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snaps: 피닉스

프랑스를 대표하는 이 밴드는 본인들이 “평범하다”라고 말한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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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박물관이다. 그 루브르가 코로나19로 약 2년간 문을 닫았던 동안 프랑스를 대표하는 밴드 피닉스는 그곳에서 앨범 <Alpha Zulu>를 만들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루브르에서는 1년에 5백 회 정도의 촬영이 진행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앨범을 만드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앨범 <Alpha Zulu> 발매 약 1년 후, 피닉스가 ‘2023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한국을 찾았다. 어린 시절을 보낸 베르사유에서부터 2023년의 서울까지 수십 년을 함께해 온 피닉스는 여전히 어린 아이같이 서로에게 장난을 치고, 친구들을 향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런 그들이 홍대 인근을 거니는 모습을 <하입비스트>가 담았다.

#Streetsnaps: 피닉스, 루브르 박물관, 알파 줄루, 부산 록페스티벌, 베르사유, 파리, 크리스티앙 마잘라이, 덱 드아시, 토마 마스, 로랑 브랑코비츠, EMA

과거 한 투어에서 네 멤버가 한 방에 침대 네 개를 모아 놓고 지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유가 궁금해요.

토마 마스(이하 토마): 과거 런던 투어 때 커넥팅 룸이 없는 호텔에서 지낸 적이 있어요. ‘피닉스 캠프’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 뒤로도 그곳을 자주 갔죠. 오래전에 한 번 파리의 한 호텔에서 다 같이 모여 지냈는데,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거든요.

많은 밴드가 멤버들끼리의 불화를 겪죠. 하지만 피닉스는 수십 년 동안 여전히 친분을 이어오고 있어요. 비결이 있을까요?

로랑 브라코비츠(이하 로랑): 평범함이 저희의 비밀이에요. 저희 개개인은 그다지 재능 있는 음악가가 아니에요. 혼자서는 흥미로운 일을 할 수 없죠. 하지만 함께 있을 땐 때때로 마법 같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저희의 감정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필요하죠.

2014년에 서울에서 공연을 처음 했고, 그 뒤로 서울에 몇 번 더 방문했어요. 하지만 부산에서 공연은 처음이죠.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요?

덱 드아시(이하 덱): 돼지국밥이요. 파리에서 광고를 봤어요. 아마 ‘2030 엑스포’ 홍보를 위한 광고였던 것 같아요.

최근 공연 세트리스트를 보니 첫 앨범부터 최근까지의 다양한 곡들로 채웠더라고요. 세트리스트를 짜는 기준이 있나요?

토마: 균형이죠. 사람들이 피닉스의 본질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효율적으로 많은 요소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요. 기계처럼 지루하게 하고 싶진 않아요. 그래서 과거 방문한 적 있는 장소에서는 당시 했던 노래를 연주하지 않고, 어느 공연에서든 미공개 곡을 선보이지 않는 게 원칙이에요. 팬들과 많은 상호작용을 하고 싶거든요. 그 예로, 피닉스의 미국 투어를 전부 오는 팬들이 있어요. 저희도 그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먼 거리를 오가는 사실을 알고 있죠. 그런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노래를 연주하지 않기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때때로 공연장에 가장 먼저 줄을 선 팬들을 초대해 사운드체크를 하곤 해요. 그리고 반응을 살피기도 하죠.

한편으로 <Alpha Zulu> 수록곡이 세트리스트에 많지 않더라고요. 이유가 있나요?

로랑: 이번 앨범은 라이브로 연주하기가 더 어려워요. 그렇지만 이제는 준비가 된 거 같아요. 사람들이 공연에서 원하는 곡들이 있으니까요. 몇 곡은 이미 들려줬고, 앞으로 더 많이 연주할 거예요.

#Streetsnaps: 피닉스, 루브르 박물관, 알파 줄루, 부산 록페스티벌, 베르사유, 파리, 크리스티앙 마잘라이, 덱 드아시, 토마 마스, 로랑 브랑코비츠, EMA

지난해 발매한 앨범 <Alpha Zulu>를 루브르에서 제작했어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크리스티앙 마잘라이(이하 크리스): 어두운 밤에, 박물관에서 음악 만들기는 저희의 오랜 꿈 중 하나였어요. 꿈을 이루기 위해 파리의 모든 박물관에 연락했고, 많은 사람에게 물어봤죠. 그러다 루브르가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자를 위한 공간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루브르 측에 어느 공간이라도 괜찮으니 머물면서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요청했더니 ‘음악가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라고 답변받았어요. 상관없다고 했죠(웃음). 처음에는 두 달을 이야기했는데, 루브르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개장을 중단하면서 2년 가까이 머물 수 있었어요. 놀라운 일이었죠.

루브르에서의 생활은 앨범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우선 <Alpha Zulu>의 앨범 아트워크가 박물관 속 작품 같았죠.

토마: 다양한 예술품을 둘러보면서 감정이 북받쳐 오름을 느낄 수 있었죠. 사실 작품의 아름다움보다는 다른 영역에서 더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루브르에는 많은 걸작이 있지만, 그보다 전시실이 중세 시대의 방과 비슷하다는 점이 더 중요했죠. 운영하지 않는 루브르는 어두운 스튜디오 같았고, 한편으로는 작품을 보관하는 창고 같았어요. 소중한 걸작들이 상자나 흰 천 위에 놓여 있었죠. 잘 짜인 전시가 아니라, 좀 더 디스토피아적이고 흥미진진한 공간이었던 셈이죠. 그 느낌들이 창작에 큰 도움이 됐어요.

