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스마크, 그리고 비비의 ‘독주’

너는 어떤 길을 걷고 있어?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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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투명한 갈색빛을 띠는 액체가 담긴 유리병이 있다. 각기 다른 모양의 붉은 파라핀으로 봉인한 묵직한 바틀이다. 유리 전면에는 고전과 현대를 관통하며 하나의 클래식으로 자리 잡은 ‘Maker’s Mark’ 강렬한 로고가 자리를 지킨다. 병의 내부를 차지하는 아메리칸 위스키, 그 중에도 ‘버번위스키’ 고유의 고소하고 달콤한 향이 그윽하다. 부드러운 옥수수와 맥아, 밀의 향을 음미하며 한 모금 목으로 넘기면 입안에 바닐라 향이 서서히 번진다. 그 시작과 과정, 끝에는 모두 색다른 재미가 있다. 마치 당신이 뮤지션 비비를 발견하고, 그의 음악에 빠져들기 시작한 그 순간처럼 말이다.

Chapter 1. 조우

투명하고 깊은 눈동자 아래 찍은 두 개의 붉은 점이 매력적인 비비는 올해 봄, ‘인생은 나쁜X’이라는 제목의 EP 앨범을 냈다. ‘비비’로서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하기 전, ‘김형서’로서 그는 자신의 인생을 보냈다. “꽤 유별난 아이였어요.” 어릴 때부터 김형서는 글을 읽는 걸 좋아했다. 글로 표현한 공책 속 세상은 나만의 이야기를 가진다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그에게는 ‘음악’이 있었다. 사람들과 단절되어 있다고 생각한 김형서에게, 음악이란 내면의 무언가를 해소하는 창구였다.

처음 비비의 음악을 듣고, 곱씹어 내려갈 수 있는 가사와 기상천외하고 신선한 뮤직비디오를 접하고 나면, 사람들은 즉시 비비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과 다르다는 생각에 어색함을 느끼거나 주저하기도 한다. 메이커스마크의 붉은 파라핀 봉인을 해제하고, 첫 번째 한 잔을 마시는 경험도 이와 닮았다.

노을이 진 저녁, 어느 바에 앉아서 메이커스마크를 한 잔 주문하고, 친절한 바텐더의 설명과 함께 세심하게 깎아 만든 아이스 볼이 담긴 크리스털 잔에 마시는 온더록스 버번위스키를 상상해보자. 그 한 모금을 넘기면 왜 사람들이 메이커스마크에 ‘공감’을 표하는지 알 수 있다. 비비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그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비의 스타일과 취향과 이야기가 하나로 모여 점점 더 커다란 팬덤을 끌어낸다.

비비는 사람들에게 생각과 이야기를 음악으로 전한다. 남이 아니라, 내가 공감하는 음악을 만들면, 해소되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자기 안에 숨은 응어리가 날아가는 느낌은 일종의 카타르시스와 같다. 한 번 빠지게 되면, 계속 생각이 나고 찾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비비와 메이커스마크 사이에 있는 교집합처럼 말이다.

Chapter 2. 교감

비비가 가장 즐기는 술은 위스키라고 했다. “특유의 맛과 향을 좋아하거든요. 무언가 고독한 느낌을 좋아해요. 혼자 있을 때 마시기도 어울리죠.” 새로운 음악을 발매하고 새 작업을 선보이는 사이, 비비는 종종 메이커스마크와 자신의 닮은 점을 떠올리며 영감을 받는다. 비비는 누구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음악을 만들거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스스로 매력적이며 멋지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연구하며 사람들에게 결과물을 선보인다. 메이커스마크도 마찬가지다. 시대가 변하고 유행이 존재한다고 해서 장단을 맞추는 버번위스키가 아니다. 둘 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고집이 있다.

자신의 색을 확실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비비의 음악은 독특한 흡입력이 있다. 처음에는 터프한 것 같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부드럽게 섬세하다. 비비는 계속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이 대체 불가한 아티스트는 누가 봐도 ‘비비’임을 알 수 있는 명확한 시그니처가 된다. 비비가 무대에 오르거나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에서 톡 찍는 눈가의 붉은 점은 메이커스마크의 붉은 왁스와 이어진다. 어디서나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감을 주고, 때로는 반가운 친구와도 같다.

매력적인 음색과 생각을 담은 가사, 독특한 개성을 분출하는 뮤직비디오와 멜로디가 만나서 비비의 선명한 개성이 된다.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하여 몰입하고, 누군가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방식을 고수하며 작업을 이어간다. 하얀 캔버스를 붉게 물들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자신의 일면을 보여주는 비비처럼, 메이커스마크 또한 즐길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현재에 머물지 않고 언제나 다른 순간에 빠져든다.

