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 프라이즈 한국 디자이너 강혁 인터뷰, KANGHYUK, 에어백, 에이셉 라키

LVMH 프라이즈 한국 디자이너 강혁 인터뷰, KANGHYUK, 에어백, 에이셉 라키

지금 한국에 패션 디자인 신에서 가장 먼저 집어야 할 이름, 강혁.

#‘LVMH프라이즈 2019년 봄 ‘LVMH 프라이즈’의 후보가 발표됐다. 어쩔 수 없이 눈에 들어오는 한국 이름 ‘강혁’. 자칫 오해하기 쉬운 사실 하나, 강혁은 대학원에서 만난 최강혁과 손상락, 두 명의 디자이너가 꾸리는 브랜드다.


#에어백 여느 디자이너처럼 강혁은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RCA) 대학원 과정의 졸업 작품을 시작으로 처음 이름을 알렸다. 에어백을 재활용한 디자인은 이후 H.로렌조, 도버 스트리트 마켓, 머신-A 등 세계 유수의 편집숍으로 뻗어 나가면서 세계적으로 입지가 굳어졌다.


#에이셉라키 2018년 1월, 에이셉 라키는 자신의 뮤직비디오 ‘Tony Tone’에 강혁의 옷을 입고 등장했다. 일종의 ‘Shout out’. 한국 디자이너의 옷이 힙합 및 스트리트 컬처의 아이콘을 통해 이렇게 전격적으로 소개된 전례는 없다.


#서울 두 명의 디자이너와 함께 ‘강혁’이라는 의미에 대해 두루 이야기를 나눴다. 브랜드 강혁은 분명하게 말하는 쪽이고, 두 명의 디자이너는 진지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울은 패션 디자인을 하기에 제법 좋은 도시라고 입을 모았다.

LVMH 프라이즈 한국 디자이너 강혁 인터뷰, KANGHYUK, 에어백, 에이셉 라키

9월 5일 ‘2019 LVMH 프라이즈’의 최종 수상자가 공개됐죠. 두 분은 세미파이널, 최종 20인의 후보에 올랐어요. 아쉽다는 쪽과 성과를 긍정하는 쪽, 지금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요?


최강혁: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죠. 떨어진 건 떨어진 거고, 저희가 거기서 우승을 바란 것도 아니고요. 저희에게는 아주 큰 이벤트로 남았어요.


1등 상금이 4억 원이죠. 상금을 받았다면 무엇부터 했을 것 같아요?


손상락: 상금을 받으면 스튜디오에 다 투자하려고 했어요. 공간을 넓히고 프린터와 미싱도 좀 사고 직원도 늘리고. 그런데 안됐죠.


강혁: 구체적인 계획은 돈이 손에 들어온 다음에 생각하자고 했어요.


‘2019 LVMH 프라이즈’에는 어떻게 처음 지원하게 됐나요?


손상락: 파리패션위크 기간, 여러 패션 관계자들에게 참가를 권유받았어요.


최강혁: 온라인으로 지원서를 냈고, 이메일과 전화로 합격 여부를 통보 받았어요. 부랴부랴 일정을 조율하고 대회 준비를 했죠.


처음 지명됐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손상락: 그 전에 뽑힌 한국분들도 있지만 저희 또한 한국인으로 선정됐다는 게 우선 제일 기뻤어요. 그리고 가서 만나게 될  패션 관계자분들에 대한 궁금증이 커서, 실제로 보고 얘기하는 게 제일 기대됐어요.


유독 기억나는 심사위원의 평가가 있나요?


손상락: <하입비스트> 인터뷰 자리여서가 아니라, 정말 케빈 마를 만났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사실 심사위원 크리틱 시간이 진짜 짧거든요. 1분 설명하고 다음부스로 넘어가고, 그런 방식이라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려웠어요. 구체적인 코멘트는 기억이 안 나지만 함께 샴페인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던 순간은 선명해요.


그렇다면 그 1분 동안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나요?


최강혁:  우선 지금 컬렉션에 대해서 설명하죠. 그러면 심사위원들과 ‘다음 컬렉션은 무엇을 보여줄 예정이냐’, ‘너희는 어디서 왔냐’, ‘어떤 학교를 졸업했냐’ 이런 문답을 나눠요.


‘2019 LVMH 프라이즈’ 이후 달라진점이 있나요?


최강혁: 무엇보다 바빠졌죠. 스튜디오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어요. 설치 작업물, 즉 인스톨레이션 작업 의뢰가 많이 들어왔어요. 두루 전시도 계획하고 있고요. 내부적으로는 컬렉션을 좀 더 크게 준비해야겠다, 더 다양한 걸 보여줘야겠다고 결심하게 됐고요.

