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 인터뷰: 여러분의 낭만은 오늘도 안녕하신지

‘낭만가객’이 여러분에게 건네는 안부.

음악 
4,809 Hypes

가수 최백호는 46년째 노래를 부른다. 데뷔곡 마음 곳을 잃어 시작으로 반세기 가까이 마이크를 잡아온 그는 한국대중음악사의 산증인이. 그리고 최백호의 디스코그래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1 일흔셋의 나이에 발표한 <찰나> 앞서 나왔던 어떤 앨범보다새롭다 평가를 받고 있다. 낭만에 대하여’, ‘영일만 친구’, ‘부산에 가면으로 이름을 알린 ‘낭만가객최백호는 후배 뮤지션들과 무엇을 노래하고자 했을까? 그는 앨범 소개글에 직접 이렇게 썼. “지나 보내온 그리고 앞으로 마주할 찰나의 순간들을 생각하며 동료 뮤지션들과 함께 노래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인다. “여러분의 낭만은 오늘도 안녕하신지 조십스럽게 물어봅니다.”

유독 바람이 차던 12, 최백호를 만나 당신이 그토록 노래하던 낭만은 여전히 안녕하신지 묻고 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가수 최백호입니다. 날이 찬데 귀한 자리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976 마음 곳을 잃어 발표한 이후 올해로 데뷔 46 차입니다. 쉽게 상상조차 되지 않는 시간인데, 반세기 가까이 한가지 일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을까요?

사실 저는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음악은 취미였죠. 한날은 제가 기타 치고 노래하는 알던 지인이 무대에 서보라고 권유했어요. 당시 부산에는 다방 같은 곳에서 작은 규모의 공연이 자주 있었거든요. 그렇게 우연히 노래를 시작하면서 노래하는 즐거움을 발견하게 됐죠. 제게어떻게든 음악으로 성공해야 한다하는 동기는 없었습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지치지 않고 꾸준히 즐겁게 노래할 있었습니다.

앞서 직접 소개하셨듯 ‘가수’ 최백호로서, 내가 노래를 계속해도 좋겠구나 싶었던 계기가 있었나요?

아무래도낭만에 대하여덕이 크죠. 지금까지 저를 먹고 살게 해준 노래니까요. ‘낭만에 대하여 제가 마흔을 훌쩍 넘기고서 곡입니다. 앨범을 내고서 10년도 더 지나 빛을 셈인데, 이런 느린 속도 때문이라고 할까요? 가수로서 지나온 길을 돌이켜볼수록조급해하지 않아도 되겠다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음악에 대한 호기심은 예나 지금이나 같아요.

11월에 나온 앨범 <찰나> 피처링 진으로도 화제를 모았어요. 참여한 아티스트 리스트를 보면서 어떻게 앨범을 구상하게 됐을까 궁금해지더라고요.

사실 제가 누구한테 먼저 부탁을 하거나 하는 성격은 못됩니다. 쑥스러워서(웃음). 수년째 함께 하고 있는 제작사 후배들이 나서서 구실을 마련해 줬죠. ‘바다 ’, ‘부산에 가면같은 곡은 젊은 사람들도 좋아하니, 후배들과 함께 앨범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고요.

지코부터, 콜드, 죠지, 타이거 JK, 정미조, 정승환까지. 하나의 공통점을 찾기에는 너무나 다채로운 조합인데, 이 여섯 아티스트와 함께 하고자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인생에는 여러 시기가 있죠. 저는 이미 시기 대부분을 지나보냈는데, 그때마다 들었던 소회를 음악으로 전할 있는 구성이길 바랐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직접 부탁하면, 후배들에게는 거절하기 힘든 부담이 같아 제작사 스태프들에게 누구와 함께 하면 좋겠느냐 제안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피처링진을 꾸리게 됐죠.

