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스 인터뷰: 당신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간에

스윙스는 더 큰 ‘문화 왕국’을 꿈꾼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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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나훈아는 2002년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신문을 보니까, 일반대중 가운데 30%는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야 슈퍼스타가 된다더라”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2020년 초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슈퍼스타는 ‘까’와 ‘빠’를 둘 다 미치게 만든다”라는 말로 와전됐다.

한국 힙합 신으로 눈을 돌려보자. 스윙스만큼 ‘까’와 ‘빠’가 극명한 래퍼는 드물다. 스윙스는 17년 전 <Punchline King> 믹스테이프로 등장한 이후로 지금까지 항상 힙합 신의 논란거리였다. 지금까지도 힙합 관련 커뮤니티 등에선 이 ‘17년 차 래퍼’의 실력과 커리어, 영향력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중이다.

스윙스가 컴필레이션 앨범이나 방송 음원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마지막 작품은 2020년 3월 <Upgrade IV>다. 무려 2년 반 전이다. 하지만 그 사이 그는 <쇼미더머니 9> 출연, 새 회사 AP 알케미 설립, 새로 설립한 회사의 컴필레이션 앨범 발매 등 수많은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새 싱글이 나온다. <하입비스트>가 만난 스윙스는 피네이션 소속 음악가, AP 알케미 CEO 그리고 한 명의 운동 애호가로서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의 말이 ‘빠’와 ‘까’ 중 어떤 이들에게 더 와닿을지는 읽는 사람의 몫이다.

스윙스의 이름으로는 오랜만에 싱글이 나온다. 오래 걸린 이유가 궁금하다.

두 가지 이유다. 아티스트 스윙스는 피네이션 소속이고, 피네이션은 음악에 싸이 형님(이하 싸이)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다. 태어나서 이렇게 확신이 강한 사람은 처음 봤다. 그를 믿기에 곡이 채택 안 될 때마다 수긍했다. 두 번째는 나도 부담을 느꼈다. 나 혼자였으면 믹스테이프 스타일로 편하게 냈을 거다. 근데 피네이션에 소속돼 있고, 돈도 크게 투자받았으니 한 방을 확실하게 쳐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렇다고 곧 발매할 ‘Talk Money’가 상업적인 곡은 아니다.

과거 인스타그램에서 싸이를 향한 존경을 표한 적 있다. 특히 어떤 점이 그런가?

“행복지수를 좀 낮추더라도 무조건 회사를 잘 키우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피네이션에 갈 때마다 주차장에 싸이의 차가 세워져 있다.

한편 스윙스만큼 세간의 평가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래퍼가 없다.

말 한마디가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 나도 레이블에 데리고 있는 사람이 1백 명 넘는 만큼 조용히 있으려고 노력한다. 근데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 나는 믿지만 남들은 싫어하는 말을 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정도에 크게 개의치 않으려고 한다. 그들이 나를 좋아할 때도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을 테니까.

사람들이 스윙스를 싫어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재수 없어서. 그래서 닥치려고 하는데 이렇게 튀어나온다. 다 진심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건 진심으로 열심히 했고 내가 잘한다고 느낄 때까지 노력했다. 돈가스, 사장님, CEO, 운동하는 사람 등 내가 가진 많은 이미지가 사실 내 음악을 깎아 먹는다. 근데 난 랩을 진짜 잘한다. 이 인터뷰를 본 사람들이 비판적인 마음이 들어서 최근 앨범들을 들으면 ‘와, 진짜 잘한다’라고 느낄 거다. 2023년의 아티스트도 나고, 2023년의 래퍼도 나다. 정규 앨범은 더 좋을 거다. <Upgrade 5> 제작이 거의 다 끝났다.

사람들의 기대치를 높이는 발언이다.

