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송재우 인터뷰: 검은색으로 그린 미래
“질서와 무질서 사이, 우리는 늘 그 사이에 있습니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실험적인 스타일을 선보여온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송지오. 하우스를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송재우는 전위적인 조형미 위에 절제된 감각을 더해 고유한 미학을 완성한다. 형태는 과감하지만 옷에는 늘 여백과 균형이 있다.
그의 지휘아래 견고히 설계된 컬렉션은 파리의 고전 건축물 사이에 대담하게 들어선 브랜드 매장처럼, 정제된 틀 안에서 새로움을 추구한다. 정교한 구조 속에서 여성상을 새롭게 정의하고, 디즈니, DC코믹스, 리복 등 대중적인 브랜드와 협업하며 고유한 미학을 지켜낸다.
“순수하고 아름다울수록 예술적 가치는 극대화된다.” 캔버스 앞에서 직접 붓을 들고 컬렉션을 디자인하는 그는, 빠르게 소비되는 유행보다 오래 남을 이미지를 만든다.
<하입비스트>는 송지오 하우스의 현재와, 송재우가 그리고 있는 미래에 대해 물었다.
브랜드를 이끄는 CEO이자 디자인까지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입니다. 두 역할을 동시에 맡는 게 쉽지 않을텐데, 어떻게 밸런스를 맞추고 계신가요?
한 패션 브랜드를 이끄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는 많지만, 단연 가장 중요한 것은 디자인입니다. 디자이너 브랜드답게 본질적인 창작에 몰두하고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창의성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것을 고민하고 그 깊이를 더해, 시대의 흐름에 맞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죠.
경영 역시 이러한 디자이너의 정신을 바탕으로 진취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역할의 공통점은 ‘사람과 함께 한다’는 점입니다.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가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미래를 그리는 과정 속에서, 크리에이티브와 매니지먼트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맞춰진다고 봅니다.
‘검은 캔버스에 붓을 얹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디자인’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직접 손으로 그린 스케치로 컬렉션을 시작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한 작품의 결과물만큼이나 그 과정도 순수하고 아름다울수록, 그 예술적 가치는 극대화된다고 생각합니다. 송지오 하우스 고유의 창작 방식은, 제가 추구하는 아트 패션의 첫걸음입니다. 디자이너의 내면에 있는 생각과 감정, 그리고 이야기를 가장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그림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장 순수한 창작 방식을 고수하며, 제 내면의 고민을 솔직하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예술적인 감성과 브랜드 운영 사이에서, 항상 고민되는 지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감성과 현실 사이에서 기준이 되는 건 뭘까요?
우리의 시간, 고민, 그리고 디자인이 누군가의 일상에 즐거움이 되고 영감이 되는 순간, 멀게만 느껴졌던 감성과 현실의 거리는 가까워집니다. 현실의 다양한 결핍과 빈자리를 감성으로 채우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라 생각하며, 저는 송지오만의 고유한 미학과 가치를 기준 삼아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질서와 무질서’ 같은 상반된 개념을 계속 다뤄오고 계신데, 이 철학이 브랜드나 컬렉션 외에도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줄까요?
송지오가 연구하는 동양과 서양, 과거와 미래, 빛과 어둠, 질서와 무질서 등 이원적 철학은 충돌과 혼란보다는 공존과 균형에서 그 아름다움을 찾습니다. 컬렉션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제가 일하는 방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는 역설적인 현실 속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균형을 찾아갑니다.
파리 패션위크에 다녀오셨습니다. 송지오 하우스만의 스타일이 현지에서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 궁금해요.
동양과 서양, 고전과 미래가 공명하는 송지오만의 아방가르드 스타일은, 장인정신이 깃든 섬세하고 예술적인 메이킹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동양 철학의 깊이와 신문화를 미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리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만의 방식이 곧 차별점이며, 이는 단순한 ‘다름’이 아닌, 익숙한 현실을 넘어서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디즈니, DC코믹스, 리복 같은 브랜드와의 협업도 화제가 됐었죠. 이런 글로벌 브랜드들과 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있다면요?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송지오가 추구하는 아방가르드 디자인과 동양적 미래주의, 예술적 표현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는 것입니다. 하나의 컬렉션에는 늘 이야기가 있고, 그 안에는 인물과 세계가 존재합니다. 디즈니나 DC코믹스처럼 오랜 시간 축적된 스토리를 지닌 브랜드와의 협업은, 그 이야기의 맥을 이어받아 더욱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최근엔 남녀 구분 없는 혼성 컬렉션도 선보이셨어요.