LVMH 프라이즈 한국 디자이너 강혁 인터뷰, KANGHYUK, 에어백, 에이셉 라키
LVMH 프라이즈 한국 디자이너 강혁 인터뷰, KANGHYUK, 에어백, 에이셉 라키

사실 ‘강혁’은 최강혁과 손상락 두 명의 디자이너가 꾸리는 컬렉션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혁이라는 이름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손상락: 브랜드가 처음 시작된 게 (최)강혁의 대학원 졸업작품 전시였으니까요. 강혁이 당시 에어백이라는 소재를 처음으로 옷에 적용한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꽤 인상깊었어요. 2017년 2월, 그러니까 저는 세 번째 시즌부터 합류했어요.


최강혁: 두 번째 시즌이 끝나고 상락이가 영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바로 함께 회사를 만들어버렸어요. 브랜드 강혁은 세 번째 시즌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보면 돼요.


이름을 바꿀 생각은 안했나요?


최강혁: 브랜드가 이미 강혁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정도 알려진 상황이었어요. 일부 편집숍에서는 몇몇 제품이 판매되기도 했죠. 그러던 와중 혼자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어져 상락이에게 같이 하자고 제안한 거고요.


손상락: 그렇게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전 강혁이라는 이름이 좋아요. 요즘 이런식으로 둘이 한 명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도 많고요.


만약 ‘상락’이라는 이름으로 새 라인을 만든다면, 그건 어떤 컬렉션이 될까요?


손상락: 회사 사람들끼리 각자 이름으로 뭔가 하나씩 해보자, 하는 이야기는 한 적이 있지만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뭐 만약 만든다면 저희의 리복 협업 스니커 같은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해붙이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어요. 제 실제 졸업작품도 그것과 비슷하고요.


반대로 브랜드에 이름을 내건 입장도 들어보고 싶어요. 부담이 되기도 하나요?


최강혁: 물론 부담이 있죠. 하지만 그게 그리 나쁘지는 않아요. 부담이 있어야 발전도 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저희는 정말 항상 같이 작업을 해서, 그 부담을 서로 많이 덜어주고 있어요.


둘은 어떻게 처음 만났나요?


최강혁: 영국 로얄 칼리지 오브 아트 대학원에서요. 학교에 한국인이 별로 없었던 데다가 둘이 동년배기도 해서 급속도로 친해졌죠. 2년동안 맨날 만나고 작업하는 것도 서로 구경하고 그랬어요. 상락이의 작업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예를 들면 원단을 분해해서 다시 조립하고 해체하는데, 그게 저의 작업 방식과 꽤 닮기도 했고요.


손상락: 저는 원래 의류환경학을 전공했어요. 반면 강혁이는 전통 테일러링을 전공자였죠. 그래서 옷에 대해 많이 물어보며 친해졌던 것 같아요.


각각 생각하는 서로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최강혁: 상락이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이건 예술의 영역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그리고 뭐가 팔리겠다 싶은 요소들을 정말 잘 집어내요.


손상락: 테일러링에서 말하는 ‘컷팅’이 기가 막혀요. 그 ‘컷팅’에 따라 옷이 지닌 분위기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강혁이는 그런 걸 귀신같이 캐치해서 옷을 만들어요. 입어 본 사람은 알 거예요.


도대체 두 디자이너를 이토록 끈끈하게 붙들고 있는 건 뭘까요?


손상락: 솔직함? 둘 다 거짓말을 안해요.

옷을 만드는 과정이 궁금해요.


최강혁: 어떤 구체적인 콘셉트를 중심으로 진행되기보다는, 작업실에 앉아 서로 아이디어를 던져가며 우선 큰 덩어리의 가먼츠를 만들어요. 간결한 디자인도 있고, 복잡한 디자인도 있죠. 그 가먼츠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걸 하나 샘플로 제작하는데 컬렉션은 그 샘플의 디자인을 덜어내는 과정에서 시작돼요. ‘아 이건 스티치가 너무 많다’, ‘아 이건 톤이 너무 강하다’. 그리고 그렇게 제외된 디자인을 다시 다음 시즌에 되살리기도 하고요.


두 분이 각기 맡은 파트가 다른가요?


손상락: 대부분 잘 이해를 못할 수도 있는데, 별다른 분장이 없어요. 그냥 이야기를 한마디씩 주고 받으면서 되는 대로 만들어요.


최강혁: 원단의 컷팅부터 배치, 프린팅 모두 다 작업실에서 같이 하고 있어요.