2~30대들이 갖고 있을 고민은 콜드, 4~50 때에 느꼈던 감정은 타이거 JK, 나이 일흔이 한참 넘어 문득 떠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정미조의 목소리를 빌려 노래했습니다. 젊은날의 꿈이 만개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죠지, ‘젊었을 했던 고민과 늙어서 하는 고민이 결국은 다르지 않구나하는 생각은 정승환 님과 함께 이야기해 보았고요.

지코는 유일하게 노래가 아닌 내레이션으로 이번 앨범에 참여했어요.

지코 군에게도 원래는 노래를 부탁하고자 했는데 일정상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지코 군이그럼 내레이션으로라도 참여할 있겠냐 먼저 제안해줬습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이번 앨범의 번째 수록곡인찰나의 순간입니다. 저는 2~30대에 많이 방황했었어요. 젊었을 때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방황의 시기 지나고 보면 찰나거든요. ‘그런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칠십셋 먹은 내가 있구나하는 마음을 젊은 최백호의 목소리로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야기를 지금의 제가 수는 없으니 지코 군의 목소리를 빌린거죠.

젊은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이 주는 소회도 남달랐을 같아요.

어려웠죠(웃음). 전에도 젊은 아티스트들과 작업한 경우가 있지만, 후배들이 템포에 맞춰줬지 제가 그분들의 템포에 맞춘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저마다 아티스트로서 명성이 있는데 내 따라가서 끼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분명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곡들을 만들어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찰나> 앨범 작업을 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죠지 군과 함께 ‘개화라는 곡을 작업할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개화 EDM 장르의 곡인데, 저는 처음 도전해 장르거든요. 처음에는 못한다고 했어요. 싫은 아니라 능력이 된다, 내가 따라갈 없는 호흡의 곡이라고. 녹음은 번에 걸쳐 했는데 어렵사리 완곡이 나오고나니 마음에 들더라고요. 나름 스스로 도전에 대한 열정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포기 하기를 했다 싶었습니다.

요즘 최백호는 지코, 개코 함께대한민국 3 ’로 불리고 있죠. 함께 힙합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는데, 인연은 어떻게 닿게 되었나요?

지코 덕분이었죠. 지코 군이 본인 유튜브 채널에서 ‘3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해서 처음 모이게 됐어요. 저는 ‘3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들었거든요(웃음). 그때 다들 떠들썩하고 즐거웠는데, 개코 군이 앨범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해줬습니다. 곡은 지코 군 쓰고요. 제가 마다할 이유가 없죠. 구체적으로 시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이야기 중입니다.

방탄소년단 뷔가힘들 많은 위로를 받은 으로바다 소개해 화제가 됐어요. 뒤로  분이서 따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나?

서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 먼저 감사하다고 연락하는 것도 적합지 않다고 생각해서(웃음). 저도 누가 이야기를 해줘서 알았어요. “BTS 노래를요?” 하면서 어리둥절했죠. ‘바다 수록된 앨범 <불혹> 사실 판매량이 좋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LP 팔렸더라고요. ‘BTS 힘이 대단하구나새삼 느꼈습니다. 감사하게도 <찰나> 나오고서는 RM 님이덧칠이라는 곡을 언급을 해줬는데 신기했죠. 이따금 만날 자리를 주선하겠다 분들이 계신데 글쎄요. 그분들이 만나면 재미가 있겠나요(웃음).

반대로 선생님께서 살면서 위로가 필요할 찾는 노래가 있다면요?

그럴 때는 노래 들어요. 마음이 힘들면 그림 그립니다. 노래할 때와는 다르게 붓을 잡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져요.

하나만 꼽긴 어렵겠지만, 선생님께서 특별히 좋아하는 본인 곡은 있을 것 같아요.

애비라는 곡을 아낍니다. 제가 비교적 딸을 늦은 나이에 봤는데, 딸이 7살쯤 됐을 문득아이가 어느 훌쩍 커서 품을 떠나면 마음은 어떨까 생각하면서 곡을 썼어요. 실제로 지금은 딸이 결혼하고 미국에 살고 있는데 보고 싶을 때마다 듣곤 합니다.

