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 '서브마리너' 대신 살만한 럭셔리 다이버 워치 6

“덜 흔한 걸 원하지만, 솔직히 누가 알아봐주길 바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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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 서브마리너는 고가 시계계의 절대 강자다. 단순히 인기 모델을 넘어 시계계의 기축통화 수준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롤렉스 서브마리너를 팔면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말이 있고, 실제로도 그럴 것 같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의외로 고가 시계계에 돈이 몰렸다. 우선 스위스에 코로나19 감염자가 대거 발생하며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거기 더해 코로나19 창궐 초기에 각국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풀며 그 돈 일부가 사치품 업계로 흘러들었다. 롤렉스의 주요 시계들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시계가 되었다.

세상은 넓고 시계는 많다. 롤렉스 서브마리너는 물론 좋은 시계지만 다른 좋은 시계도 많다. 가상화폐에 비트코인만 있는 게 아니듯 고가 시계계에도 서브마리너의 다양한 대안이 있다. 영 앤 와일드 <하입비스트> 독자들도 좋아하실지는 모르겠으나 시계 구경과 품평을 직업으로 해온 입장에서 이 정도의 대안을 생각해 보았다.

서브마리너보다 합리적인 걸 원할 때

튜더 펠라고스

다이버 시계로 서브마리너의 스펙은 평이한 수준이다. 롤렉스는 유재석처럼 잘 하는 것만 시도해서 아주 높은 완성도로 해내기 때문이다. 시, 분, 초만 보이는 ‘타임 온리’ 무브먼트(논데이트 기준), 300m 방수, 한 방향으로 돌아가는 베젤, 메탈 브레이슬릿. 이 정도 스펙을 가진 롤렉스 서브마리너가(논데이트 기준) 1천1백42만 원이다. 롤렉스의 만듦새는 늘 아주 훌륭하므로 만듦새를 봤을 때 이 값을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숫자만 놓고 보면 비싼 것도 사실이다.

그런 생각을 멈출 수 없다면 튜더 펠라고스가 대안이다. 튜더는 롤렉스의 자회사다. 롤렉스의 제조기술을 공유하되 무브먼트나 세공 세부 등 각종 디테일을 간략화했다. 그 결과가 펠라고스다. 롤렉스보다 반값 가까이 싼데 스펙이 압도적으로 좋다. 이 시계의 모든 스펙이 서브마리너를 압도한다. 방수 성능 500m, 헬륨 가스 배출 밸브 장착, 스틸보다 훨씬 가볍고 가공이 어려운 티타늄 브레이슬릿. 브레이슬릿 모델을 사면 정품 러버 밴드까지 준다. 이래도 6백8만 원. 서브마리너보다 40%쯤 싸다. 브랜드 이미지라는 허상 뒤의 제품 가치를 보는 눈이 있다면 고려할만하다. 가격은 6백8만 원.

서브마리너보다 강한 걸 원할 때

오메가 플래닛 오션 6000M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45.5mm

앞서 말했든 300m 방수는 평이하니 서브마리너보다 들어갈 수 있는 시계도 많다. 당장 롤렉스부터 1220m 방수가 되는 씨드웰러와 3900m 방수가 되는 딥씨를 만든다. 과연 이렇게 비싼 시계를 차고 깊은 물속에 들어갈 거냐는 질문 같은 건 하지 말자. 세상에 못 갈 곳이 없는 하드코어 오프로더 G바겐 같은 차를 모는 사람들도 매번 손 세차만 돌리면서 도산공원 근처만 맴도는 것이 현대 사회다.

