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재 인터뷰: 쉬지 않는 래퍼의 쉼표 ‘comma’

우원재는 오늘도 진심을 노래한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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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재는 쉬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없던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 동안에도 그는 EP <comma>의 초석을 닦았다. 자신을 “병적으로 작업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렇게 완성된 앨범에는 <af>나 <BLACK OUT>과는 사뭇 다른 음악들이 담겨 있다. 그는 기타 중심의 트랙에 불안한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입에 담기 어려운 감정들을 독백처럼 풀어낸다. 음악을 관둘까 고민할 정도로 힘들었던 번아웃을 이겨낸 우원재는 자신의 디스코그래피에 하나의 쉼표를 찍고 다시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

<BLACK OUT> 이후 2년 만에 <comma>가 나왔어요. 어떤 앨범인가요?

모든 것에 의욕을 잃은 적이 있어요. 강제로 쉬는 시간이 찾아온 거죠. 그때의 생각과 감정을 담은 EP예요. 오랫동안 준비했던 1집 앨범 <BLACK OUT>을 내고 나서 만족스러운 평을 받았어요. 동시에 번아웃이 찾아왔죠. 1집을 만드는 데 모든 힘을 쏟아부은 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사람들과 교류가 사라진 점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많이 힘들었어요. 반복되는 하루 속 특별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없었죠. 진짜로 음악을 그만해야 하나 싶었어요.

그런데 저는 작업을 병적으로 꾸준히 하거든요. 당시에 힘들어도 그때그때의 생각이 담긴 가사를 많이 썼어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어느 정도 완화되고 나서 돌아보니 괜찮은 내용이 꽤 있더라고요. 그 이야기들을 <comma>로 묶었어요. 제목도 쉼표라는 뜻이죠.

우원재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은 고민이 깊어진 시기였네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든 안 하든 제 삶은 똑같을 줄 알았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한 일상을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강제성을 띠는 거랑 제가 집에 있고 싶어서 사람들을 안 만나는 거랑은 다르더라고요. 또, 그 시기에 가상현실, NFT, 비트코인 등 온라인에 기반을 둔 것들이 많아졌잖아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찾아오니까 별로더라고요. 인간과 인간이 서로 주고받는 영향이 크다는 걸 이번에 느꼈어요.

특히 어느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저는 디깅을 가장 좋아해요. 음악뿐만 아니라 옷, 가구 같은 분야에서도 무언가를 찾아낼 때 제일 행복해요. 그런데 살면서 처음으로 음악을 아무리 들어도 좋다는 느낌을 못 받았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에서 감흥을 못 느끼니까 살아있는 게 아니라 그냥 숨만 쉬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 ‘어떤 곡을 만든 것을 계기로 음악이 몇 배 더 재밌어졌다’는 말을 했어요. 번아웃을 이겨낸 그 곡이 ‘Me (나야)’ 아닐까 싶더라고요.

맞아요. ‘Me (나야)’의 가사를 40분 만에 쓰고, 녹음도 한 번에 하고 난 뒤 모든 게 나았어요. 죄를 솔직하게 고백하면 면죄부를 얻는 것처럼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사람들에게 말하는 곡이에요. 제 나체를 그대로 보여주고 나니 마음이 후련해졌어요.

곡 주제도 시장에 대한 비판이나 불만이 아니라, 여기는 이런 곳이고 나도 거기에 맞춰져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이야기하려 했어요. 미디어에서 보이는 제 모습이 진짜 저가 아니라는 것도, 가끔씩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고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애가 나야 / 니가 제일 싫어하던 내가 나야” 이런 식으로 ‘나야’를 계속 반복하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보든 그게 저라는 걸 나타낸 거예요.

MV에도 그 점이 반영된 거겠네요.

사람들 눈을 바라보며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MV를 보면 빛이 제 주위를 돌아갈 때 표정이 바뀌는데요. 똑같은 표정을 지어도 빛의 방향에 따라 표현되는 감정이 달라 보이는 걸 의도했어요. 제가 가만히 있더라도 사람에 따라 그들이 보는 제가 달라지는 게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래요’는 유튜브에서 먼저 공개된 곡인데요. 이번 앨범에 수록한 이유가 있나요?

