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entials: 아이엠샵 정성묵

빈티지 잔스포츠에서 톰 포드를 꺼내는 재치, 그의 가방 속이 궁금하다.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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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을 굳건히 지켜온 터줏대감이자, 뚝심 있는 셀렉션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색을 구축해 온 편집숍 아이엠샵. 이곳을 이끄는 정성묵 대표의 가방 속은 유행 따라 쉽게 바뀌거나 가벼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의 물건 위에 새로운 애장품이 하나둘 추가되며 묵직하게 쌓여간다. 항상 들고 다니는 소지품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는 건, 한 번 들인 물건에 온전히 정을 붙이고 오랜 시간 곁에 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많은 브랜드를 발굴하는 바이어답게 소지품을 고르는 기준도 유쾌하다. 남들이 다 하는 건 일단 피하고 보는 반골 기질, 그리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을 섞어 기가 막힌 스타일의 간을 맞추는 감각. 낡은 빈티지 가방에서 럭셔리한 지갑을 꺼내며 즐거워하는, 정성묵 대표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예리한 13가지 에센셜을 소개한다.

Essentials: 아이엠샵 정성묵

루이 비통 다이어리

이 루이비통 다이어리는 10년 넘게 사용하고 있어요. 번뜩이는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적어두는 용도죠. 예전에는 미팅할 때도 정말 많이 썼고, 지금도 즐겨 씁니다. 사실 요즘은 손으로 직접 글씨를 잘 안 쓰잖아요. 하지만 저는 손으로 직접 쓰는 행위 자체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어떻게든 쓰려고 매일 들고 다녀요. 물론 미팅할 때는 아이패드나 맥북 같은 기기들을 더 많이 쓰긴 하죠. 그래도 꼭 손으로 기록해야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해서 저 다이어리만큼은 항상 챙겨서 아이디어를 적곤 합니다.

까르띠에 펜

친한 동생에게 선물 받은 펜인데요. 취업했다고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고 찾아온 모습이 어찌나 기특하던지, 제가 쓰던 빈티지 까르띠에 펜을 그 친구 포켓에 쓱 꽂아줬거든요. ‘이거 가지고 있으면 돈 많이 벌 거다’라는 일종의 부적 같은 응원이었죠. 그게 내심 고마웠는지 시간이 좀 지나서 이렇게 새 제품으로 보답을 하더라고요. 사실 제 취향은 좀 더 손때 묻은 빈티지 쪽이긴 하지만(웃음), 그 친구의 예쁜 마음이 담긴 물건이라 제게는 무엇보다 특별합니다. 그래서 루이비통 다이어리를 펼칠 때면, 고민 없이 항상 이 펜을 집어 들게 돼요.

이펙터 라이트닝

안경을 워낙 좋아해 수집하다 보니 벌써 100개가 넘었네요. 저는 하나에 꽂히면 색상별로 전 라인을 구비해야 직성이 풀리는 편인데, 최근 십수 년 만에 제 레이더에 걸린 게 바로 이 ‘이펙터(Effector)’ 안경입니다. 마음에 들어서 이번에도 컬러별로 전부 컬렉팅했죠. 재밌는 건 제가 이 모델을 고를 때만 해도 세로 폭이 넓은 디자인이 주류였거든요. 그런데 저는 왠지 폭이 좁고 낮은 프레임에 끌리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요즘 다시 이런 디자인이 유행이라더군요. 제 선구안이 아직은 꽤 날카롭죠? (웃음). 올해로 마흔이 되었는데, 바이어로서 제 감각은 지금이 딱 정점인 것 같아요. 아주 예리하고 뾰족하게 날이 서 있죠. 정말이지, 지금 제 감은 아주 뾰족합니다.

