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즈 인터뷰 - 시대적 불확실성을 마주한 젊은 아티스트의 태도

“Action is Worry’s Worst Enemy.”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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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유독 눈에 띄는 젊은 아티스트가 있었다. 만화적인 요소를 작품에 녹이면서, 디스토피아를 상징하는 소재들을 통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아이러니한 그림을 그리는 마우즈. 그래피티 장르를 베이스로 하는 젊은 아티스트 개인전을 예상한 필자는 전시장에서 마주친 그의 작품에 작은 충격을 받았다. 그림으로 하는 모든 것을 잘하고 싶다는 그의 전시는 예상보다 심플하고 직관적인 작품으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마우즈 인터뷰 - 시대적 불확실성을 마주한 젊은 아티스트의 태도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해요.

그림 그리는 마우즈(MAWZ)라고 합니다.

마우즈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마우즈는 원래 제 초창기 작업물에 등장하던 캐릭터의 이름이에요. 당시 이 캐릭터를 중심으로 제 생각과 이야기를 전달하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캐릭터가 저와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죠. 이후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아닌 저를 대표하는 활동명으로 쓰게 됐어요. 참고로 ‘MAWZ’는 ‘JAWS’에서 앞뒤 글자를 바꾼 것인데, 제 태몽에 상어가 나왔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에요.

이번 전시는 어떻게 준비하게 되었나요?

처음 이 전시를 구상하기 시작했던 건 2019년이었어요. 당시 뉴욕에서 만난 동료 작가 그리고 갤러리 스탠의 대표와 나눈 대화가 지금 이 전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미 몇 차례 개인전을 연 적이 있었지만, 이번 전시에 여러모로 가장 진심을 다했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전시 타이틀 <Embrace Uncertainty>는 ‘불확실성을 포용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전시를 구상하며 당시 제 작품들을 펼쳐보니 그림 전반에 묻어나는 저의 고민과 메시지가 이 표현과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전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해줄 수 있나요?

전시회에는 주로 2020년과 2021년에 완성된 작품들이 전시 중입니다. 그림에 시기적인 특수성이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만큼, 작품의 주제나 배경에는 늘 코로나19가 있었어요. 지금도 끝이 언제일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을 보내고 있는 시점이니, 당장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불안감도 이제는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이런 불확실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다시 새롭게 나아가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전에 선보였던 작품은 주로 어떤 것이었나요?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코로나19 이전과 현재의 작품 세계에 큰 변화는 없어요. 굳이 이야기하자면 과거에는 저를 중심으로 저와 제 주변에서 오는 영향들을 받아들이고 공유했던 것 같네요. 하지만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에 상징성을 부여해서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아이템이 있어요. 예를 들면 자동차나 편지 봉투 같은 물건들이요.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그림 속에 등장하는 특정 소재들은 개인적인 암호화 과정을 거쳐 생산된 것들로 각각 개별적인 의미가 있어요. 예를 들어 ‘자동차’는 ‘도전’을 의미하고 ‘편지’는 ‘진실(혹은 진심)’을 뜻하는 암호의 역할을 하죠. 포켓볼에서 승부를 좌우하는 ‘에잇볼’은 ‘끝’을 의미하는데, 이미지와 의미가 상당히 직관적인 편이라 암호라기보다는 상징이 더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이런 상징들은 작품 관람의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것일 뿐이고, ‘A=B’처럼 작품의 의미를 제한하고 싶지는 않아요.

단어나 문장 등 텍스트가 들어간 작품도 많은데요.

과거에는 작품의 메시지를 암호화해서 꽁꽁 감추는 방식이 익숙했는데요. 아마 이런 습관은 지금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방식 때문에 관람객들과의 소통이 상당히 모호해졌고, 조금은 명확하게 의미를 전달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는 주변의 권유도 있었죠. 그림과 텍스트를 조화롭게 구성하는 것이 당시 제가 찾은 합의점이었어요.

올해 완성한 작품에는 농구공이 주로 등장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유년 시절부터 그림을 계속 그려오다가 중간에 딱 한 번, 농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만큼 농구를 좋아하는 편인데, 전시를 준비하면서 농구가 이번 전시의 주제와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농구는 축구나 야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득점이 많이 나는 편이잖아요. 하나의 골이 승패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점수가 조금씩 쌓여서 그 결과가 결정되는데, 그런 점이 이번 전시 주제와도 통하고 요즘 제 생각과도 상당히 닮아 있어서 그림의 소재로 사용하게 됐어요.

최근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알려지고 있는 중인데, 전시장에는 그래피티적인 요소를 찾아보기 쉽지 않네요.

사실 그래피티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은 제게 어울리지 않아요. 물론 스트리트 아트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그래피티에 관심은 있었지만, 특별히 배워본 적도 없고 그래피티를 해야겠다는 방향성도 없었거든요. 단지 스프레이라는 툴의 매력 때문에 사용법을 익혀두었던 것뿐인데, 아마 브랜드 협업을 주로 스프레이 작업으로 진행해서 그래피티 아티스트라는 이미지로 비친 것 같아요. 물론 저는 그래피티도 좋지만, 회화의 영역에서 다양한 매체를 다룰 줄 아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그럼 아카데믹한 미술 과정 중에 어떻게 그래피티에 손을 대기 시작했나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래피티가 아니라 스프레이를 뿌려봤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대학 시절에 스트리트 아트와 관련된 자료를 도서관과 인터넷에서 뒤지기도 하고, 혼자 스프레이나 페인트, 혹은 마커로 학교나 길거리에 나름 공들여 낙서를 해본 것이 전부예요. 이후 몇 차례 뮤직비디오에서 스프레이로 작업한 것이 계기가 되어 비슷한 작업을 많이 선보인 건 사실이지만, 딱히 그래피티라는 영역을 구분할 생각은 없어요. 앞으로 더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활용해보고 싶어요.

전시 출품작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요?

너무 진부한 대답이겠지만 모두 애착이 많이 갑니다. 개인전을 진행하는 작가에게는 정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꼭 하나를 뽑자면, 전시장 입구 쪽에 전시된 작은 편지 작품이에요. 다른 작품에 비해 특별한 기교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림 자체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편지는 제 그림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로, 진심을 의미하는데요. 이런 중요한 소재를 독립 작품으로 표현해 보고 싶어서 만든 작품이에요.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팁을 준다면요?

과거에는 10호 사이즈 이하의 작품은 별로 작업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6개의 작은 작품을 만들어서 입구에 배치해 뒀어요. 위에서 언급했던 암호처럼 사용되는 작품 속 소재들이 독립적으로 표현된 작품들인데요. 앞으로 전시에서 마주칠 작품의 등장인물 소개 같은 역할이죠. 그리고 작품에 포함된 텍스트가 관람객이 작품을 이해하고 경험하는데 작은 가이드가 되어줄 거라는 얘길 해드리고 싶네요.

좋아하는 아트스트를 한 명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키스 해링이요. 저도 그 사람처럼 경계 없는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싶어요.

마우즈의 개인전 <Embrace Uncertainty>는 아래 주소에서 2월 24일까지 펼쳐진다.

갤러리 스탠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12길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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