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 유지태, 박해수 인터뷰: 한국에 '종이의 집'이 지어지기까지

세 배우가 말하는 한국 콘텐츠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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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은 매해 폭발적으로 늘어가고 있고, 꾸준히 마니아층을 확장해온 한국 드라마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달되며 다수의 글로벌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플랫폼 최대 히트작 중 하나인 <종이의 집>을 한국판으로 다시 만들게 된 것 또한 한국 콘텐츠만의 매력에 주목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주목을 모은 것은 아니었다. 김윤진, 유지태, 박해수 세 배우는 이처럼 달라진 한국 콘텐츠의 위상 변화를 현장에서 지켜봐 온 목격자이자 그 변화를 이끌어온 견인자다. 김윤진은 1999년 한국 영화계의 르네상스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쉬리>부터 오랜 기간 방영된 미국 드라마 <로스트>까지 한국과 미국 시장을 오랫동안 경험해 왔고, 유지태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올드보이>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열풍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의 박해수는 가장 최근 그 변화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한국 콘텐츠 인기의 이유는 무엇일까? 세 배우는 <하입비스트>와 만나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연기하게 된 새로운 ‘교수’, ‘베를린’, ‘선우진 경감’에 대한 생각부터 본인이 체감하는 글로벌 시장 속의 한국 콘텐츠의 위상 변화와 그 이유에 대한 생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작품 이야기를 해볼까요?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원작과는 또 다른 세 인물을 연기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 궁금합니다.

박해수: 스페인 원작을 아주 좋아했고, 원작의 베를린도 아주 매력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건 제 연기와 다른 영역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는 한국판 대본에 중점을 두고 연기를 했습니다. 원작과의 공통점은 통제에 대한 욕구, 그걸 공포나 분열로써 제한된 공간에서 보여준다는 거고, 아예 다른 부분은 전사에 대한 부분인 것 같아요. 한국,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뼈아픈 현실을 반영한 캐릭터여서 그 부분들을 진지하게 표현해봤습니다.

김윤진: 저는 개인적으로 원작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했어요. 원작의 캐릭터와 생김새는 비슷한데 결이 너무 다르다 보니까 다른 캐릭터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작과 어떻게 다르게 할까 그 생각 자체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전혀 다른 선우진 경감이었습니다.

유지태: 교수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천재적인 지략가인데, 스페인판이 먼저 나왔기 때문에 기시감이 있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하지만 한국판 교수로서 저에게는 새로운 임무가 있었습니다. 바로 전달자죠. 상황 설명을 얼마나 명확하게 할 것인가. 강도들에게도 설명을 해줘야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도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템포를 늘어지지 않게 하는 것, 그게 제 나름의 임무였어요. 그걸 해내기 위해서는 흐름을 깨지 않는 리듬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에서는 내레이션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부터 여러 유명 애니메이션들을 섭렵하고, 또 직접 따라도 해보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세 분 모두 이번 작품에서 만나기 전에 이미 글로벌한 관심을 받게 된 계기들이 있었어요. 유지태 씨 같은 경우에는 <올드보이>가 있었죠.

유지태: 그 이전에 언급해야 할 주인공이 여기 있죠.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만든 <쉬리>가 있었잖아요. 한국 영화의 성장은 <쉬리>를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거든요. 한국판 대형 블록버스터의 시작이자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한 작품이었죠. 그 당시 김윤진 배우의 연기를 극장에서 감탄하면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김윤진: 우리가 이렇게 점, 점, 점을 찍었네요. 제가 출연한 <쉬리>, <올드보이>의 유지태 씨 그리고 이 열풍을 펌프질한 <오징어 게임>의 박해수 씨까지. 자랑스럽습니다. 제가 이런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게.

박해수: 제가 너무 영광이고 감사하죠.

유지태: 한국 콘텐츠의 산증인들.

김윤진 씨는 <로스트>부터 시작해서 해외에서 한국 배우들이 폭넓게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여는 역할을 하기도 했어요. 그때와 지금 사이에 많은 변화를 느낄 것 같은데요.

