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메인부터 폴로 지까지, 래퍼들의 이름에 브랜드가 들어간 이유는?
브랜드가 고소한 케이스도 있다.

랩 음악에서는 수많은 브랜드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된다. 미고스의 ‘Vesace’나 릴 펌의 ‘Gucci Gang’처럼 하나의 브랜드를 제목에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고, 가사 안에 브랜드 이름을 열거하는 케이스는 셀 수 없이 많다. 그 종류도 본인이 전개하는 브랜드부터 명품 패션 브랜드나 고급 자동차, 식음료와 전자제품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활동명에 브랜드 이름을 넣어버린 아티스트들도 있다. 그 이유는 물론 해당 브랜드가 다져온 이미지를 차용하기 위해서인 경우도 있고, 의외로 단순한 우연인 경우도 있다. 구찌와 협업을 성사시킨 구찌 메인부터 버버리에 소송을 당하고 랩네임을 변경한 버버리 페리까지, 다양한 케이스들을 만나보자.
구찌 메인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만, 구찌 메인의 이름 속 ‘구찌’는 럭셔리 브랜드 이름에서 따온 것이 아니다. 적어도 본인의 주장은 그렇다. ‘구찌 메인’이라는 이름은 사실 본인 아버지의 별명이었고, 그 별명을 붙인 것은 그의 할머니라고. 앨라배마 시골 동네에 살던 할머니는 구찌라는 브랜드의 존재조차 몰랐고, 아버지에게 촌스러운 별명을 지어줬을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브랜드와 동일한 이름이 계기가 되어 구찌 메인은 2020 구찌 크루즈 컬렉션 캠페인에 참여하고 쇼에 초청받기도 했으며, 지난해에는 구찌 내에 본인 브랜드 라인을 갖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닥 블랙
힙합계에서도 손꼽히는 사고뭉치인 코닥 블랙의 이름은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시작됐다. ‘블랙’은 6살 때부터 사용하던 그의 별명이었고, 어린 시절엔 ‘릴 블랙’이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이후 그는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사진을 찍어 올리는 포맷’에 착안해 대표적인 사진기용 필름 메이커 ‘코닥‘의 이름을 별명에 더해 계정을 만들었고, 그 이름을 래퍼 데뷔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용하게 됐다. 코닥 브랜드 측에서는 음악 분야와 접점이 많지 않기 때문인지 별도로 이와 관련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코닥 블랙은 충분히 많은 법적 이슈를 안고 있다.
폴로 지
2019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올해는 빌보드 ‘핫 100’ 차트 정상까지 오른 래퍼 폴로 지의 이름에는 사실 두 개의 브랜드 네임이 숨어 있다. 하나는 대부분 눈치챘겠지만 미국의 매스티지 패션 브랜드 폴로 랄프 로렌에서 따온 것으로, 폴로는 그가 실제로 가장 좋아하는 의류 브랜드라고. 또 하나는 ‘지(G)’ 부분, 이 알파벳은 16살에 사망한 자신의 친구 이름의 이니셜이며, 그 친구의 이름이 바로 ‘구찌’였다고 한다. 사실상 이름을 풀어보면 ‘폴로 구찌’인 셈이다. 실제로 그의 뮤직비디오 등에서 조금씩 해당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린세스 노키아
프린세스 노키아는 2010년부터 ‘웨이비 스파이스’라는 이름으로 사운드클라우드에 자신의 음악을 올리기 시작했지만, 2014년에 ‘Nokia’라는 노래를 내놓으면서 ‘프린세스 노키아’로 이름을 바꾸었다. 프린세스 노키아라는 이름은 그가 뉴욕 브롱스에서 힘들게 음악을 하던 시절 사용하던 노키아 휴대전화를 추억하며 지은 것이라고.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노키아가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차지하던 위상을 생각하면 그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비슷한 추억을 공유하고 있을 것.