포드 지갑

저 지갑은 안에 여권이 쏙 들어가는 사이즈예요. 제가 해외 출장을 자주 나가다 보니까 여권 수납이 필수거든요. 원래도 여권을 수납할 수 있는 장지갑을 10년 넘게 들고 다녔는데, 마침 여주 아울렛에 놀러 갔다가 이 지갑을 딱 발견한 거죠. ‘샤라웃 투 여주 아울렛!(웃음). 사실 전 작은 지갑을 몇 번 분실한 경험이 있어서, 지갑이 작으면 오히려 불안하고 불편하더라고요. 차 키 홀더도 그렇지만, 물건은 어느 정도 존재감이 있어야 잃어버릴 염려가 없거든요. 이 정도 사이즈면 분실 걱정도 없고 현금도 넉넉히 들어가니, 제 라이프스타일에는 이보다 더 실용적일 수 없죠.

웨이스트 백

벌스데이 수트라는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데요. 이번 26SS 시즌부터 브랜드 콘셉트를 바꿔서, 스웨트 위주로 전 제품이 출시됐거든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 공부가 필요하잖아요. 조금 더 깊게 파고들고 싶어서 어렵게 구한 빈티지 스웨트 팬츠들을 번갈아 가며 1년 반 정도 매일 입고 다녔어요. 그런데 옛날 빈티지 바지들은 주머니가 없어서 무조건 웨이스트 백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렇게 웨이스트 백을 메고 다닌 지 벌써 2년이 넘었네요. 이 웨이스트 백은 타카오 마운틴북이라는 브랜드 제품인데,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정식 판매처가 없어요. 가끔 팝업 이벤트로만 판매하거든요. 예전에 저희 아이엠샵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어 잠깐 판매했었고, 오는 9월에도 한 번 더 진행할 계획이에요.

카시오 사우나 커스텀 시계

실제로 카시오에서 정식으로 출시된 사우나 모델은 아니고요. 제 지인 중에 일본인 아티스트가 있는데, 그 친구가 사우나를 너무 좋아해서 개인 작업 삼아 카시오 시계에 사우나 열쇠 끈을 결합해서 만든 거예요. 그렇게 만들어서 주변 친구들에게 나눠줬거든요. 제가 그걸 보고이거 너무 귀엽다. 우리 아이엠샵에서 꼭 소개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난번에 그레이 컬러를 먼저 판매했었고, 이번에 블랙 컬러가 새로 나와서 조만간 판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아메리칸 빈티지 주얼리

블루선셋이라는 곳의 대표님과 친분이 있어서 그분을 통해 구매했어요. 대표님이 여신 팝업 이벤트에 놀러 갔다가 샀죠. 따로 브랜드가 있는 건 아니고 말 그대로 미국 빈티지 주얼리인데, 스누피가 너무 귀엽게 생겼잖아요. 그래서 냉큼 샀는데, 막상 잘 착용하진 않아요. 슬프게도 저한테 잘 어울리진 않더라고요. (웃음) 하지만 저는나한테 어울릴 때까지 일단 껴보자!’ 하는 주의거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저만의 독특한 애장품으로 꼭 소개하고 싶었어요.

리프로덕션 오브 파운드 스니커

25년 AW 시즌에 새롭게 출시된 모델인데, 특히 이 꼬냑 스웨이드 컬러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요즘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아이템이에요. 착화감이 훌륭한 건 기본이고요. 보통 신발을 고를 때 발볼의 넓이에 따라 모델을 추천하곤 하지만, 이 신발만큼은 누구에게나 ‘원 사이즈 업’을 권하고 싶습니다. 애초에 발볼이 좁게 설계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끈을 끝까지 꽉 조여 신었을 때 이 모델 고유의 실루엣이 가장 아름답게 구현되거든요. 신발의 전체적인 쉐이프를 예쁘게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는 저만의 팁입니다.

잔스포츠 백팩

이 잔스포츠 백팩은 빈티지 모델인데, 상당히 구하기 어려운 제품이라고 하더라고요. 메인 가방에 조그마한 미니백이 결합되는 형태예요. 모양이 너무 귀여운 데다 물건도 많이 들어가서 재밌게 잘 메고 다닙니다.

