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와 재구성의 미학, 로크의 황록 인터뷰
그가 말하는 옷의 제스처, 그리고 로크의 새로운 챕터에 대하여.
디자이너 황록(Rok Hwang)이 이끄는 글로벌 패션 하우스 ‘로크(rokh)’가 마침내 서울에 상륙했다. 2017년 해외 론칭 이후 전 세계 100여 개 유통 채널을 홀리며 굳건한 글로벌 하우스로 자리매김한 로크가, 국내 첫 공식 론칭을 기념하며 장충동 ‘코브(Cove)’에서 특별한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프랑스 가구 디자이너 피에르 샤포(Pierre Chapo)의 클래식한 마스터피스들과 어우러진 이번 팝업 공간은 단순한 스토어를 넘어 로크의 철학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아틀리에’ 그 자체다. 피비 파일로 시절의 셀린느를 거쳐 독창적이면서도 우아한 해체주의 미학을 구축해 온 황록. 2026년 봄 컬렉션과 함께 새로운 챕터를 맞이한 그를 <하입비스트>가 직접 만나 로크가 그리는 완벽한 ‘제스처’에 대해 물었다.
론칭 후 거의 10년 만의 한국 공식 진출이다. 왜 ‘지금’인가?
한국에는 꾸준히 방문해 왔지만, 우리 하우스가 단독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의미 있는 첫 독립적인 시작을 꼭 한국에서 하고 싶었다.
장충동 코브에 마련된 팝업 공간이 인상적이다. 전시된 피스들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나? 로크는 ‘움직임’에 대한 연구를 깊게 하는 브랜드다. 입구에 전시된 오간자 피스들은 옷의 습관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바람과 움직임을 로크가 어떻게 해석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이번 팝업은 공간 전체를 우리가 실제 일하는 작업실처럼 연출해, 핸드 크로셰 등 손으로 직접 빚어내는 크래프트맨십의 과정들을 대중이 자연스럽게 엿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번 2026년 봄 컬렉션의 핵심 테마는 무엇인가?
로크의 정체성은 늘 일관되게 ‘제스처’와 ‘애티튜드’를 향해 있다. 이번 전시 테마 역시 제스처로 잡았다. 재킷 하나를 툭 걸치더라도 소매가 어떻게 떨어지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실루엣이 어떤 애티튜드로 이어지는지를 집요하게 연구했다. 스커트의 플리츠가 흐르는 선의 미학처럼, 옷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럽고 우아한 움직임에 주목해 주셨으면 한다.
디자이너가 꼽는 가장 ‘로크다운’ 아이템은 역시 트렌치코트일까? 그렇다. 가장 기본적이고 탄탄하게 만들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 소매를 롤업해 우아하게 연출할 수도 있고, 앞부분 패널이 통째로 탈부착되어 완전히 떼어내거나 머플러처럼 다른 형태로 변형할 수도 있다. 클래식하지만 다양하게 변형해 쉽게 입을 수 있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패션계에 ‘콰이어트 럭셔리(Quiet Luxury)’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 로크의 옷은 해체주의적 성향이 강한데, 이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다고 보나?
우리 옷이 때론 과격하고 해체주의적일지라도, 그 기저에는 언제나 조용하고 감성적이며 ‘시적인(Poetic) 커팅’을 담아내려 노력한다. 로크가 추구하는 바 역시 결국에는 정적이고 정제된 옷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유연하게 풀어내는 것이다.
과거 인터뷰에서 젠더리스라는 표현보다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을 지향한다고 했다. 남성 팬들도 상당히 많은 편인데.
시즌을 거듭할수록 로크를 즐겨 입는 남성 고객들의 니즈를 크게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 여성복을 피팅할 때도 반드시 남성 모델에게 따로 피팅해 보는 세션을 거친다. 어떻게 해석해서 입을 수 있을지 꾸준히 연구 중이며, 앞으로 남성분들도 충분히 멋있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컬렉션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해체주의 디자인을 일상에서 시도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한 스타일링 팁이 있다면?
해체주의는 음악으로 치면 ‘재즈(Jazz)’와 같다. 옷을 하나의 오브제로 감상할 수도 있지만, 결국 입었을 때 진가가 발휘된다. 우리 역시 피팅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 편안한 기본 티셔츠에 로크의 특별한 스커트 하나만 매치해도, 억지로 꾸미지 않은 듯 편안하면서도 아주 특별한 외출 룩을 연출할 수 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한 번 시도해 보시길 권한다.
과거 LVMH 프라이즈 특별상 수상자로서, 최근 한국 디자이너들이 꾸준히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는 것을 보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너무 자랑스럽다. 다들 엄청 떨리겠지만, 그 특별한 순간을 충분히 만끽하고 즐기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한국 디자이너분들이 더 많이, 더 잘 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이번 한국 팝업을 기점으로 가격대가 훨씬 합리적으로 조정되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고도의 디벨롭먼트가 들어간 쇼 피스들은 여전히 고가를 유지하지만, 국내 전개를 처음 시작하며 고객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싶었다. 디자인 퀄리티는 치열하게 유지하되, 대중과 접점을 맞출 수 있는 가격대를 구성하기 위해 2년 넘게 기획하고 공을 들였다.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로크를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신의 멘토이자 뗄 수 없는 이름, 피비 파일로(Phoebe Philo)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최근 어떻게 보면 비슷한 행보로 각자 독자적인 브랜드를 전개하게 되었다. 셀린느 시절 그녀에게 옷의 커팅과 디테일을 대하는 태도 등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늘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입비스트>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4월 2일부터 5일까지, 장충동 코브에서 열리는 로크의 첫 팝업 전시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로크의 새로운 컬렉션과 아틀리에를 직접 경험하실 수 있으니 편하게, 많이 놀러 와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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