강제로 투어를 다니지 못한 2년간 오히려 더 특별한 경험을 한 셈이네요.

크리스: 저와 덱, 로랑은 파리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아서 매일 밤낮으로 루브르에 갔어요. 하지만 토마는 미국에 갇혀 있었죠. 당시 토마는 1년에 두 번 파리에 올 수 있었어요. 그래서 토마가 돌아왔을 때 어떤 일을 할지 원격으로 미리 정해놓고, 실제로 만났을 때 정말 빠르게 모든 곡을 완성했어요. 거대한 박물관에 넷만 남아있었고, 토마가 또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에 모든 순간이 ‘신’처럼 느껴졌어요. 그때마다 넷이 함께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죠. 그 모든 감정에서 비롯된 창의성을 앨범을 위해 사용했어요. 덕분에 앨범은 정말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갔고요.

실제로 <Alpha Zulu>는 일렉트로, 테크노 등 전자음악부터 과거 피닉스의 음반을 연상케 하는 록 사운드까지 다채롭고 종잡을 수 없는 소리가 담긴 음반이었어요.

로랑: 저희는 다 같이 곡을 만들어요. 키보드, 기타, 컴퓨터 등을 잡고 테이블에 앉아 아무런 계획 없이 저희를 이끄는 감정을 따라가요. 무엇을 만들지 미리 생각하지 않죠. 그렇다 보니 저희가 해본 적 있거나, 이미 가지고 있는 음악을 만들 때는 지루함이 느껴져요. 반대로 낯선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매력과 끌림을 느끼죠.

<Alpha Zulu> 지난 10년간 피닉스의 앨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프로듀서 필립 자르(이하 필립) 낙상 사고로 사망한 2019 이후 처음 나온 앨범이기도 해요. 그의 공백이 앨범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나요?

토마: 그럼요. 아주 달랐어요. 필립은 스튜디오에 자주 오진 않았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정말 엄청났어요. 저희는 그와 같은 음악을 들으며 자랐기 때문에 그 아이디어에 공감할 수 있었죠. 필립과 함께 일할 때는 저희가 곡을 다 만들어도 다 만든 게 아니었어요. 앨범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음악을 만들고 나서 필립과 함께 곡을 골랐죠. 믹싱할 때도 그와 함께했어요. 반면 <Alpha Zulu>를 만들 때는 다른 프로듀서를 찾아야 했죠. 곡 역시 저희가 직접 완성해야 했고요. 그래서 압박감이 있었어요.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충분치 않았고요. 더 열심해 해야 했고, 많은 걸 투자하고, 시도해야 했죠. 그 과정에서 필립과 함께 일하던 몇 명이 스튜디오에 와서 필립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피닉스의 앨범은 모두 곡으로 이뤄져 있더라고요. 이유가 있나요?

로랑: 저희가 어릴 때 처음 산 앨범이 마이클 잭슨의 <Thriller>였어요. 그 앨범이 아홉 곡으로 구성됐어요. 하지만 듣다 보면 한 곡을 더 듣고 싶어지잖아요? 그래서 저희끼리 열 곡을 일종의매직 넘버라고 여겼나 봐요.

: 열 곡은 바이닐에 적합한 개수이기도 해요. 과거 사람들은 CD 분량에 맞춰 74분가량을 채우려 했죠. 근데 저희는 CD가 싫었어요. 바이닐이 너무 좋았죠. 하지만 당시에는 공장이 줄고, 사람들이 바이닐을 잘 구매하지 않으면서 바이닐 제작이 점점 어려워졌었어요. 저희는 이미 레코드 계약을 맺은 상태였고, 음악을 만들어야만 했죠. 열 곡은 계약에 맞춘 분량의 음악을 만들면서도 언젠가 바이닐로 만들 수 있는 적절한 타협점이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10’이 일종의 기분 좋은 숫자가 됐네요.

피닉스는 어린 시절부터 베르사유에서 함께 자랐죠. 베르사유는 전통적이고 변하지 않는 도시처럼 느껴지는데요.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답답함도 있었을 것 같아요.

로랑: 앞서 말했듯이 저희는 반복적인 게 싫어요. 이는 새로움을 향해 저희를 이끄는 강력한 힘이 되죠. 실제로 저희는 전혀 변하지 않는, 역사가 깃든 도시에서 살았어요. 그런 곳에서 살면 미래를 직접 만들어야 함을 깨닫게 되죠. 파리나 런던, 뉴욕에 사는 사람들과는 다르죠. 그들은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서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나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직접 움직여야만 바뀌는 이상한 곳에 있었어요. 그게 피닉스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생각해요.

프랑스는 개성 있는 패션으로 유명한 나라죠. 오늘 ‘부산 록 페스티벌 2023’ 무대 의상을 입고 왔는데요. 옷을 입을 어떤 점을 중요시하나요?

: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달라요. 너무 비싸지 않되 질은 좋아야 하죠. 저희는 물건에 돈을 지불하고 싶지, 브랜드에 쓰고 싶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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