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VERS: 리안 & 2022 BMW 420i
라치카의 시그니처 컬러, 핑크를 뒤덮은 ‘리리카’의 정체는?
‘DRIVERS’는 <하입비스트>와 함께하는 영향력 있는 인물들과 자동차에 품은 이들의 열정에 대해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의 질문은 간단합니다. ‘당신에게 자동차 문화는 어떤 존재이며, 당신은 왜 이 문화에 열정을 품게 되었는가?’ 우리는 여러 분야에 속한 자동차 마니아들을 만나 그들이 소유한 특별한 차들을 조명합니다. 그리고 자동차 문화를 어떻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건넵니다.
2021년 전례 없이 큰 화제를 모았던 댄싱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무패 댄서’로 주목받은 이가 있다. 바로 라치카의 리안이다. 리안은 에스파, 청하, 보아, 트와이스 등 뮤지션들의 수많은 안무를 구상하며 댄서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다. 동시에 무대 밖에서 그는 한창 ‘운전하는 재미’를 깨닫고 있는 늦깎이 드라이버이기도 하다. 최근 리안은 핑크빛으로 물든 새차를 SNS에 공개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BMW의 대표 스포츠 쿠페, 4 시리즈다.
BMW 4 시리즈는 지난 2013년부터 출시되어온 모델로 같은 앰블럼을 단 3 시리즈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3 시리즈와 섀시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4 시리즈는 탄탄한 밸런스와 주행성능으로 출시 이후 많은 호평을 받아왔지만, 지난 2020년 세대교체를 거치면서 크게 호불호가 갈린 디자인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일명 ‘호랑이 코’라고 불리는 BMW 키드니 그릴이 독특하게도 세로로 길어졌기 때문. 일각에서는 ‘돼지 코’, ‘뉴트리아 그릴’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4 시리즈는 날이 갈수록 자동차 시장에서 그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내고 있다.
리안은 스스로 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가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도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을 입이 닳도록 강조해온 BMW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독 무채색 컬러가 인기가 많은 한국 도로 위에서 핑크색으로 뒤덮인 차를 모는 것은 어떤 경험일까? <하입비스트>는 리안과 그의 새로운 차 420i를 만나 춤과 음악이 아닌, 자동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먼저 오늘 타고 오신 차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BMW에서 나온 2022년식 420i입니다.
구매는 언제 하게 되셨나요?
작년 12월 17일에 출고 받았어요. 전에 타고 있던 차가 생명이 다해간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웃음). 원래는 미니, 그중에서도 컨트리맨을 사고 싶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기왕 새차로 바꿀 거면 좀 더 좋은 차로 바꿔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런저런 차들을 리스트에 두고 고민해 보다가 큰맘 먹고 420i을 구입했어요.
사실 판매량만 놓고 보면 BMW의 최고 인기 모델은 3, 5 시리즈인인데, 하필 4 시리즈를 구입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3이랑 5 시리즈도 물론 알아봤죠. 그런데 제 눈에는 두 모델이 조금은 흔한 디자인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독특한 비주얼의 차를 사고 싶었거든요. 이번 세대 교체를 거치면서 4 시리즈의 키드니 그릴이 굉장히 독특하게 바뀌었잖아요.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어요. 전체적인 실루엣도 마음에 들었고요.
색상이 참 특별해요. 외관 전체에 핑크 컬러를 두르는 게 보통 일은 아닌데 어떻게 결심하게 됐나요?
미니를 구입해볼까 고민하던 시기에, 막연하게나마 ‘우직한 체형의 차에 무광 핑크색을 입히면 정말 예쁘겠다’ 생각했어요. 그러다 4 시리즈를 사기로 결정했는데, 같은 색깔을 이 차에다 입혀도 예쁘겠다 싶더라고요. 원래는 흰색 차인데 출고 받기 전 랩핑을 둘러서 처음부터 핑크색으로 타고 있습니다.
하필 핑크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별다른 이유는 없어요. 평소에 제가 핑크를 워낙 좋아해서(웃음). 사실 무광 핑크랑 크롬 레드, 두 가지를 생각했어요. 그런데 크롬 컬러는 도로에서 주행할 때 다른 주행자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무광에 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핑크 컬러로 선택하게 됐습니다.
혹시 이전에 타시던 차 색깔이 궁금해요.
빨간색이었어요(웃음).
핑크는 소속팀인 라치카의 시그니처 컬러이기도 하죠. 차를 구매하고 난 뒤 주변 반응도 궁금해요.
가비는 ‘이런 차를 살 거다’ 이야기할 때부터 예쁠 것 같다고 해줬어요. 다른 팀원들은 “예쁘다”, “관종차다”, “너 같다” 같은 말을 많이 했고요. 평소에 제 옷을 고를 때도 무난한 것보다는 화려하고 튀는 걸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너 같다’라는 말을 했던 것 같아요. 기분 좋았죠.
