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와라 히로시 인터뷰: 스트리트 패션의 대부가 유튜브 잡지를 창간한 이유는?

유튜브에 뿌리내린 후지와라 히로시의 고요한 ‘스트리트 바이블’, ‘콰이엇’.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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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패션의 대부이자 음악 프로듀서 후지와라 히로시는 미디어의 사랑을 받는 동시에, 그 누구보다도 미디어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는 실제로 웹 매거진 <HONEYEE.COM>과 <링 오브 컬러(Ring of Color)>를 창간한 바 있다. 그리고 그는 이번에 새로운 ‘슬라이드 컬처 매거진(유튜브 잡지)’, <콰이엇(QUIET)>을 창간했다.

“미디어가 미디어를 소개하지 않는다는 게 일종의 규칙처럼 되어 있지만, 저는 미디어 간의 협업이 재밌을 것 같아요. 마치 1990년대 우라하라주쿠 신에서 가장 좋았던 건 브랜드 간의 협업이었던 것처럼요.” <콰이엇>의 론청과 함께, 후지와라 히로시가 <하입비스트>에 전한 말이다.

그런 배경 속에서 <하입비스트>는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1990년대 잡지 스타일을 굳이 디지털로 표현하며, 수익을 염두에 두지 않고 문화를 전파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된 <콰이엇>에 관해 그에게 직접 물었다.

“어떻게 해야 옛 잡지를 보는 것 같은 평온한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후지와라 히로시 인터뷰: 스트리트 패션의 대부가 유튜브 잡지를 창간한 이유는?, Fujiwara Hiroshi, Fragment, 프라그먼트, 번개, 히로시 후지와라, 웍스아웃, 프라그먼트 디자인

웹 매거진도 아닌 유튜브 잡지, <콰이엇>을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항상 약간의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들을 좋아해요. 이번에도 “뭔가 색다른 게 없을까?” 하고 스스로 생각했죠. 전자책은 보통 ‘킨들’ 같은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다운로드해야 하는 방식으로 소비하잖아요. 반면, 기존 웹 매거진 같은 건 세상에 이미 많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것들보다 더 간단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 또 아날로그 잡지 같은 느낌을 주는 콘텐츠 형식에 뭐가 있을지 생각했어요. 고민 끝에 유튜브를 활용한다면 페이지를 넘기는 듯한 느낌도 구현할 수 있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스타그램에도 ‘릴스’ 같은 콘텐츠가 있잖아요. 그런데도 유튜브를 선택한 이유는 가로 화면 형식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인가요?

네, 그것도 맞아요. 인스타그램도 좋지만, 인스타그램은 본래 정지된 이미지에서 출발한 플랫폼이잖아요. 반면, 유튜브는 영상 중심으로 시작했죠. 그런 점에서 영상이 넘쳐나는 플랫폼에서 정지된 이미지를 활용하면 약간의 위화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인스타그램 콘텐츠는 음악을 자주 얹게 되잖아요? 스마트폰을 음소거하지 않으면 바로 소리가 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옛 잡지를 보는 것 같은 평온한 느낌을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유튜브의 특징인 ‘움직임’과 ‘소리’를 오히려 정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셈이네요.

일종의 실험 같은 거예요. 제한된 환경에서 뭔가 다른 시도를 해보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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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엇>을 구상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나요?

구상한 건 약 3개월 전이에요.

그렇다면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바로 시작한 거군요.

네. 유튜브로 한다면 정말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콰이엇>의 구성원을 보면 켄, 미조구치 모토키, 카지노 쇼이치, 스즈키 테츠야 등의 인물이 함께 포함되어 있네요. 그들과는 어떤 관계인가요?

스즈키와는 그가 <스마트>나 <HONEYEE.COM>의 편집자였을 때부터 알고 지냈어요. 얼마 전에도 그와 약 70페이지 정도 분량의 프로젝트를 함께 했는데, 순조롭게 마무리됐죠. 그러면서 “이대로 뭔가 새로운 걸 함께 할 수 없을까?” 하고 <QUIET>의 아이디어를 스즈키에게 던져 보니 흔쾌히 함께 해보자고 했어요. 그러다 저와 항상 함께 차를 마시던 사이인 사진작가, 카지노도 합류했어요. 디자인은 정말 빠르게 움직여주는 분인 미조구치 모토키 씨에게 부탁했고요.