디자인에 의미를 부여하는 편인가요?


손상락: 단순히 예쁘면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강혁과 제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둘 다 진지한 걸 별로 안좋아해요.


그럼 컬렉션을 꾸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 하는 건 뭔가요?


최강혁: 하나만 꼽자면 분위기죠. 밸런스요. 예를 들어 2017 가을, 겨울 컬렉션은 애초에 우주복처럼 만들어 볼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진짜 우주복처럼 만들어보니 입기도 너무 힘들고, 거위털을 소재로 쓰려니 기술적인 문제도 불거졌어요. 하지만 그걸 포기할 수 없으니, 입기 힘들어도 하나의 상징처럼 끝까지 만들어보자 했고 대신 그것과 같이 입기 쉽고 팔릴 것 같은 디자인의 옷을 같이 배치했죠. 둘을 하나의 컬렉션으로 묶어 균형을 맞췄어요.


손상락: 사실 어떤 디테일이 너무 많으면 예쁘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요소가 너무 없어도 안되고요. 그런 부분의 균형이 진자 중요해요.


최강혁: 한마디로 반복의 문제예요. 얼마나 많은 가먼츠가 반복적으로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가, 이런 부분을 제일 많이 고민해요.


그 균형이라는 부분에서 강혁의 디자인은 어떻게 성장해 왔나요?


최강혁: 사실 첫 시즌인 졸업작품은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입을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안했어요. 좀 센 콘셉트로 강렬한 인상을 주고 싶었죠. 어차피 많이 팔릴 거라 생각을 안했거든요. 그래서 순전히 소재만을 보여주는 식으로 디자인을 구성했죠. 그런데 제 옷을 사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불편한 요소를 줄이고 입기 쉬운 디자인을 더 넣었어요. 그게 두 번째 컬렉션인데 셔츠, 티셔츠와 같은 아이템도 더 많이 만들었고, 뻣뻣한 나일론 대신 면, 초극세사, 샤무드 등의 부드러운 소재를 쓰기 시작했죠. 역시 균형의 관점에서 성장한 것 같아요.


손상락: 앞으로는 더 극단적인 균형으로 뻗어갈 것 같아요. 콘셉추얼한 가먼츠는 더 과감하게 만들고, 웨어러블 한 것들은 그대로 또 입기 좋게 만들 예정이고요. 곁들여 입을 수 있는 액세서리 등도 더 많이 추가할 예정이에요.

LVMH 프라이즈 한국 디자이너 강혁 인터뷰, KANGHYUK, 에어백, 에이셉 라키
LVMH 프라이즈 한국 디자이너 강혁 인터뷰, KANGHYUK, 에어백, 에이셉 라키

강혁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건 에어백이죠. 어떻게 시작된 아이디인가요?


최강혁: 전 사실 테일러링을 전공했는데, 큰 흥미를 못 느꼈어요. ‘대학원에 가면 좀 더 다양한 원단을 조합해 봐야지’라고 맘을 먹게 됐죠. 그래서 처음에는 화학소재로 옷을 많이 만들었어요. 탄소섬유나 나일론 같은 것들이요. 그러던 어느날 자동차 사고 현장을 우연히 목격하게 됐고, 자동차에서 터져 나온 에어백을 보고서 저걸 디자인으로 응용해야겠다, 처음 생각했어요. 곧바로 카센터에서 에어백을 공수했고, 그걸로 옷을 한번 만들어 봤는데 이게 느낌이 꽤 괜찮은 거예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죠.


당시 에어백의 어떤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었나요?


최강혁: 직물의 패턴을 그대로 활용하고자 하는 게 디자인의 콘셉트였는데, 에어백의 바코드, 로고, 구멍, 스티치 등이 꽤 조형적으로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디테일이 반복적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고요. 또 모든 에어백은 그게 현대건 포드건 어떤 회사에서 만들던 디테일이 똑같아요. 반복적인 디테일의 향연인데, 이게 디자인적으로 너무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에어백이라는 소재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자신을 터트리며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숭고의 의미로 보이기도 하고요.


손상락: 보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해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좋아요. 해석은 어떤 쪽으로든 열어 두려고 해요.


실제로 에어백은 어떻게 공수하나요?


최강혁: 영국에서는 못쓰는 에어백을 카센터에서 정말 싸게 살 수가 있었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우선 비싸고, 폐품 처리장에서 찾아보려 해도 허가증이 필요하더라고요. 결국에는 한 업체를 알게 돼서 아예 에어백 원단을 납품 받고 있어요.