높여야지. AP 알케미 컴필레이션 앨범 나올 때 <파급효과> 이긴다고 얘기하며 기대치를 엄청 높였다. 자신 있었다. 그리고 거짓말 안 했지. 앨범 죽인다. <AP Alchemy : Side A>와 <AP Alchemy : Side P>를 내 정규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AP 알케미의 탁월한 음악가들이 잔뜩 피처링한 대단한 앨범인 셈이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스윙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내가 말한 삶을 이뤄서다. 17년 전 랩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나를 기억한다. 항상 영감을 받고 싶어 했는데 피시방 중독자였으니 그럴 턱이 없었다. 그때의 내게 자기가 말한 대로 사는 형이 있었다면 존경심이 들었을 거다. 뚱뚱했던 사람이 몸을 만들고, 남들 1년 준비하는 대회를 배운 지 2~3개월 만에 나가면 ‘이게 되는구나. 저 사람은 거짓말을 안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게 정말 중요하다.

스윙스 인터뷰: 당신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간에, AP 알케미, 저스트 뮤직, 인디고 뮤직, 마인필드, 슈가비츠, 위더플럭 레코즈

첫 등장부터 지금까지 주목받는 삶을 사는 중이다. 스트레스는 없나?

항상 화산 옆에서 사는 기분이다. 긴장하고 뜨겁고 열나고 땀나는 삶을 살아왔다. 나를 좀 패는 버릇이 있어서 칭찬해야 될 때도 그저 빡빡하게 살았다. 래퍼들은 지금 내 위치가 당연히 자기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무에서 유를 키운 세대다. 그 세대의 동료가 몇 안 남았지만, 우리는 힙합을 다 같이 키웠다. 소수 인원에서 여기까지 왔고 그 안에서 나는 항상 중요한 인물이었다. 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중요한 인물’로서 도전도 받지 않나?

계속 도전받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내가 힙합 신에서 몇 등인지 모르겠지만, 내 자리를 주면 가져가겠다고 할 사람이 몇천 명은 될 거다.

새 싱글 ‘Talk Money’에 ‘내 돈을 지 돈인 줄 착각하는 X밥들에게 내민 손 아까워’라는 가사가 있다.

AP 알케미를 만들기 전 좋은 마음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티스트들을 챙겨주고 밀어주던 때가 있었다. 그랬더니 몇 래퍼가 술자리에서 “저 이런 앨범 내고 싶어요. 이렇게 할 거예요”라고 말하며 나를 ATM 취급했다. 그때 사귀던 여자친구가 무례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적당히 가까운 사람 중에서도 식사나 술을 당연히 내가 사야 한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었다. 그들에게 ‘나도 개인이고 인간이다’라고 어필해야 할 시기인 거 같았다. 물론 내 사람에게는 더 열려있다.

‘투자받은 적 없어. 내 지분 100%’라는 가사도 인상 깊었다.

엄청 중요한 라인이다. 사업가 중 자기 돈 100%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근데 한 10년 지나니까 친구들이 어디서 투자받았는지를 묻더라. 그 얘기를 열 번 넘게 들으니까 내가 ‘깡’이 좋아서, 그리고 멍청해서 여기까지 왔다 싶었다. 근데 지금은 투자받고 싶다. 그래서 뒤에 ‘나도 투자받고 싶어, 단 내 가치를 똑바로 쳐주라. 그러면 내가 내 걸 팔게’라는 라인이 이어진다. 투자는 내게 없는 큰돈을 미래의 나에게 빌리는 거다. 생각해 보니 그것도 ‘깡’ 세야 하네.

스윙스가 가장 좋아하는 돈과 관련된 가사는 무엇인가?

제이지의 ‘I’m Not A Businessman, I’m A Business, Man’이다. 그는 최근까지 20년간 돈을 가장 많이 번 힙합 아티스트 순위에서 항상 3위 안에 들었다. 그러면서도 앨범 <4:44> 수록곡에서 어릴 때 돈을 멍청하게 쓴 걸 후회하는 가사를 쓰기도 한다. 내가 그 나이가 되면 똑같이 후회할 텐데 더 잘해야겠다는 배움을 얻었다.

많은 래퍼가 옷, 차, 보석 등에 돈을 쓴다. 사업가 스윙스는 어떤가?

