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로 개최된 ‘프리즈 서울’ 되짚어 보기

뜨거운 관심과 어마어마한 매출로 증명된 ‘아트 서울’의 가능성.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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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적 아트 페어 ‘프리즈 서울’이 나흘간의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프리즈 서울’은 LA, 뉴욕, 런던 그리고 ‘프리즈 마스터즈’에 이어 다섯 번째로 출범하는 ‘프리즈’의 글로벌 페어로, 처음 개최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국내외 예술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20여 개국의 약 1백10개 주요 갤러리가 참여한 ‘프리즈 서울’에는 미국 구겐하임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영국 테이트미술관 관장들과 전 세계 VIP들뿐만 아니라 지드래곤, 방탄소년단RM, 이정재 등 아트에 깊은 관심을 가진 여러 분야의 셀러브리티들이 방문하며 화제를 모았고, 행사장 앞에 긴 행렬을 만들어낼 만큼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프리즈 서울’ 그리고 함께 개최된 ‘키아프’의 방문객은 7만여 명에 달한다.

개막 당일부터 LGDR, 블럼앤포, 자비에 위프켄 등의 갤러리에서 전시한 작품들이 모두 팔렸고, 하우저앤드워스 갤러리의 작품 15점은 개막 1시간 만에 완판됐다. 주최측에서 정확한 집계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미술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프리즈 서울’ 매출이 적어도 6천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뉴욕과 LA에서 열린 ‘프리즈’ 매출 규모를 뛰어넘는 수치다.

‘프리즈 서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고대부터 20세기 후반까지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망라한 ‘프리즈 마스터즈’ 섹션이었다. 특히 아쿠아벨라 갤러리에서는 이번 페어의 최고가인 6백억 원 상당의 파블로 피카소 ‘방울이 달린 빨간 베레모 여인’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피트 몬드리안, 앙리 마티스, 프랜시스 베이컨의 명작들을 골고루 선보였다. 마스터즈 섹션에서는 그 밖에도 갤러리 카스텔리에서 선보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을 비롯해 팝 아트를 대표하는 앤디 워홀장 미셸 바스키아, 카우스, 톰 삭스 등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스터즈 섹션 외에도 갤러리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주요 작품들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우저앤드워스는 조지 콘도의 ‘붉은 초상화의 구성’을 전시 시작 1시간 만에 40억 원 상당의 가격으로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고, 가고시안 갤러리에서는 무라카미 다카시, 데미안 허스트 등 동시대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과 에드 루샤, 리처드 세라, 도널드 저드, 우르스 피셔의 작품들을 소개했다. 타테우스 로팍에서도 톰 삭스의 연작들을 비롯해 게오르그 바젤리츠, 미구엘 바르셀로, 안토니 곰리, 데이비드 살레의 작품들을 선보였고, 애널리주다파인아트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들을 다수 소개했다. 이처럼 수많은 명작들이 서울의 한 공간에 모인 것만으로도 기념할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장에서 주목을 모은 것은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들뿐만이 아니었다. 개최 전부터 <하입아트>를 비롯한 다수의 매체가 각기 다른 앵글로 ‘프리즈 서울’에서 놓쳐선 안 될 갤러리와 작품들의 큐레이션 리스트를 공유했다. 그 안에는 세계 각지에서 주목받는 서로 다른 국가와 장르의 작가들이 포함됐다. 그 중에서도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캐서린 번하드의 작품, 홍콩의 키앙 말링게에서 선보인 타오 후이의 작품, 페로탕에서 선보인 타바레스 스트라찬의 ‘갤럭시’ 시리즈 등을 살펴볼 수 있었고, 교토의 소쿄 갤러리는 만화책 등 일상적 사물을 재현한 미시마 키미요의 세라믹 스컬프처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프리즈’인 만큼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도 주목을 받았다. 마스터즈 섹션에서는 갤러리 현대가 ‘한국적 비디오 아트의 대부’라 일컬어지는 박현기의 작품으로 부스를 꾸몄고, 학고재를 통해 한국 추상미술의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평가받는 하인두의 작품도 소개됐다. 그 밖에 같은 섹션에서 이동엽, 이강소, 박서보, 윤형근 등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하이 아트가 고려불화 기법과 일본 애니메이션 기법을 혼합해 작업하는 김훈규의 작품을 소개한 것도 눈에 띈다. 장례식을 테마로 꾸며진 류성실의 부스도 많은 사람들의 발을 멈춰 세웠다. 휘슬갤러리의 배헤윰, PKM 갤러리의 구정아, 아라리오갤러리의 이진주 등 서로 전혀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됐고, 드로잉, 조각, 페인팅부터 퍼포먼스, 설치, 비디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이불 작가의 신작도 주목을 받았다.

프리즈의 사이먼 폭스 CEO는 개막 현장을 지켜보며 “한국은 예술가·미술관·갤러리·수집가의 기반이 독보적이다. 지금 케이팝·영화·드라마·패션·건축 등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고 개최 이유를 밝혔고, “우리는 벌써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프리즈’는 ‘키아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향후 최소 5년 동안은 지속적으로 서울에서 개최를 이어갈 예정이다.

첫 개최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성과를 거둔 만큼 내년에는 더 많은 갤러리의 참가와 더욱 파격적인 작품들의 전시 및 판매도 기대된다. 물론 일부 매체에서는 고가에 거래된 작품들이 대다수 해외 작가의 작품들이라는 점과 한국에서 시작된 ‘키아프’ 아트 페어에 대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점을 들어 한국 미술 시장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 속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한국 미술계가 고민해야 할 지점.

하지만 적어도 이번 ‘프리즈 서울’은 글로벌 미술 시장이 서울이라는 도시에 얼마나 주목하고 있는지, 또 서울에 얼마나 많은 예술 작품에 대한 수요가 있는지를 명확히 증명한 자리였다. 올해의 성공적인 개최가 향후 한국 미술계의 더욱 글로벌한 교류 그리고 한국의 컬렉터 및 미술 애호가들을 위한 더 폭넓은 기회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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