항상 발매하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잘 안 맞았어요. 뜬금없이 노래 부르는 곡을 내기 좀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마침 이번 앨범이랑 너무 잘 어울렸어요. 저는 노래를 썩 잘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까 진심을 다해 불렀는데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서 용기가 생겼죠. 앞으로도 노래하는 곡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어요.

포크를 좋아하나요?

잘 알진 못하지만 좋아해요. 그래서 포크를 한 번 써보고 싶었어요. 김일두를 자주 들어요. 그리고 조민희라는 버스커가 있어요. 그 사람이 리처드 샌더슨의 ‘Reality’를 비 오는 신촌에서 부르는 영상을 본 뒤로 푹 빠져서 영상을 다 찾아봤어요. 들국화, 김광석도 자주 듣고요.

가사를 쓸 때는 어느 부분에 신경쓰나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보니 쉬운 말을 쓰려고 해요. 그렇다 보니 고려할 게 정말 많아요. 예를 들어 ‘미안해’라는 말은 엄청나게 뻔하지만, 앞에 어떤 내용들이 나오다가 ‘미안해’를 쓰면 또 달라지거든요. ‘CANADA’라는 곡에 “난 꼭 되길 바래 내가 원한 그 별이 / 난 꼭 안 그렇길 바래 붕 뜬 상태 미안해 / 내 친구들아 어때 미안해 또 미안해 / Oh I don’t wanna be you 잘못했어 미안해”라는 가사가 있어요. 여기서 ‘미안해’를 한 번만 썼으면 재미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반복적으로 미안하다고 하니까 재미가 생기는 거죠. 이렇듯 복잡 미묘한 부분에서 차이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플로우도 마찬가지예요. 평탄하게 가다가 한 번 꺾여야 터져요. 동시에 단어 선택이나 어순, 조사 등도 고민을 많이 해요.

메모를 자주 하잖아요. 가사에 도움이 되나요?

그럼요. 실제로 가사를 잘 쓰고 싶어서 이런저런 메모를 많이 해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데 랩, 힙합에서는 보기 어려운 단어가 분명 있거든요. 그런 말 중에 가사로 쓰면 좋겠다 싶은 단어들을 메모해요. 지금 제 메모장에는 저녁이 있는 삶, 뻐꾸기, 파란색, 치즈케이크, 한반도, 너무 늦진 않길 바라 같은 말이 적혀있어요.

혹시 가사를 손으로 쓰나요?

아니요(웃음). 핸드폰으로 써요. 대신 앨범 트랙리스트 정리, 일기처럼 다른 건 다 손으로 적어요. 집 인테리어 할 때도 디자인하듯이 손으로 그리고요. 그런데 가사는 수정을 정말 많이 하다 보니 손으로 못 쓰겠더라고요.

앞서 한 번 꺾여야 터진다는 말에서 ‘Mommy’가 생각났어요. 가사에서 한 여성을 연인처럼 묘사하다가 어머니로 ‘꺾는’ 거잖아요. 동시에 리듬은 영국 댄스 음악에서 가져왔고요.

창작자는 창의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과 중요도를 견줄 수 있는 건 노래가 좋아야 한다 정도고요. 어머니 얘기를 뻔하지 않게 하고 싶었어요. 슬픈 분위기에 어머니 얘기를 하는 곡은 다른 사람들이 많이 만들었잖아요. UK 리듬도 요즘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것은 드릴인데, 그 대신 다른 UK 리듬에 진심 어린 가사를 적은 곡을 만들려고 했어요.

‘래퍼’ 우원재가 가장 잘 보이는 곡이었어요.

힙합을 향한 열정과 피가 끓는 감정은 절대 못 버릴 것 같아요. 제가 여러 스타일의 음악을 많이 듣는데요. 그러다가 푸샤 티의 ‘Neck & Wrist’ 같은 곡을 들으면 피가 끓는 거예요. 켄드릭 라마 앨범 들을 때도 그랬고, 예전에 본 일리네어 레코즈 공연에서도 그랬어요. 그런 순간마다 제가 래퍼가 된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돼요. 다음 앨범을 준비 중인데 거기서 랩의 비중이 큰 음악을 할 것 같아요.

우원재가 생각하기에 <comma>는 힙합 앨범인가요?

저랑 항상 같이 곡을 만드는 프로듀서, 쿄와 이 얘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랩이나 힙합 요소가 강한 곡도 있었는데 일부러 다 뺐어요. 그렇다고 랩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거든요. 그래서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BLACK OUT>엔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담겨 있었죠. 반면 <comma>는 전체적으로 유사한 분위기가 유지되고요. 사운드의 관점에선 두 앨범에 어떤 차이를 두고 접근했나요?

