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윤 인터뷰: 현 시대가 열광하는 아티스트

에어맥스 줄서기에 이은 갤러리 줄서기.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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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을 소재로 삼은 작품은 다른 작품보다 대중적인 관심을 일으키기 수월하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의 특성은 희소성의 관점에서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관객의 호감이나 가치를 판단하는 잣대는 소재와 큰 관계가 없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김정윤의 작품은 주로 농구, 패션, 그리고 여행을 이야기한다. 그는 소재의 벽을 뛰어넘어, 작품 자체로 관심을 받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아티스트다. 어느덧 관객들은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가 아닌, 그가 그리는 행위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무려 5년의 공백을 깨고 개인전을 연 김정윤은 과연 전시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자 할까? 그를 직접 만나 전시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정윤 인터뷰: VAGAB, INSPIRATION, FINDING BLUE, 에어 조던

‘VAGAB’이라는 닉네임에 의미가 있나요?

어렸을 때 처음으로 이메일을 만들려고 했는데, 주소를 뭐라고 해야 할지가 고민이었어요. 당시 제가 배가본드(Vagabond)라는 만화책에 한창 빠져있었던터라, 배가본드의 스펠링을 그대로 적었었죠. 당연했지만, 이미 누군가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한 글자씩 지워 나가다 보니 배가본드가 바갑이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김정윤으로 불리지만, 외국에서는 아직 ‘Vagab’으로 불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마도 인스타그램 계정이 그렇게 되어 있어서 그런 것같아요.

첫 전시 이후 벌써 5년이나 지났네요. 어떻게 5년 만에 개인전을 갖게 됐나요?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몇 차례 개인전을 준비했던 적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자꾸 이슈가 생겨서 결국 진행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커머셜 작업으로만 저의 시간이 채워졌고, 이 흐름에 제동을 걸고 싶었습니다. 조금 더 솔직하고 의미 있는 진짜 나의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전시는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정말 오랜만에 하는 개인 작업이라 설레는 마음이 앞선 것이 사실이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엄청나게 컸다. 막상 흰 캔버스 앞에 앉았더니 무엇을 그려야 할지, 내가 잘 그릴 수 있을지 불안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했다.

어떻게 극복했나요?

그나마 익숙했던 주제의 작품을 먼저 작업했던 것 같아요. ‘LOVERS’ 시리즈가 그중 하나였어요. ‘줄 서기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인데, 사실 과거에 동일한 주제의 작품을 몇 차례 선보인 적이 있었어요. 과거 작품은 주로 한 화폭에 군중의 모습을 모두 담았지만, 이번에는 각각의 인물이 가진 캐릭터와 스토리를 조명하고자 캔버스를 따로따로 나눈 것이 특징입니다.

전시 제목이 <INSPIRATION>입니다. 본인의 영감에 관련된 이야기인가요?

네, 맞아요. 오랜만에 개인 작업을 하려다 보니 주제를 잡는 게 오히려 망설여졌어요.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그릴 때 가장 즐거운지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FAVORITE’이라는 주제를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조금 제한적이 될까 봐‘INSPIRATION’으로 잡았어요.

전시의 분위기가 층마다 달라 보이는 것 같아요.

그렇게 보인다니 다행입니다. 처음 전시를 구상할 때 의도했던 부분이었어요. 갤러리가 층이 나누어져 있으니까, 관객이 한 번에 두 사람의 전시를 보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작품의 주제는 물론 표현하는 방식과 재료도 모두 다른 두 가지 시리즈가 각각 위아래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층별로 어떤 작품이 전시 중인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1층은 그동안 자주 선보였던 ‘농구’를 주제로 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크릴을 사용한 회화 작품이 대부분이고, 농구공이나 피규어 등 입체적인 매체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2층은 ‘FINDING BLUE’라는 컨셉의 작품들로 채워졌는데, 조금 더 개인적인 분위기이자 저의 감성이 더 담겨 있다고도 볼수 있을 것 같아요. 주로 수채화로 작업한 작품들이고, 제가 여행을 하면서 겪은 순간들을 기록한 연작입니다.

