Around The World /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2007)

넷 갈라: “다프트 펑크가 라이브에서만 취하는 드라마틱한 전개 방식, 원곡과 다른 반전감이 마음에 든다. 원곡의 훵키한 키보드 리프와 카우벨 리듬을 걷어내고 화려한 신시사이저 변주와 이펙터를 얹은 사운드는 아드레날린을 과도하게 분비시킨다. 마지막 한 마디에 원곡의 리프를 그대로 가져온 것은 변태처럼 느껴질 정도다.”

‘Face to Face / Short Circuit’ (2007)

프랭크: “댄스 플로어에 있는 모든 사람을 춤추게 만드는 다프트 펑크의 음악 중에 단 한 곡만을 꼽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중에서 이 곡을 고른 이유는 단지 오늘 이 곡이 제일 듣고 싶어서.”

‘One More Time / Aerodynamic’ (2007)

언싱커블“‘최애’ 두 곡을 라이브로 한 번에 들을 수 있다. 오히려 좋아….”

‘Instant Crush’ (2013)

씨피카: “외로움에 갇혀버린 나를 구해내기 위해서 꺼내 듣는 노래다. 나에게는 전자음이 겹겹이 올려진 채 외로움을 말하는 노랫소리가 그 어떤 인간의 위로보다 더 온기 있게 느껴진다. 사실 다프트 펑크는 내게 큰 변화를 준 이들이다. 바로 이들 덕분에 훵크과 디스코를 듣게 됐기 때문이다. 사랑과 우정, 디지털과 아날로그, 기대와 실망이 공존하는 멋진 음악.”

스윔래빗: “밴드 더 스트록스의 보컬 줄리안 카사블랑카스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곡. 이 곡은 들을 때마다 표현하기 어려운 뭉클함이 느껴진다. 다프트 펑크 특유의 우아한 사운드, 애절한 가사와 아련한 목소리, 비디오까지 모든 게 감정을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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