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무 카미조 인터뷰: 푸들을 그리는 작가의 첫 내한 '얼론 위드 에브리바디'

지금, 페로땅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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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무 카미조는 미국, 브루클린을 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스스무 카미조가 바라본 푸들은 다채롭고 선명한 컬러, 둥글고 복슬복슬한 몸의 형태, 산책하는 공간을 간결하게 표현한 배경 컬러 등 보는 사람에게 푸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사진 혹은 실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달했다. 그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 또한 푸들을 그리기 시작한 2014년 이후부터다.

그런 그는 최근 새로운 방식의 푸들을 그리고 있다. 푸들의 형태는 캔버스 위에 도형에 가까운 모양으로 해체되었으며 그 중심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얼굴 혹은 마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동감 넘치는 컬러와 산책로를 미니멀하게 표현한 배경 등은 여전하다.

과거 다니엘 아샴, JR, 조쉬 스펄링 등 유명 작가들의 첫 번째 내한 갤러리 페로탕 서울은 스스무 카미조의 첫 번째 내한 전시이자, 최근 작품으로 가득 채워진 개인전 <얼론 위드 에브리바디>를 4월 21일부터 5월 26일까지 개최한다. <하입비스트>는 한국을 방문한 그와 만나 그가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 푸들의 매력, 전시를 즐기는 방법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하입비스트> 독자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스스무 카미조입니다. 아티스트이고요. 미국, 브루클린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네요. 영광입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16살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어요.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게을렀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지 않았고, 미국에 가면 아무것도 안 해도 될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백 투 더 퓨처>나 <고스트 버스터즈> 같은 영화를 보며 미국 문화에 환상도 가지고 있었고요. 물론 몸으로 겪은 미국은 할리우드 영화와는 완전히 달랐어요. 그래도 계속 미국에서 살았죠. 이유는 모르겠어요. 당시 저는 미쳤던 게 아닐까 싶어요. 지금 같은 선택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라고 대답할래요. (웃음)

대학 전공으로 그림을 선택했는데요. 그림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원래 시, 짧은 소설 같은 글쓰기와 철학, 인류학 같은 것을 공부했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회화 수업에 참석했는데 재밌더라고요. 점수도 좋았고요. 수업을 위해 논문을 쓸 필요가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냥 그림만 그려도 쉽게 학교를 졸업할 수 있던 거죠.

2014년부터 푸들을 그렸죠. 어쩌다 푸들을 그리게 되었나요?

제가 아내의 아파트로 이사했을 때, 아내가 푸들을 키우고 있었어요. 이사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매일 푸들과 같이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야 했어요. 아파트 월세를 많이 내지 못해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요. 그러다 어느 날 푸들을 스케치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바보 같지만, 마음에 들더라고요. 제 전시에 푸들 그림을 다른 작품들과 함께 소개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그 뒤로 계속 그리고 있어요.

푸들 그림의 매력은 뭐예요?

저는 제 푸들이 좋아요. 어떤 것에도 이만큼 애정을 느낀 적이 없어요. 하지만 제 그림은 푸들이나 개와 아무 관련이 없어요. 저는 그저 형태와 모양, 색깔에 관심이 있을 뿐이에요. 그게 우연히 푸들이었을 뿐이죠. 다른 어느 것도 될 수 있었어요. 모든 추상적인 것이나 호랑이, 박쥐 혹은 사람의 형상이었을 수도 있죠. 다만, 제가 처음 그림을 그렸을 때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처럼 푸들을 그리는 것에서 운명 같은 것을 느꼈어요. 그 점이 저를 푸들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과거 그림에서 푸들의 형태가 드러났다면, 최근에는 작풍이 해체주의적으로 변했어요.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제 직감에서 오는 충동을 따랐을 뿐이에요. 그림들을 보면서 그림들이 제게 뭘 원하는지를 물었고 그림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제가 하는 것들을 통제하려 하지 않아요. 목줄을 잡고 개와 산책할 때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개를 끌고 가지 않는 것과 같아요. 그냥 개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게 내버려 두는 거죠.

동시에 최근 작품에서 얼굴이 꾸준히 등장해요. 얼굴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얼굴 자체에서 흥미를 느꼈어요. 얼굴은 무언가의 중심이에요. 여러분이 무언가를 마주쳤을 때 손이나 발을 보지 않잖아요? 가장 먼저 얼굴을 보고 심리적인 것을 보려고 하죠. 이 점이 흥미로워요. 마스크도 마찬가지고요. 마스크는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요. 심리적인 부분일 수도, 감정적인 것일 수도, 실제로 사람이 쓰는가면 그 자체일 수도 있어요.

종이가 아니라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있단 점 또한 최근 작품의 특징인데요.

넘어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종이에 그리던 질감과 느낌을 캔버스로 옮기는 방법을 파악하려 했기 때문인데요. 어느 시점부터 이를 전혀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다양한 방법으로 그림을 그려봤어요. 몸의 형태를 자세히 그리는 대신 유동적이고 추상적으로 그렸어요. 두 방식은 각각 고유한 특성이 있는데 이게 더 괜찮더라고요.

작품에 몸, 얼굴, 풍경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요. 이유가 있나요?

‘푸들 시리즈’가 저와 잘 맞는 이유는 반복적인 요소를 설정했기 때문이에요. 몸, 얼굴, 주변 풍경 등을 설정함으로써 제 자신에게 제약을 걸고, 그 안에서 창의력을 발휘하게 하는 거죠. 만약 아무렇게나 그린다면 지루해 보이는 작품이 나오고 말 거예요.

<하입비스트> 독자에게 개인전을 즐기는 방식을 설명해 준다면?

제가 예전에 그린 귀엽고 컬러풀한 그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미안합니다. 조금 더 심리학적이지만, 이것들도 좋아하길 바라요. 모든 작품을 다 볼 필요는 없어요. 마음에 드는 그림 하나를 발견하고 7분 이상 쳐다볼 수 있으면 정말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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