앞으로 협업해 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을까요?

질문에 대한 답은 당장 떠오르지가 않네요. 앞에도 말씀드렸듯이 제가 먼저 나서서나랑 하나 합시다!’ 할만한 성격이 되지 못해서(웃음). 하지만 역으로 누가 하자고 했을 때는 흔쾌히 수락합니다. 찾아오는 분들은 환영이죠.

혹자는 동갑내기 가수라는 이유로낭만 가객최백호와가왕조용필을 비교하곤 하더군요.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공교롭게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앨범을 냈는데 그중 하나가 제목이 같아요. ‘찰나 곡인데, 양쪽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제가 먼저 앨범을 내고 따로 연락이 와서 알았습니다. ‘공교롭게 제목이 겹친다, 괜찮냐했는데 저희는 당연히 괜찮다고 했죠. 조용필 씨는 그야말로 대가수죠. 나이를 떠나서 제가 비교될 없는 존재입니다. 번도 제가 라이벌이라고 생각한 뮤지션은 없어요. 요즘에는 원로 가수들이 설자리가 많이 없어졌는데, 두 앨범이 전환점이 돼서 우리 또래 그리고 50~60 가수들이 조명 받을 기회가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많은 팬들이 선생님의 노래를 듣고젊은 가수들의 기교로는 따라잡을 없는 깊이가 있다 이야기합니다. 역시 노래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시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나이 돼서 노래를 하면,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내가 품위 있게 행동하고 있는 걸까예요. ‘지금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들이 최백호라는 가수의 음악을 품위 있다고 느낄까걱정되고 긴장됩니다. 여전히 노래하는 것은 어려워요.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만화 <원피스> 열혈 팬이시라고 들었어요. 어떤 캐릭터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어디서 다들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평소에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 그런데 <원피스> 적이 없습니다(웃음). 만화책을 정말 많이 보긴 하죠.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나가노 마모루의 <파이브 스타 스토리>. 전집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도 번씩 생각날 책장에서 꺼내 읽습니다. 다들 만화는 보셔야 해요. <호랑이 형님>,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만화입니다.

개인전을 개최하실 만큼 평소 그림도 열심히 그리시죠. 주로 어떤 주제나 소재를 그리시나요?

나무를 많이 그립니다. 나무 보고 있으면 좋아요. 위로를 받기도 하고요. 요즘에는 다른 소재의 그림도 그려보고 싶어서, 선생님을 모시고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워볼까 싶어요. 여담이지만 최근에는 영화 시나리오에도 관심이 생겨 틈틈이 작업하고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의 차이가 있을까요?

긴장의 차이인 같아요. 노래하는 여전히 떨리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희한하게 긴장이 풀려요. 저는 그려지던 아니던, 매일 아침 작업실에 가서 두 시간씩 그림을 그립니다. 그러다 보면 노랫말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걸 메모해서 가사로 옮기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제게 있어 노래와 그림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아주 밀접한 일이기도 해요.

그간 나왔던 노래들의 제목만 모아도 하나의 가사처럼 보여요. 제목을 짓거나 가사를 쓰실 염두에 두는 점이 있다면요?

진솔하려고 노력하죠. 너무 있어 보이려고 하지 말아야 결국에는 오래오래 기억될 이야기가 나오는 같아요. 노래는 대부분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들입니다. ‘영일만 친구 부산에서 하숙하던 시절 만난 친구 이야기예요. 지금은 세상을 떠난 친구인데, 나중에 함께 알던 친구들끼리 소주 한잔하면서 나눴던 이야기를 가사로 옮겼어요. ‘청사포 제가 한번씩 바람 쐬러 가던 곳인데, 그곳에서의 좋았던 기억과 감정에 멜로디를 입혔습니다. 그래서 저는 거창하게 보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메모를 하려고 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최백호라는 이름이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세요?

