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버리의 새로운 스니커 ‘아서(Arthur)’, 지코와 크러쉬를 만나다
팬시차일드가 신는 모던 스트리트 스타일 스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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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의 새로운 스니커 ‘아서(Arthur)’, 지코와 크러쉬를 만나다
팬시차일드가 신는 모던 스트리트 스타일 스니커.
세상에는 수많은 패션 브랜드가 존재한다. 수없이 바뀌는 유행만큼 금세 사라지는 스타일도 많다. 많은 브랜드가 동시대를 논하고, 고유한 가치를 전파하려고 한다. 하지만 버버리만큼 독보적인 존재감을 불러일으키는 패션 하우스 브랜드는 극히 드물다. 이미 모바일 문화에 익숙한 밀레니얼과 젠지 세대에게 가장 최전선에 있는 스타일을 제안하면서도, 유서 깊은 역사에서 오는 동경과 경외감을 하나의 영감으로 표출하기 때문이다.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Ricardo Tisci)는 새로운 버버리 컬렉션을 위하여, 애써 최신 방식을 따라가지 않는다. 유서 깊은 아카이브의 저력은 물론, 패션에 목숨 거는 스트리트 키즈부터 아직 발굴되지 않은 음악가와 예술가들이 항상 그의 레이더 안에 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컬렉션은 항상 브랜드의 창립자 ‘토마스 버버리’의 유산을 들여다보는 데서 출발한다. 그것을 한데 모아 새로운 형태로 조합하여, 21세기에 어울리도록 재해석하는 기술은 하나의 재능으로 느껴진다. 버버리의 새로운 스니커 ‘아서’의 첫인상은 동시대 하이엔드 스트리트 패션의 정수를 담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는 평범한 아이템을 새로운 상징으로 탈바꿈하는 데 능한 버버리의 DNA가 가득 담겨 있다.
지코(ZICO)는 2000년대 케이팝과 한국의 힙합 신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다. 많은 이가 그가 남성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그때부터 지코는 직접 가사를 쓰고, 음악과 멜로디를 만들며, 무대에서 부르는 노래가 모여 하나의 앨범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마치 거대한 범선을 지휘하는 선장처럼, 자신의 음악을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하는 음악가이면서도, 그것을 가장 적확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프로듀서를 목표로 했다. 솔로로 전향한 이후 그의 재능과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지코는 소위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일부 ‘마니아’에게 색안경 낀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가 랩 가사에 아이돌 시절을 꺼내는 것은 현명하고 당당한 해결책이었다. 그는 과거를 감추거나 부끄러워하는 대신 자신의 자질을 보여주고 음악과 랩으로 사람들과 직접 마주하는 길을 택했다. 문자 그대로 거침없이 내뱉는 목소리에는 직접 겪어야지만 알 수 있는 경험이 녹아 있다.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가 아카이브로 쌓이면서, 세계 곳곳의 팬덤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코의 음악과 스타일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선명하게 각인하는 방법도 그는 잘 알고 있다. 창립자 ‘토마스 버버리’의 이름을 따서 새롭게 만든 버버리의 로고는 하우스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전진(prorsum)’을 담아낸다. 첫 번째 정규 앨범 <Thinking, Pt. 1>을 막 발표한 지금까지, 지코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것을 뛰어넘고, 존경하거나 동경하는 음악가들이 그들의 시대에 이룬 것을 지금 더 넘어서고 있다. 지코가 신은 아서 스니커는 19세기 초, 웰링턴 공작 1세 아서 웰즐리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평범하여 사람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명을 불어넣어 지금 가장 중요한 패션 아이템으로 거듭나는 일. 버버리와 지코를 잇는 연결 고리는 그래서 어색하지 않다.
버버리의 ‘아서’는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존재감이 있다. 토마스 버버리의 이름을 딴 ‘TB’ 모노그램 E-캔버스가 스니커 전면을 감싸며 우아한 자태를 드러낸다. 부드럽게 연결된 아웃솔은 강렬한 광택이 흐르는 폴리우레탄으로 만들어졌다. 리카르도 티시가 지휘하는 버버리 런웨이 컬렉션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래, 아서 스니커는 패션계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 상징적인 트렌치코트부터 레인 부츠까지, 항해와 모험을 일상처럼 살던 선원들의 역사가 아서 스니커의 겉과 속에 깃들었다. 전설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아트 디렉터, 피터 사빌과 리카르도 티시는 버버리 하우스의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로고에 시대를 타지 않을 취향과 숨결을 불어넣었다. 스니커 뒷면에 각인한 큼지막한 새로운 ‘BURBERRY’ 로고는 브랜드의 유산이자 미래를 상징한다.
지코와 함께 92년생 동갑내기 친구이자, 2010년대 한국 힙합과 알엔비(R&B) 신을 이끄는 음악가 중 한 명인 크러쉬(CRUSH)는 중학생 때부터 혼자 작사와 작곡을 공부했다. 걸출한 스승 없이도 그는 꿋꿋하게 음악의 길을 택했다. 물론 그 과정이 절대로 쉽지는 않았다. 빛나는 원석 같던 크러쉬를 먼저 알아본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의 주변 선배 음악가와 프로듀서들이었다. 멜로디 라인이 살아 있는 음악과 호소력 짙은 음색의 힘은 국내를 넘어서 외국까지 수많은 팬덤을 만들어냈다. 2013년 발매한 싱글 <Crush On You>는 아직 신인 시절의 크러쉬가 사람들에게 건네는 인사였다. 그리고 7년 남짓 지난 지금, 그는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알엔비 아티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그리고 스타일 아이콘이 되었다. 수많은 유행의 물결 안에서 단단한 정체성을 지닌 브랜드가 마지막에 살아남는 것처럼, 크러쉬 역시 발매하는 음악마다 차트를 뒤흔들고, 누구나 그 목소리를 들으면 열광하는 음악가로 성장했다.
크러쉬와 지코가 만드는 음악의 뿌리는 20세기 흑인 음악에 원류를 두고 있다. 버버리가 아서 스니커를 선보이며 미래지향적인 실루엣 안에 고유한 버버리 아이코닉 체크와 전통적인 하이킹 부츠 디테일을 섞은 것도 둘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닮았다. 그들의 음악은 과거로부터 출발했지만, 지금 이 ‘팬시차일드(FANXY CHILD)’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은 동시대 수많은 도시와 세대를 걸쳐 존재한다.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고 선보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 크러쉬와 지코처럼, 아서 스니커에는 토마스 버버리 모노그램과 체크무늬가 크리스털과 나일론, 스웨이드 같은 전통적인 패션 소재와 함께 어울리고 또 대비한다. 특히 지코가 신은 E-캔버스는 현재 패션 산업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인 ‘지속 가능한 패션’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버버리의 E-캔버스는 기존 코팅 캔버스보다 적은 물을 사용하고,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최소화한, 재생 가능 소재를 활용하여 제작했다.
지코와 크러쉬는 팬시차일드 크루에 속해 있다. 음악과 개인의 삶 모두 연결된 그들은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존재이자 각자 영역을 오롯이 만들어낸 음악가이며, 또한 동시대 대중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버버리의 새로운 스니커, ‘아서’는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패션과 스타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 리카르도 티시의 철학과 연결되어 있다. 과거의 유산과 현대의 가치를 모두 담아서 새롭게 진화(evolution)하는 이야기가 이 스니커 안에 깃들어 있다. 아직 걷지 않고 보여주지 않은 길처럼, 새로운 이야기들은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버버리 아서 스니커의 자세한 정보는 여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