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포스 1’은 모든 세대에게 어울리는 ‘근본 신발’일까?
7살부터 90살까지, 각기 다른 7명에게 직접 신발을 신겼다.

흔히 유행을 타지 않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릴 법한 신발을 두고 우리는 ‘근본 신발’이라고 말한다. 나이키의 산증인과도 같은 에어 포스 1은 ‘근본 신발’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신발이다. 올해 40번째 생일을 맞은 에어 포스 1은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 영향력 있는 아이콘들과의 협업으로 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신발 중 하나로 자리매김 했다.
수많은 에어 포스 1 디자인 중에서도 가장 아이코닉한 것은 단연 ‘올백 포스’다. 그러다 문득 이러한 궁금증이 생겼다. 에어 포스 1은 나이와 스타일링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신발일까? 우리는 에어 포스 1이 지닌 영향력을 걷어낸 채, 온전히 신발 디자인이 지닌 매력을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하입비스트>는 에어 포스 1 중에서도 으뜸으로 통하는 ‘올백’ 모델을 들고, 각기 다른 나이와 스타일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 신발을 신겨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충남 태안에 살고 있는 이희예 여사다. 이희예 할머니는 1933년에 태어났다. 나이키의 공동 창립자 필 나이트보다 다섯해 빨리 태어난 이희예 할머니에게 에어 포스 1은 낯선 신발이었다. ‘젊은 친구들이 신는 신발’이라고 신발을 소개를 하자 할머니는 “어디보자” 하며 직접 옷장을 열었다. 할머니가 손수 오색찬란한 비단과 브로치로 장식한 옷과 액세서리는 심플한 에어 포스 1과 곧잘 어울렸다. 함께 시골길을 산책하다 “신발 편하세요?” 하고 여쭙자 호탕한 대답이 돌아왔다. “편해. 읍내 나갈 때 신어도 되겠어.”
나이키 창립자보다도 나이가 많은 할머니에게 에어 포스 1의 첫인상은 ‘편한 신발’ 이었다.
서울로 돌아와 향한 곳은 청담동에 위치한 비앤테일러다. 비앤테일러는 대한민국 최고의 테일러 샵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곳의 창립자인 박정열 마스터테일러는 17살이 되던 1967년 9월부터 양복점에서 일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55년째 같은 일을 해오고 있다. 일평생 수트와 구두 차림으로 일해온 그의 눈에 비친 에어 포스 1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구두보다 확실히 편하네요. 수트랑도 곧잘 어울리고. 매장에서 손님들 맞을때 신어도 되겠어요.”
뚝섬 한강공원에서 만난 건 남자 스케이트보드 남자 국가대표 강준이다. 나이키 촬영이라는 말을 듣고 스우시 티셔츠를 골라 입었다는 강준이는 카메라 앞에서자 영락 없는 15살이었다. 하지만 스케이트 보드 위에 올라서자 서 딱딱하게 굳었던 표정은 곧장 편해졌다. 에어 포스 1은 농구화로 처음 디자인된 신발이지만, 스케이트를 탈 때도 신을 수 있는 신발인지 궁금해졌다. “신을 수 있어요! 대신 스웨이드 소재면 훨씬 좋을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올백 스웨이드 에어 포스 1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딸 제니는 5살, 엄마 다영은 15살 때 자신의 인생 첫 에어 포스 1을 신었다.
7살 제니와 엄마 여다영도 만났다. 제니가 처음 에어 포스 1을 신은 건 5살 때의 일이다. 이날 제니가 신은 신발의 사이즈는 195였지만 그때는 훨씬 더 작았다고. 반면 엄마 다영은 중학생 때 에어 포스 1을 처음 산 뒤로, 지금까지 에어 포스 1을 종종 신어 왔다고 한다. 1990년대생들에게 에어 포스 1은 학창 시절 꼭 갖고 싶은 신발 중 하나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디자인의 에어 포스 1은 그 다음 세대들을 통해 자신의 헤리티지를 이어가고 있다.
촬영 내내 흥을 감추지 못하고 춤을 추던 제니는 커서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촬영이 끝날 무렵, 제니는 엄마와 같은 사이즈의 신발을 신게 될 때쯤 반대로 엄마에게 신발을 선물해 주기로 약속했다. 유명한 가수가 된다면 그때도 첫 인터뷰는 <하입비스트>와 함께 하자는 약속과 함께.
데니스 로드맨을 똑닮은 욘코에게는 ‘에어 포스 1’에 관한 로망이 있다.
건대 근처의 농구장에서 만나기로 한 뮤지션 욘코를 처음 봤을 때는 저 멀리서 데니스 로드맨이 걸어오는 것 같았다. “신발은 항상 깨끗하고 단정해야죠.” 욘코는 새하얀 에어 포스 1을 건네 받자마자 신발끈부터 다시 고쳐맸다. 욘코는 대학교 1학년 때 에어 포스 1을 처음 산 뒤로, 늘 신발장에 에어 포스 1은 한켤레씩 꼭 구비해둔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는 로망이 있다. “크리스 브라운은 집에 올백 에어 포스 1을 잔뜩 쌓아두고 매번 새걸 신는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러고 싶네요 하하.”
뮤지션 서리를 만난 곳은 남산이 올려다보이는 녹사평 언덕이다. “에어 포스 1은 촬영 때문에 자주 신게 되는데, 어떤 의상에도 잘 어울려서 좋았어요. 미국에 갔을 때 저도 하나 사려고 했는데 사이즈가 없어서 아쉬웠죠.” 서리가 에어 포스 1을 처음 산 건 자신이 아닌 선물용이었다. “앨범에 도움 주신 선배님께 감사의 의미로 슈프림 콜라보를 선물해드린 적이 있어요.” 참고로 에어 포스 1 올백과 슈프림 협업 모델은 모두 리셀 사이트에서 발매가 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에어 포스 1을 통해 만난 일곱 명은 나이도, 스타일링도, 신발에 관한 취향도 모두 달랐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하나둘 카메라에 담기고 있는 에어 포스 1만큼은 원래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집처럼, 가족처럼, 오래된 친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