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 Visits: 소프
이태원의 파란 불빛이 다시 켜졌다.
Shop Visits: 소프
이태원의 파란 불빛이 다시 켜졌다.
2017년,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 이태원 뒷골목에 파란 불빛이 켜지는 날이면 사람들의 긴 줄이 늘어섰다. 그곳은 바로 90년대 전설적인 클럽 문나이트의 유산을 이어받아 새롭게 등장한 ‘소프’다. 파란 조명 아래 하우스와 힙합, 알앤비가 공존하던 그곳은 당시 서울의 밤을 대표하던 베뉴이자 하나의 브랜드였다.
하지만 2021년, 팬데믹의 여파로 소프는 주말 밤을 밝히던 파란 불을 소등했다. 익숙한 그 공간은 잠시 사라졌지만, 사실 소프는 소프다운 방식으로 우리 곁에 계속 머물렀다. ‘소프 에어’라는 이름의 파티로 이태원의 에너지를 세빛섬으로, 그리고 양양 해수욕장으로 옮겨 심으며 ‘장소 없는 브랜드’로서의 생명력을 증명해 왔다.
그리고 2026년, “안녕이 아니라, 다음 챕터를 위한 선택이다”는 약속을 지키며 다시 이태원으로 돌아왔다. 이에 <하입비스트>가 챕터 2의 막을 올린 ‘뉴’ 소프를 찾았다. 공동 설립자 팔렌스와 얀이 들려주는 더 프레시해진 소프의 이야기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만나 반갑다. 소프를 기다려온 이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팔렌스: 소프의 공동 설립자이자 뮤직 디렉터를 맡고 있는 팔렌스다.
얀: 소프의 공동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얀이다.
누군가에게는 그리움, 누군가에게는 처음일 ‘소프’. 어떤 클럽인가?
팔렌스: 우리는 감사하게도 90년대 전설적인 클럽 ‘문나이트’가 있던 자리에서 시작했다. 2021년, 영업 종료 전까지 수많은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과 국내 뮤지션들의 등용문이 되었던 곳이다. 우리는 소프를 장소라는 물리적 개념을 넘어 음악 컬처를 베이스로 하는 브랜드로 확장해 왔다.
소프의 문은 닫았지만, 세빛섬을 비롯해 삼성, 나이키, 아디다스 등 다양한 브랜드와 이벤트를 진행하며 클럽 바깥에서도 소프의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다져왔다. 그리고 2026년 2월 26일, 5년 만에 새로운 장소에서 두 번째 챕터를 시작했다.
이태원 골목에 긴 줄을 세웠던 소프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팔렌스: 당시 상황이 꽤 어려웠다. 2018년, 1층 바 영역까지 확장하며 지하 클럽과 함께 운영 중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지하 층 운영이 아예 막혔다. 1층 바 수익만으로는 고정 지출을 감당하기에 무리가 컸고,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 일단 멈추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엔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열자”고 다짐했었는데, 다시 베뉴를 갖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다.
5년 만의 귀환이다. 베뉴의 문을 다시 열었을 때의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팔렌스: 모든 팀원이 오랫동안 염원했던 순간이다. 설레는 마음도 컸지만, 한편으로는 오래 기다려준 만큼 잘해야 한다는 기분 좋은 부담감이 늘 따라다녔다.
다시 이태원이다. 재오픈 베뉴를 선정할 때 다른 지역은 고려하지 않았나?
팔렌스: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다른 동네도 고려해 보긴 했다. 하지만 ‘소프’라는 이름 아래 다시 공간을 세운다면, 그 시작점은 역시 이태원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소프의 정체성은 이 동네의 분위기와 떼어놓을 수 없으니까.
재오픈 첫 주말은 어땠나?
팔렌스: 과거의 소프를 함께 만들었던 친구들이 첫 주 라인업을 꽉 채워줬다. 동갑내기 친구 식케이의 릴리즈 파티부터 FS Green, 브릴리언트의 이벤트까지. 첫날 식케이 파티 때는 그의 생일과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이 겹쳐 셋이서 서로 축하를 건넸던 기억이 난다.