그런데도 방수 성능을 고수하고 싶거나 업무상 정말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야 하는데 고급 시계는 차고 싶은 분들이라면 롤렉스보다 더 좋은 선택지가 있다. 오메가다. 오메가의 플래닛 오션 6000은 이름처럼 6000m 방수가 된다. 그런데도 가격은 1천5백80만 원. 롤렉스 서브마리너보다 조금 비싸고 롤렉스 딥씨보다는 저렴하다. 원래 가격대가 비슷하다는 전제에서 오메가는 늘 롤렉스보다 스펙이 좋다. 기능이든 세공이든. 그게 오메가의 매력이자 저력이자 안타까운 부분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오메가라서 충분한 칭찬을 못 받는 면이 있다. 가격은 1천5백80만 원.

서브마리너보다 덜 흔한 걸 원하지만 누가 알아봐주길 바랄 때

파네라이 루미노르 고로 44mm

사람의 마음은 미묘한 것이다. 롤렉스 서브마리너가 인기니까 ‘에, 난 모두가 아는 그저 그런 흔한 거 차기 싫어’같은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동시에 ‘그래도 내가 차고 있는 이 좋은 시계를 누군가 알아봐 주고 놀라워해줬으면 해’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모순, 내로남불, 뭐라 해도 어쩔 수 없다. 눈에 띄고 싶지 않지만 눈에 띄고 싶어하는 앞뒤 안 맞는 마음 역시 인간의 본능이다. 그 인간의 본능을 노리는 컬트 시계들도 각자의 매력으로 고객의 손목을 노린다. 대표적인 시계가 파네라이다.

파네라이의 루미노르 역시 사람들의 눈에 띌 요소가 많다. 특유의 쿠션형 케이스. 방수를 위한 크라운 가드. 파네라이 특유의 3, 6, 9, 12 폰트. 투박한 외모와 상반되는 고급스러운 마무리. 스트랩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분 따라 스트랩을 바꾸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아울러 파네라이는 롤렉스만큼이 아닐 뿐 이제 은근히 많이 알려져 있다. “에이 난 롤렉스 안 차”라고 하면서 은근히 자랑하기에도 좋다. 가격은 사양에 따라 서브마리너보다 싸기도 하고 비싸기도 하다. 가격은 7백39만 원.

서브마리너보다 더 유서 깊은 시계를 원할 때

블랑팡 피프티 패덤즈 노 래드

고가 시계는 비싸기 때문에 이 물건을 사도록 유도하는 이유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 기천만 원짜리 물건을 턱턱 사려면 스토리든 세공이든 기능이든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한다. 고가 시계가 브랜드 스토리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서브마리너 역시 이 시계를 둘러싼 다양한 신화와 전설들이 토성의 고리처럼 시계를 떠돌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서브마리너가 ‘장르 최초’는 아니다. 다이버 시계의 최초를 찾으려면 다른 시계를 찾아야 한다.

블랑팡 피프티 패덤즈는 1953년 처음 출시된 세계 최초의 근대적 다이버 손목시계다. 오늘날의 다이버 시계에서 사용하는 디테일이 이 시계에 이미 구현되어 있다. 물속에서도 잘 보일 만큼 큰 인덱스와 야광 처리, 잠수 시간에 오차가 가지 않도록 한 방향으로만 회전하는 베젤 등. 블랑팡은 고급 시계 브랜드로 포지셔닝 하므로 시계의 모든 디테일에 고가 귀금속 수준의 가공술이 들어가 있다. 덕분에 다이버 시계임에도 일단 차면 무척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대신 가격도 그만큼 오른다. 가격은 1천7백80만 원.

서브마리너보다 더 고급스러운 시계를 원할 때

글라슈테 오리지널 씨큐 파노라마 데이트

고가 손목시계의 매력은 내가 이 시계를 매일 차면서 무심코 한 번씩 쳐다볼 때 느낄 수 있다. 견고하고 정밀한 물건이 내 손목 위에서 물 흐르듯 움직인다는 안도감, 조금만 손목 각도를 바꿀 때마다 다른 각도에서 보이는 금속 가공의 마무리. 이런 순간을 즐기는 게 고급 시계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시계의 이름값보다 고급 시계의 디테일 자체를 즐기고 싶다면 독일 시계도 좋다. 독일의 고급 시계인 글라슈테 오리지널에서 멋진 다이버 시계를 만든다. 씨큐 파노라마 데이트다.

