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R 크림 인터뷰: 거칠게, 혼란스럽게

“‘psyche: red’는 가장 솔직한 제 감정을 담은 앨범이에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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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는 얼마 만인가요?

5년 넘은 것 같아요. 인터뷰나,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즐기는 편은 아니거든요.

DPR의 메인 프로듀서로 먼저 이름을 알렸어요. 그리고 지난 4월, 프로듀싱은 물론 보컬까지 겸한 신곡 ‘savage’를 냈죠. 무대 뒤의 프로듀서일 뿐 아니라, 중심에 서는 플레이어가 된 셈이에요. 어떤 생각이 결심으로 이어졌나요?

부끄럽다는 말도, 쑥스럽다는 말도 정확하지 않은데, 아무튼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에요. 프로듀서로서 충분히 제 정체성과 작업물을 선보일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던 중 지난 몇 년간 작업한 곡을 두고 누가 보컬로 참여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던 중, 저보다 이 곡들을 잘 표현할 사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앨범 작업까지 이어진 셈이죠.

앨범 재킷, 뮤직비디오 등 DPR은 남다른 비주얼로 주목받는 팀이기도 해요. ‘플레이어’로서 세상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길 원해요?

사실··· 여전히 나서는 걸 즐기지는 않아요. 말이 많은 편도 아니고요. 이런 제 성격과 성향 그리고 몽환적인 제 음악을 비주얼에 빗댄다면 흔히 말하는 ‘신비로운 이미지’가 아닐까 해요. 친근해 보이는 사람이 되려 노력한 적도 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그렇다고 불친절한 건 아니에요. 제 감정과 감성이 꾹꾹 눌러 담긴 음악으로 저에 대해 설명이 될 것 같거든요. 해석은 듣는 사람의 자유라고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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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나올 새 앨범 <psyche: red>는 어떤 생각에서 출발한 음반인가요?

앨범의 키워드라면 사춘기, 반항, 무질서 등이 떠오르네요. 사실 어떤 프레임을 두고 작업한 건 아니에요.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모두 날카롭고 혼란스러운 감정에 대한 것들이더라고요. 앨범명처럼 내면이 새빨간 색으로 물든 기분. 저도 저를 잘 모르겠고, 애인을 만나도 상대에게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는 현재야말로 사춘기 같다 생각했어요. 세상에 싫증을 느끼다가도 다음날이면 마음이 변하기도 하는 상태.

‘플레이어’가 되기로 결심한 것도 반항의 일환인가요?

비슷해요. 얼마 전까지는 프로듀서였고, 조력자에 가까운 형태로 살아왔다면 이제는 그 반대의 역할도 해보겠다는 거죠. 음악을 한 지는 오래됐는데, 시간이 지나며 진정 내가 원하는 것과 진정 표현하고 싶던 것들을 독자적으로 해내고 싶었달까요.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는 건 청춘의 특권이기도 해요.

저 청춘이란 단어를 참 좋아해요. 누군가는 청춘의 아름다운 면을 노래한다면, <psyche: red>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혼란스럽고 반항적인 모습이 담긴 앨범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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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카로운 감정이 음악으로는 어떻게 표현됐나요?

날카로운 사운드가 특징이에요. 곡의 구성은 다양한데, 심플하게 들리도록 만들고 싶었달까요. 음악이 주는 감상이 공격적이고 좀 불편할 거예요. 욕이 담긴 가사도 있고, 알아 듣기 어렵게 말하는 가사도 있고요. 일부러 어지럽게 표현한 게 아니라 당시의 제 감정을 가장 솔직한 형태로 전하기 위한 선택이에요. 5번 트랙 ‘i miss u (too bad)’가 그런 감정이 가장 단적으로 드러난 곡이고요.

‘i miss u (too bad)’를 만들던 당시의 상황은 어땠나요?

뉴욕의 한 호텔이었어요. 저희 DPR 팀원들은 모두 귀국한 상황이었고, 혼자 뉴욕에 남아있었죠. 그렇게 술 한잔하고 다시 음악을 만들려고 랩톱을 열었는데, 옛사랑이 떠오르더라고요. 좋은 추억보다 나쁜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어요. 그렇게 호텔 방은 지옥이 됐어요. 하지만 그를 사랑한 것만은 확실해요. 그래서 곡명처럼 보고 싶지만, 그 감정은 싫은 거죠. 그런 마음이 든 호텔 방의 공기를, 제 감정을 가사와 비트에 눌러 담기로 했어요.

격한 감정으로 부르짖는 것 또한 청춘의 일면이기도 하죠.

맞아요. 저 또한 음악을 만들고 가사로 표현하며 성장하는 것 같아요. 10번 트랙 ‘puberty 3’의 가사도 그래요. 사춘기에 할 법한 아리송한 표현이 있거든요. 뭔가에 휘둘리거나 수긍하기보다 제가 주도권을 쥐고 싶다는 감정을 솔직하게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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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곡 ‘darling’은 어떤 노래인가요?

사랑 이야기에요. 다 타버릴 걸 알면서도 불에 뛰어들 법한 뜨거운 감정을 담았어요. 밤의 에펠탑을 보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이는 조명이 둘러져 있잖아요. 그런 장면을 음악으로 구현하고 싶었어요.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정한 건, 혼란스럽고 반항적인 감정이 전반적인 만큼 아름다운 곡이 앨범을 대표하길 바랐어요.

가사의 소재로 특히 극적인 감정을 주로 다룬 이유가 있나요?

