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카겔 인터뷰: '앙상블로 범벅된 터널'을 지나 '南宮FEFERE'에 도착하다
실리카겔 인터뷰: '앙상블로 범벅된 터널'을 지나 '南宮FEFERE'에 도착하다
실리카겔 인터뷰: ‘앙상블로 범벅된 터널’을 지나 ‘南宮FEFERE’에 도착하다
‘하루를 관통하는 신발’ 뉴발란스 740을 신고 탐구한 실리카겔의 새로운 세상.

실리카겔은 다른 세상을 꿈꾼다. 2023년의 끝자락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앨범 [Power Andre 99]의 날카로운 극저온 용광로를 건설하며 ‘머신 보이’ 세계관과 밴드의 부흥, 록 음악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용융하여 짜릿한 인더스트리얼의 음악을 제련한 밴드는 지난해 18분짜리 싱글 ‘S G T A P E – 02’ 이후 지난 7월 10일 새 싱글 ‘南宮FEFERE’를 공개했다.

지구의 80억 인구 중 한 명은 쓸 것 같은 특별한 성씨와 이름을 골라 지었다는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비상한 노래다. 보사노바 어쿠스틱 기타 리프, 후렴부의 폭발하는 록과 댄서블한 전자 음악이 공존한다. ‘현재 실리카겔은 앙상블로 범벅된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드러머 김건재의 감상이 정확하다. ‘南宮FEFERE’와 함께 건설할 실리카겔의 별천지는 어떤 곳일까. ‘하루를 관통하는 신발’ 뉴발란스 740을 신고, 실리카겔은 달려 나간다.

7월 1일 스포티파이 코리아가 개최한 스피크이지 라이브 쇼케이스 현장에서 ‘南宮 FEFERE’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실리카겔의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첫 곡, 변화의 과도기를 담고 있는 노래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웅희: 해외의 반응이 놀라웠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피처링 덕인지, 피치포크를 포함한 여러 매체에서 싱글과 함께 밴드를 주목하는 아티클을 발행했다. 덩달아 뮤직비디오 조회수 증가세도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한 뮤직비디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어디까지 올라갈지 기대 중이다.

언급한 대로 ‘南宮FEFERE’에는 지난해 한국에 머무르며 한국 인디 음악 신과 활발한 교류를 펼치는 미셸 자우너의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참여했다. 미셸은 이 곡에서 도입부를 맡아, 미지의 세계로 진입하는 호기심 어린 목소리를 낭랑하게 노래한다. 미셸과의 협업은 어땠나.

한주: 건재가 제시해 준 곡의 초안에서 여태까지 실리카겔이 발표한 음악과 이질적이면서도 교집합을 가진 음률이 들렸다. 자연스러움과 성숙함을 함양하고자 하는 우리의 합의가 이 테마와 맞아떨어졌다. 마침, 새로운 도전을 위해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던 와중이었다. 이런 기저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협업 뮤지션이 합류한다면 아름다운 결과물이 나올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멤버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에게 제안하게 됐다. 미셸은 아주 흔쾌히 승낙했다. 마지막 한 조각의 퍼즐이 미셸에 의해 맞춰졌다. 데모 음원의 타임코드에 맞춰 참여를 희망하는 구간을 알려줬고, 도입부 직후 가창 파트는 언어든 멜로디든 주제든 자유로운 작업을 주문했다. 미셸이 전유할 수 있는 영토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 과정이었다.

실리카겔 인터뷰: '앙상블로 범벅된 터널'을 지나 '南宮FEFERE'에 도착하다실리카겔 인터뷰: '앙상블로 범벅된 터널'을 지나 '南宮FEFERE'에 도착하다

南宮 FEFERE’는 미지의 인물이다. 실존하는지, 희미한 기억 속의 이상향인지, 가상의 인격인지 모호하다. 그를 찾아가는 과정이 노래 가사에서 읽힌다. ‘南宮 FEFERE’는 어떤 존재인가?

웅희: 개인적으로 머신보이 세계관의 멸망을 바라보며 공허한 마음이 있었다.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세계가 끝이 나서일까. ‘南宮 FEFERE’를 공개하며 그 마음이 채워졌다. 새로운 생명이 다시 태어났다.