음악에 있어 사운드는 거의 40%를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나머지 50%는 진심이 담겼느냐고, 나머지 10%가 다른 것들로 결정되는 것 같아요. <BLACK OUT>은 사운드를 잡을 때 일부러 소리 파일의 비트 뎁스를 8까지 낮췄어요. 옛날 노래처럼요. 지금 주로 사용하는 24비트의 소리를 8로 낮춰서 옛날 음악의 걸걸함을 표현하는 방식을 찾는 데까지 한 달 정도가 걸렸어요. 반대로 <comma>는 사운드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많이 비우고 여유 공간을 만들었어요. <BLACK OUT>이나 여타 힙합 앨범처럼 사운드가 꽉 차는 순간 앨범의 색을 잃는다고 생각했거든요.

믹싱 혹은 사운드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나요?

맨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 믹스 엔지니어링을 배웠어요. 랩이나 작곡은 굳이 배워야 하나 싶었는데 믹싱은 배워야겠더라고요. 어떤 원리로 컴프레서가 작동하는지, 믹싱이 어떤 과정을 통해 되는 건지 알아야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믹스 엔지니어링 학원에서 음악을 공부했고, 데뷔 이후로는 부스트놉의 작업실 방 한 켠을 빌렸어요. 거기서 사운드에 대해 1년 반 동안 배웠죠. 사운드는 수학적인 영역이라 모르면 설명할 수가 없어요. 예를 들어 믹싱이 끝난 트랙이 왔는데 뭔가 마음에 안 들면 이유를 알아야 수정 요청을 할 수 있잖아요. 저는 공부를 했기 때문에 자세하게 피드백을 할 수 있어요.

사운드와 함께 좋은 음악의 기준으로 진심을 언급했잖아요. 그 점이 흥미로워요.

한국 노래 중 신파라고 불리는 곡들을 듣다가 감동받는 경우가 있어요. 거기에서 느껴지는 진심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운드가 어떻고, 보컬 톤이 어떻고 이런 것들은 그다음 문제예요. 어떨 때는 진심이 느껴지면 다 상관 없더라고요.

사람들이 우원재의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는다고 말하는 이유도 그 진심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저도 정말 궁금해요. 저는 제 얘기를 하는 거지, 그렇게 따뜻한 가사를 쓰지는 않거든요. 일부 쓰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가사가 훨씬 많아요. 그런데 제 앨범을 듣고 위로를 받았다는 반응이 많아서 신기해요. 여러 명에게 이유를 물어봤는데 ‘이상하게 네 얘기는 내 얘기 같이 들려’라는 답변을 받았어요.

우원재가 처음 등장했던 때와 <BLACK OUT> 발매 시점 그리고 지금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지금도 어리지만, 처음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정말 어렸어요. 너무 불안한 상태였죠. 감사하게도 갑작스럽게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제 성격상 인정받고 싶었고 남 눈치를 많이 봤어요. 동시에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뭘 하고 싶은 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였다 보니 불안의 연속이었죠. <BLACK OUT> 때는 그 시기를 지나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았어요. <comma> 때는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 상태에서 편안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고요. 욕심 없이 여유롭게, 솔직하게 제 감정들을 썼던 일기장을 공개했어요. 점점 저다워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앨범과 함께 쇼트 필름을 공개했죠. 처음 시도하는 거였는데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나요?

저에게도 도전이었어요. 감독님에게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고요.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제는 음악 하나만으로 사람들에게 의도하는 바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comma>는 대표하는 트랙을 꼽을 수 없는 앨범이라 생각했어요. 쇼트 필름에 노래 전체가 담긴 이유에요.

앨범을 낼 때마다 머천다이즈를 함께 출시하잖아요. 이유가 있나요?

욕심이죠. 제가 가지고 싶은 것을 머천다이즈로 만드는 거예요. <BLACK OUT> 머천다이즈로는 제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자 했어요. 이를 위해서 혜인서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도움이 필요했고요. 제가 평소 까탈스럽다 보니 좋은 브랜드와 협업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세이투셰와 가구를 만들었군요.

