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패션 아카이브 계정 4

유행은 돌고 도는 거니까.

패션 

패션의 중심이 브랜드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로 옮겨가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요즘이지만, 하우스의 유산은 여전히 유효하다. 발렌시아가의 아티스틱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는 2016년 가을, 겨울 컬렉션이자 자신의 하우스 데뷔 컬렉션에서 창립자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쿠튀르에서 영감을 얻은 아이템을 선보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구찌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아카이브에는 구찌만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아이템이 많다”라며 브랜드 유산에 대한 존중을 표했고, 실제로 1970년대 구찌 아카이브에서 모티브를 찾은 컬렉션을 자주 선보였다. 루이 비통버질 아블로 또한 2021년 봄, 여름 남성복 컬렉션에 불거진 표절 논란에 관하여 “컬렉션은 루이 비통의 DNA에서, 특히 2005년 루이 비통 남성복 런웨이 쇼에서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이 비통, 구찌, 발렌시아가 등 현 세대의 패션 마니아들이 사랑하는 하우스의 디렉터들은 5년 내에 공통적으로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에 BCG의 2019년 리포트에 따르면 중고 럭셔리 시장의 글로벌 판매량은 신상품 거래량보다 늘어났으며, 에스티는 Z세대의 빈티지 시장 거래액이 무려 16억 달러, 한화 약 1조8천3백만 원에 다다른다는 내용을 공유했다.

이렇듯이 패션 시장에서 빈티지 혹은 아카이브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아카이브’는 존재한다. 대표적으로는 존 갈리아노가 선보이던 디올의 오트 쿠틔르가 있으며, 하나의 브랜드이자 상품으로 자리 잡은 라프 시몬스의 과거 컬렉션이 해당된다. 앞서 언급된 브랜드와 함께 지금 주목할 만한 네 개의 인스타그램 아카이브 계정을 소개한다. 다른 브랜드의 아카이브 계정 또한 브랜드명 뒤에 ‘archive’를 붙이면 대부분 찾을 수 있다.

@diorinthe200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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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발언으로 2010년대 이후 명성이 많이 훼손된 존 갈리아노지만, 그가 1996년부터 2010년까지 전개하던 디올의 오트 쿠틔르와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은 말 그대로 ‘전설’로 평가받는다. 당시 여타 하우스와 비교하여 올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디올은 존 갈리아노를 디렉터로 영입한 이후로 동시대 가장 세련된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존 갈리아노는 선대 디자이너인 크리스찬 디올의 디자인에서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부각하는 동시에 컬러의 대비를 포인트로 활용했다. 그가 디자인한 존 갈리아노의 컬렉션이 깃든 화려함은 사진이 부각되는 인스타그램에서도 강렬하게 드러난다.

@raf_simons_archives


라프 시몬스는 질 샌더, 크리스찬 디올에서의 성공, 매출 부진으로 해임되었지만 ‘낡은 이미지를 바꾸는 데에는 성공했다’라는 평을 받는 캘빈클라인 시절 그리고 프라다 최초의 가문 외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가 된 후 선보인 감각적인 컬렉션까지, 그 어떤 디자이너보다도 화려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동시에 그는 1995년 데뷔 이후로 지금까지 영국의 유스 컬처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며 컬렉션에 꾸준히 젊은 이미지를 주입하고 있다. 이 밖에도 칸예 웨스트, 에이셉 라키와 같은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그의 과거 컬렉션을 꾸준히 착용했으며, 실제로 2001년 공개되었던 ‘라이엇 라이엇 라이엇’ 봄버 재킷은 수만 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된다. 이러한 배경에 힘입어 그의 아카이브는 하나의 브랜드로 취급되는 경우도 있다. 브랜드 출범 25주년을 기념하여 아카이브 아이템 1백 종으로 구성된 ‘아카이브 리덕스’ 컬렉션을 출시했을 정도다.

@helmut_lang_archives


브랜드 헬무트 랭은 여전히 컬렉션을 공개하고 있지만, 이름의 주인인 디자이너 헬무트 랭은 지난 2005년을 마지막으로 패션계에서 은퇴했다. 현역 시절 그는 여러 가지의 컬러 사용을 지양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고수했으며 이후에는 과감한 커팅으로 맨살을 드러내고, 이를 체인이나 버튼, 버클과 같은 메탈 액세서리로 채운 아이템들을 주로 선보였다. 이러한 디자인 철학은 추후 비닐로 만든 팬츠, 에어캡을 활용한 재킷 등의 독특한 아이템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헬무트 랭이 만든 헬무트 랭’은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여기에 헬무트 랭 브랜드가 그의 은퇴 이후 과거의 명성을 잃어버린 점 또한 아카이브 마니아들의 이목을 끌었다. 2020년 셀프릿지스가 헬무트 랭의 1991년부터 2005년까지의 아카이브 40개를 모아 판매한 것 또한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balenciaga_fi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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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는 최근 53년 만의 쿠튀르 컬렉션을 공개하며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 발렌시아가에는 ‘흑역사’로 치부되는 알렉산더 왕을 제외하고 세 명의 대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있다. 한 명은 창립자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이며, 한 명은 현재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뎀나 바잘리아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지금 LVMH에 소속되어 있는 니콜라 제스키에르이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는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장인이었으며,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그런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아카이브를 활용하며 ‘옷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동시에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네오프렌과 같은 신소재나 라이더 재킷, 레더 팬츠와 같은 젊은 시대의 유산을 브랜드의 적극 도입하며 발렌시아가에 젊은 이미지를 더했다. 뎀나 바잘리아의 추후 쿠틔르 컬렉션이 어떤 모습일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전임자들의 유산을 통해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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