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서점 ‘그래픽’ 팀 멤버들이 직접 꼽은 만화책 7

만화책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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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서점 그래픽. 서울 경리단길의 어느 한적한 주택가에 우뚝 솟은 그래픽은 마치 ‘4단 케이크’와 같은 독특한 건물 외관을 자랑한다. 건물 뒤쪽에 숨겨진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면, 쏟아져 내릴 듯 수많은 만화책들이 1층부터 3층까지 곳곳을 휘감고 있다.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채광은 오롯이 독서에만 집중할 수 환경을 조성한다. 둥근 벽면을 따라 진열된 만화책들은 비닐에 싸여 있지 않아 자유롭게 열람이 가능하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아트북과 절판된 만화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책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성인들을 위한 주류 또한 겸비한 이곳에서는 ‘만화책에 위스키를 곁들이는’ 로망 실현도 물론 가능하다.

만화책, 그래픽 노블과 아트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이 공간에는 약 4천여 권의 책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서적들 중 그래픽 팀 멤버들이 읽어보지 않은 책은 단 한 권도 없다고 한다. 이렇게나 만화책을 애정하는 그래픽 팀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무엇일까. 서점 그래픽 팀 멤버들에게 각자의 ‘최애’ 만화책 오직 한 권을 물었다. 스포츠, 액션과 팩션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지만, 신기하리만큼 겹치지 않는 이들의 취향은 아래에서 확인 가능하다.

정다운

평소 선호하는 만화책 장르: 판타지 액션이나 스포츠 장르를 좋아한다. 판타지 액션은 얼마나 액션 신이 화려하고 탄탄한가에, 스포츠 장르는 각 캐릭터들의 성장과 낭만을 잘 그려내는가에 중점을 둔다.

원픽 만화책: <슬램덩크>

이유: <슬램덩크>에는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겨 있다. 아버지가 장을 보고 오신 날에 삼겹살을 구우며 <슬램덩크>를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버지와의 추억’이라는 상자를 열면, <슬램덩크>가 그 맨 앞에 있다. 

만화책 속 가장 좋아하는 장면: <슬램덩크>엔 명대사가 너무나 많지만, 특히 좋아하는 장면을 꼽자면 산왕전에서의 백호가 소연이에게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라고 얘기하는 장면이다. 문제아에서 북산의 기둥이 된 백호의 농구에 대한 진심과 소연이에 대한 마음이 뜨겁게 다가왔다.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 <H2>. 한마디로 ‘여름이었다’가 절로 나오는 만화책의 정석이다.

 

김수경

평소 선호하는 만화책 장르: 인간의 내면을 다루면서, 어둡고 건조한 스타일의 만화를 좋아한다. 약간의 개그가 곁들여진다면 나무랄 데 없겠다. 그리고 디스토피아 같은 배경 설정의 생존물도 좋아한다.

원픽 만화책: <낮비>

이유: <낮비>는 <이나중 탁구부>로 유명한 후루야 미노루가 개그 만화를 벗어나 그린 ‘시리어스 4부작’ 중 하나다. 주인공의 동창이자 사이코패스 살인마인 모리타와 그에 얽힌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계속해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살인마 모리타의 심리를 생생하게 다루며 긴장감 있는 연출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모든 모순과 고뇌를 통해 캐릭터를 ‘인간’답게 보여주고 더불어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후루야 미노루만의 스타일에 빠져보시길.

만화책 속 가장 좋아하는 장면: <낮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마지막 장을 끝내야 확인할 수 있어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살인마 모리타의 회상과 그의 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의 끝맺음이 첫 완독 당시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 무섭고 두려운 인물에게 왠지 모를 복잡 미묘한 감정이 생기며 깊은 여운이 남았다.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 <시가테라>. ‘시리어스 4부작’ 중 그나마 가장 밝은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입문용으로 접하면 좋을 작품이다. 그래도 감금, 협박, 살인 등의 강력한 소재들이 나오니 이 점 유의 바란다. 주인공이 바이크 오타쿠로 나오는데, 오토바이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나조차도 점점 흥미가 생겨 약간의 로망을 갖게 됐다.

 

김륜현

평소 선호하는 만화책 장르: 작화가 뛰어난 작품들을 찾아보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영상을 보듯 생생한 매력이 느껴지는 작품들을 좋아한다. 인물들의 대사보다는 담백하게 그림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인간관계를 주제로 한 그래픽 노블을 자주 읽는다.

원픽 만화책: <내 눈 안의 너>

이유: 첫사랑 또는 설레는 연애 초반의 감정을 실험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사랑에 빠진 남자의 시선을 빌려 여성의 모습만 집중적으로 담아낸 그래픽 노블이다.

