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인터뷰: 푸마와 지용킴, 과거의 유산 위에 덧입힌 태양의 시간
글로벌 협업 계획은?
푸마는 80여 년의 유구한 역사가 축적된 아카이브를 동시대적 미학으로 재해석하며, 매 시즌 혁신적인 협업의 궤적을 그려왔다. 그 장대한 여정의 분기점에는 2000년 첫선을 보이며 디자이너의 독창성을 각인시킨 ‘미하라 야스히로’ 컬렉션이 상징적 이정표로 존재한다.
그리고 2026년, 푸마의 시선은 지용킴의 수장 김지용에게 머물렀다. 협업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패션 팬들은 하나의 본질적인 화두를 던졌다. 지용킴의 인장과도 같은 정교한 드레이핑과 ‘선블리치(Sun-bleached)’ 기법이 푸마의 역동적인 스포츠 헤리티지와 조화로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베일을 벗은 캠페인 비주얼은 이러한 의구심을 단숨에 확신으로 치환한다.
이번 협업의 구심점은 2000년대 초반 푸마 축구화의 정수를 담았던 V1.05와 V1.08 모델을 복각한 ‘V-S1’이다. 브랜드가 지닌 유구한 헤리티지와 현대적인 감각이 예리하게 교차하는 지점에서, 김지용은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을 투영한 가장 밀도 높은 협업의 결과물을 빚어냈다.
지난 2026 가을, 겨울 파리 패션위크의 열기 속에서 운영된 쇼룸의 진솔한 소회부터, 협업의 단초가 된 영감과 ‘V-S1’을 선택해야만 했던 필연적인 이유까지. 디자이너 김지용을 만나 푸마 x 지용킴 컬렉션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지난 파리 패션위크 기간 중 새로운 컬렉션의 실물을 보며 ‘지용킴의 정체성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당시 쇼룸을 방문한 글로벌 바이어들과 프레스들의 반응은 구체적으로 어땠나요?
이번 쇼룸에도 정말 다양한 분들이 방문해 주셨습니다. 지용킴만의 시그니처인 ‘선블리치’를 매 시즌 새롭게 보여주는 것에 대해 특히 높은 관심을 보여주셨고, 기법이 적용되지 않은 제품들 역시 디자인적인 완성도와 방향성 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푸마와의 협업 제품들에 대한 호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도버 스트리트 마켓의 아드리안 조페(Adrian Joffe)와 10 꼬르소 꼬모의 카를라 소차니(Carla Sozzani)께서 직접 방문해 주셨는데요. 아드리안 조페가 이번 컬렉션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셨고, 이후 각 국가별 도버 스트리트 마켓 바이어들이 연이어 방문해 주셨던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푸마와 지용킴의 협업 소식은 그 자체로 큰 화제였습니다. 두 브랜드의 만남이 어떤 계기를 통해 성사되었는지, 준비 과정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패션을 좋아했고, 저만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 당시 푸마와 미하라 야스히로, 알렉산더 맥퀸의 협업 스니커를 직접 모으기도 했었죠. 디자이너를 꿈꾸던 학생으로서 좋아할 수밖에 없는, 당시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실험적이고 새로운 디자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형 스포츠 브랜드가 이토록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미하라 야스히로라는 디자이너를 처음 알게 된 계기도 푸마와의 협업이었어요. 그래서 저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협업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가장 디자이너다운 협업’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이 마침내 현실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푸마의 아카이브 중 ‘V-S1’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V-S1은 스포츠적 헤리티지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실험적인 접근이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 점이 지용킴의 언어를 투영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전형적인 유행을 따르는 실루엣이 아니라는 점 또한 새로운 미감을 제안하기에 적절한 선택지였습니다.
이번 스니커의 디테일 중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무엇인가요?
디자인적으로는 새로우면서도 동시에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지점을 고민했습니다. 특히 구조와 소재 디테일에 공을 들였는데요. 어퍼 원단이 아웃솔로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의도적으로 ‘로우 엣지(raw edge)’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상당히 과감한 시도였지만, 이러한 실험적 형태가 단순한 파격을 넘어 정돈된 새로운 미감을 만들어내길 바랐습니다. 또한 지용킴만이 구현할 수 있는 ‘단 하나뿐인 개체성’을 담고자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특수 소재를 개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제품이 서로 다른 패턴과 색감을 갖게 되었죠. 이 소재와 로우 엣지 디테일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용자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더해지며 더욱 깊이 있는 멋을 완성할 것입니다.
협업 스니커를 지용킴의 컬렉션과 매치한다면 어떤 스타일링을 추천하시나요?
화이트 컬러는 함께 발매되는 2026 봄, 여름 컬렉션 중 베이지 톤의 ‘SUN-BLEACHED LAYERED STRAP HALF TROUSERS’, 올리브 그린 컬러의 ‘SUN-BLEACHED DOUBLE FRONT JACKET’과 잘 어우러집니다. 슈즈와 트라우저의 톤이 조화롭게 맞물리거든요. 블랙 컬러의 경우 ‘CURVED MULTI POCKET TROUSERS’와의 조합을 추천합니다. 입체적인 실루엣과 밑단의 드레이핑이 슈즈의 형태를 돋보이게 해줍니다.
다음 행보를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새롭게 선보일 글로벌 협업 아이템에 대한 작은 힌트를 주실 수 있나요?
다음 협업에서도 디자인의 완성도와 새로운 형태를 보여드리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실험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모델과는 또 다른, 확연히 차별화된 느낌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푸마와 함께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카테고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물론 더 다양한 카테고리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있다면 좋겠지만, 당분간은 스니커라는 카테고리에 집중하여 꾸준히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