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 인터뷰: 거꾸로 해도 하기장기하, 장기하, 하기장기하
장기하 인터뷰: 거꾸로 해도 하기장기하, 장기하, 하기장기하
장기하 인터뷰: 거꾸로 해도 하기장기하
“아, 벌써 다시 보고 싶다. 장기하.”

장기하의 2024년은 연이은 거대한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오는 창조의 순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작곡가, 뮤지션, 음악감독. 그는 이 세 가지 역할로 각각의 분지에서 음악적 지평을 확장해 나갔다.

작곡가로서 그는 비비에게 선물한 ‘밤양갱’으로 새해의 서막을 열었다. 이 곡은 음원 차트 정상에 빛나며, 올해를 상징하는 멜로디가 되었다. 뮤지션으로서의 그는 ‘장기하와 얼굴들’ 해체 이후 새로운 동료들과 조화로운 앙상블을 추구하며 다시금 무대의 막을 올렸다.

음악감독으로서 장기하는 신선한 도전을 맞이했는데, 류승완 감독의 두 영화, <밀수>와 <베테랑 2>에서 그의 섬세한 음악적 손길로 빛을 발했다. 이는 마치 새로운 물결을 향해 돛을 올리는 항해자처럼, 미지의 바다로 새로운 도전을 의미했다.

장기하의 2024년은 끊임없는 창조와 자기 초월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2024년의 끝자락, 마침내 팬들과 다시 마주하기 위해 무대로 돌아왔다. 장기하는 ‘하기장기하’라는 단독 콘서트로 무대에 설 모든 준비를 마쳤다. 문이 열리고 그가 등장하는 순간, “아, 벌써 다시 보고 싶다. 장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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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정말 알차게 보내셨더라고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올해는 공연을 정말 많이 했어요. 장기하와 얼굴들을 마무리한 후 몇 년 동안 공연을 쉬다가, 작년부터 새로운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 서기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2024년 초에 비비에게 ‘밤양갱’이라는 곡을 선물했는데, 제가 만든 곡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은 전혀 몰랐어요. 발매 시점에 저는 외국에서 여행 중이었는데 그 곡이 음원차트 1위를 하면서 정말 기분 좋게 한 해를 시작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었나요?

아무래도 ‘밤양갱’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제가 가수로 참여하지 않은 곡을 다른 가수에게 준 건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데뷔한 지 16년이 되었는데도 이런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게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또 하나 굵직한 일이라면, <베테랑 2> 음악 작업이 기억에 남네요.

<베테랑 2>의 음악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류승완 감독님의 작품은 이번이 두 번째예요. 처음은 작년에 개봉한 <밀수>로 영화 음악 작업에 처음 도전하게 됐습니다. 당시 감독님께서 “영화 음악 작업을 해볼 생각이 있냐”고 제안하셨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라 새롭고 자극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예상보다 작업량이 많아 힘들더라고요. “이걸로 영화 음악은 끝이다!”라고 결심했는데, <베테랑 2> 시나리오를 읽고 정신 차려보니 이미 작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작업에서 특히 끌렸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일까?”라는 질문이 가장 흥미로웠어요. <베테랑 1>은 선악 구도가 명확한 작품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그 경계가 모호했어요. “누가 진짜 나쁜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였고, 저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담은 이야기를 좋아하거든요.

영화 음악 작업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요?

작업량이죠. 저는 영화 음악이 처음이라 노하우도 없었고, 기존에 쌓아둔 소스나 아카이브도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어요. 이번 <베테랑 2> 작업에서는 실리카겔의 김춘추 씨와 함께했어요. 한 명 더 추가되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큰 오산이었습니다. <밀수> 때보다 더 많은 음악을 만들어야 했거든요. 그래도 어떻게 둘이서 복작복작 끝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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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입비스트>와 함께한 소극장 투어도 인상적이었어요. 소극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작은 공연장에서 관객과 가깝게 소통하는 걸 좋아해요. 관객들도 더 가까이서 듣고 보는 걸 즐길 수 있고, 저도 그 분위기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또, 콘서트를 하다 보면 서정적인 곡들이 구성상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소극장 공연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정적인 곡들로만 무대를 채워보고 싶었어요.

올해의 끝자락에 선보일 ‘하기장기하’ 공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겠죠. 이번 공연 구성에서 새롭게 시도한 점이 있다면요?

이번에는 노래와 노래 사이를 끊기지 않게 연결했어요. 보통 한 곡이 끝나고 박수를 받은 다음에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데, 이번에는 그런 형식을 깨고 긴 호흡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공연과 관련한 SNS 포스트에서 언급한 ‘문’은 어떤 의미인가요?

실제로 무대에 문이 설치될 거예요. 제가 그 문을 통해 무대로 나오고, 공연이 끝나면 다시 그 문으로 들어가는 형식이에요. 특별히 거창한 의미를 담았다기보다는, 평소 생활과는 다른 시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공연 설명의 마지막 문장 “아, 벌써 다시 보고 싶다. 장기하.”는 여운이 남는 표현인데요.

각자의 해석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공연이 그만큼 좋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적은 말이예요. 끝나자마자 다시 보고 싶을 만큼 좋은 공연. 그런 공연을 만들기 위해 단단히 준비했어요.

