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Home Snaps: 디디 한

DJ에게 찾아온 코로나19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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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생활이 달라졌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극명한 차이가 생긴 직업 중 하나가 바로 DJ다. 코로나19 비상 대응 조치로 전국의 클럽이 문을 닫고 페스티벌이 취소되면서, 주말마다 클럽과 페스티벌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DJ들은 갈 곳을 잃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그들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디럭스 서울의 일원이자 ’피치 에브리웨어’ 파티 시리즈를 진행하며 글로벌한 활동을 펼치는 DJ 디디 한의 집에서 코로나19 전과 후의 변화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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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로 활동한 지 6, 7년 정도 됐다고 들었는데, 올해 같은 봄은 처음일 것 같아요.

그렇죠. 매해 이 시기엔 날씨가 풀리면서 페스티벌이나 파티가 많이 열렸는데, 올해는 그런 이벤트가 다 없어졌어요. 원래 주말마다 굉장히 바빴는데, 지금은 주말과 평일의 구분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네요.

클럽 신에 있다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것이 달랐을 것 같아요.

실제로 올해 2월까지만 해도 정말 빠듯한 스케줄이 잡혀 있었어요. 페스티벌이나 클럽 파티도 있었고, 그 밖에 브랜드 행사나 캠페인 촬영, 컨퍼런스도 예정돼 있었죠. 그래서 당연히 올해도 계속 이렇게 바쁘게 지내겠구나 생각했는데, 코로나19 이후로 갑작스럽게 그 스케줄이 거의 다 취소됐죠.

최근까지 해외 투어도 예정돼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네, 그래서 자가 격리가 끝난 지 얼마 안 됐어요. 3월 초중순부터 동남아시아 투어 일정이 있었거든요. 쿠알라룸푸르에서 플레이를 하고, 아시아 언더그라운드 전자음악을 테마로 한 컨퍼런스에 참가할 예정이었어요. 그 이후엔 자카르타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었고요. 그런데 쿠알라룸푸르로 출국하기 바로 전날 주최측에서 연락이 와서 비행기가 취소됐다는 거예요. 알고 보니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인 입국을 금지시켰던 거였어요. 그때는 한국에서 코로나19가 한창 증가 추세였으니까요.

당시도 투어를 가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다른 지역은 취소가 안 됐나요?

자카르타 쪽은 취소되지 않아서 급히 비행기를 알아봐야 했어요. 제가 혼자서 활동하기 때문에 중재를 해줄 회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계약상 함부로 출연을 취소할 수는 없는 입장이었거든요. 하지만 혹시나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해서 출국 전 2주 동안 클럽 디제잉도 안 하고, 외부 출입도 자제하면서 자가 격리를 하고 있었어요.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조심하면서 지냈죠.

곤란한 상황이었겠네요. 그러면 그 이후 일정은 어떻게 됐나요?

다음 일정이 발리에 있어서 발리로 갔지만, 도착하고 행사가 모두 취소돼서 숙소에만 있었어요. 당시는 이동하는 것이 더 걱정스럽기도 해서 상황을 보면서 일단 숙소에만 머물렀죠.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급변하더라고요. 그래서 숙소에만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다시 그대로 다시 자가 격리에 들어갔죠. 사실상 한 달 넘게 자가 격리만 하고 있었던 거나 다름이 없어요.

DJ로서 플레이를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직접 나가서 디제잉을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프로듀싱 작업을 더 열심히 하고 있죠. 사실 주말에 음악을 틀면서 주중에 음악을 만드는 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거든요. 어쩔 수 없이 이런 상황이 됐으니 이 시간을 잘 활용하려 하고 있어요.

프로듀서로는 작년 12월의 데뷔 싱글 이후 신곡 발표가 없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작업물을 기대할 수 있겠네요.

네, 프로듀싱 작업은 전보다 훨씬 많이 하고 있어요. 당장 5월에 <믹스맥 아시아>와 함께하는 협업 싱글이 나올 예정이고요. 개인 EP 작업도 올해 여름 발매 목표로 진행하고 있어요. 문제가 있다면, 집에만 있다 보니 오히려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기가 어려워졌어요.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밖에서 뭔가 보고 듣고 하는 것들이 없으니까요.

