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문신 불법 국가, 한국도 타투 합법화가 이뤄질까?

타투 법제화를 둘러싼 이야기들.

미술 

타투 합법화 법률 제정을 둘러싸고 관련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5월, 타투유니온 지회장이자 타투이스트인 도이(김도윤)가 무면허 의료 행위 혐의로 1심 재판을 받으면서 업계에서 화두가 됐고, 6월에는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타투업법’을 대표 발의하고 타투업 합법화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타투 합법화 논의는 이번에 처음 시작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매 국회에서 문신 합법화와 관련된 법안이 발의돼 왔다. 타투업계도 꾸준히 양성화 요구를 이어왔으며, 의료계는 이에 팽팽하게 맞섰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타투는 점점 대중화됐고, 국민들의 인식은 과거와 많이 달라진 상황. 게다가 지난해엔 일본의 타투 합법 판결 소식이 전해지며, ‘세계 유일 타투 불법 국가’가 된 한국의 향방에 대한 논쟁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타투를 불법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실제로 다른 나라의 타투 관련법은 어떻게 제정돼 있으며, 합법화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무면허 의료 행위’

한국에서 현재 타투는 ‘무면허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 문신 시술은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의사 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만이 행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동법 제87조에 의거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1992년 대법원은 “의료 행위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 행위뿐만 아니라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작업자가 진피를 건드릴 위험성이 있고 문신용 침의 사용 방법에 따라 질병을 전염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비의료인의 문신 행위에 대한 불법 판결을 내렸다. 이후 관련 재판은 대부분 이 판례를 기본적으로 따르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다수의 타투이스트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타투업계는 과거에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일부에서는 그것을 헌법소원심판까지 가져가기도 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에 대해 의료계와 타투업계는 오랫동안 상반된 입장을 표명해왔다. 의료계는 문신 시술이 피부에 상처를 내는 ‘침습’ 의료 행위라는 이유로, 비의료인이 타투를 시술할 경우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신 시술은 바늘이나 침이 피부를 뚫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1차적인 피부 손상 외에도 국소적 감염에 해당하는 피부 농피증, 사마귀 등 피부 질환뿐 아니라 혈액을 통한 매독, 결핵, B형·C형 간염, 에이즈 감염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하지만 타투업계에서는 1992년 대법원 판결 당시와 지금은 일선 타투이스트 및 타투숍의 환경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며, 특히 위생상 위험성이 문제라면 산업을 양성화하는 것이 오히려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의 타투 관련 법령

실제로 해외에서는 문신 시술에 대한 별도의 법령이 마련돼 있고, 대부분 시술자를 의료인으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미국 FDA는 미용 목적 문신 시술에 사용되는 염료, 화장품, 색소 등을 규정하고, 주정부 및 지방정부에서 시술 행위 자체에 대한 감독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문신 행위를 관리한다. 타투 시술 자격은 의사로 제한되지 않지만, 일부 시술은 의사의 감독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하와이주에서는 안면 시술 시 의사 또는 의사의 감독하에 있는 문신 전문가에 한해 시술이 가능하다.

유럽연합은 2008년에 유럽 보건 분야 장관회의에서 영구 화장 및 문신의 안전성 관련 결의를 채택했다. 영국에서는 의학적 사유로 의료인에 의해 혹은 의료인 감독 아래 행하는 시술이 아닌 경우 청소년에게 문신을 시술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이다. 또한 문신 시술을 위해서 별도 자격을 갖출 필요는 없지만, 필수적으로 문신시술업 등록을 해야 한다. 작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공구 및 약품의 유지와 관리에 관한 규정도 있다. 규정에는 사용자의 시술 도구, 작업 관련 의무 사항과 건강 및 안전에 관한 교육 의무도 포함되어 있다. 프랑스는 공중위생법에 따라 문신 시술업을 시작하거나 중단할 때 해당 지역 보건 담당관에게 신고를 해야 하고, 시술자에게는 관련 안전 규정 준수 의무가 부과된다.

일본의 타투 합법 판결

해외 타투 관련 법제와 관련해 최근 한국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2020년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이다. 일본은 최근까지 한국과 마찬가지로 문신 시술 행위가 불법 의료 행위로 판단됐지만, 최근 우리나라 대법원에 해당하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처음으로 타투를 의료 행위가 아닌 예술 행위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2018년 11월 오사카 고등재판소에서는 의사 면허 없이 3명에게 타투를 시술한 혐의로 기소된 타투이스트에게 의사법 위반 혐의를 인정한 1심을 뒤집는 무죄 판결을 내렸고, 2020년 9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타투 시술이 의료법상 무죄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재판소는 판결문에서 “타투는 의료와 달리 예술적 기술이 필요하며, 이는 오직 의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일본에서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사실상 비범죄화됐다.

