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범 인터뷰: 네모 속에 기억을 담는 픽셀 아티스트

“네모난 사람은 아니지만 네모난 무언가를 작업하는 사람입니다.”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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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범의 세계에서 픽셀은 단순한 디지털 이미지의 최소 단위가 아니다. 그는 픽셀이라는 작은 네모 속에 시간과 기억을 담아내며, 이를 회화적 언어로 확장하고 조형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픽셀 아티스트다. 디지털에서 출발한 그의 예술은 점차 아날로그와 융합됐고, 이번 개인전 <BEYOND THE SCREEN>을 통해 이윽고, 화면 속 이미지를 물리적 공간으로 끌어냈다.

이번 전시는 픽셀을 단순한 정형적 패턴이 아닌 회화적 요소로 재해석하는 실험의 장이다. 주재범은 픽셀을 격자로 정렬하는 대신 의도적으로 불균형하게 배치하거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 기존 디지털 이미지에서는 볼 수 없던 질감을 형성하는 작업을 선보이기도 하고, 나무 조각과 아크릴 페인팅을 활용해 픽셀의 조형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다양한 실험도 전개한다.

이제 주재범의 픽셀은 더 이상 화면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조각이 되고, 공간을 점유하며, 회화적 언어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하입비스트>는 그의 픽셀 아트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갤러리 CDA에서 주재범을 만났다. 주재범의 예술 세계와 창작 과정에 대한 인터뷰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또한 ‘모하’ / The Same ‘Moha’>

모하는 우리 집 고양이다. 고양이는 연체동물이라는 설이 있을 만큼 유연하고, 다양한 포즈를 취한다. 그런 고양이의 움직임을 담아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형태를 비틀고 변형했다. 나무 위 아크릴 픽셀 아트는 정면과 측면이 명확하게 정렬된 형태로 인식되지만 그 틀을 깬 실험이기도 하다. 익숙한 형태를 낯설게 표현하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픽셀의 가능성을 더욱 확장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작품 모두 여러 가지 형태로 왜곡되었지만 그래도 이 또한 ‘모하’.

<따뜻하게 기억나는 순간 / Warmly Remembered Moments>

어느 저녁, 해 질 무렵 아내와 함께 걷던 풍경을 픽셀화한 작품이다. 보통 소중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기곤 하지만 나는 픽셀을 이용해 기록하고 싶었다. 디지털 작품으로 기록해오던 작업 방식을 확장한 만큼, 스케일 역시도 기존의 픽셀 작업보다 훨씬 큰 작품으로 제작해 깊이를 더하고자 했다. 자그마한 픽셀들이 모여 거대한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가는 과정처럼, 일상 속 작은 순간들이 모여 결국 소중한 기억 하나를 형성하는 듯한 느낌을 연출했다.

<흩날리는 기억들 / Scattered Memories>

픽셀이 점점 부드럽고 정교한 이미지로 변화하면서, 본래의 거칠고 투박한 픽셀 감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다. 픽셀 아트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오히려 픽셀 특유의 매력을 퇴색시키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은 픽셀의 흔적을 조각처럼 남겨, 픽셀아트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표현 방식을 탐구한 결과물이다. 픽셀을 하나의 선명한 점이 아니라 마치 기억의 파편처럼 보이게끔 흐릿하게 작업했다.

<Mood in Forest>

내 작업실이 위치한 남산은 늘 익숙한 공간이지만, 순간의 감정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게 보일 때가 많다. 이번 작품에서는 남산의 풍경을 픽셀화하면서도, 회화적인 감성을 담고자 했다. 그래서 전통적인 회화 기법인 붓을 사용해 손으로 하나 하나 픽셀을 그려냈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선명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삐뚤하고 흐트러진 픽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가까이서 보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웃음). 그것 역시도 매력이다.

<Dark Blue Sea>

작업할 때는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지 않나. 나는 디제이 오카와리와 누자베스의 재즈 힙합을 즐겨 듣는데, 그들의 부드러운 멜로디와 감성적인 비트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밤하늘의 깊고 차분한 분위기가 떠올랐다. 이번 작품은 픽셀 아트만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그러데이션 기법도 활용했고, 우연히 튄 페인트 자국도 그대로 살렸다. 색의 미묘한 변화가 필요한 어둠을 표현하고자 시도한 그러데이션은 고요하면서도 거대한 감정이 넘실거리는 밤하늘이 됐고, 우연히 튄 흰색 페인트 자국은 반짝이는 별이 됐다.

<작고도 거대한 돌 / The Grand Little Stone>

달은 예로부터 신비로운 존재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결국 달도 하나의 암석일 뿐, 판타지적 요소라기보다 ‘떠 있는 돌’이라고 생각했다. 달을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봤으니 작업 방식에도 새로운 시도를 더하고자 했다. 보통 픽셀 아트 하면 네모난 형태를 떠올리지만, 나는 픽셀을 보다 유기적으로 배치하고 싶었다. 둥근 캔버스 위에 네모난 픽셀을 조화롭게 배치하며, 픽셀이 하나의 조형 요소가 될 수 있도록 실험했다. 익숙한 대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는 작업은 언제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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