Chapter 3. 크래프트맨십

직접 음악을 만들고, 결과물이 쌓이는 작업을 이어간다는 것은 뚝심 있는 ‘크래프트맨십(Craftsmanship)’과 연결되어 있다. 보통 크래프트맨십을 ‘장인정신’으로 의역하지만, ‘개인의 손재주 혹은 솜씨’라는 뜻에서 비비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남들 앞에 보이지 않는 노력과도 이어진다. 비비에게도 ‘크래프트맨십’이란 단어는 명료한 의미가 있다. 그는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말이다.

“그저 예술이라고 하면, 공중에 붕 떠 있고 허황된 것처럼 보이잖아요. 하지만 결국 듣거나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영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 자체는 손과 머리를 쓰지 않을 수 없어요. ‘장인’이라고 하면 투박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누구보다도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작업도 크래프트맨십의 정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장인정신’, 즉 크래프트맨십은 메이커스마크를 상징하는 단어와도 같다. 메이커스마크는 ‘핸드메이드 켄터리 스트레이트 버번위스키(Handmade Kentucky Straight Bourbon Whisky)’라는 데 커다란 자부심이 있다.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로 ‘수작업’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버번위스키의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되는 밀을 일일이 손으로 골라내고, 오크 나무 소재의 거대한 나무통인 배럴에 담은 버번이 다양한 온도에 적절히 노출되도록 수년에 걸쳐 일일이 손으로 회전한다. 메이커스마크의 상징과 다름없는 붉은 왁스 봉인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400도의 새빨간 왁스에 병의 입구를 손으로 담가서 만들어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리병 위의 오리지널 라벨은 1935년, 챈들러 앤 프라이스(Chandler & Price)사에서 나온 반 수동 프레스로 잘라내어 부착한다. 손으로 시작하여 손으로 끝나는 과정이 메이커스마크의 모든 제조 과정의 중심에 있다.

이처럼 무언가를 창작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의 머리와 손으로 이뤄지는 일이다. 한 곡의 음악을 만들 때, 새로운 작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비비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그의 화려한 면을 먼저 보지만, 음악 안에 들어 있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에 공감하고 지지를 보내며 점점 더 비비의 마력에 젖어 들게 된다. 지금 비비는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 모험을 떠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사람들의 입맛을 알기 위하여 찾아 떠나는 모험’이라면서 그는 웃었다.

Chapter 4. 비비의 ‘독주’

메이커스마크에는 특유의 고집이 있다. 남들을 배척하는 고집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진 제조 기법을 고수하며 프리미엄 버번위스키를 만드는 과정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일종의 ‘철학’이다. 자신만의 길을 홀로 걷는다는 관점에서 메이커스마크의 ‘독주(獨走)’와 비비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은 닮았다.

“신념 같은 단어로 저의 길을 규정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느끼는 감정들을 드러내는 것이 저에게 있어서 예술의 정의거든요.”

비비의 독주란 하나로 규정하지 않은 모든 것이다. 메이커스마크처럼 자신이 원하고 또 하고 싶은 걸 한다. 비비가 계속 음악을 만들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도 연결된다. 하나의 색이 다양한 갈래로 퍼져 나갈 때, 비비는 음악의 선명한 얼굴이 된다. 하지만 그는 하나의 이미지로 자신을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이 부여한 고정관념을 깨는 데서 재미를 느낀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요. 한 길을 가기에는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너무 많잖아요.”

처음 음악을 사운드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윤미래와 타이거 JK를 만나러 의정부로 떠나던 날의 감정을 비비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때 머릿속에 있던 음악가의 이미지란 연예인이라는 존재처럼 그저 예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 이후, 비비는 점점 더 음악을 잘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이 바뀌는 과정에 있다. “여성 뮤지션으로서 고정관념을 깨기보다는, ‘뮤지션’으로서의 고정관념을 깨는 사람이 되면 멋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고, 그에 맞추는 삶을 사는 것은 재미가 없다. 비비는 자신이 하나의 확률이 나오는 주사위 같다고 했다. “인생은 가끔 바보 같이 살아야 할 때가 와요. 지금이 저에게는 그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그에게 잘 되거나 안 되거나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비비의 독주는 생각보다 더 활짝 열려 있다. 그리고 묻는다. 자신에게, 또 사람들에게.

“너는 어떤 길을 걷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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