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 대신 추천하는 신진 미국 패션 브랜드 7

마리노 인팬트리부터 앤토니 리들까지.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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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슈프림은 스트리트웨어의 대명사와도 같은 브랜드로 거듭났지만, 슈프림에게도 가진 건 패기뿐인 시절이 있었다. 이태원역의 대형 빌보드에 광고를 걸기 이전엔 캘빈 클라인의 광고 포스터 위에 스티커를 붙였고, 루이 비통과의 협업 컬렉션이 있기 이전엔 부틀렉 루이 비통 스케이트보드 덱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는 법, <하입비스트>가 주목해야 할 신진 미국 패션 브랜드를 모았다.

퍼블릭 하우싱 스케이트 팀

‘공공주택 스케이트 팀’ 정도로 해석되는 브랜드명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이 브랜드는 화려하지 않다. 2016년 브롱스의 한 공공주택에서 시작된 퍼블릭 하우싱 스케이트 팀은 브루클린의 활기찬 무드나 맨해튼의 럭셔리함을 마다하고 뉴욕의 가장 음침한 면면을 옷감 위에 풀어낸다. 후디 위엔 감옥에서 사용되는 둔기나 ‘갱 사인’을 프린팅하고, 스케이트보드 덱 위엔 뉴욕 빈곤 가정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그려내는 식이다. 그 밖에 최근 에이셉 라키가 착용하기도 한 총알이 달린 카고 팬츠, 빈티지 방독면 가방 실루엣을 닮은 아마겟돈 백 등 군복에서 착안한 제품 또한 눈여겨 볼만하다. 대신 평범함은 기대하지 말 것.

앤토니 리들

앤토니 리들의 세계관은 현대사회의 괴기스러운 단상을 반영한다. 인스타그램 페이지는 CCTV를 캡처했다고 해도 믿을 저화질 이미지로 가득하고, 캠페인 이미지는 총이 들어있다는 표지판이 달린 스쿨버스의 조악한 이미지가 전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의 제품은 모두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내포하는 듯하다. 그는 티셔츠엔 타이태닉 잠수정 참사를 레퍼런스한 그래픽을 그려 넣고, 드레스는 블랙 컬러 사체낭을 활용해 만든다. 의류 외에 리얼 트리 카무플라주 컬러로 만든 인조 나무, 콘크리트로 굳혀진 수영용 부츠 등 틈틈이 공개되는 역설적인 오브제 또한 앤토니 리들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앤토니 리들이 누구든지 간에, 그가 블랙 유머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켄터키 보이 타일러

로스앤젤레스, 뉴욕, 파리를 비롯한 대도시가 아닌 이상 브랜드명에 출신 지역을 붙이는 일은 흔하지 않다. 패션과는 거리가 먼 지역일수록 더더욱. 그러나 켄터키 보이 타일러의 창립자, 타일러 웹은 자신의 연고지인 켄터키를 자랑스럽게 브랜드명에 붙인다. 농업이 주요 산업인 켄터키주의 특성에 알맞게, 해당 브랜드는 미국 농부가 입을 법한 실루엣의 워크웨어와 패치워크 디테일이 들어간 아이템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운다. 빈티지 티셔츠 조각을 결합해 만든 드레스, 패치워크 재킷, 그리고 켄터키의 주요 명소 이름을 자수로 넣은 후디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엔 톰 포드마크 제이콥스 등의 디자이너와 함께 미국의 복식사를 총망라하는 전시에 참여하기도 한 만큼, 이 신예를 주목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마리노 인팬트리

누구나 한 번쯤은 자기만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에이셉 몹의 에이셉 앤트는 불과 14살 때 이 공상을 실천으로 옮겼다. 마리노 인팬트리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가 22살이 되던 2015년, 마리노 인팬트리는 제대로 된 브랜드의 형식을 갖추게 됐다. 특이한 점이라면 마리노 인팬트리는 스케이트웨어 브랜드를 표방하지만, 정작 에이셉 앤트는 스케이트보드를 탈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노 인팬트리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스케이트 필름을 제작하고, 스케이터들을 위한 팝업을 연다. 또한 지난해엔 에이셉 앤트와 에이셉 라키와의 합작 싱글인 ‘The God Hour’ 기념 티셔츠를 제작하는 등, 마리노 인팬트리는 에이셉 몹의 비공식 머천다이즈 브랜드 역할도 겸한다.

스카이 하이 팜 워크웨어

주말농장에서 출발한 패션 브랜드가 있다면 믿겠는가. 스카이 하이 팜 워크웨어는 농장에서 시작해 발렌시아가협업하고,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 입점하기에 이른 브랜드다. 다만 이들의 제품은 보디의 룩북에서 찾아볼 수 있을 법한 목가적인 무드와는 거리가 있다. 스카이 하이 팜 워크웨어는 실제 농장에서 입어도 되는 현실적인 작업복을 만들기 때문이다. 단점을 꼽자면 가격이다. 초어 재킷과 카펜터 팬츠가 1백만 원을 호가한다. 그러나 비교적 높은 가격을 지불할 합당한 이유가 있다. 브랜드 매출의 절반 이상은 브랜드의 뿌리인 스카이 하이 팜에 돌아가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은 모두 불우한 이들에게 기부되기 때문. 자선 사업을 하는 패션 브랜드는 많지 않고, 농장을 가진 패션 브랜드는 더더욱 없을 터. 스카이 하이 팜 워크웨어가 특별한 이유다. 

사반트 스튜디오스

브랜드 규모를 막론하고 빈티지 의류는 창작의 좋은 재료가 된다. 뉴욕 기반의 브랜드인 사반트 스튜디오스는 그 재료를 적절하게 활용한다. 빈티지 칼하트 초어 재킷 위엔 필름 사진 패치를 펜으로 낙서한 듯한 모양의 스티치로 부착하고, 셰르파 데님 베스트엔 페인트를 흩뿌려 브루클린의 화실에서 갓 뛰쳐나온 듯한 아티스트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 밖에 레더 패치워크 백과 1940 ~ 1970년대의 빈티지 주얼리를 단 트러커 햇, 그리고 임브로이더리 디자인이 들어간 쇼츠 등은 빈티지 제품을 해석하는 사반트 스튜디오스만의 고유한 톤앤매너를 보여준다.

코디 필립스

코디 필립스는 솔직하다. 직접 만든 로고 티셔츠를 선물하기 위해 머신 건 켈리를 무작정 찾아간 16살 시절부터 돈이 없어 노숙 생활을 하던 20살 시절까지, 그런 과거는 코디 필립스에게 부끄러운 시절이 아니다. 그 과정이 있었기에 13년이 지난 지금, 브랜드의 대표 아이템인 패치워크 데님과 카고 팬츠, 그리고 신제품 발매 소식을 기다리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발전사는 브랜드 인스타그램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영상을 통해 옷을 만드는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하고, 사이즈를 잘못 선택한 고객들을 위해 옷을 수선하는 방식을 알려준다. 때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또한 브랜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셈이다. 코디 필립스의 성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 그의 미래를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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