곡의 형태는 새롭다. 인더스트리얼이 두드러졌던 콘셉트 앨범 전작과 달리 이번 노래에는 보사노바 리듬과 라디오헤드를 연상케 하는 전자음, 거친 록이 결합해 있다. 향후 실리카겔의 음악 지향을 상징하는 곡으로 봐도 될까.

춘추: [Power Andre 99]의 자극적이고 차가운 톤과 대비되는 사운드를 만들고 싶었다. 엔지니어적으로 말하자면, 좀 더 다이나믹과 연주의 아티큘레이션이 들리는 방향으로 가되 기존의 실리카겔 캐릭터는 잃지 않는 방향에 주력했다. 더욱 전통적인 장르를 활용하고 브라질 음악의 요소를 적용한 점이 변화한 지점이라면, 신시사이저의 레이어 활용에서는 밴드의 고유 개성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부분이 잘 어우러지도록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차후에도 한층 더 넓은 주파수 스펙트럼 안에서 질감과 다이나믹을 통해 표현력을 부각하는 음향을 지향하고 싶다.

‘분했던 기억의 폴더 속으로’, ‘너희가 전유한 토지 위로’ 등의 냉소적인 노래 가사에서 Desert Eagle과 ‘APEX’로 이어지는 냉소와 저항, 위로의 메시지가 연결된다.

한주: 저항적인 내용을 시적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시도는 늘 있었다. 특정 프로파간다를 주창하려는 것은 아니다. 삶의 불행에 공동체적으로 저항하는 인간이 나의 이상향이다. 그 또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 느낀다.

멤버 개인이 꼽는 ‘분했던 기억의 폴더 속’ 파일 한 조각을 꺼내본다면.

춘추: 정말 많을 텐데…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 뮤지션의 삶에서 불가피하게 포기해야만 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을 때, 충분히 예상하고 준비했음에도 그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때, 그때만큼 분한 게 없다. 살아가면서 모든 일을 제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말 이럴 수밖에 없는 걸까, 억울한 심정이었던 때가 가장 크다.

한주: 화가 정말 없는 편이지만, 동료들이 홀대받는 게 너무 싫어서 어른들이나 관계자들에게 대든 적은 많다.

건재: 지난 공연에서 좀 더 잘할걸.

웅희: 최근 해외에서 동료에게 화풀이하듯 화내던 공연 관계자가 떠오른다. 내 사람 중에 화를 당해도 되는 사람은 없거늘…

쇼케이스 현장에서 ‘점잖게 치는 어른스러운 곡’(김건재), ‘앞으로 만들 새로운 세계’(최웅희)라 곡을 소개했다.

건재: 확실히 이전 스타일에 비해 드럼연주자의 관점으로 보면 연주적으로 재미난 부분들이 많다. 확실히 근래 연주를 바라보는 자기 모습이 조금 변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했던 말이다.

해외부터 국내까지 페스티벌, 단독 콘서트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와중에 신보 작업까지 진행하는 중이라는 소식도 들었다. 촉박한 일상 속 창작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춘추: 정틈새를 잘 잡아서 작업과 여러 다른 일들에 집중하고 있다. 한주는 꾸준히 새로운 음악을 만들며 새로운 공연을 기획하는 중이다. 다른 구성원들도 지금 앞에 놓인 일을 계속해서 쳐내고 있다. 나 또한 앞으로의 계획과 프로젝트 검수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에서 음악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음악을 만드는 것 그 이상이다. 목표와 비전이 명확하므로 그냥 계속해서 다음 점검 사항으로 달려갈 뿐이다. 창작은 그 뜨거운 운동 과정의 화학작용에서 피어오르는 현상이다.

위 질문에 이어, 일과 삶의 균형을 잡아 나가는 비결이 있을까.

건재: 일이 삶이 되기도 하고, 삶이 일이 되기도 하면서, 적당히 그러다 보면 주말이 온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각 영역에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은 항상 다르다. 욕망만큼 일을 해도 되고, 꿈꾸고 싶은 만큼 삶으로 돌아와도 된다. 단, 책임은 각자의 몫.