김윤진: 옛날에는 ‘아메리칸 드림’ 혹은 ‘할리우드 드림’이 있었지만, 이제는 굳이 과거의 저처럼 괜히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고, 여기서 작품을 만들어도 충분히 너무나 다양한 국가에 선보일 수 있는 시대가 왔으니까요. 지금 상황은 너무나도 좋은 것 같아요.

제가 <로스트>를 시작했을 때가 2004년도였어요. 그때 처음 홍보 시작했을 때 <ABC> 홍보팀 직원이 와서, <로스트>가 미국에서 아시아계 배우 두 명을 주요 인물로 캐스팅한 첫 드라마라고 말해줬어요. 그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지만, 생각해보니까 실제로 그렇더라고요.  그때 당시만 해도 정말 작은 역할, 잠시 등장했다가 갑자기 없어지는 역할로만 아시아 배우들을 만날 수 있었거든요. 저 어렸을 때는 TV 보다가 슬쩍 지나가는 사람이 동양 사람이면 난리가 났어요. “엄마, 동양 사람 나와. TV에서.”라고 소리를 쳤죠. 그렇게 놀라운 이벤트처럼 느껴질 정도로 흔치 않은 일이었거든요.

그런 시절을 거쳐서 지금 이 자리에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건지 절실하게 느끼고 있죠. 지금 대한민국 콘텐츠가 이렇게 글로벌한 인기를 얻고 있는 시대는 정말 신기해요.

박해수 씨가 출연한 <오징어 게임>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죠.

김윤진: 이 흐름을 폭죽처럼 터뜨려준 <오징어 게임>의 박해수 씨한테 너무나 감사하죠.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이렇게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시절은 안 오겠다 생각했었거든요.

박해수: 저도 지금 김윤진 선배님 얘기를 듣고 <오징어 게임>의 성공이 보통 사건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스트리밍 플랫폼 시대로 접어들면서 한 번에 감사한 일들이 터졌던 것 같아요. 하지만 사실 그에 앞서 선배님들이 계셨고, 그 길은 준비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이렇게 한국 콘텐츠가 국제적으로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윤진: 좀 더 신선한 소재, 좀 더 신선한 아이디어, 좀 더 빠른 템포 이런 것들이 바탕이 됐을 수 있겠네요. 특별히 해외를 겨냥해 만들지 않더라도 한국 사람들이 즐기던 콘텐츠가 그대로 외국 사람들이 보기에도 재밌고 지루할 틈이 없다고 느껴지는 거죠.

박해수: 저도 <오징어 게임> 이후 외국에서 그런 질문을 받게 되면서 참 고민을 많이 해봤거든요. 제 생각에 우리나라는 빠른 산업 변화와 빠른 감정 변화의 요소들을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압축해서 경험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많은 갈등 요소와 많은 감정 요소들이 관객들의 기저에 이미 깔려 있는 거죠. 그래서 웬만한 드라마를 봐도 ‘저게 리얼리티는 아니야, 더 센 리얼리티는 세상에 존재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거든요. 아마 한국의 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그동안 그런 한국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줬기 때문에, 지금처럼 좋은 한국 콘텐츠들이 나온 것 같습니다.

유지태: 한국 특유의 콘텐츠 제작 환경과 강한 경쟁심도 이유인 것 같네요.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을 예로 들면, 방영이 진행되는 와중에 실시간으로 각본 작업이 진행되고, 배우들이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대본을 받아서 연기를 하기도 했잖아요. 그래서 조연 역할이더라도 연기를 잘하고 시청자 반응이 좋으면, 실시간으로 스토리 전개에 반영돼 주연으로 올라설 수도 있었어요. 요컨대 ‘경쟁심이 많아서 경쟁력이 생겼다.’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공개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박해수: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좋은 배우들과 제작진과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김윤진: 이렇게 좋은 배우들을 한 시리즈에서 다시 보고 싶으시다면, 많은 응원과 격려 그리고 사랑 부탁드립니다.

유지태: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이 어떤 점이 다른지 확인해주시고, 많이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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