이전에는 어떤 차를 탔는지도 궁금해요.
르노의 소형 SUV, QM3를 탔어요. 운전 면허를 2019년 11월에 합격했고 면허증 나오자마자 바로 구매했어요. 2015년식 모델을 중고로 샀는데, 이 차도 색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어요.
면허를 조금은 늦게 따신 편이시네요?
맞아요. 운전하는 게 무섭더라고요. 걸어 다니는 생활도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고요. 그러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드니까 걸어 다니는 게 힘들다고 느껴지는 시점이 오더라고요(웃음). 저는 차가 필요해서 면허를 딴 케이스죠.
시험을 한 번에 잘 붙으셨나요?
아니요. 저 3개월이나 걸렸어요, 하하. 기능 시험에서 많이 떨어졌는데 ‘코너 돌기’랑 ‘T자 주차’ 그렇게 어렵더라고요.
4시리즈는 스포츠 세단으로 유명한 모델이죠. 평소 운전 습관은 어떤 편이신가요?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차가 많은 도심에서는 유난히 앞차 간격을 많이 띄워서 다니는 편이에요. 워낙 겁이 많아서. 대신 차가 없는 고속도로에서는 속도를 내는 편이에요. 바로 전에 타던 차에 비하면 확실히 페달 밟을 맛이 나죠.
앞서 타던 차와 비교했을 때 420i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뭔가요?
‘안전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요철을 지날 때 덜컹거리는 것도 덜하고, 소음도 훨씬 작거든요. 그러다 보니 혼자만의 공간이라는 느낌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차를 처음 샀을 때 저는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거든요. 움직이는 방을 하나 갖게 된 것 같았거든요.
물론 디자인 예쁘면 좋죠. 하지만 무엇보다 차에 올라탔을 때 안전하다고 느껴져야 비로소 다른 것들에도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차를 구매하고 나서 가장 기분이 ‘좋다’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면요?
드라이브할 때 제일 좋죠. 스포츠 모드로 돌려놓고 RPM을 올리면 소리부터 달라지는데, 무섭기도 하지만 막상 달리면 너무 좋아요. 평소에는 매니저님이 운전해 주시는 카니발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차는 이동수단 보다 여가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드라이브는 주로 늦은 밤에 혼자 가는 걸 즐겨요. 낮에는 남양주까지 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오기도 하고요. 이 차를 사고 나서 알게 됐는데 저 운전하는 거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소문난 집순이인데 차를 바꾸고는 집 밖에 자주 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차를 사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가끔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가 와요. “언니 혹시 삼성동 지나가셨어요?”, “방금 핑크색 차를 봤는데 압구정 갔다 오셨나요?” 하고요. 아무래도 차 색깔이 튀다 보니까 주변에서 보고 연락을 주시는 경우가 많은데 재미있죠.
실제로 맞나요?
네, 맞더라고요(웃음).
갑자기 노홍철의 ‘홍카’가 생각나네요. 혹시 리안님 차에도 이름이 있나요?
리안의 리를 따서 ‘리리카’라고 이름 붙여서 부르고 있어요.
어렸을 적 드림카가 있었다면 궁금해요.
어렸을 때부터 미니를 타고 싶었요. 성능에 대해서 잘 알진 못해도 그냥 디자인 자체가 제 마음을 끌었던 것 같아요. 동글동글하니 장난감처럼 생겼는데 컨트리맨 같은 차는 듬직한 면도 있잖아요.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디자인이 좋았어요. 물론 지금도 좋아하고요.
최근에 차를 구매하셨지만, 마음속에 품은 드림카가 있다면요?
포르쉐 911이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 말고 아무도 안 태우고 싶어서 이 차를 사고 싶어요(웃음). 911이 뒷좌석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사람이 탈 수 있는 공간은 안 되잖아요. 저는 저 혼자 드라이브하는 걸 가장 좋아하거든요. 조수석에 가방 하나 툭 던져놓고 여기저기 다닐 수 있는, 작고 빠른 차였으면 좋겠어요. 색깔은 좀 더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아요.
이쯤 듣다보니 MBTI가 궁금해지네요.
저 INFP에요(웃음). 보기와 달리 상당한 집순이입니다.
BMW는 전기차화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에요. 전기차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과 생각이 궁금해요.
자동차를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는 ‘그래도 내연기관차가 최고다’ 하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제게는 차가 어떤 소리를 내고, 어떤 주행질감을 가졌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차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 그 자체가 행복한 사람이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전기차는 더 조용하고 환경에도 좋으니까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리안에게 ‘좋은 차’는 어떤 차일까요?
저에게 좋은 차는 ‘안전한 차’에요. 물론 디자인 예쁘면 좋죠. 하지만 무엇보다 차에 올라탔을 때 안전하다고 느껴져야 비로소 다른 것들에도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