방 안에 있는 시간이 정말 많았을 텐데 작업 외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요?

특별한 건 없었어요. 룸메이트가 있기 때문에 거실에 나갈 때도 마스크를 쓰고 나가고, 음식도 배달시켜서 방에서 먹었거든요. 늦게 일어나서 작업하고 배달 음식 시켜서 먹고 넷플릭스 보고…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최근에 외장 DVD 플레이어를 사서, DVD를 구입해서 보는 맛을 좀 들였어요. 넷플릭스를 볼 때와는 조금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주문하고 택배 기다리고 포장 뜯고 DVD 넣어서 클릭하는 과정 자체가 왠지 아날로그적으로 느껴진달까요. DVD로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 <인터 스텔라 5555> 같은 작품을 봤어요. 또 오랜만에 CD로도 다시 음악을 듣고 있는데, 어린 시절 생각도 나고 좋더라고요.

그 외에 새롭게 시작한 취미도 있을까요?

어렸을 때 하던 플룻 연주를 다시 시작해보고 있어요. 초등학교 때 배운 적이 있었거든요. 얼마 전부터 연습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옛날처럼 쉽게 안 되더라고요. 시간이 많아진 김에 틈틈이 연습하고 있어요. 배우다 말았던 기타도 다시 연습해보려고 해요.

최근 비슷한 상황에 처한 DJ들이 많을 텐데, 디럭스 서울이나 파티 신의 동료들은 어떻게 지낸다고 하나요?

일단 이번 기회를 계기로 새롭게 프로듀싱을 시작한 DJ들이 되게 많아요. 최근 그리드도 프로듀싱에 몰두하고 있는데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스크래치를 시작한 DJ들도 많아요. 힙합이나 배틀 DJ가 아니더라도 모처럼 생긴 시간을 활용해서 새로운 기술을 배워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저마다 방 안에서 나름의 레벨 업을 하고 있어요.

방 안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면 옷 입는 스타일도 편하게 변할 것 같아요.

정말 그냥 늘 스웨트셔츠, 스웨트팬츠와 파자마 같은 편한 옷차림으로 있어요. 유튜브의 ‘파자마 하우스 세트’ 영상에서 입고 있는 옷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새로 구입한 옷이에요.

‘파자마 하우스 세트’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그때가 3월이라 정말 집에만 있을 때라서, 다들 저처럼 집에 있어야 할 테니 편안한 분위기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편하게 파자마 차림으로 집에서 듣기 좋은, 칠하고 평화로운 무드의 음악들로만 믹스했어요. 다들 집에서라도 좀 더 마음을 놓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요.

‘파자마 하우스 세트’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이 시기 집에서 들으면 좋을 음악을 한 곡 더 추천해줄 수 있나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레이블 ‘스튜디오 반하우스’에서 나온 악셀 보먼의 ‘Eyes of My Mind’를 추천하고 싶어요. 지금 같은 시기에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하우스 음악이에요.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수채화 애니메이션도 함께 보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될 것 같아요.

만약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요?

원래 4월에는 친구들과 이탈리아로 휴가를 가기로 했었어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한참 전에 세워놨던 계획인데, 아마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이탈리아에 있었겠네요. 그리고 5월에는 아예 한 달 정도 암스테르담에서 지낼 생각이었어요. 거기에 사는 친구가 마침 5월 한 달 동안 LA로 가 있을 거라고 해서, 그동안 그 친구 집에서 살면서 집 안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작업도 하고 클럽도 다녀보면서 지내려고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 됐죠. 당연히 그 친구도 LA로 떠나지 못하게 됐고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새로운 계획이 있을 것 같아요.

반스에서 진행한 ‘스테이 앳 홈 세션’ 라이브 스트리밍 콘텐츠에 이어서 곧 멀버리에서도 집에서 진행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공연을 하기로 했어요. 제가 따로 페이를 받지 않는 대신에 코로나19 피해자 분들에게 기부된다고 해서 좋은 취지에서 함께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파자마 하우스 세트’를 한 번 더 진행해볼까 고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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