특히 FS Green과 함께했던 금요일 밤에는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많아 벅차올랐다. 모르는 분들도 다가와 “과거 소프에서의 기억이 너무 좋았다, 축하한다”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새로운 소프 역시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는 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시즌 2를 맞이한 소프의 공간 설계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얀: ‘편안함’. 사람들이 오랜 시간 머물러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특히 VIP 테이블을 포함한 모든 공간을 같은 높이로 설계했는데, 이는 사람들을 위계로 나누기보다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포용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접근성도 핵심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아티스트이자 우리의 친구 브릴리언트가 제약 없이 언제든 디제잉할 수 있도록 전체 동선을 설계했다. 조명은 프로페셔널한 클럽 세팅을 유지하되 과한 연출은 덜어냈고, 우드 소재를 더해 따뜻하면서도 소프 특유의 곡선미가 살아있는 성숙한 공간을 구현했다.
이번 공간에서도 소프를 상징하는 ‘비누’ 모티브가 곳곳에 눈에 띈다. 이제 하나의 심볼이 된 ‘비누’ 아이콘의 탄생 비화가 궁금하다.
얀: 이름 없이 형태만으로 인식되는 아이콘이 목표였다. 로고 디자이너 DHL과 함께 의도적으로 미니멀하게 설계한 덕분에 디스코볼, 테이블 형태 등 공간 요소부터 플라이어 디자인까지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심볼이 워낙 보편적인 형태라, 사람들이 일상의 창문이나 카펫에서 비슷한 모양만 봐도 무의식적으로 소프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소프 하면 블루 컬러도 빼놓을 수 없다. 레드 톤이 주류인 클럽 신에서 블루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얀: 보다 정제되고 산뜻한 클러빙 경험을 제안하고 싶었다. 레드가 강렬하고 자극적인 에너지를 유도한다면, 블루는 차분하게 사람들이 스스로를 인지하며 음악에 깊게 연결되도록 돕는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일시적인 자극이 아니라, 좋은 사운드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체감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소프를 방문하길 바라나?
팔렌스: 클럽 문화를 즐기는 젊은 층이 주 타겟이겠지만, 우리는 기존 클럽이 주는 딱딱하고 위협적인 인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음악을 매개로 즐거운 경험을 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누구든 환영한다.
챕터 2를 맞이한 소프가 지향하는 사운드는 뭔가?
팔렌스: 5년이라는 공백기 동안 로컬과 글로벌 디제이 신의 트렌드도 많이 변했다. 그래서 하나의 장르를 고집하기보다 하우스, UK 개러지, 디스코, 알앤비, 힙합 등 이벤트 성격에 맞춘 다양한 큐레이팅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공통적인 지향점은 ‘그루브’다. 자극적인 소리보다 그루브를 통해 어떻게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전달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클럽과 차별화되는 소프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얀: 빠른 템포가 아니어도 충분히 폭발적인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우리는 댄스플로어에서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연결성을 중요하게 본다. 또한 음악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콘셉트 전체를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로 설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결국에는 비슷한 감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점이 소프의 가장 큰 차별점이지 않을까.
앞으로 예정된 파티 라인업을 살짝 공개하자면.
얀: 다프트 펑크와의 작업으로 알려진 DJ Falcon을 비롯해 Jael, Jarreau Vandal 같은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내한이 예정되어 있다. 동시에 서울 신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로컬 크루들의 파티도 균형 있게 선보일 계획이다.
소프가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팔렌스: 감사하게도 많은 이들이 “소프는 다른 클럽과 느낌이 다르다”라고 말해주곤 했다. 베뉴 없이 보낸 시간 동안 사람들이 소프를 얼마나 아껴주었는지 깨달았다. ‘뉴’ 소프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음악과 함께 사람들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게, 행복한 기억을 가져갈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소프를 찾을 이들에게 한마디.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많이 놀러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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