품위 있는 아티스트였다정도면 좋지 않을까요? 저는노래를 잘했다’, 혹은그림을 그렸다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은 없습니다. 진솔하고, 품위 있게, 그리고 진지하게 노래와 그림을 대했던 사람으로 기억될 있다면 행복할 같네요.

더 보기

이전 글

양홍원 인터뷰: 너네 준비됐어?
음악

양홍원 인터뷰: 너네 준비됐어?

“너네 준비됐어.”

노아 디렉터 인터뷰: “우리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아니다”
패션 

노아 디렉터 인터뷰: “우리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아니다”

노아 시티하우스 오픈을 기념해 브랜든과 에스텔 베일리 바벤지엔이 서울을 찾았다.

태양 & 매드사키 인터뷰: “그간의 이야기를 가장 솔직 담백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미술 

태양 & 매드사키 인터뷰: “그간의 이야기를 가장 솔직 담백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태양의 가장 개인적인 앨범을 위해 탄생한 작품들.


호미들 인터뷰: 새 출발을 알린 죽마고우들
음악 

호미들 인터뷰: 새 출발을 알린 죽마고우들

“우리의 정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

슈프림, 노스페이스의 모회사 VF 코퍼레이션의 CEO가 회사를 떠난다
패션

슈프림, 노스페이스의 모회사 VF 코퍼레이션의 CEO가 회사를 떠난다

슈프림 한국 진출에도 영향이 있을까?

계속되는 ‘월드컵 대이변’, 크로아티아와 아르헨티나 4강 진출
스포츠

계속되는 ‘월드컵 대이변’, 크로아티아와 아르헨티나 4강 진출

모두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였다.

블랙핑크 x 오레오 협업 ‘블랙 & 핑크 쿠키’ 국내 출시는 언제?
음식 

블랙핑크 x 오레오 협업 ‘블랙 & 핑크 쿠키’ 국내 출시는 언제?

블랙핑크 인 유어 오레오.

‘2022 TGA’에서 공개된 ‘주목할 만한 신작 게임 예고편’ 10
게임

‘2022 TGA’에서 공개된 ‘주목할 만한 신작 게임 예고편’ 10

‘파이널 판타지 16’, ‘철권 8’ 등.

AMG의 최신형 레이싱카, ‘메르세데스-AMG GT2’ 공개
자동차

AMG의 최신형 레이싱카, ‘메르세데스-AMG GT2’ 공개

F1 자동차 부럽지 않은 디자인.


게임계의 오스카, ‘TGA’가 선정한 2022 올해의 게임은 ‘엘든 링’
게임

게임계의 오스카, ‘TGA’가 선정한 2022 올해의 게임은 ‘엘든 링’

최종 후보로 오른 여섯 작품은?

스니커와 닮은 꼴, 오프 화이트 ‘아웃 오브 오피스’ 뮬이 출시된다
신발

스니커와 닮은 꼴, 오프 화이트 ‘아웃 오브 오피스’ 뮬이 출시된다

따뜻한 재질.

기대작 ‘디아블로 4’의 출시일이 공식 발표됐다
게임

기대작 ‘디아블로 4’의 출시일이 공식 발표됐다

트레일러 영상과 함께.

2023년 ‘포뮬러 E’ 서울 개최 불발, 대신 열리는 곳은 어디?
자동차

2023년 ‘포뮬러 E’ 서울 개최 불발, 대신 열리는 곳은 어디?

새로운 4개 도시가 추가됐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감독, "평론가 테러 멈춰달라" 부탁한 이유는?
엔터테인먼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감독, "평론가 테러 멈춰달라" 부탁한 이유는?

“왜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라.”

More ▾
 
뉴스레터를 구독해 최신 뉴스를 놓치지 마세요

본 뉴스레터 구독 신청에 따라 자사의 개인정보수집 관련 이용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