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리뷰: 마블의 진심 어린 작별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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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드디어 개봉했다. 이번 영화는 2018년 개봉한 첫 편 이후 약 4년 9개월 만에 선보이는 속편이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즈 4’를 마무리 짓는 작품. 개봉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 것은 일반 마블 스튜디오 영화들과 같은 화려한 액션과 CG 등의 ‘재미 요소’뿐만이 아니었다. 주인공의 사망이라는 비극적 상황을 맞은 마블 제작진과 팬들 그리고 작품 내 캐릭터들이 어떻게 그 상황을 극복해내고 ‘영원한 와칸다’를 그려나갈 것인가. 그것이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오랜 기간에 걸쳐 캐릭터와 유대감을 형성하게 하는 MCU 작품들의 특성상 팬들은 히어로 역할을 맡은 배우와 그 캐릭터를 동일시하게 된다. 그렇기에 2020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채드윅 보스만은 MCU 팬들에게는 ‘티찰라 왕’이자 ‘블랙 팬서’ 그 자체였다. 그는 <블랙 팬서>뿐만 아니라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부터 페이즈 3의 하이라이트였던 두 편의 <어벤져스> 그리고 <블랙 위도우>와 <미즈 마블>까지 MCU 내 여러 작품에서 블랙 팬서로서 큰 존재감을 보여줬다. 관객들이 새로운 ‘티찰라’에게 마음을 열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했고, 2020년에 이미 “블랙 팬서 역의 배우 교체는 없다”고 못박은 것을 보면 마블 스튜디오 또한 이러한 관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마블이 작별을 말하는 방법, 트찰라, 티찰라, 채드윅 보스만, 슈리, 아이언하트, 네이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현실의 팬들과 작품 속의 가족, 와칸다 국민들의 슬픔을 공감하는 데서 출발했다. 그래서 영화 초반부는 티찰라를 살려 내려는 슈리의 끈질긴 시도부터 전 국민이 함께한 장례식 장면까지 티찰라 왕의 서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상징적인 마블 스튜디오 로고 또한 생전 채드윅 보스만의 모습들로 채워졌다. 마블 스튜디오가 캐릭터 그리고 배우의 죽음에 대해 존중을 표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분명한 방법이다.

하지만 티찰라의 죽음은 어디까지나 영화의 끝이 아닌 시작이다. 그의 사망 직후부터 ‘만약 블랙 팬서가 없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상상할 수 있었던 모든 문제들이 와칸다를 덮쳐오기 시작한다. 비브라늄 자원을 공유할 것을 압박하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CIA를 비롯한 각국 첩보 기관에서 와칸다를 주시한다. 또한 블랙 팬서가 사망했다는 것은 와칸다를 지키는 ‘수호자’가 사라졌다는 의미가 되기에, 국상 중에도 비브라늄을 노리는 외세의 침략이 이어진다. 이처럼 산재한 문제들이 라몬다 여왕의 어깨를 짓누르지만, 슈리는 티찰라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나도 여전히 오빠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한다.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신규 캐릭터 ‘리리 윌리엄스’와 ‘네이머’의 존재는 그러한 슈리가 다시 바깥 세상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계기가 된다. ‘비브라늄 탐지기’를 만들어낸 19세 천재 MIT 학생 이야기는 과학 기술자인 슈리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고, 그 덕분에 슈리는 리리 윌리엄스 구출 작전에 합류한다. 리리 윌리엄스 ‘아이언하트’는 전투 중에 때때로 아이언맨을 떠올리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 작품에서는 탈로칸과의 대립 그리고 CIA의 개입 등을 불러오는 인물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마블이 작별을 말하는 방법, 트찰라, 티찰라, 채드윅 보스만, 슈리, 아이언하트, 네이머

네이머라는 강력한 존재는 슈리가 강제로 껍질을 깨고 나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네이머와 탈로칸이라는 신세력은 비브라늄이 와칸다에만 매장되어 있다는 기존 세계관 내 통념을 뒤엎으며 그 존재만으로 세계 정세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한다. 비브라늄 탐지선으로 해저 도시 탈로칸이 외부에 알려지게 될 위기에 처하자 네이머는 슈리에게 양국을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동맹을 제안하고, 와칸다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슈리와 리리 윌리엄스를 몰래 구출하자 와칸다에 공격을 감행한다. 이 과정에서 라몬다 여왕이 살해되고 와칸다는 커다란 국가적 혼란과 위기에 빠진다.

복수심과 상실감에 빠진 슈리는 ‘블랙 팬서’가 되어 다시 한번 탈로칸과의 전쟁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도 아이러니하게 네이머가 선물한 아이템이 사용된다. 블랙 팬서로 거듭난 슈리는 네이머의 약점을 노린 전략을 성공시키며 그를 죽일 찬스를 얻게 된다. 하지만 끝내 복수심을 억누르고 끊임없이 이어질 전쟁을 막기 위한 선택을 한다. 이는 아버지와 자국 국민들을 잃고도 비극의 반복을 막기 위해 복수를 포기한 선대 블랙 팬서 티찰라의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국가 수장의 종전 선언으로 전쟁은 마무리되지만, 이것이 완전한 평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네이머는 그 결정에 대해 “결국 와칸다는 국제 사회의 공격을 받고 우리와 손을 잡게 된다”며 추후 혼란스러운 정세를 이용할 계획을 드러냈고, 국제 사회 속에서 와칸다의 특수한 위치가 가져오는 위험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다. 여기까지 오면 이제 슈리도 관객들도 와칸다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와 제대로 작별을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마블이 작별을 말하는 방법, 트찰라, 티찰라, 채드윅 보스만, 슈리, 아이언하트, 네이머

영화의 마지막은 티찰라에 대한 ‘작별 인사’ 그리고 또 다른 티찰라에 대한 ‘소개 인사’로 이루어진다. 아이티에 있는 나키아를 찾아간 슈리는 1년 넘게 태우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던 상복을 불태운다. 생전 티찰라의 모습을 떠올리며 상복을 불태우는 장면은 그가 관객들과 함께 티찰라를 떠나보내는 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앞에 나타난 것은 나키아가 아이티에서 키우고 있던 티찰라의 숨겨진 아들. 그 이름은 다름 아닌 ‘티찰라’다. 아버지와 같은 이름의 ‘티찰라’를 등장시킴으로써 마블은 채드윅 보스만을 누군가로 대체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 이름에 영속성을 부여한다.

이처럼 정성 어린 과정을 통해 모두의 상실감과 그리움을 공유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아냈기에, 화면에 떠오르는 “우리의 친구 채드윅 보스만에게 바칩니다”라는 한마디는 단순한 수사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알려진 대로 별도의 쿠키 영상은 없지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블랙 팬서는 다시 돌아온다”라는 한 줄 또한 힘 있는 각오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마치 그 두 줄에 다다르기 위한 과정에 불과한 것이라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가 제작진들에게 없었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 과정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그것을 한 편의 영화로서 훌륭하게 완성시킨 것은 의미가 있다. 이 영화는 마블 스튜디오가 채드윅 보스만에게, 그리고 선대 블랙 팬서 티찰라에게 보내는 뜨거운 작별 인사이자, 그가 남긴 와칸다의 미래를 지켜 나가겠다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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