에어백을 분해하는 과정이 꽤 복잡하다고 들었어요.


손상락: 에어백이라는 게 원래는 챔버라고 하는 원통형 산소탱크 안에 들어 있어요. 그걸 분해해 에어백 원단을 꺼내는 거죠. 그걸 다시 평평하게 펴놓고 옷으로 만들기 시작해요.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자동차 회사 로고가 그려진 것들도 있잖아요.


손상락: 사실 오랫동안 여러 에어백 원단을 수집해 놨어요. 거기에는 현대도 있고 기아도 있고 메르세데스-벤츠도 있어요.


최강혁: 역시 비싼 차의 로고가 붙은 게 더 잘 팔리더라고요.(웃음)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이란 게 결국 로맨틱할 수밖에 없어요.”
LVMH 프라이즈 한국 디자이너 강혁 인터뷰, KANGHYUK, 에어백, 에이셉 라키

사물의 물성을 드러내는 것에 주목한다고 했죠. 에어백 외에 관심울 두고 있는 사물이나 소재가 또 있나요?


최강혁: 결국 원단으로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 제한적이에요. 나사의 우주복에 쓰이는 베타 클로스(Beta Clothes)에 관심은 있는데 1미터에 20만 원씩 하니 쉽게 쓰기가 힘들어요. 탄소섬유에도 관심이 많지만 마찬가지의 제약이 있고요. 그보다 면과 같은 천연섬유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손상락: 사물이라면 경첩에 주목하고 있어요.


경첩은 왜요?


손상락: 인스톨레이션이라고, 저희가 편집숍 등에 설치되는 오브제를 종종 만들고는 해요. 한번은 우리의 브랜드를 상징하는 오브제로 금속 설치물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 동물로 된 무언가를 만들어보기도 했죠. 그러다가 경첩이 가진 매커니즘에 주목하게 됐어요. 연골처럼 뼈 마디를 이어주는 특징이요. 그게 저희가 주로 하는, 무언가를 덧붙이는 작업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경첩의 금속성이 주는 화학적인 이미지도 그렇고요.


인더스트리얼을 표방하지만, 한편으로는 디자인이 무척 로맨틱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최강혁: 사실 인더스트리얼한 디자인이란 게 결국 로맨틱할 수밖에 없어요. 산업이라는 뜻 자체도 무언가의 태동을 내포하고 있잖아요. 어떤 물건의 시작점 같은 느낌. 낭만이 있죠. 디지털 시대, 기계 산업은 이미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고요. 을지로만 봐도 그렇잖아요. 가장 인더스트리얼한 장소인 동시에 가장 낭만적인 곳이죠.

LVMH 프라이즈 한국 디자이너 강혁 인터뷰, KANGHYUK, 에어백, 에이셉 라키
LVMH 프라이즈 한국 디자이너 강혁 인터뷰, KANGHYUK, 에어백, 에이셉 라키

에이셉 라키의 이야기를 안할 수 없어요. ‘Tony Tone’ 뮤직비디오에 그가 강혁의 피스를 직접 입고 등장해서 화제가 됐죠. 어떻게 입게 됐나요?


손상락: 에이셉 라키 쪽 스타일리스트가 평소 저희를 많이 도와주던 D /ARK 에이전시의 바바라 그리스피라는 분에게 연락을 취했대요. ‘우리 뮤직비디오 찍을 건데, 강혁의 이 피스 멋진 것 같다’. 기분 되게 좋았죠. 그날 저희 팀 모두 회식했어요.


편집숍 H.로렌조도 강혁의 좋은 파트너라고 했어요.


최강혁: 제 졸업작품을 파리로 가져가 처음 팔게된 곳이 바로 H. 로렌조랑 머신-A였어요. 컬렉션을 전부 다 사가더라고요. 저희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였죠. 고마워서 우리도 뭔가를 해줘야겠다. 그래서 H. 로렌조에 인스톨레이션 등을 설치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관계가 돈독해졌어요.


손상락: 난생 처음 인스톨레이션을 선보인 곳이 H. 로렌조였어요. 저희 또한 우리가 컬렉션을 준비하며 했던 개념을 마치 쇼 같은 느낌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서 마냥 좋았어요.


‘개념’ 또한 브랜드 강혁을 말하는 데 있어 빠질 수 없는 부분이죠. 인스톨레이션을 컬렉션 개념의 연장으로 해석해도 될까요?


최강혁: 없다고는 할 수 없는데, 완전한 컬렉션의 연장이라고도 할 수 없어요. 별개의 좀 즉흥적인 작업인 것 같아요.


