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통 인터뷰: 자연 보호 최선봉에 나선 '부산 원주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소중합니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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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부산 래퍼의 계보가 있다. ‘2의 도시라는 수식이 무색할 만큼 걸출한 뮤지션들이 이 도시에서 나왔지만, 지금껏 부산에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는 제이통이 유일하다. 2011년 첫 EP <부산>을 발표하면서 한국 힙합 신 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제이통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는 온갖 바다 쓰레기를 주워가며 자연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래퍼 제이통은 어쩌다 ‘솔방울 연구소 소장’이 됐을까? 속으로는 또 다른 꿍꿍이를 품고 새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햇볕이 내리쬐는 5, 부산 기장의 푸른 바다에서 제이통을 만나 그의 속마음을 들춰보고 왔다.

<하입비스트>와는 처음 인사하죠. 독자 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반갑습니다. 나는야 부산의 원주민. 솔방울 중독자, 제이통입니다.

자연 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쓰레기는 어쩌다 줍기 시작했는지 궁금해요.

평소에 산책을 많이 다닙니다. 산에도 자주 가고, 바다에도 많이 나가고. 자연 속에 있는 걸 좋아하는데 그럴 때마다 제 감흥을 깨는 게 쓰레기거든요. 자연과는 대비되는 이질감이 있어요. 비닐 같은 건 햇볕을 받으면 바로 눈에 띄니까요. ‘쓰레기만 없다면 산책의 질이 더 좋아질 텐데’ 하는 마음에 줍다 보니까 시작된 것 같아요.

여태 정말 수많은 쓰레기들을 수거했을 텐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까 촬영하면서도 본 것들인데 바닷가에 폐그물들이 많거든요. 산업용으로 만들어진 쓰레기들은 너무 무겁고 모래 속에 엄청 깊게 박혀 있어서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수준이에요.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플라스틱도 환경에 안 좋지만, 산업 폐기물들은 더 심각한 것 같아요. 쓰레기 주우러 가서 이런 것들을 만나면 허탈하죠. 바다 건너온 것들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중국이나 일본에서 넘어오는 쓰레기들도 있더라고요.

최근에는 팬들과 제주도에서 ‘바다 쓰레기 줍기’를 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나요?

월정리라고 제주도 동쪽에 있는 해수욕장이 있어요. 거기가 유독 바다 색깔이 예쁘거든요. 그런데 제주도에서 갔던 동네 통틀어서 월정리가 제일 더러웠어요. 그 아름다움과 역겨움이 대비되면서 머릿속에 강하게 남게 됐죠.

그런 광경을 볼 때마다 기분이 어때요?

오묘합니다. 기분이 나쁜 것 같은데 보고 있자니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데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너무 역겹고. 쓰레기를 들춰보면 파리가 엄청나게 들끓고 있거든요.

혼자 쓰레기 주울 때와 팬들과 함께할 때와 어떻게 다른가요?

보람이 훨씬 크죠. 쓰레기를 훨씬 많이 주울 수 있으니까. 사실 우린 만나면 진짜 쓰레기만 줍거든요. 물론 잡담도 하긴 하지만 쓰레기를 정말 열심히 주워요. 무언가를 모으는 재미도 크죠. 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재밌어는 하는 것 같아요(웃음).

인스타그램을 보면 쓰레기 줍기, 암벽 등반, 다이빙, 해산물 요리해 먹기 등 취미가 다양한데. 평소에는 주로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계절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죠. 여름에는 주로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고, 겨울에는 산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찾아서 해요. 겨울에는 바다에 접속이 안 되거든요. 음악을 좀 열심히 해야 되는데. 재작년부터는 너무 자연 속에 빠져 있어서 작업이 뒷전으로 밀려났어요.

제이통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있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소중합니다’. 이 말의 기원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내 머릿속에서 나왔지(웃음). 좌우명이라기보다 평소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소중하니까.

제이통이 생각하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뭔가요?

‘자연보호’. 그리고 ‘건강제일’. 제가 살아가면서 무한정 찬양할 수 있는 가치는 이 두 가지가 전부인 것 같아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니까. 혹여 지나치더라도 지나친 대로 좋은 거니까. 자연이 소중하고 건강이 소중하다는 건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거잖아요.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죠. 2019년에는 성비가 98:2로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2년이 지금 지난 요즘은 어떤가요?

매한가지일 것 같은데요(웃음). 지난 90일로 지금 확인해볼게요. 와이구야. 5%네. 두 배나 늘었네요.

재미있는 게 ‘가장 많이 본 지역’이 한국 다음으로 인도네요?

그러게(웃음). 이게 왜 그럴까. 한국이 92.4%인데 인도가 3.3%네요. 지속 시청 시간은 심지어 인도가 한국보다도 높네요. 신선합니다.

인도 시청자가 많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요가 관련 콘텐츠 때문인 것 같아요사실 제가 요가를 너무 좋아해서, 관련 이미지를 담아오려고 네팔에 직접 다녀온 적이 있어요. 작년에는 요가 지도 자격증도 땄고요. 이런 인연들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이 드네요.

지난 2월에는 명상 콘텐츠 ‘행선’을 공개하기도 했죠.

‘행선’은 불교에서 하는 명상 방법 중 하나예요. 쉽게 말하자면 ‘걸으면서 하는 명상’입니다. 실제 절에서 그 모습을 촬영하고 싱잉볼 사운드를 입혀서 완성했죠. 그렇게 기분을 좀 편하게 해주는 영상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물론 “도대체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같은 댓글을 보면 아직 의도가 정확하게 전달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하지만 앞으로 음악이 나오고 또 다른 영상들이 올라가다 보면 언젠가 제 의도가 전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앞으로도 ‘행선’과 같은 비슷한 영상들도 많이 올라올까요?