만화책 속 가장 좋아하는 장면: 가장 인상적인 두 장면이 있다. 한 남자가 도서관 맞은편에 앉은 여자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고, 숨길 수 없는 시선처리 덕에 그녀와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개인적인 첫사랑의 기억과 포개지는 부분이 있어 꼽아보았다.
두 번째는 필로우 토크 장면의 일부로, “너랑 하고 싶어”라는 그녀의 도발적인 한 마디가 담겨있다. 해당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과 독자 모두 속수무책이지 않을까.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 마누엘레 피오르의 <초속 5000킬로미터>. 다 큰 어른이 되어 어린 날의 첫사랑을 마주하는 내용의 그래픽 노블이다. 그리고 그 만남이 아름답게 그려지지 않아서, 그것대로 또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머리가 벗겨지고 뱃살이 구겨진 나른한 중년이 된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박한백

평소 선호하는 만화책 장르: 자극적인 액션과 코미디 만화를 좋아하고, 미국 코믹스도 즐겨 읽는다. 스토리보다는 임팩트 있는 연출과 매력적인 캐릭터에 빠져드는 편이기도 하다. 귀여운 것도 좋아해서 그래픽 서점의 마스코트 만두를 맡아 그리고 있다.

원픽 만화책: <시구루이>

이유: 일본 작품 중에 흔히 볼 수 있는 전국시대 사무라이 만화지만, 다른 만화에서는 보기 힘든 하드코어한 매력을 가졌다. 컬트한 B급 만화만 그리며 주목받지 못하던 작가가 탄탄한 원작을 가지고 만화를 그리게 되면서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킨 작품. 세밀한 극화체에 느릿하고 무게감 있는 액션이 더해져, 작품 내내 숨 막힐 듯 묵직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특히 19금 만화인 만큼 성적, 폭력적으로 수위가 아주 높은데, 이런 요소들이 그저 자극을 위해 들어간 게 아니라 작품 전체에 잘 녹아들어 더욱 매력적이다. 일본 시대극 분위기를 극대화한 애니메이션 버전도 추천한다.

만화책 속 가장 좋아하는 장면: 1권과 마지막권의 수미상관을 이루는 두 주인공의 어전 시합 장면.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 <킥애스>. 미국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히어로물이지만, <시구루이> 와 마찬가지로 19금 딱지를 달고 제대로 높은 수위를 보여준다. 히어로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초능력이나 허무맹랑한 묘사 없이, 끝까지 처절하게 구르고 또 구르는 주인공의 성장기가 볼만하다. 영화로도 나왔지만, 수위가 많이 낮아진 데다가 3부작 중 2부에서 끝나버려서 온전한 스토리를 즐기고 싶다면 만화판을 꼭 보시길.

 

김해환

평소 선호하는 만화책 장르: 묵직한 스토리도 좋아하지만, 머리를 식히고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면 가벼운 만화들에 손이 더 가는 편이다. 가끔 생각 없이 웃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원픽 만화책: <이토 준지의 고양이 일기 욘&무>

이유: 긴말 필요 없이 스토리가 재밌다. 이래도 되나 싶게 웃기다. 작가의 유명작들로 인해 굳혀진 ‘이토 준지는 괴기’라는 벽을 깨준 가벼운 만화다. 그러면서도 극사실적으로 그려진 고양이들로부터는 작가 특유의 분위기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 장편 만화가 부담스러운 분들에게 추천한다.

만화책 속 가장 좋아하는 장면: 아내가 강아지풀로 현란하게 고양이들과 놀아주는 장면과 이토 준지가 “콱 깨물어 버린다~!”라며 고양이를 껴안고 귀여워하는 장면이 특히 재밌다.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이토 준지의 고양이 일기 욘&무>와는 정반대의 분위기지만 <성질 나쁜 고양이>를, 개그 부분에서 취향이 맞았다면 <크레이지 가드너>와 <여학교의 별>을 읽어보면 좋겠다.

 

김우현

평소 선호하는 만화책 장르: 장르는 논픽션이나 팩션을 좋아한다.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는 픽션도 선호하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현실과 좀 맞닿아 있어야 느끼는 게 많달까. 그래서 <미생>, <하비비>, <쥐>와 <페르세폴리스> 같은 작품들이 마음속에 노미네이트되어 있다.

원픽 만화책: <오늘의 개, 새>

이유: 만화 속 개, 새의 관계가 나와 나의 연인을 연상케했다. 작중 이야기들이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쏙 빼다 박은 거 같아서, 연인에게 선물했는데 같이 읽어도 역시나 유쾌했다.

만화책 속 가장 좋아하는 장면: 개가 보사노바 곡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떠드는데, 새가 성의는 고맙다고 하면서 기분 나빠하는 장면을 보며 뜨끔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 관점이 완전히 반대인 책을 추천하고 싶다. <유료 서비스>라는 책인데, <오늘의 개, 새>가 뜨겁고 본능적이라면 <유료 서비스>는 차갑고 이성적이다. 이 책은 성매매가 합법인 캐나다 사람의 자전적 성 경험담으로 사랑, 특히 성관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박성준

평소 선호하는 만화책 장르: 간단하게 말하자면 일상, 힐링, 에세이 장르.

원픽 만화책: <술꾼 도시처녀들 1,2,3>

이유: 사실 이 책은 고객들이 책을 찾는 빈도가 가장 높은 만화책 시리즈 중 하나다. 반납대에 올려진 책을 제 자리에 꽂으며 쓱 훑어보았는데, 각 스토리마다 네 컷으로 만화가 구성되어 어느 페이지를 펴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만화책 속 가장 좋아하는 장면: <술꾼 도시처녀들 1>의 90, 91페이지. 소제목은 ‘나 홀로 바에 1’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 <나츠코의 술>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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