그리고 켄은 과거 <아사얀(ASAYAN)>이라는 잡지를 만들었던 사람이에요. 그는 원고도 쓸 수 있고 정보를 수집하는 데에도 능숙하죠. 그렇게 해서 이 멤버로 <콰이엇>을 시작하게 됐어요.

<콰이엇>의 디렉터는 후지와라 히로시와 스즈키 테츠야, 이렇게 둘인가요?

음… <콰이엇>이 특별히 위아래가 있는 조직은 아니에요. 다섯 명이 있는 라인 그룹 방이 있고, 거기에서 모두가 아이디어를 내놓는 방식이에요. 그리고 드롭박스에 ‘콰이엇’ 폴더를 만들어 두고, 각자 원고와 사진을 올리면 아트 디렉터인 미조구치 씨가 정리하는 방식이에요.

<콰이엇> #1에서는 오사카 출신의 3인조 록밴드 ‘브랜디 전기’를 특집으로 다뤘어요. 첫 번째 호에서 이들을 다룬 이유가 무엇인가요?

<콰이엇>이 오직 스트리트 문화만을 다루는 매체로 보이진 않았으면 했어요. 그렇다고 예술만 다루는 건 원치 않았고요. 그렇게 어떤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브랜디 전기의 싱글 중 제가 좋아하는 곡이 떠올랐어요. 마침, 스즈키가 그 팀과 알고 지내는 관계였더라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루게 됐어요.

만약 지금이 잡지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라도 이 밴드를 꼭 커버로 다뤘을 것 같은 느낌인가요?

그렇죠. 1990년대 잡지의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내고 싶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고 싶다는 건 아니에요. 그 관점에 따라 <콰이엇>은 나이키 스니커도, 이런 인디 밴드도 모두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전개하고 있어요.

#1의 두 번째 커버에서는 구겐하임으로 돌아온 제니 홀저를 다뤘어요. 앞으로도 해외의 문화를 다룰 계획인가요?

이건 제가 얼마 전 뉴욕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에요. 마침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도 그다지 화제가 되지 않길래 소개하게 됐어요.

도쿄는 지금도 활력이 넘치지만, 1990년대의 도쿄는 유독 생기 넘쳤어요.

맞아요. 하지만 저희가 1990년대에 벌인 일도 비단 도쿄만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해외의 재밌는 것들도 함께 다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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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엇>에는 ‘피처’ 콘텐츠 외에도 스니커즈, 스포츠, 음악, 영화, ‘원트 리스트(WANT LIST)’ 칼럼 등이 등장해요.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활기 넘치는 과거의 잡지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기대가 됩니다. 이런 콘텐츠 카테고리는 어떻게 정했나요?

준비한 카테고리는 많아요. 그렇기에 매번 스니커 이야기가 나올 필요는 없어요. 어떤 경우에는 예술이 주가 될 수도 있고, 음식이 주가 될 수도 있겠죠. 만약 피처 콘텐츠가 많으면 칼럼이 줄어들 수도 있고, 앞으로는 지금처럼 카테고리를 다섯 개만 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페이지 수는 몇 장 정도인가요?

지금은 10 페이지 정도에요. 하지만 앞으로는 늘려도 될 것 같아요. 다만 잡지라는 형태를 갖추고 있는 만큼, 매주 꾸준히 진행하고 싶어요.

잡지가 소개하는 프라그먼트의 제품 같은 아이템들은 모두 최초 공개되는 것들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저는 미디어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하입비스트>보다 저희가 먼저 소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되는 것은 먼저 소개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하입비스트>에서 먼저 다뤄줬으면 하는 것들은 그대로 둘 수도 있어요. ‘우리끼리 독점적으로 재밌는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콰이엇> #1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요?

반응이라… 아직 특별히 실감하는 건 없어요. 하지만 다섯 번, 10번씩 매주 꾸준히 발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이 콘텐츠가 독자들에게 스며들면 재밌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10일은 POPEYE 발매일이다’라는 식의 기대감 섞인 반응을 기대하고 있어요. 비슷하게 ‘매주 일요일은 <콰이엇>의 날’이라는 생각이 독자들에게 심어지면 참 좋겠네요. 그래서 일단 석 달 정도는 열심히 해보려고 해요.

나중에 해외판을 론칭할 계획도 있나요?

그렇죠. 그럴 생각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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