저는 평소에 제가 필요한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서 올리고 실제로 사용하거든요. 재생 목록을 보시면 모닥불, 계곡 풍경, 파도치는 바다 등 대부분이 자연 속 모습들인데, 이건 모두 제 일상에 자주 필요한 영상들이에요. 깊은 숙면을 위해서 자기 전에 틀거나, 일상에서 차분함이 필요할 때 바로 접속이 가능하죠. 그런 맥락에서 ‘행선’ 같은 콘텐츠는 앞으로도 종종 올라갈 것 같아요. 일단은 제가 즐기기 위해서요.

제이통이라는 사람은 늘 에너지가 넘치고 긍정적인 사람 같아요.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혹은 개인적인 이유로 우울한 시기도 있을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감정을 추스르는지도 궁금해요.

자연을 이용하죠. 무조건 자연에 가면 치료가 되기 때문에 자연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운동을 많이 해요. 오늘도 같이 바다에 들어가 봐서 알겠지만 자연 속에 있으면 스트레스 받을 틈이 없으니까요. 좋기만 하잖아요. 일시적인 불안이나 슬픔은 어찌 됐든 흘려보내야 되는 거고, 빨리 떨치면 떨칠수록 이득이니까요.

팬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오 직 진 진‘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본인 곡 중 가장 아끼는 곡이 있을까요?

하나만 고르자면 ‘널 잊을래’. 이유는 일단 제가 하모니카를 잘 불었으니까(웃음). ‘널 잊을래’가 부드러운 노래잖아요. 부드러우면서도 슬픈 노래인데. 저한테는 센 만큼 또 약한 모습도 있어요. 어느 부분에서는 딱딱한 사람인 만큼, 부드러운 사람이기도 하고요. 전 이런 양면적인 것들이 흥미롭거든요. 그간 제 노래들이 날것에 가까운 모습이었고 팬들도 그런 점을 좋아하지만 ‘사실 나 이런 모습도 있는데…’ 하는 걸 보여줬던 노래가 ‘널 잊을래’ 인 것 같아요.

올해 계획된 앨범 소식이 있다면 미리 귀띔 한 번 해주세요.

이번 여름에 새 앨범이 나와요. 제목과 콘셉트는 <원주민>. 저는 제가 부산의 원주민이라고 생각하고 원주민스럽게 살아가고 있거든요. 제 주변도 거의 다 원주민이고요(웃음). 그런 맥락에 맞는 네이티브한 사운드도 있고, 내용도 그런 일상들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EP고 5~6곡 정도 될 것 같아요. 계속 작업에 ‘접속’이 끊겼는데 이제는 진짜 나올 때가 된 것 같아요.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을 텐데 이번에는 마음먹고 앨범을 준비하게 된 이유가 있었나요?

왜 똥이 가득 차버리면 그냥 나오잖아요. 힘을 줄 수가 없잖아. 참을 수가 없고(웃음). 그 상태인 것 같아요. 그냥 틈틈이 작업은 해와서, ‘이제는 앨범을 내야겠다’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렇게 된 거예요.

미안’처럼 서정적인 분위기의 곡 혹은 어쿠스틱 기반의 ‘제이통과 통기타’로서의 곡들도 많이 포함될까요?

다 섞여 있어요. 록 사운드도 있고 서정적인 바이브의 곡도 있고, 그냥 웃기고 유쾌한 바이브도 있고요. 피처링은 일단 확정돼서 트랙까지 받은 건 노스페이스갓. 단체곡도 하나 있을 거 같은데 기대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꼭 같이 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요?

이문세. 이문세는 최고이기 때문에. 그리고 한대수 선배님. 기회가 된다면 꼭 같이 해보고 싶네요. 또 누가 있을까. 음, 아이유? 아이유는 하게 되면 듀엣 하고 싶네요. 신나는 곡보다 발라드 곡으로(웃음). 허허허. 달달하겠네. 공기가 좀 후끈해지네요. 래퍼 중에는 릴 체리. 릴 체리는 최고니까. 처음 등장할 때부터 좋아했거든요. 인간 비타민.

내친김에 ‘제이통 최애 한국 뮤지션’도 골라볼까요.

로다운 30의 윤병주 형님. 저를 처음 밴드 사운드라는 장르로 인도해 준 은인이시죠. 제가 생각하는 밴드 사운드의 이상을 알려줬고요. 그리고 한대수 선배님. 한국에서 제일 로우하죠.

힙합 뮤지션 중에는?

아까도 말했던 릴 체리. 가사를 정확히 알아들을 순 없지만 주파수가 전달이 되니까. 들을 때마다 재밌고 좋아요. 그리고 센스 형 최고지. 이센스는 대한민국에서 랩 제일 잘하니까. 비프리 형도 좋아해요. 제일 힙합 같아요. 그 삶을 보여줬으니까 정말로. 말 그대로 ‘FREE THE BEAST’니까요.

팬들은 제이통의 음악을 힙합과 록이 섞인 장르라고들 하는데, 본인 스스로는 어떤 장르의 음악이라고 생각하나요?

그건 정할 수가 없네요 제가. 솔직히 모르겠어요. 고정되어 있는 건 별로 같아요. 이거일 수도 있고 저거일 수도 있고 그거일 수도 있고.

솔방울 연구소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제가 그린 그림으로 상품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자연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잘 비집고 들어가서 상큼함을 주고 싶네요.

앞으로 제이통은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유쾌한 삼촌? 웃긴 아저씨? 보여주는 음악들이 늘 유쾌하지만은 안겠지만 제이통이라는 사람을 생각하면 슬쩍 웃음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하입비스트> 독자, 그리고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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