버버리 페리
지금은 ‘더굿페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과거 활동명은 ‘버버리 페리’였다. 릴 야티의 ‘One Night’에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 인지도를 올린 그는 2016년 자신의 데뷔 EP <Burberry Perry>를 발표한다. 당시 그는 버버리라는 브랜드의 이름을 활동명과 작품명에 사용했을 뿐 아니라 브랜드의 시그니처 체크 패턴과 말을 탄 기사 로고를 EP 아트워크에 그대로 차용하면서 버버리에 고소를 당하게 됐고, 이후 이름을 변경했다. 이후로도 릴 야티의 작품에 꾸준히 참여하는 등 활동을 이어오는 중이지만, ‘버버리’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아르마니 시저
요즘 흔치 않은 하드코어 힙합을 추구하며 언더그라운드에서부터 착실히 기반을 다져온 레이블 그리젤다 레코즈가 처음으로 영입한 여성 래퍼 아르마니 시저. 그 이름은 이탈리아의 럭셔리 하우스 엠포리오 아르마니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는 생전 큰 영향을 끼친 프로듀서 DJ 셰이와 함께 이름을 지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두 가지 상반된 의미를 지닌 이름을 만들고자 했으며, 실제로 그의 이름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아르마니’는 아프리카에서 ‘믿음’을 뜻하지만, 또 우리가 아는 패션 브랜드명으로도 통한다. ‘시저’는 정복자 율리우스 카이사르에서 따왔다.
에미넴
에미넴의 랩네임은 본명 ‘마셜 매더스’의 이니셜을 딴 ‘M&M’을 발음대로 표기한 것이다. 실제로 그는 어린 시절 ‘M&M’을 그대로 활동명으로 사용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초콜릿 과자 ‘M&M’s’를 연상하겠지만, 2019년 이전까지는 에미넴이 해당 제품을 언급하거나 광고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2019년 만우절, 그는 이름의 유사성을 이용한 ‘엠엔엠즈 x 에미넴 파트너십 체결’ 발표 장난으로 유쾌하게 브랜드를 언급했다. 당시 에미넴이 게재한 SNS 포스트에서는 ‘em&m’s’라는 로고와 함께 기존 여러 컬러의 초콜릿 대신 흰색에 ‘E’가 쓰여진 초콜릿이 채워진 합성 사진을 볼 수 있다.
YSL 레코즈
YSL 레코즈는 래퍼 영 서그가 2016년 설립한 레코드 레이블이다. 영 서그 본인을 비롯해 거나, 스트릭, 릴 키드까지 4명의 래퍼와 위지, 터보 2명의 프로듀서가 소속돼 있다. 개별 아티스트의 활동도 활발하고, <Slime Language> 시리즈 등 인상적인 레이블 단위의 작업물도 계속해 나오는 중. 하지만 <하입비스트> 독자라면 YSL을 보고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가 있을 것이다. 바로 생 로랑의 퍼퓸, 코스메틱 라인인 ‘YSL’. 영 서그는 YSL이 ‘입 생 로랑’이 아닌 ‘영 스토너 라이프’의 약자라고 밝혔으며, 이에 대해 YSL 측에서도 별다른 법적 조치는 없었다.
마이바흐 뮤직 그룹
한때 힙합 신에서 가장 각광받는 래퍼였던 릭 로스는 기가 막힌 네이밍 센스를 가지고 있다. 유명 마약상의 이름을 빌려와 마피아 같은 이미지를 구축한 그는 자신의 레이블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하기 위해 세계적 수제 명차 브랜드 마이바흐의 이름을 가져왔다. 실제로 MMG는 그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워 <Self Made> 시리즈 등을 히트시켰다. 레이블 설립 당시는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마이바흐를 60년 만에 부활시킨 시기인데, 정작 브랜드는 과거의 영광을 누리지 못했고 곧 메르세데스-마이바흐로 편입됐다.
이안 디올/샤넬 웨스트 코스트/재즈 카르티에
정확한 작명 에피소드나 브랜드와의 인연이 언급된 적은 없지만 이름에 브랜드명을 담은 래퍼들은 그 외에도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세련된 이미지를 가져오기 위해 명품 브랜드의 이름을 빌린 경우가 다수. 올해 ‘XXL 프레시맨 클래스’에 선정되는 등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래퍼 이안 디올은 디올 브랜드의 이름을 가져온 것으로 보이며, 2010년대 중반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캐나다 래퍼 재즈 카르티에의 이름도 프랑스의 주얼리 브랜드 이름을 차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리얼리티 방송에서 주목받으며 래퍼 커리어까지 펼친 샤넬 웨스트 코스트의 이름 또한 가방으로 유명한 샤넬 브랜드를 가져온 작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