제가 스타일링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바로 극명한 온도 차인데요. 빈티지한 가방을 열었을 때 톰포드 지갑이 불쑥 나오는 식의 반전을 즐겨요. 예를 들어, 고급스러운 캐시미어 니트에 로로피아나 코트를 걸치고 하의는 아주 편안한 트레이닝 팬츠를 매치하거나, 반대로 헐렁한 트레이닝 세트에 아주 드레시한 로퍼를 신어 긴장감을 주는 걸 좋아합니다.

옷을 입는 행위는 간을 맞추는 요리와 같다고 생각해요. 아주 짠 맛의 강렬한 소재와 간이 전혀 되지 않은 무던한 소재를 과감하게 섞었을 때, 비로소 기가 막힌 중간 맛이 나오거든요. 그렇게 양극단의 아이템을 섞어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는 과정이 저에게는 가장 큰 재미에요.

키링

Essentials: 아이엠샵 정성묵

차 키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것저것 달다 보니 이제는 하나도 뗄 수 없게 돼버렸어요. 예를 들면, 리모와 캐리어를 처음 사서 스티커를 막 붙이다 보면 어느 순간 뗄 수 없는 상황이 오잖아요? 딱 그렇게 된 거죠. 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건 헨더스킴이 에이스 호텔의 키를 오마주해 만든 가죽 키홀더인데요. 가죽을 한 겹 한 겹 정교하게 쌓아 올린 그 만듦새를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합니다. 물론 이렇게 큼직한 키링들을 고집하는 데에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제가 작은 소지품을 종종 분실하는 편이라, 존재감이 확실해야 안심이 되거든요. 결국 제 취향의 집합체인 동시에, 소중한 물건을 지키기 위한 저만의 확실한 장치인 셈이에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시집

Essentials: 아이엠샵 정성묵

조금 깊은 이야기일 수 있는데요. 요즘 전 세계적으로 정치가 좌우로 명확하게 나뉘어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어느 쪽도 완벽한 정답은 아니라고 바라보고 있거든요. 이럴 때일수록 우리 삶에 인문학과 철학이 스며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그때부터 시집을 찾아 읽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시가 참 좋더라고요. 사실 저는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문학은 별로 안 좋아하고, 책은 무조건 정보 습득용으로만 읽는 스타일이었거든요. 평소엔 만화책만 좋아했는데, 신기하게도 시집은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줄자

Essentials: 아이엠샵 정성묵

제가 항상 바잉을 하러 다니면서 직접 샘플을 체크하거든요. 그런데 사이즈를 정확히 체크하기 위해 늘 줄자를 들고 다녀요. 물론 입어보기도 하지만, 직접 입어보고 아는 것과 실제로 줄자를 이용해 단면을 재보는 건 차이가 큽니다. 브랜드마다 사이즈 기준이 조금씩 다 다르잖아요. ‘이 브랜드는 스몰 사이즈 허리가 이 정도구나, 미디움은 저 정도구나하고 정확히 알아야 실수가 발생하지 않거든요. 예전에는 줄자 없이 다녔는데, 막상 6개월 뒤에 물건을 받아보면 사이즈가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무조건 줄자를 챙기고 다녀야겠다다짐했죠. 그렇게 줄자를 챙긴 지 꽤 오래됐어요. 10년 넘게 들고 다녔거든요. 중간중간 잃어버리기도 해서 계속 새것으로 바꾸면서 챙기고 있습니다.

미놀타 TC-1 필름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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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놀타 TC-1, 이게 되게 좋은 모델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예전부터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는 걸 참 좋아했거든요. 어렸을 때 남들이 다 디지털 카메라를 쓸 때, 저는 약간 반골 기질이 있어서 오히려 필름을 고집했어요. 지금 저희 회사 내에서도 필름 카메라를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캠페인이나 인스타그램 포스터 등 필요할 때마다 항상 필름으로 촬영하죠. 일상에서는 주로 친구들이랑 놀 때나 멋진 자연경관을 볼 때 꺼내 들어요. 오히려 아이폰으로 찍는 것보다 결과물이 훨씬 나을 때가 많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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