멋을 위해 당연히 투자해야지. 하지만 지금은 똑똑하게 돈을 쓰는 게 더 중요하다. 스타를 잘 키우거나, 운동하는 게 대표적이다. 최근 주짓수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했다. 개인 강습은 단체 수업으로 1년 걸릴 걸 2~3개월로 줄여준다. 이 모든 게 미래를 위한 투자다. 10년 후 김상민은 스타가 되고 나는 망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김상민에게 “형이 어릴 때 해봤는데 그렇게 하는 거 아냐”라고 싶지 않다. 동생들이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AP 알케미에는 여러 회사가 속해 있다. 각 회사의 목표가 궁금하다.

저스트 뮤직은 4차원에 사는 애들을 데리고 왔다. 인디고 뮤직에는 동물적인, 뜨거운 감성이 있다. 세상은 언제나 모두가 90도로 인사하길 바라지만, 인간이다 보니 그러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 색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더플럭 레코즈는 세련됐다. 요즘 스타일을 품는다. 마인필드는 신인들이 어떻게 커나가는지 볼 수 있는 곳이다. 지뢰가 터지면 어떻게 되는지 그 파괴력이 보고 싶다. 슈가비츠는 말 그대로 비트메이커들의 회사다. 방향은 다 다르지만, AP 알케미는 세상과 합의된 음악이 아니라 창의적인 음악을 만든다. 아티스트들에게 그물을 직접 던지고 당겨야지, ‘제발 들어주세요’라는 태도를 갖지 말라고 맨날 말한다.

최근 한 달에 한 곡을 발매하는 ‘월간 AP’를 시작했다. 과거 윤종신의 ‘월간 윤종신’을 떠올렸다.

윤종신 형님에게 직접 전화해 그렇게 써도 되냐고 물어봤다. 정해진 사람 없이 매월 한 곡씩 발표한다. 회사가 존재하기만 하면 녹고 있는 얼음과 다를 바 없다. 그 얼음을 단단히 만들고 다듬어야 한다. 이 신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우린 지금 작아지고 있다. 얼음이 녹고 있다. 어떻게든 공격적으로 확장해야 한다. <쇼미더머니>를 비롯한 좋았던 시절은 떠났다. 그 시절을 다시 오게 만들어야 한다.

<쇼미더머니>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제작 중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방향성이나 제작 관련 내용 등은 나중에 때가 되면 이야기하겠다.

또 새로운 길인가?

나보고 변태라고들 한다. 근데 논리에 맞게 무언가를 해내는 건 내 세상에서는 좀 약해 보인다. 그 삶을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나를 편하게 살다 간 놈으로 보는 게 너무 싫다. 내 여러 사업도 예술이다. 창의적으로 하고, 남들이 안 하는 거 하려고 한다.

스윙스를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

의미다. ‘A Real Lady’, ‘A Real Man’, ‘듣고 있어?’로 차트 1위를 여러 번 해봤다. ‘불도저’도 3위까지 올랐다. 팔리는 방법을 알지만, 그보다 나답게, 멋지게 해내서 사람들에게 ‘이런 길도 맞다’라고 보여주는 게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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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 사업가, 운동하는 사람으로서 각각의 목표가 있나?

내 사업을 도와줄 사람을 찾으면 음악에 더 많이 투자할 거다. 웃긴 게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새 음악 좋아해요”보다 “영상 재밌게 보고 있어요”라는 말을 더 많이 한다. 감사하지만, 음악인으로서 더 다가가고 싶다. 사업가 스윙스는 조 단위를 버는 유니콘 회사를 꿈꾼다. 래퍼가 설득력을 갖추려면 모두가 참여하는 자본주의 게임에서 엘리트가 돼야 한다. ‘쟤 봐, 외제 차 두 대 사더니 망했어’ 같은 소리 듣고 싶지 않다. 운동하는 사람으로서는 50, 60대 후반 돼서도 건강한 몸을 갖고 싶다.

돌이켜보면 17년간 스윙스의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런데도 바뀌지 않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

언제나 추진력이다. 항상 상상하고 그걸 만들려고 한다. 이건 안 바뀌고, 더 크게 갈 거다. 더 큰 ‘문화 왕국’을 만들고 싶다. 지금은 너무 작다. 갈 길이 멀다. 그리고 죽기 직전에 ‘해냈어. 제한된 시간 안에서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없었어. 그렇지, 지훈아. 잘 자.’ 이 얘기를 내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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