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캐시 인터뷰: '가장 긴 아디다스 슈퍼스타'를 만든 에스토니아 래퍼

릭 오웬스, 메종 마르지엘라와 함께한 그의 협업 이야기.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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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캐시는 지난 3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긴 슈퍼스타’을 출시하고, 바로 2주 뒤에는 메종 마르지엘라와 함께 빵 모양 로퍼가 포함된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 이야기만 듣고 보면 그가 이상한 협업만 선보이는 디자이너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토미 캐시는 다양한 영역에서 창의성을 선보이는 아티스트다. 레이블 PC 뮤직을 비롯한 하이퍼 팝의 선두 주자들은 일찌감치 그의 랩을 주목했고, 릭 오웬스는 2019년 봄, 여름 컬렉션 남성복 런웨이에 토미 캐시의 음악을 활용했다. 말 그대로 언더그라운드 음악 시장과 패션 시장 양쪽이 주목하는 젊은 아티스트.

그가 지난달 발표한 EP <MONEYSUTRA>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음악이 수록됐다. 주로 전자 음악 사운드로 채워졌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EP에는 비교적 익숙한 힙합 사운드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디플로, 수어사이드 보이스, 리프 라프 등 음악 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 보았을 법한 피처링 아티스트들이 이름을 올렸다. 음악부터 패션까지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토미 캐시를 <하입비스트>가 만났다. 여러 ‘협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이번 인터뷰에는 그가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협업에 대한 힌트도 담겨 있으니 놓치지 말자.

한국의 <하입비스트> 독자들은 토미 캐시를 ‘세상에서 가장 긴 슈퍼스타’로 먼저 접했을 것 같아요. 우선 그 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처음 콘셉트는 마트료시카 인형 같은 슈퍼스타였어요. 슈퍼스타 안에 슈퍼스타, 그 슈퍼스타 안에 또 다른 슈퍼스타를 겹쳐서 마치 옛날 DC 슈즈 스케이트보드 스니커처럼 만드는 거죠. 근데 아디다스에서 그런 디자인은 실제로 구현하기에 너무 어려우니 좀 더 쉬운 아이디어를 달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만들고 싶은 걸 억누르려고 하길래 ‘꺼져’라는 생각으로 엄청나게 긴 스니커를 만들었죠.

협업 슈퍼스타를 기네스 세계 기록에 ‘세상에서 가장 긴 스니커’로 등록하지 않을 거라고 했죠. 이유가 있나요?

기네스 세계 기록은 정말 재밌는 아이디어지만, 등록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이 슈퍼스타는 그냥 봐도 엄청나잖아요?

새 EP <MONEYSUTRA>의 제목이 인상적이에요. 섹스 관련 책 중 가장 유명한 <카마수트라>와 ‘돈’을 합쳤죠. 무슨 의미인가요?

굉장히 쉬워요. 저는 ‘MONEY’고 ‘SUTRA’는 저와 함께했을 때 에너지를 내는 모든 것들이에요. 앨범에 저와 다른 아티스트의 협업으로 곡에 특별함을 더했다는 의미죠. 트랙리스트를 보면 ‘RACKED’를 뺀 나머지에 모두 피처링 아티스트가 있어요.

체위 사진을 모자이크한 앨범 아트워크 때문에 섹슈얼한 목적이 있나 싶었는데 아니었군요.

나체, 체위 등이 포르노그래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충분히 아름다운 예술이 될 수 있죠. 하지만 앨범 아트워크의 원본 사진은 안타깝게도 공개할 수가 없네요. 인스타그램 같은 곳에 올리면 바로 차단당할 테니까요.

지금 에스토니아에 머물고 있잖아요. 앨범의 협업 작업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해요.

처음 만든 노래는 ‘ZUCCENBERG’였어요. 1년에서 1년 반 정도 전에 이 트랙을 만들었는데요. 정작 만들고 나선 더 뭘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가 겨우 다섯 곡짜리 EP에 엄청나게 좋은 아티스트들을 참여시킨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이런 EP를 예전에 본 적이 없었다 싶어서 꼭 하고 싶었고 첫 미국 투어 당시 일정에 맞춰서 여러 계획을 짰어요. 그런데 투어 시작 딱 일주일 전에 코로나19로 인해 투어가 취소됐어요. 도널드 트럼프가 입국 금지 명령을 내렸죠. 그래서 피처링, 믹싱, 마스터링 전부 다 인터넷을 통해 진행했어요.