제가 가구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집에 있는 소파도 제가 만든 거예요. 이번 EP 머천다이즈로는 러그와 스툴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표현하려면 전문가가 필요했고요.

다음 앨범에서도 머천다이즈를 만들 예정인가요? 비니라든지(웃음).

비니는 협업이 아니라 혼자서 만들고 싶어요(웃음). 다음 앨범 머천다이즈도 이미 정해놨어요. 말할 수는 없지만 기대해 주세요. 제가 가지고 싶은 게 있거든요.

사인을 할 때 ‘우원재 올림’이라고 쓰는 게 인상 깊었어요. 겸손한 사람이구나 싶었죠.

제가 뭐라고 거들먹거리겠어요. 저는 모두를 한 명의 사람으로서 대하려고 해요. 때때로 잘 안되지만요. 사인할 때도 대부분 ‘올림’이라는 말을 적어요. 감사하니까요. 반대 상황에서도 똑같아요. 예전에 에이셉 퍼그를 만났는데 제가 에이셉 몹의 광팬이다 보니 솔직히 떨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니까 그냥 귀여운 형이랑 얘기하는 기분이더라고요.

겸손과 여유가 동시에 느껴지는 대답이네요.

아까 처음 데뷔했을 때랑 <BLACK OUT>, <comma>의 차이에 대해 얘기했잖아요. 가장 큰 변화는 음악을 대하는 태도인 것 같아요. 제가 하면 다 제 거라는 마음가짐이 생겼어요. 평단의 평가에 별로 개의치 않아요. 저를 많이 믿게 됐어요. 랩도 악써서 하기 보다는 좀 더 여유롭게 할 수 있고요. 예전에는 음악이 정말 태산같이 보였는데, 지금은 작업실에 넣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느껴져요.

우원재의 다음 계획은 뭐예요?

<comma>보다는 <BLACK OUT>에 더 가까운 정규 2집을 만들고 있고요. 그 사이 싱글이 나올 거 같아요. 코드 쿤스트와 함께 만드는 합작 앨범도 준비 중이고요. 말립이 비트를 만들고 저는 랩을 하는 프로젝트 같은 것도 하고 있어요. 그날그날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하다 보니 어떤 게 먼저 나올지는 모르겠네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앞으로 굉장히 다양한 음악이 나올 거예요.

우원재의 꿈은 뭔가요?

대안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지금의 교육 과정을 비판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사람은 다 다른데 교육 과정은 하나잖아요. 그와 맞지 않는 친구들도 교육 과정이 정답인 것처럼 알고 어른이 된단 말이에요. 그렇게 스무 살이 되면 하루아침에 자유를 얻고 책임이라는 큰 짐을 지게 돼요. 도대체 뭘 해야 하나 잘 모르는 상황에 놓이는 거죠.

저도 그런 아이였기 때문에 제2의 우원재가 없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저한테도 아직까지 남한테 칭찬받고 싶어 하는 성향이 남아있거든요. 공부를 잘하면 주변 어른들이 칭찬해 주니까 그걸 계속 받고 싶은 거예요. 칭찬을 들어야 행복한 사람이 되어버린 거죠. 제가 만든 대안학교에서는 살고 싶은 대로 살고, 행복하면 된다는 것을 가르치고 싶어요. 너무 먼 꿈이죠. 저는 누군가를 가르친 경험도 없고 나이도 어리니까요. 그렇지만 그 생각만 하면 정말 설레요.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조차 안 돼요.

동시에 떠오르는 선생님이 한 분 있어요. 고등학교 때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에 스케이트보드를 싣고 등교를 하시던 분인데요. 그 선생님은 수능 봐야 하는 학생들에게도 자신은 수능 영어를 가르치지 않는다면서 운동장에 나가 꽃을 영어로 뭐라 하는지, 일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영어를 사용하는지 같은 것들을 알려주셨어요. 수업 시간에 <테드> 영상 보며 영어 표현을 가르쳐주기도 했고요. 점심시간에 혼자 스케이트보드 타다가 넘어지던 모습도 기억이 나요. 이제야 그 선생님이 뭘 하고 싶으셨는지 알 거 같아요. 너답게 살라는 말을 자주 하셨는데 그 말이 이제야 조금 이해돼요. 그게 진짜 배움이 아니었을까 많이 생각했어요. 그런 걸 가르치는 대안학교를 만들고 싶은 거 같아요. 정말 한 몇십년 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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