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함, 지용킴의 한국 첫 번째 전시 들여다보기

그의 옷을 직접 입어볼 수 있는 첫 기회.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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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킴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이다. 태양을 활용한 ‘선 블리치’를 중심으로 제작되는 지용킴의 컬렉션은 매거진, 패션 마니아, 바이어 등 패션과 연관된 다양한 관계자들의 마음을 빠르게 사로잡았다. 실제로 <하입비스트>가 다섯 곳의 편집숍과 나눈 대화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한국 브랜드’라는 질문에서 세 곳이 지용킴을 꼽은 바 있다.

그런 지용킴이 한국에서 첫 번째 전시를 개최한다. 선 블리치된 패브릭으로 만든 다양한 아트워크부터 다가오는 2022 AW 시즌 컬렉션까지, 전시에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여러 가지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다. 이는 룩북과 편집숍 사진에서만 볼 수 있던 지용킴의 컬렉션을 직접 눈으로,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입비스트>는 전시가 시작되기 전 지용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지용과 만나 작품에 관한 설명과 다가오는 새 컬렉션의 중심 주제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패브릭에 담긴 이야기를 읽고 전시를 감상한다면 그 맥락을 더욱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지용킴의 한국 첫 전시이자 컬렉션을 직접 볼 수 있는 첫 번째 행사입니다. 프레젠테이션이나 쇼룸이 아닌 전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러 전시에 걸려 있는 작품들을 보면 특정 방식을 사용한 아트워크가 많잖아요. 저도 제가 만든 것들이 ‘웨어러블 아트’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피스에 일정 시간이 소요되고, 자연의 영향으로 색이 변하는 과정을 어느 정도 의도하면서도, 저조차도 정확한 결과를 상상할 수 없거든요. 패브릭도 제 컬렉션과 브랜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여러 모로 처음인 만큼 공간 선택부터 고민이 많았을 거 같아요.

아까 말한 것처럼 제 옷을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첫 행사이다 보니 공간, 위치, 보이는 방식 모두 중요했어요. 그러다 플라츠에서 두 번째 공간을 만들고 있는데, 론칭 일정에 맞춰 전시를 준비 중이라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공사 중에 방문해 봤는데 좋더라고요. 오래된 건물을 일부러 보존하면서 리모델링을 한다는 점에서 제 작업물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었고요. 공간 규모도 제가 하고 싶은 것들, 멋있는 것들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멋있지 않으면 안 하는 게 맞잖아요.

전시에 온 관객들은 먼저 중정에 있는 거대한 구조물을 만나게 돼요. 어떤 작품인가요?

제 브랜드를 표현한 것이자 이해하고 훑어볼 수 있는 설치물이에요. 거대한 철골 구조에 한 가지 컬러의 패브릭이 배경으로 걸려 있고, 선 블리치가 된 같은 컬러의 패브릭이 가로지르는 선처럼 들어오고 있어요. 1층 편집숍부터 3층까지 모든 곳에서 보이는데, 올라가는 동안 보이는 것이나 층고가 달라지다 보니 작품도 다른 관점에서 보게 돼요.

실외에서 노출되고 있는 셈인데, 이 패브릭도 선 블리치가 되나요?

그렇죠. 저희도 전시 기간 동안 햇빛에 노출되면서 두 패브릭이 비슷해지는 과정을 녹화하고 있어요. 전시가 끝난 주말에는 변화가 담긴 영상을 공개하려고 해요. 근데 이게 날씨가 따라줘야 해서 차이가 크지 않으면 설치를 더 오래 해서 나중에 영상만 공개할 수도 있어요.

2층에는 캔버스를 활용한 여러 아트워크가 배치되어 있어요.

2022 AW 컬렉션을 만들고 남은 패브릭으로 컬렉션 테마를 담은 아트워크를 만들었어요. 캔버스 위에 패브릭을 드레이핑해서 그대로 선 블리칭한 뒤 위치를 바꿔서 블리치 전후의 대조를 의도하거나, 하늘하늘한 소재를 캔버스와 캔버스에 연결하고 위치를 바꾸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드레이핑 등을 구현했어요. 캔버스에 작업하는 것이 되게 좋더라고요.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쪽에는 옷을 해체한 패턴이 걸려 있어요.

제가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석사 졸업 작품 준비하며 만들었던 마지막 룩을 해부한 거예요. 최종 바로 전 버전이에요. 옆에 걸려 있는 옷은 학사 졸업 작품인데요. 그 옷들을 계기로 제가 편집숍에 입점도 하고, 유명 포토그래퍼와 작업도 하게 됐어요. 사람들이 저를 알게 된 이유 같아서 제게 의미가 있다 보니 보여주고 싶었어요.