‘ZUCCENBERG’가 EP의 첫 트랙이자 선공개 싱글인 이유는 앨범 콘셉트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일까요?

보통 앨범에서는 음악적인 전개가 서서히 이뤄지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냥 시작하자마자 빵 터뜨리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재생 버튼을 누르는 즉시 에너지를 느끼기에는 ‘ZUCCENBERG’만한 곡이 없었죠. 스포츠카에 앉은 다음 페달을 밟았을 때 느낄 수 있는 그런 기분이요.

얼마 전 EP의 첫 번째 뮤직비디오 ‘RACKED’가 공개됐죠. 배경이나 구성이 흥미롭더라고요.

배경은 중세 유럽이고, 촬영은 두 개의 도시에서 4일간 진행됐어요. 뮤직비디오를 보면 굉장히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같잖아요? 각 장면이 분리되어 있고 스노비즘으로 가득하죠. 사실 네 개의 각본과 더 많은 무드보드가 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전부 진행할 수는 없었어요.

<MONEYSUTRA>는 다른 앨범들과 비교해서 힙합, 특히 멤피스 랩의 느낌이 강해요. ‘RACKED’ 후반부의 기타 사운드와 전체적인 구성도요.

제 뿌리를 찾아 돌아간 결과예요. 힙합은 지금의 저를 만든 문화거든요. 제 커리어 초기 음악을 들어보면 힙합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저와 작업했던 프로듀서들은 굉장히 익스페리멘탈한 음악을 만들죠. 암네시아 스캐너, A.G. 쿡 등은 곡에 디스토션을 엄청나게 거는데, 그런 소리가 대중들이 듣기에 편안하진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번 EP를 만들 때 저의 바이브는 힙합이었고 바운스를 느끼고 있었어요. 바지도 좀 내려 입고요. (웃음)

토미 캐시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암네시아 스캐너, A.G. 쿡 그리고 소피의 이야기를 절대 빼놓을 수 없죠. 소피와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5년쯤 전에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소피의 음악을 처음 들었어요. 그때는 소피가 누군지 아무도 몰랐죠.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라온 워터슬라이드 사진 한 장이 전부였어요. 이후 영국에서 A.G. 쿡의 스튜디오에 갔을 때 소피를 만났어요. 그때 A.G. 쿡이 큰 의자에 팀발랜드처럼 앉아서 “좋아, 이제 녹음하자”라고 말했고 저는 “엥, 지금? 나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데?”라고 말했지만 결국 마이크 앞에 밀어 넣어졌어요. 그때 만든 곡이 ‘Pussy Money Weed’입니다.

아디다스 협업 슈퍼스타, EP 발표와 비슷한 시기에 메종 마르지엘라와의 협업이 공개됐죠. EP 발매에 맞춰 준비한 건가요?

실제로 슈퍼스타가 나오고 2주 뒤에 메종 마르지엘라 협업이 공개됐고, 또 2주 뒤에 <MONEYSUTRA>가 나왔죠. 사실 저는 따로따로 공개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이어서 내는 걸 누가 결정했는지는 모르겠네요.

메종 마르지엘라와 함께 빵 모양 슬라이드와 라면을 만들었죠. 독특한 아이템이에요.

‘빵 슬라이드’라는 아이디어는 2017년 처음 떠올렸어요. 그때 엄청나게 많은 빵을 가지고 놀고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2년쯤 지나서 이제 진짜 한번 빵 슬리퍼를 제작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실제 빵을 슬리퍼 모양으로 만들어서 메종 마르지엘라에 보내봤어요. 이후 메종 마르지엘라에 방문해서 존 갈리아노와 직접 아이디어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주고받아 출시까지 이어지게 됐죠.

왜 빵과 라면이었어요?

저는 글루텐이 좋아요. 제 어릴 적 기억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때는 에스토니아가 소비에트 연방에 편입되어 있어서 빵을 많이 먹을 수 없었거든요. 한편으로는 요즘 제가 평범했던 과거를 잊어버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제 과거를 가져와서 미래와 섞은 거죠. 그런 의미에서 빵 슬라이드와 라면은 오트 쿠튀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 과거를 상징하는 심볼이기도 해요.

스웨터는 커트 코베인을 향한 트리뷰트가 담겼다고 설명되어 있어요.