씨큐 파노라마 데이트는 시중의 고급 다이버 시계 중에서도 눈에 띄는 디테일을 가졌다. 인덱스부터 다르다. 보통 다이버 시계 숫자 인덱스는 프린트로 마무리한다. 반면 씨큐는 12, 2, 6, 8 등의 숫자 인덱스를 금속으로 만들어 붙였다. 금속을 깎아 붙이는 것과 다이얼에 프린트로 마무리하는 것 중 무엇이 더 고급일지는 자명하다. 초침의 세밀한 세공도 확실히 고급 시계다. 5시 방향의 파노라마 데이트도 다른 브랜드에서는 보기 힘든 디테일이다. 베젤과 크라운을 골드로 만든 것도 아주 고급스러운 발상이다. 가격은 2천20만 원으로 상당히 비싼데, 디테일을 뜯어보면 말이 된다. 가격은 2천20만 원.

서브마리너로는 감당 못할 모험을 떠날 때

브라이틀링 이머전시

서브마리너가 수심 300m 방수가 된다고 하지만 진짜 모험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를 일이다. 여행 중 급전이 필요해 바로 팔아야 하는 때라면 모를까, 조난 등 생명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면 서브마리너로는 안된다. 사실 고가 시계 무엇도 모험용 장비로는 부족하다. 모험 이미지는 결국 이미지일 뿐. 오늘날의 고가 손목시계를 진지한 모험용 장비라고 하긴 좀 머쓱하다. 그중 브라이틀링이 진지한 모험 장비가 될 만한 고가 시계를 만든다. 이름부터 ‘비상’인 이머전시다.

브라이틀링 이머전시는 고가 손목시계의 세공 품질을 가진 비상 장비라고 봐야 한다. 이 시계의 가치는 시계 아랫부분에 있는 이중 주파수 조난 신호 비콘이다. 위급 상황일 때 하단의 스위치를 당겨 안테나를 뽑는다. 안테나를 뽑으면 지상과 위성에 닿는 2가지 종류의 주파수를 48시간 동안 쏜다. 그 신호를 받은 전 세계의 누군가가 조난당한 지점으로 구조를 하러 간다. 수색 구조작업은 신호, 위치 추적, 구조라는 3단계로 구성된다. 브라이틀링 이머전시가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베어 그릴스가 이 시계를 찬다는데 PPL이라면 대단히 적합한 협찬이다. 가격은 2천2백13만 원.

롤렉스 서브마리너는 엄밀히 잠수시계 모양을 한 철제 귀금속이다. 서브마리너를 차고 수영을 하겠다는 건 못 모양의 까르띠에 저스트 엉 클루로 못을 박겠다는 발상과 비슷하다. 수영 정도의 방수성능은 첼리니를 제외한 모든 롤렉스의 기본사양이니, 서브마리너는 멋쟁이 아이템이라기보다는 현대 사회의 대체 자산이 되었다. 대체 자산 이야기를 거듭 말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결국 시계의 가격 방어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오랜 시계 애호가는 이런 상황을 한 마디로 정리했다. “재미 없죠.”

롤렉스는 좋은 물건임이 확실하다. 평생 고가 시계를 하나만 살 거라면 나는 늘 롤렉스를 권한다. 그러니 자산으로의 시계를 찾는다면 롤렉스 등 몇몇 시계만 보시면 되고, 대부분의 시계 애호라는 게 이 정도 수준에 머무른다. 여기서 조금 더 내 기호가 반영된 시계 애호 취미 생활을 할 생각이 있다면 오늘 소개한 다른 시계를 눈여겨봐도 좋겠다. 정말 물속에 들어갈 시계를 찾는다면 전문 다이빙 컴퓨터나 지샥 프로그맨 같은 걸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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