철저히 관객을 위한 공연이겠네요. “내가 난지 네가 넌지”라는 표현도 대중과의 연결을 고민한 결과인가요?

연결이라는 표현도 좋은 의미인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는 저와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관객분들은 객석에서 공연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꼭 주체와 객체를 나누기보다는, 그 공간에 있는 모두가 각자 자신의 기분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사용한 표현이에요. “관객이 객석에 있든, 연주자가 무대에 있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단지 그 공간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느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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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의 노랫말에는 일상적 번뇌와 고민이 잘 드러납니다. 이런 고민들이 음악 작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나요?

그동안은 살다 보면 떠오르는 생각들로 가사를 쓰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문장 하나가 떠오르면, 그걸 중심으로 살을 붙여 나가며 노래를 완성했죠. 하지만 다음은 그런 방식을 바꾸려고 해요.

다음이라면 다른 음원 혹은 앨범을 계획 중인 건가요?

지금 솔로 정규 1집을 준비 중이에요. 방금 말했듯, 이 앨범은 전에 했던 방식 자체를 바꿔서 작업을 하려해요. 이전에는 일상에서 느껴지는 것들을 기록하듯이 노래를 만들고, 그 곡들이 모여 음반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그 방법을 공개할 수 없지만, 앨범이 나오면 말씀드릴게요 (웃음).

독보적인 뮤지션, 장기하를 만든 결정적 사건이나 시기가 있나요?

제가 정말 독보적인가요? 감사합니다. (깊은 고민을 하며) 21~22살 즈음,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Blood Sugar Sex Magik’이라는 앨범을 다시 들었을 때인 것 같아요. 그전에도 알고 있던 음반이었지만, 그때 다시 들으면서 음악을 프로페셔널하게 한다는 게 이렇게 즐겁고 멋진 일이구나 느꼈어요. 드러머를 꿈꾸며 하루 8시간씩 연습을 시작했고, 밴드 활동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지금 들어도 너무 좋은 음반이고, 제게는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순간이에요.

음악의 시작을 교회에서 하셨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저 ‘교회 오빠’ 출신입니다 (웃음). 교회 전도사님과 형들에게 대부분의 악기를 배웠어요. 교회 형들이 구매한 저렴한 드럼으로 틈틈이 연습을 하기도 했죠. 고등학교 때는 찬양팀 드러머로 활동하면서 친구들과 자작곡을 만들어서 크리스마스 공연도 했어요.

<상관없는 거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어요. 이 책에는 장기하의 뚜렷한 철학이 잘 정리된 것처럼 보여요. 반대로 확고한 삶의 철학 없이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책을 쓰시면 됩니다. 책을 쓰면 그렇게 보이니까요 (웃음). 사실 저도 철학이 뚜렷하지 않아요. 제 산문집 역시 어떤 삶의 원칙이 있다기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저를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글을 쓰면서 자신을 정리하고, 그런 과정에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쓰는 게 꼭 정답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살고 싶다”라고 쓰셨는데요. 장기하가 생각하는 ‘폐’는 어디까지 허용되는 걸까요?

와 너무 예리한 질문인데요. 솔직히 저도 어디까지가 ‘폐’인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예를 들어, 제가 어떤 작품을 발표했는데 누군가 “저건 별로야”라는 감정을 가질 수 있잖아요. 그건 ‘폐’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듣기 싫다면 안 들으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듣기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이어폰을 꽂아주고 강제로 들려주는 건 분명히 ‘폐’를 끼치는 거죠.

그렇다면 그 문장을 적은 이유가 있나요?

위 답변처럼 명확한 예시도 있지만, 애매한 경우도 많아요. 제가 ‘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써둔 이유는, 그것을 정해놓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말을 던져 놓으면 스스로도 “이게 폐일까?”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삶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거죠. “어 지금 내가 폐를 끼친걸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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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음악가, 작가, 그리고 인간으로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그건 아까 말씀드린 것과 같아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사는 것.”

한국 음악 시장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보신 적이 있나요?

제 음악은 저만이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 부분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해 왔어요.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최근의 생각은 한국 음악 시장은 점점 시스템화되고, 규모도 커지고,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어요. 이런 흐름은 좋은 일이지만, 동시에 비즈니스 사이클에 맞춰야 한다는 압박도 생기죠. 저는 그런 사이클에 휘둘리지 않으려 합니다. 자본 규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야 창작의 과정, 고민의 시간, 몰입하는 순간들을 더 자유롭게 누릴 수 있으니까요. 제 삶에 맞는 방식으로 시간을 세팅하고, 그렇게 만들어가고 싶어요.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셨나요?

아니요. 저는 사회를 바꾸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런 생각은 제게 너무 허황되게 느껴져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제 작품 활동을 충분히 저답게 하는 것뿐이에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 적도 있나요?

에이 제가 뭘 이래라 저래라 합니까… 아휴 (웃음). 그건 각자 알아서 하는거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장기하 님에게 평범하게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평범’이라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특별하게 살아가고 있죠. 제 경우에는 정말 몰입할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는 게 가장 특별한 점 같아요. 음악을 하는 덕분에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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