모두가 살면서 한 번쯤은 그런지 록을 좋아하잖아요. 시애틀에 있는 커트 코베인의 집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땐 거의 펜스에 오르다시피 살펴봤어요. 스웨터의 모티브는 커트 코베인이 입었던 레드/블랙 스트라이프 스웨터예요. 그 스웨터의 담배 구멍이 너무 맘에 들어서 제 옷에는 구멍을 미리 뚫어놓았죠.

대부분 아티스트가 머천다이즈를 프리 오더로 출시하잖아요. 그런데 메종 마르지엘라 협업 아이템은 바로 배송되더라고요.

다른 아티스트가 어떻게 하는지는 몰라요. 저는 뭔가를 사면 바로 가지고 싶거든요. 6개월 넘게 기다리고 싶지 않아요. 누가 그러고 싶겠어요? 저는 제가 만든 것들을 최대한 빨리 보내주고 싶어요. 하지만 1개월 넘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 모든 아이템은 에스토니아에서 직접 만들고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공장이 닫거나 하는 일이 있었거든요.

릭 오웬스의 런웨이 쇼에 토미 캐시의 음악이 쓰인 적이 있어요. 반대로 릭 오웬스가 토미 캐시의 음악에 피처링한 적도 있죠. 그와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제가 파리에 갔을 때 릭 오웬스가 본인 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자고 문자를 보냈어요. 그때 릭 오웬스와 미셸 라미 그리고 릭 오웬스의 어머니를 만났죠. 이후 릭 오웬스의 쇼에 갔는데 거기서 제 음악이 나왔어요. 2019년에는 에스토니아에서 미술 전시를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어요. 회사를 통해서 연락을 주고 받고 그런 사이는 전혀 아니에요.

릭 오웬스와 마음 맞는 친구가 된 이유가 무엇인 것 같나요?

릭 오웬스와 제 생일이 똑같은 걸 혹시 아세요? 릭 오웬스를 보면 저 자신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마찬가지로 릭 오웬스도 저를 볼 때 그런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고요. 그는 엄청나게 창의적이거든요. 그의 컬렉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완벽해요. 그리고 릭 오웬스는 엄청나게 열린 사람이에요. 다가가기 쉽고요. 누가 말을 걸었을 때 ‘나는 너랑 말하기엔 너무 잘나가는 사람이야’ 하는 태도로 굴지 않아요.

많은 매거진이 당신과 이야기할 때 협업에 중점을 두고는 하죠. 그 부분에 대한 불만은 없나요?

전혀요. 저는 저와 함께 일한 모든 아티스트를 존중하고, 그들이 저보다 더 뛰어나다고 느껴요. 그들처럼 되고 싶고요. 제가 만든 결과물들은 아직 조그맣죠. 아직 릭 오웬스나 메종 마르지엘라만큼 크지 않아요. 이 둘은 10년 넘게 일을 해왔고 많은 것들을 해냈으니까요. 불만은 전혀 없어요. 오히려 축복 같죠. 누군가가 그 이야기를 할 때 화가 난다면 왜 그 사람들이랑 일했겠어요?

혹시 준비 중인 다음 협업이 있다면 힌트를 줄 수 있을까요?

준비 중인 협업이 있는데 여름에 공개될 것 같아요. 지금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엄청나게 재밌다는 건 확실해요. 제가 지금 협업하고 있는 브랜드의 정체는 아무도 떠올리지 못할 거예요. 단 한 번도 다른 곳과 협업한 적이 없는 브랜드거든요. 엄청나게 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보는 순간 “와, 뭐야. 말도 안 돼” 싶은 것들이에요. 제가 이 아이디어를 처음 말했을 때 같이 있던 사람들이 웃고 뒹굴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저는 딱 두 단어만 말했는데 말이죠! 그런데도 제가 뭘 만들고 싶은지 모두가 이해했어요.

그 외에 2021년 계획이 궁금해요.

3~4개의 뮤직비디오를 더 공개할 거예요. <MONEYSUTRA 2>도 만들 거고요. 아마 여름 정도에 나올 거 같아요. 이번 EP가 남자 아티스트만 참여했다면, <MONEYSUTRA 2>에는 여자 아티스트만 참여할 거예요. 2022년에는 월드 투어를 계획하고 있어요.

월드 투어에 한국이 꼭 포함되었으면 좋겠네요!

저도 언젠가 꼭 한국에서 공연을 하고 싶어요. 제 친구 미러브미어랏이 한국 출신이거든요. 그래서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저를 섭외하고 싶은 공연 기획사가 있다면 제 팀에게 꼭 연락해주세요. 미친 에너지의 모쉬핏 콘서트를 해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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