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 Visits: 에딕티드 서울
압구정로데오를 20년 동안 지켜온 터줏대감.


패션은 돌고 돈다. 평균 12년 주기로 트렌드가 새롭게 재해석된다고 하지만, 같은 지역에서 2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며 변화를 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트렌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소비 패턴도 달라지며, 오프라인 스토어의 역할도 재정립되는 시대다. 하지만 그 흐름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여전히 중심을 잡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에딕티드 서울이다.
한때 ‘패션의 불모지’로 불렸던 압구정로데오에서 에딕티드 서울은 오랜 시간 동안 존재감을 지켰다. 그리고 이들은 더 큰 도약을 위해 기존 2층에서 8층 규모로 확장 이전했다. 그 이름처럼 고객들이 ‘Addicted’될 만한 새로운 미감을 제안하는 에딕티드 서울은 브랜드의 시즌 아이템을 나란히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 브랜드의 철학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공간을 만든다. 키코 코스타디노브, 월터 반 베이런동크, 뮈글러, 아워 레가시, 윌리 차바리아, 루단, 장 폴 고티에, 프로토타입스까지. 쉽게 접하기 어렵지만, 시대의 감각을 선명히 담고 있는 브랜드들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있다.
이런 에딕티드 서울의 감각을 일찍부터 믿고 찾아온 사람들은 결코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들은 다음 트렌드를 먼저 감지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며 패션을 능동적으로 ‘경험’하는 사람들이다. 혹자는 “너무 마이너한 브랜드만 모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에딕티드 서울을 찾는 이들이 유행의 흐름보다 반 발짝 앞선다는 사실은, 이곳이 트렌드를 좇는 곳이 아니라 트렌드를 만드는 곳이라는 반증이다.
2003년부터 약 20년 동안 압구정로데오 지역을 지켜왔죠. 이번에 기존 2층 매장에서 8층으로 확장 이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브랜드 믹스가 점점 다양해지면서, 취급하는 브랜드들을 더욱 돋보이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어요. 그러던 중, 2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여러 요소가 맞아떨어졌고, 이를 계기로 더욱 넓고 쾌적한 공간으로 확장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공간은 지하 1, 2층부터 지상 1층에서 6층까지 총 8개 층, 연면적 약 400평 규모로 구성되어 있어, 브랜드의 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압구정로데오 지역의 특성이 에딕티드 서울의 운영에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많은 영향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곳은 오랫동안 한국 패션의 중심지였고, 저희 역시 이곳에서 20년 동안 자리 잡아왔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상권의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에딕티드 서울이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저희뿐만 아니라 소비자분들에게도 압구정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에딕티드를 만나는 것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됐죠.
또 이곳의 상권이 침체되면서 한때 패션의 불모지였잖아요. 이런 변화 속에서 에딕티드는 어떻게 적응했나요?
초창기만 해도 편집숍이라는 개념이 생소했지만, 이제는 많은 브랜드가 이를 채택하면서 시장 자체가 성장했어요. 경쟁이 심화된 만큼, 저희는 더욱 새롭고 차별화된 바잉을 통해 브랜드 셀렉션의 독창성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트렌드의 흐름을 좇기보다는 오히려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저희의 방향성이에요.
