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포 더 뮤트 디렉터 인터뷰: 느리게 달리기 위한 러닝

서울을 찾은 디렉터 엘빈과 리나와의 대화.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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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를 거점으로 글로벌 씬에서 확고한 서사를 구축해 온 브랜드 ‘송 포 더 뮤트(Song for the Mute, 이하 SFTM)’. 지난 6년간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와 성공적인 시너지를 이뤄냈던 이들이, 이번엔 아디다스 퍼포먼스 라인과 손잡고 첫 번째 러닝 컬렉션 ‘SFTM-001 (Song Run)’을 세상에 내놓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러닝 기어의 숙명인 ‘속도’와 ‘기록 단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이들은 ‘자신만의 리듬’과 ‘느리게 달리기’를 권유한다. 수년간 연구 개발된 아디다스의 정교한 기술력 위에 SFTM 특유의 덜 다듬어지고 해체적인 미학을 과감하게 덧대어, 일상과 스포츠의 경계를 유연하게 허물어버렸다. 이번 컬렉션의 론칭을 기념해 성수동 파트너 숍 ‘튠(TUNE)’을 찾은 SFTM의 두 공동 디렉터, 멜빈(Melvin)과 리나(Lyna)를 <하입비스트>가 만나 그들이 달리는 진짜 목적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송 런(Song Run)’ 컬렉션 론칭의 배경으로 서울을 찾았다.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 

멜빈: 성수동, 그리고 우리의 오랜 파트너인 튠(TUNE) 매장에서 팝업을 전개한다는 것 자체로 가슴 벅찬 일이다. 그간 우리의 메인 라인과 아디다스 협업 컬렉션을 지지해 준 한국의 팬들과 직접 대면하는 순간을 늘 고대해 왔다. 

리나: 나는 무려 20년 만의 한국 방문이다. 호주라는 지리적 특성상 외부의 역동적인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압도적인 현대적 발전상에 큰 자극을 받았다.

수많은 아이템 중 이번 컬렉션의 정수를 담은, 평생 소장하고 싶은 단 하나의 마스터피스를 꼽는다면.

멜빈: 주저 없이 ‘신발(러닝화)’이다. 이 컬렉션의 시작점 자체가 철저히 ‘우리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러닝이라는 세계에 진입하고 싶었지만,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하려는 입문자에게 기존의 러닝 기어 시장은 너무 높은 진입장벽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걷기부터 트레이닝, 리커버리까지 아우를 수 있는, ‘매일 달리는 평범한 러너(Everyday runner)’들을 위한 신발을 직접 고안하기로 했다. 

리나: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 웨어와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컬러웨이 역시 브랜드 특유의 뉴트럴하고 차분한 톤으로 덜어냈다.

대부분의 러닝 기어가 ‘스피드’와 ‘기록 경신’을 좇는 것과 달리, 송 런은 ‘느리게 달리기(Slow down)’라는 이질적인 화두를 던진다. 

리나: 러닝은 본질적으로 철저한 고독 속에서 이루어지는 개인 스포츠지만, 동시에 서로의 호흡을 공유하는 거대한 커뮤니티의 일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타인의 속도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온전히 맞는 리듬과 페이스를 찾는 것’이다. 

멜빈: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의 콘셉트가 출발했다. “느리게 달리기 위해 달리자(Go for a run to slow down)”. 0.1초의 기록을 단축하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허락하는 일종의 ‘자기애(Self-love)’적 접근이다.

SFTM 특유의 거칠고 불완전한 미학을 아디다스의 최첨단 퍼포먼스 기술력과 결합하는 과정은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텐데. 

리나: 우리는 결코 매끄럽고 완벽하게 마감된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완전함과 여백 속에서 빛을 발하는 찰나를 사랑한다. 익숙한 라이프스타일 씬을 벗어나 퍼포먼스라는 낯선 영역과의 조우는 하나의 큰 모험이었다. 

멜빈: 기술력과 디자인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번 컬렉션의 의류나 신발을 들여다보면 마감이 덜 된 듯한 펜 드로잉이나 스케치 디테일들이 숨어 있다. 이는 의도적으로 남겨둔 ‘진행 중인 작업(Work in progress)’의 흔적이다. 수년간의 집요한 연구로 완성된 아디다스의 ‘슈퍼노바 라이즈 3(Supernova Rise 3)’의 정교한 아키텍처 위에 우리가 다가가 그 완벽함을 살짝 흩트리고 균열을 내는(break it) 방식으로 두 세계의 균형을 완성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장비의 심미성을 중시하며 가볍게 뛰는 ‘패션 러너(Fashion Runner)’라는 문화가 큰 화두다. 브랜드의 디렉터로서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나? 

멜빈: 러닝의 본질에 정답이나 오답은 없다. 누군가는 퍼포먼스를 좇고, 누군가는 그 문화를 소비한다. 단지 외적인 멋(Look)을 좇는다고 폄하하기보다는, 러너가 되고 싶다는 그 ‘감각(Feeling)’ 자체를 느끼고 싶어 하는 순수한 열망으로 본다. 

리나: 완벽한 퍼포머가 되어야 한다는 중압감을 내려놓고 캐주얼하게 즐기면 그만이다. 우리 스튜디오만 해도 철인 3종 경기를 나가는 동료와 3km만 가볍게 뛰는 이들이 공존한다. 우리는 그 숙련도의 차이 자체를 온전히 포용(Inclusivity)한다.

퍼포먼스 카테고리로의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다른 스포츠 브랜드와의 협업 등 SFTM의 넥스트 스텝은 어떻게 구상 중인가? 

멜빈: 아디다스는 파트너를 넘어 이미 우리 ‘가족’의 깊은 일부다. 사실 이번 ‘송 런’ 프로젝트는 일회성이 아니다. 이미 아디다스와 향후 3개 시즌에 걸친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오늘 공개한 컬렉션은 러닝 커뮤니티로 내디딘 조심스러운 첫걸음에 불과하다. 두 번째 시즌에서는 이 커뮤니티를 더 깊이 탐구하며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공개할 것이고, 세 번째 시즌에 다다르면 한층 템포를 끌어올린 기술적인 피스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우리의 서사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평소 눈여겨보는 한국 로컬 브랜드나 서울의 패션 씬에 대한 인상이 궁금하다. 

멜빈: 한국은 현재 글로벌 패션의 가장 첨예한 최전선에 서 있다. 기술과 경험을 공간에 통합해 내는 한국 브랜드들의 공간 기획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성수동과 신사동에서 우리의 오랜 친구인 아더에러(ADER ERROR) 보여주는 압도적인 프레젠테이션, 젠틀몬스터의 하우스 노웨어(HAUS NOWHERE), 그리고 지용킴(JiyongKim), 오소이(OSOI) 같은 브랜드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늘 큰 영감이 된다. 결이 맞는 훌륭한 크리에이터들과의 교류는 언제나 환영이다.

마지막으로 하입비스트 독자들과 한국의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멜빈: 이번 ‘송 런’ 컬렉션의 판매 속도가 글로벌 마켓 기준 한국이 톱 3 안에 든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놀라운 결과다. 우리의 불완전함을 포용해 주고 이 자리까지 이끌어준 한국 팬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올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놀라운 프로젝트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질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한국으로 향하는 여정의 서막일 뿐, 머지않아 더 흥미로운 서사를 들고 다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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