파리 컬렉션에서 선보인 여성복은 그 새로움 덕분에 더 큰 주목을 받은 것 같습니다. 감성적인 답변은 아니지만,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온 것처럼 “당장 사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원래는 올해 7월 오픈 예정인 파리 여성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예상보다 많은 요청이 있어 현재는 남성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도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송지오’라는 이름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아트 패션’이라는 인상을 남기고 싶습니다. 송지오는 동양과 서양,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자신만의 아방가르드한 룩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자 합니다. 하우스의 창작론은 예술성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문화의 중심이 된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미래를 제시하는 예술적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서울 도산공원의 ‘갤러리 느와’, 파리의 플래그십 스토어 모두 공간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어요. 두 공간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디였나요?
공간을 기획할 때 특정 부분만을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 각 공간은 제 역할과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들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장면이 됩니다. 파리와 서울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전혀 다른 도시 환경에 놓여 있지만, 동일한 미학과 철학을 기반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송지오 하우스의 미학은 고전적이면서도 혁신적이고, 거칠면서도 섬세하며, 절제되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도록 구성했습니다.
파리 매장은 고전 건물 사이에 아주 대담한 디자인으로 들어섰습니다. 처음 그 공간을 구상하셨을 때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셨나요?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고전 건물들이 늘어선 파리 거리 위에, 그 흐름을 끊는 대담한 장면을 상상했죠. 은은한 베이지색 오스만 양식 건물들 사이에서, 검은 철과 거친 콘크리트를 사용해 시선을 전환하고 싶었습니다. 다소 획일적인 건축 사이에서 과감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갤러리 느와’처럼 예술 전시와 쇼핑 공간을 함께 운영하는 브랜드는 드물죠.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요?
‘갤러리 느와’는 송지오와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실험적인 공간입니다. 송지오 하우스가 보여주는 한국적 감성과 현대적 미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예술적 흐름을 만들어가는 전위적인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길 기대합니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송지오 우먼’ 컬렉션, 준비 과정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한 패션 하우스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여성복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만큼, 여성 컬렉션에서는 더 과감한 실루엣과 디자인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에 늘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한 브랜드를 정립해 나가는 과정은 감정적 고민과 깊은 고뇌가 따르기에 쉽게 시작할 수 없었습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송지오의 남성복 디자인과 브랜드의 입지가 국내외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판단해, 본격적으로 여성 컬렉션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송지오 우먼만의 매력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자유로운 예술성’입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작의 자유,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아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표현하는 태도. 그것이 송지오 우먼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송지오 우먼은 전위적이면서도 우아한 무드를 담은 컬렉션입니다.어떤 여성이 송지오 우먼을 경험하길 바라시나요?
여성 컬렉션을 구상하며, 송지오의 옷을 입었을 때 어울리는 새로운 여성상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오늘날의 여성은 섬세한 감성 안에 강인함을 지니고 있고, 순수함과 우아함, 현대적인 감각과 미래에 대한 진취적인 시선을 함께 갖춘 존재입니다. 그 일상 속에서 송지오의 옷이 하나의 확신이자 영감이 되었으면 합니다.
조기석 작가와 함께 난초라는 주제를 활용한 캠페인이 기억납니다. 앞으로 송지오 우먼에서 보여주고 싶은 새로운 이야기나 대규모 캠페인 계획이 있나요?
송지오 우먼의 25FW 캠페인은 세계적인 포토그래퍼 키토 뮤노즈(Kito Munoz)와 함께할 예정입니다. 6월 파리에서 촬영을 앞두고 있으며, 강한 스토리텔링과 예술적인 연출을 통해 하나의 영화 같은 캠페인을 완성하고자 합니다. 키토 뮤노즈와는 더스트 매거진 표지 촬영으로 처음 협업했던 인연이 있어, 이번 프로젝트 역시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앞으로 송지오 하우스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송지오 하우스가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인 하우스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한국의 예술성과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전위적인 정신과 혁신적인 디자인을 통해 전통과 미래가 함께 울리는 ‘아트 패션 하우스’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