20년 동안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확장이전이 단연코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 생각해요. 확장에 대한 고민은 늘 해왔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도전이 있었기에 더 발전할 수 있었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에딕티드 서울 매장이 다른 편집숍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요?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고 가장 먼저 소개하는 것이 에딕티드 서울의 가장 큰 강점이에요. 한국에서 저희가 최초로 바잉해 선보인 브랜드가 300개가 넘고, 그중에는 르메르, 마틴 로즈, 와이 프로젝트 같은 브랜드도 포함되어 있어요. 이런 브랜드들이 이제는 국내에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과거에는 에딕티드 서울 온라인에서 구매하려면 회원이 꼭 되어야만 했는데 최근 몇 년간 소비자들의 패션 소비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이런 흐름에 맞춰 매장 운영 방식에서도 변화가 있었나요?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로 인해 시장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어요. 과거에는 오프라인 매장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마켓을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죠. 이에 대응하기 위해 15년 이상 회원제로만 운영하던 온라인 스토어를 글로벌로 오픈하면서 새로운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에딕티드 서울 매장의 전반적인 콘셉트와 디자인 요소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정형화된 콘셉트보다는, 매장을 방문하는 순간부터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브랜드마다 가진 개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무엇보다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새롭게 단장한 매장이 ‘숍 인 숍’ 형태를 띄고 있는 것 같아서 브랜드 측에서 굉장히 좋아했을 것 같아요. 매장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구상할 때 특별히 영감을 받은 요소나 참고한 사례가 있나요?
직원들 모두 다양한 해외 숍들을 직접 경험하며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며 디자인을 구상했어요. 그저 디자인 요소를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공간에서 고객이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죠. 브랜드별로 어울리는 분위기와 시너지를 고려해 공간을 배치하고, 브랜드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최적의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수 많은 브랜드들 중 에딕티드 서울이 브랜드를 선정할 때 고려하는 기준도 있나요?
해외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나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브랜드를 발굴해 소개하는 것이 저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에요. 단순히 판매나 수익만을 고려하기보다는 브랜드의 스토리와 방향성이 저희의 철학과 맞는지, 고객들에게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요. 또한, 국내 시장에서 이미 익숙한 브랜드보다는 새로운 브랜드를 찾아 소개하는 것이 저희만의 철칙입니다.
선구안을 가지고 있는 에딕티드 서울에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였는데요. 이번 시즌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컬렉션이나 아이템이 있나요?
이번 겨울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브랜드 ‘체리 로스앤젤레스’를 주목할 만해요. 빈티지하면서도 흔하지 않은 스타일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현재 한국에서는 저희 매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주목하고 있는 디자이너도 있을까요?
ALL-IN이라는 브랜드를 눈여겨보고 있어요. SS25 시즌부터 첫선을 보일 예정인데, 최근 LVMH 세미파이널리스트에도 오르면서 더욱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새롭게 단장한 에딕티드 서울 매장에서 예정된 특별 이벤트나 프로모션이 있나요?
아직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주요 디자이너들의 직접 방문과 이벤트, 협업을 계획하고 있어요.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예상보다 규모가 커지면서 공간을 완성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어요. 특히 해외 디자이너들과의 협업 과정에서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죠. 하지만 완성된 공간을 보면서 그동안의 어려움이 보람으로 바뀌었어요.
향후 매장 확장이나 새로운 사업 계획도 있을까요?
당분간 추가 확장보다는 현재 공간을 더욱 완성도 높게 다듬는 것이 목표입니다. 앞으로도 에딕티드 서울만의 색깔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주면서, 저희의 포지션을 확고히 해나가고 싶어요.
B1F
알렉산더 디제노바, 루단, 조슈아 자말, 엔타이어 스튜디오, 온라인 세라믹스, 베터 위드 에이지, 윌리 차바리아, 페이스타즘
1F
키코 코스다니노브, 아식스 노발리스, 키코 코스다니노브 x 폭스 랩, 오토 858
2F
아크네 스튜디오, JW 앤더슨, 장 폴 고티에, 마르니, 뮈글러, 월터 반 베이렌동크, 헬무트 랭, Y/프로젝트
3F
아워 레가시, 블레스, 네임셰이크, 프로토타입스, 나타샤 진코, 에곤랩, 마틴 로즈, 랜덤 아이덴티티즈, 스테판 쿡
4F
호다코바, ERL, 시몬 로샤, 초포바 로웨나, 세실리에 반센, 애슐리 윌리엄스, 체리 로스앤젤레스, 바케라
5F
이벤트 공간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74길 14 (14 Eonju-ro 174-gil, Gangnam District,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