방금 이야기한 것은 ‘아트워크’가 아니라 옷이잖아요. 3층이 아니라 2층에 놓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래 3층에 두려 했는데, 이번 시즌 컬렉션과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사람들이 저를 좋아한 이유는 저런 아트 피스인 것 같은데 지금의 저는 조금 더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게 됐어요. 그래서 3층에는 웨어러블한 옷을 많이 보여주고, 2층에는 아트워크와 아트 피스를 가져다 뒀어요. 3층으로 가면 옷이 있다는 것을 연상할 수 있게 배치한 거죠.

3층 중앙에는 철골 구조와 함께 같은 옷이 여러 개 걸려 있어요. 이유가 있나요?

2022 AW 시즌 멀티 포켓 재킷인데요. 철골 구조를 활용해서 앞, 뒤, 옆, 45도 등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게 배치했어요. 모든 피스가 제각각 모양을 가지고 있고, 각 문양이 자연의 힘으로 만들어졌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이는 제 브랜드의 핵심이기도 해요.

전시와 시즌 컬렉션의 영감은 어디서 받았나요?

거리에 걸린 광고 배너를 보면 양쪽 끝 네 점을 축으로 지탱되고 있잖아요. 그게 오래되면 새하얗게 변하고, 점들에 묶인 끈이 버티지 못하고 떨어지거나, 뒤집히거나, 휘감겨요. 거기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전시와 컬렉션에서 드레이핑을 활용한 제품이나 아트워크가 많은 것도 그 이유에요.

전시에 철골과 패브릭이 반복적으로 등장해요. 컬렉션이 제작되는 과정을 표현한 걸까 싶더라고요.

배너와 마찬가지로 공사장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공사장에는 철골이 있고, 내부를 패브릭으로 막잖아요. 그게 바람이 불면 날리거나 뒤집히거나, 감기거나 해요. 그 구조에 대한 조사를 많이 했다 보니 같이 일하는 팀원들은 철골과 패브릭 자체에서 이번 컬렉션을 떠올릴 거예요. 거칠게 지어진 철골에 드레이핑이 생길 법한 하늘하늘한 원단이 올라간 모습들은 제 컬렉션 자체이기도 해요.

이번 시즌 아이템에는 카고 팬츠나 베스트 등, 워크웨어와 유사한 실루엣이 많아요.

워크웨어나 유틸리티 중심적인 부분에서 많이 착안했어요. 이번 시즌 옷을 보면 포켓이 엄청 많아요. 플리츠 같은 구조가 포켓으로 연결되는 것도 많고요. 대부분 워크웨어에서 출발한 기능이에요. 실제로 드레이핑이 굉장히 돋보이는 셔츠, 바지 등에서도 각져있는 워크 재킷 같은 모습이 공존하고요.

지용킴의 새 시즌과 함께 직접 옷을 입어볼 수 있는 공간도 있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아직 제 옷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보니, 이번 기회에 제 옷을 좋아하는 분들과 가까워지고 싶었어요. 본인에게 어떤 사이즈가 어울리고, 입었을 때 어떤 핏인지를 알 수 있도록 재킷 정도는 누구든지 오셔서 걸쳐볼 수 있어요. 그리고 제 옷이 여성들에게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래서 S 사이즈랑 L 사이즈를 함께 준비했어요.

곳곳에 놓인 포대는 무엇인가요?

공사장을 연상할 수 있도록, 모래를 담아둔 포대를 배치했어요. 직접 구매하는 대신, 직접 제작해서 블리칭을 했고요. 안에는 예쁜 모래를 담았어요.

인터뷰 포함, 지용킴의 한국 첫 번째 전시 들여다보기, 김지용, GR8, 에센스, 미스터 포터,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성수동, 플라츠 2 인터뷰 포함, 지용킴의 한국 첫 번째 전시 들여다보기, 김지용, GR8, 에센스, 미스터 포터,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성수동, 플라츠 2

벽에는 여러 아이템이 두 개씩 붙어 있어요. 전후 처리 과정을 보여주는 건가요?

맞아요. 이와 함께 시즌과 아이템 이름이 간략하게 적혀 있어요.

전시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볼 수 있나요?

7월 8일부터 17일까지 볼 수 있어요. 위치는 플라츠 2이고요. 월, 화요일에 휴관이에요.

플라츠 2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 17길 35, 월, 화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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