하지만 <문신시술의 비범죄화에 대한 연구>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의료 관련법이 동일하지 않은 만큼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 기준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 행위로 보는 시술은 일본 의사법의 무면허 의업의 범위보다 더 넓다. 즉, 일본에서 합법인 의료 행위가 한국에서도 모두 합법은 아닌 만큼, 비의료인 타투 시술의 위법성에 관해서도 국내의 법 기준과 해석을 통해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 일본 최고재판소의 해석론을 토대로 한국 의료법에서 문신 시술이 의료 행위가 아니라고 논증하는 것은 법체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문신 시술에 대한 합법화가 이루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국내 여론 및 합법화 운동 전개에는 충분히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중들의 타투 인식 변화

실제로 대중들 사이의 타투 관련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소비자문제연구>의 ‘미용서비스와 의료 행위의 경계에 관한 고찰’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의 문신 행위에 대한 인식은 일관되게 변화했다. 2014년과 2018년 사이의 설문 결과를 비교하면, ‘문신에 대한 인식은 과거보다 많이 관대해졌다’ 항목이 기존 68.8%에서 70.9%로 높아졌으며, ‘문신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항목은 47.5%에서 65.2%로 증가해 타투 대중화에 대한 국민들의 일반 인식을 보여준다. 그 밖에 ‘문신을 한 사람은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 사람 같다’ 등 긍정 인식에 대한 응답이 17.5%에서 27.5%로 증가하고, ‘문신을 한 사람을 보면 무섭다’ 등 부정 인식에 대한 응답이 28.4%에서 23.8%로 떨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의 인식 변화가 관찰된다.

2021년 6월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타투업 법제화에 대한 여론도 긍정 응답이 더 높다. 한국 성인 1천2 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해당 조사에서 타투업 법제화에 대한 의견은 찬성 51, 반대 40으로 종합적으로 찬성 응답이 더 많았으며, 특히 남성 18~29세, 여성 18~29세, 여성 30대에서는 각각 76:17, 87:9, 76:20이라는 압도적인 찬성율을 보였다. TV 출연자의 타투를 가려야 할지 묻는 질문에도 남녀 모두 ‘가릴 필요 없다’는 응답이 더 높았고, 연령대가 낮을수록 해당 의견의 비율이 더 높았다. 반영구 화장 문신에 대해서는 남성 10%, 여성 45%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그 외 신체 타투 경험은 남녀 각각 5%, 6%였지만, 특히 여성 18~29세 및 여성 30대가 각각 16%, 12%로 높게 나타났다. 현 시점 타투 합법화 요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는 이러한 타투의 대중화와 여론이 반영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제도화를 위한 흐름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국내 타투 산업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타투이스트 숫자는 약 2만 명으로 추정되며, 시장 규모는 미용 문신을 포함해 1조2천억 원 규모에 이른다. 계속해 30년 전의 사법 판단에 기대기보다는 시장 현실과 대중 여론 및 부작용에 대한 고려를 종합적으로 논의해 제도적 재정비를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난해 부산 고등법원은 타투 시술로 재판에 선 타투이스트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도 시술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의료인에 의해 그러한 위험성이 직접 관리될 필요가 없다면 (의료 행위 범위에서 타투를)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과거 보건복지부도 “비의료인에 의한 문신 시술은 무면허 의료 행위”라는 대법원 판결을 인정하면서도, “의료 행위의 개념은 의학적 발달과 사회의 발전 등에 수반해 변화될 수 있는 것으로 사회 통념에 비춰 판단되어야 할 것”이라는 여지를 남겼다. 제17대 국회에서 공중위생관리법에 문신업 관련 규정을 추가하는 형태로 등장한 ‘문신사법’이 그 이름과 상세 내용을 바꿔가며 18, 19, 20대 국회에 연달아 발의되고, 이번 제21대 국회에서 또다시 발의된 것 또한 법제화에 대한 요구가 이어져온 증거다.

‘문신사법’이 해결책 될까?

문신사법의 내용은 그 도입 목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법안은 문신 시술을 위한 필수 교육 및 자격 부여 과정을 통해 시술자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현장 감독을 강화해 위험 가능성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한다. 법안에는 ‘문신사의 자격·면허 등에 관한 사항과 문신업소의 위생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소정의 자격을 갖추어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사람을 문신사로 지정’하며, ‘문신사가 아니면 문신 행위 및 명칭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문신사의 업무 범위와 의무, 책임, 제재 등을 규정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규정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일본 최고재판소도 문신 시술 행위 자체는 의료 행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도, 문신 시술의 위험성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고 및 부작용 등 위험 사항은 의사가 의료 행위를 독점적으로 수행해야 할 영역이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 문신사의 시술 행위 그리고 시술 후의 의료적 위험 관리를 이원화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범위를 명확히 할 법령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단속 및 처벌을 포함한 철저한 관리와 후속 조치가 보장되어야 비로소 법안 도입의 실질적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그 때문에 이러한 제도적 관리에 부담을 느끼는 타투이스트들도 없지 않다.

이처럼 타투 법제화와 관련해서는 타투업계는 물론 법조계, 의료계, 정치계 등 각 집단 그리고 집단 내 개인마다 다양한 주장이 공존한다. ‘문신사법’은 그 해결책으로 논의되는 구체적 방안 중 하나. 과연 해당 법안이 현실 상황을 반영하면서도 시술자와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열쇠가 될 수 있을지, 각계의 협조와 국민들의 공감대는 어떤 방향을 향할지, ‘마지막 문신 불법 국가’의 다음 스텝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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