이번 화보와 함께한 뉴발란스 740은 ‘하루를 관통하는 신발’이라는 콘셉트를 담고 있다. 실리카겔 각자의 루틴 중, 이 신발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순간은 언제인가?

춘추: 나는 정말 예민한 사람이다. 외부 자극에 정말 스트레스성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공연장에서는 움직임에 걸리는 모든 자극이 연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타이밍이 중요한 페달링 과정에서 가볍고 편한 운동화가 필요하다. 좋은 운동화를 신으면 공연에 집중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 평소 운동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고, 이 모델 역시 무대 위 퍼포먼스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南宮 FEFERE’와 함께할 차기작을 간략히 예고한다면.

한주: 어떤 음악이 나오든 ‘노력’의 흔적이 느껴지리라 약속한다.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변화가 끝난 완성형의 음악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노력’, 그 자체를 담고 싶다.

See Tags/댓글들
Tags
뉴발란스스포티파이
0 댓글들

이전 글

듀오링고 CMO 마누 오르소 인터뷰: 밈과 학습 사이
엔터테인먼트 

듀오링고 CMO 마누 오르소 인터뷰: 밈과 학습 사이

“미쳤다”라는 말이 나와야 좋은 콘텐츠다.

차인철 인터뷰: 울퉁불퉁해도 괜찮아
테크

차인철 인터뷰: 울퉁불퉁해도 괜찮아

Presented by CASETiFY
케이스티파이 폐케이스가 예술이 되기까지.

매미 인터뷰: 시대가 부화시킨 록스타
패션 

매미 인터뷰: 시대가 부화시킨 록스타

Presented by kangol
껍질을 벗고, 기타를 울리다.


검정치마 인터뷰: 이제 본진으로 돌아오라
음악 

검정치마 인터뷰: 이제 본진으로 돌아오라

SONGS TO BRING YOU HOME.

제임스 카메론, ‘아바타’ 애니메이션 시리즈 제작한다?
엔터테인먼트

제임스 카메론, ‘아바타’ 애니메이션 시리즈 제작한다?

“애니메이터를 찾고있다.”

보데가 x 푸마,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스웨이드 스니커 공개
신발

보데가 x 푸마,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스웨이드 스니커 공개

약 10년 만에 선보이는 협업.

반다이 남코 x 조던 브랜드, 에어 조던 1 하이 ’85 피겨 출시
라이프스타일

반다이 남코 x 조던 브랜드, 에어 조던 1 하이 ’85 피겨 출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조던.

유니클로 UTme! ‘프레드 어게인.. x 구찌메이즈’ 컬렉션 공개
패션

유니클로 UTme! ‘프레드 어게인.. x 구찌메이즈’ 컬렉션 공개

프레드도 직접 제작했다고.


블랙 꼼 데 가르송 x 나이키 필드 제너럴 82 공개
패션

블랙 꼼 데 가르송 x 나이키 필드 제너럴 82 공개

늘어나고 찢겨지고 불규칙하게 왜곡된 스우시.

니고 x 퍼렐 윌리엄스 x 낫 어 호텔 ‘자파 밸리 도쿄’ 공개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니고 x 퍼렐 윌리엄스 x 낫 어 호텔 ‘자파 밸리 도쿄’ 공개

카우스 컴패니언을 바라보며 사케를 마실 수 있다.

오클리의 새로운 선글라스 ‘플란타리스 Ti’ 공개
패션

오클리의 새로운 선글라스 ‘플란타리스 Ti’ 공개

개구리 다리에서 영감받은 실루엣.

존 포슨 x 허먼 밀러 협업 소파 컬렉션 공개
패션

존 포슨 x 허먼 밀러 협업 소파 컬렉션 공개

건축가가 가구를 만들면?

슈프림 x 나이키 에어 포스 1 로우 퍼스트룩
패션

슈프림 x 나이키 에어 포스 1 로우 퍼스트룩

깔.끔.하.다.

More ▾
 
뉴스레터를 구독해 최신 뉴스를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