김정윤 인터뷰: VAGAB, INSPIRATION, FINDING BLUE, 에어 조던

둘 중에 조금 더 애착이 가는 공간이 있다면?

굳이 골라야 한다면 저는 ‘FINDING BLUE’쪽인 것 같아요. 농구를 주제로 하는 시리즈는 제가 초기부터 구축했던 세계관이기 때문에 저에게는 너무 소중하지만, ‘FINDING BLUE’ 시리즈는 특정한 세계관에 영향을 받지 않는, 온전히 사적인 저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작가로서 조금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작품의 컨셉에 맞게 매체도 조금씩 다르게 사용하는데, ‘FINDING BLUE’를 작업할 때 사용하는 수채화 방식을 제가 선호하기도 하고요.

‘FINDING BLUE’에서 BLUE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요?

보통 여행을 다닐 때 해당 여행지의 자연적인 명소를 찾는 것도 즐겨 하는 편입니다. 왜 우리말로 ‘푸르다’라는 단어가 있잖아요. 그 푸름을 저는 ‘BLUE’라는키워드로 함축해 봤어요. 물론, 자연적 요소이기도 하지만, 넓게는 저에게 ‘영감’이라는 개념으로 해석되기도 하고요.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캐릭터가 있어 보입니다.

농구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네 명의 캐릭터가 있는데, 나중에는 이 캐릭터와 농구라는 소재로 만화를 작업하는 것이 큰목표예요. 물론 오랫동안 꿈만 꾸고 있습니다.

직접 작업한 만화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하입비스트를 통해서도 공개되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하입비스트와 함께 협업해서 작업한 웹툰 하이퍼-비스트를 포함해 몇 번 기회가 있었어요. 덕분에 동력을 얻어서 만화를 작업해 봤는데, 오히려 더어려워졌어요. 역시 만화는 쉽지 않습니다.

만화를 전공했나요?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는데, 애니메이션과 만화는 정말 다른 것 같습니다.

농구만큼이나 그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가 바로 패션이에요.

패션의 요소가 그림에서 일정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그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FINDING BLUE’ 시리즈를 작업할 때는 이 부분을 더욱더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어서 작업하는 것이 조금 수월하기도 합니다.

대중적인 코드를 자극하기 위한 전략인가요?

전략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대중적인 코드를 겨냥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제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들이 작품에 드러나기 때문에 이것으로 생기는 스트레스는 없습니다. 다만, 이것이 작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아직은 적당한 선에서 잘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김정윤 인터뷰: VAGAB, INSPIRATION, FINDING BLUE, 에어 조던

유독 여백이 돋보이는 작업이 있어요.

제가 평소에는 선보이지 않았던 작업 스타일이긴 한데, 그래서 꼭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기도 해요. 무제(Untitle)라는 작품인데, 아마 대부분의 작가들도 공감할 내용인 것 같아요. 입시 미술을 준비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빈 캔버스나 화면을 마주했을 때의 감정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저는 늘 색을 많이 사용하는편인데, 이 작품은 대하는 태도가 기존의 것들과는 달랐던 것 같습니다.

심오한 내용이었군요. 그런데도 역시 조던이 등장했네요. 다분히 의도한 것 아닌가요?

그 반대입니다. 작품에 들어간 모델은 제가 중학교 시절에 처음 샀던 조던이라, 오히려 더 의미가 있는 설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5년 만의 개인전을 개최한 소감을 알려주세요.

부담감이 컸던 만큼 지금은 꽤 홀가분합니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많은 분들이 즐겁게 작품을 감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전시를 통해 아크릴 작품이 공개된것이 이번이 처음인데, 제 그림을 오래 봤던 분들에게도 조금 신선한 자극이 되었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봅니다.

김정윤의 개인전 <INSPIRATION>은 아래 주소에서 5월 2일까지 진행된다.

갤러리 스탠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12길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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