사랑이 극적인 감정이라 그런 것 같아요. 가사로 표현하기도 좋고, 공감도 잘 되고요. <psyche: red>에선 원래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개인사를 완전히 솔직하게 담으면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았어요. 그런데 사랑 이야기로 치환해 미묘하게 다루니 더 흥미롭게 느껴졌달까요.

<psyche: red>를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뭐예요?

솔직함. 가사뿐 아니라, 보컬로서도 과하게 멋부리지 않고 감정 표현에 적합한 소리를 내고자 했어요. 그래서 몇몇 곡은 한 감정에 집중하기 위해 변주와 형식도 깔끔하게 작업했어요. 제가 이전에 작업한 DPR 이안, 라이브의 곡은 대체로 구성이 꽉 찬 편인데, 제 솔로 앨범에는 그런 다채로움보다 심플하고 명료한 표현이 적합할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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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red>를 관통하는 ‘사운드’는 무엇이라 생각해요?

입체적으로 공간감이 느껴지는 사운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어떤 곡은 공간이 좁은 곳에서 넓은 곳으로 확 바뀌기도 해요. 그리고 모든 소리를 미니멀하게 배치하는 것에 집중했죠. 심플하지만 마냥 쉬워 보이지만은 않게, 동시에 너무 예술적이거나 어렵게 들리지는 않도록 중심을 잡고자 했어요.

앨범을 만들던 중 주변 사람에게 들려주기도 했나요?

DPR 라이브에게 들려줬어요. 그가 휴양지에 있어서 화상 채팅으로 데모를 들려줬는데, 놀라며 “형 이거 너무 좋아”라며 극찬하더라고요. 이안도 어떤 곡은 자기가 부르고 싶다며 탐내기도 했어요. 저는 뿌듯한 맘으로 “끝까지 작업해 볼게”라고 했죠. 빈지노에게도 들려줬는데 모든 면에서 좋으니 하던 대로 진행해도 좋겠다고 해주더라고요. 남의 노래를 만드는 건 많이 해봤는데, 솔로곡을 발표하는 건 오랜만이라 고민이 많았고, 스스로를 의심했는데, 주변 사람들의 응원을 동력 삼아 발매하게 된 것 같아요.

<psyche: red>의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인인가요?

60점. 아쉬운 부분도 많아요. 뛰어난 창작자들이 모인 DPR의 일원으로 오랫동안 함께해서 그런지, 아직 만족할 수 없어요. 여전히 배울 게 많고, 성장하고 있다고 보고요.

DPR과는 언제부터 함께했나요?

2016년쯤인 것 같아요. DPR이 결성되고 1년쯤 지난 시점이었죠. 당시 팀의 메인 프로듀서가 필요했는데, 마침 제게 연락이 왔고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왔어요. 앞서 질문하신 것처럼 DPR은 비주얼 콘텐츠를 직접 만든다는 게 강점인 팀이기도 하고, 뮤직비디오뿐 아니라 여러 영상을 제작했는데, 영상에 사용할 음원을 만드는 일도 전담했죠.

그렇게 9년째 DPR의 일원이자 맏형으로 함께하고 있어요. 돌아보면 어때요?

다들 멋진 어른이 된 것 같아요. 팀이 커지고, 팀원도 늘어나며 아쉬운 순간도 있었죠. 각자 삶의 순서가 다르다 보니, 모두가 같은 시점에 동기 부여가 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느끼기도 했고요. 저희는 직접 음악을 만드는 친구들 뿐만 아닌 모든 DPR 멤버가 주요 멤버라 생각해요. 그만큼 팀을 향한 자부심이 있고 함께 성장했다는 사실에 뿌듯하고요. 예전에 DPR 라이브가 한 인터뷰에서 “저희는 음악으로 번 돈을 거의 모두 다시 음악과 콘텐츠에 투자한다”라고 말한 적 있는데 여전히 같아요. 저희는 돈보다 예술이 우위에 있다고 여기거든요. 인기와 수익을 비롯한 요소에 취하지 않고, 예술적으로 더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초창기부터 함께한 메인 프로듀서로서 DPR의 음악적 근간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자유로움, 새로움 그리고 도전 정신. 저희는 모두 꿈이 커요. 아직 밝히긴 이르지만 각자 예술가로서 원하는 큰 꿈이 있거든요. 누구는 멋진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예술가가 되길 원하죠. 저희는 그 모든 걸 이루기 위해 매일 밤낮 없이 골몰하며 작업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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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 크림의 꿈은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퍼렐 윌리엄스와 협업하기 등 세계적인 뮤지션이 되는 걸 꿈꿨다면, 지금은 DPR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커요. 점점 조직이 커질수록 크루, 레이블이 오래 간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닫기도 하는데, 그 모든 난관을 넘고 싶어요. 저희는 늙더라도 DPR이라는 이름은 영원히 젊은 상태이길 바라는 마음.

올해 계획이 더 있나요?

DPR의 월드 투어가 예정되어 있어요. 자세한 건 때가 되면 공개될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신곡을 발표하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프로듀서로서 다른 사람의 곡을 만드는 일이 더 많았다면, 이제는 가수로서 다른 뮤지션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이번 앨범은 피처링 아티스트 없이 만들었는데, 다음 앨범은 가능한 많은 해보려 하고요. 함께하고 싶은 뮤지션은 저희 DPR 멤버들은 물론, 페기 구, 실리카겔 김한주, 샤이보이토비 등 다양해요. 마지막으로는 DPR 이안, 라이브, 아틱, 크림이 뭉쳐서 음악을 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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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메이크업
Hyunmi Koo
스타일리스트
Jiyeon Park, Sangwook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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