손상락: 둘이 얘기하다가 ‘이런 거 하면 어떨 거 같아?’ ‘에어백으로 장미를 만들면 어떨 거 같아?’ 이러다가 진짜 만들어 보는 거죠. 에어백 챔버를 분해하는 작업이 꽤나 반복적이다 보니 ‘야, 이것도 작품으로 만들면 나쁘지 않겠다’ 이렇게 시작하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강혁이 인스톨레이션을 설치한 곳은 어디 어디인가요?


최강혁: 마장동, H. 로렌조, 도버 스트리트 마켓 런던, 머신-A, TMP 등이요. 대부분 그곳의 바이어들이 저희 브랜드가 이름을 알리는 데 도움을 줬고, 저희도 그에 대한 보답으로 뭔가를 만들어 보여주기도 한 거예요.


리복과의 협업 스니커 역시 이같은 바이어 및 에이전시 들의 도움으로 성사된 건가요?


최강혁: 리복에 협업을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존재하는데, 어느날 그쪽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핸드 메이드 프로젝트 협업을 할 생각이 없느냐고. 에이전시도 저희도 다 좋다고 했죠. 미국으로 넘어가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결국 에어백으로 무장한 강혁 x 리복 솔 퓨리가 탄생하게 됐죠. 조만간 다시 한 번 새 협업이 나올 것 같아요.


강혁의 옷은 누가 입었으면 하나요?


최강혁: 누가 입었으면 하는 건 딱히 없는데, 대개 힙합 하시는 분들이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생각이 드는 건, 장르를 바꿔서 락앤롤 하는 분들이 입으면 어떨까.


손상락: 저는 의외의 인물이요. 강혁의 옷을 진짜 안 입을 것 같은 사람이 입었으면 좋겠어요.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외연이 더 넓어졌으면 해서요.


스트리트 패션의 유행은 강혁의 브랜드에 영향을 미친 바가 있나요?


최강혁: 물론 있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저희의 이름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LVMH 프라이즈 한국 디자이너 강혁 인터뷰, KANGHYUK, 에어백, 에이셉 라키
LVMH 프라이즈 한국 디자이너 강혁 인터뷰, KANGHYUK, 에어백, 에이셉 라키

패션 디자이너로서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요?


최강혁: 잠재력이 엄청나게 많은 곳이고. 삶에 대한 치열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곳이에요. 물론 긍정적으로요.


손상락: 서울은 디자인의 시스템이 잘 짜여진 도시예요. 동대문과 같은 생산 시스템이 구축된 데가 또 없다는 걸 외국에서 조금만 살다 보면 바로 알 수 있어요. 그리고 패션 디자인이란 시간 싸움이기도 한데, 서울은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죠. 생각도 손도 결정도 의사소통도 다 빨라서 그런 부분이 패션이란 산업을 배양하기에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에요. 브랜드하기 좋은 도시.


서울 기반의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은 어때요?


최강혁: 별 상관 없는 타이틀? 출신이 중요한 때가 지났다고 생각해요. 활동은 어차피 한국에 있어도 세계적으로 할 수 있는 거니까.


디자이너로서 한국의 지금 패션 신에 주목하는 현상이 있나요?


최강혁: 독립적인 브랜드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도 서서히. 소비자들의 관심도 증폭되고 있는 것 같고요.


손상락: 저는 인터넷 쇼핑이 활발하다는 점이요. 어울리는 브랜드와 고객이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것도 다 인터넷 쇼핑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긍정할 수 있는 부분이 많죠. 무엇보다 산업이 활기를 띄고 있다는 증거잖아요.


강혁은 계속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로 남을 예정인가요?


최강혁: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우리가 비록 외국에서 공부를 했어도, 태어난 곳은 서울이니까요.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 진정성을 지니려면 뭐가 됐든 자신의 도시를 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 작업에서도 매우 중요한 정체성으로 작용하게 되기도 하고요.


손상락: 비슷한 이유로 저도 서울이 좋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편하고 익숙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 진정성을 지니려면, 자신을 낳은 도시를 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Credits
에디터
Seungho Jang, Soobin Kim, Jisun Lee(video)
포토그래퍼
Sunhye Kim
모델
Han Ji, Wooseok Lee, Junsu Kim
스타일리스트
Seongdeok Kim
헤어 아티스트
Hyunseok Chae
메이크업 아티스트
Suyeon Park
비디오그래퍼
Hosoo Lee
Tags
Share
 
뉴스레터를 구독해 최신 뉴스를 놓치지 마세요

본 뉴스레터 구독 신청에 따라 자사의 개인정보수집 관련 이용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