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관점에서 바라본 최고의 4세대 아이돌 그룹 앨범 수록곡

음악평론가, 파티 기획자, 안무가 등에게 물었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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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요즘, 그 중심에 선 아이돌은 그 의미처럼 이름값을 확실히 하고 있다. 선망의 대상.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매해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데뷔하지만, 그중에서 실제로 빛을 보는 데 성공하는 것은 극소수다. 작업물을 기준으로 보면 실제 대중들의 기억에 각인되는 곡의 수는 훨씬 적다. 화려한 뮤직비디오와 여러챌린지영상으로 무장한 몇몇 타이틀곡에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

하지만 그런 공격적인 홍보나, 화려한 비주얼 없이 곡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앨범 수록곡도 많다. 심지어 인기를 끌지 못한 수록곡이 음악적으로는 타이틀곡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런 현실 속에서, <하입비스트>가 각계 5인에게 최고의 4세대 아이돌 그룹 앨범 수록곡이 무엇인지 물었다. 아이돌 세대는 <아이돌로지>가 지난 2020년에 발표한 ‘아이돌 팝 세대론‘ 표에 적힌 ‘재영토화’, ‘서사의 부각’, ‘뉴미디어를 활용한 일상적인 쌍방향 소통’ 여부 등을 기준으로 분류했다. 따라서 이 기사에선 일각에서 5세대로 분류되기도 하는 일부 아이돌 그룹도 모두 4세대로 규정했다. 

힙합저널리스트 김봉현부터 ‘슬픔의 케이팝 파티’를 전개했던 파티 기획자 골게까지, 총 다섯 명의 인물이 선정한 다섯 개의 트랙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진정성 논란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진 힙합 정신: 영파씨, ‘나의 이름은’(2024)

진짜냐 가짜냐, 순정이냐 아니냐와 관련된 논란은 이제 힙합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어졌다. 그리고 영파씨는 멤버들의 나이로 볼 때 이 논란들과 완전히 동떨어진, 완전히 무관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영파씨가 ‘나의 이름은’ 같은 곡을 불러도 별다른 거부감이나 위화감이 없다. 만약 영파씨가 지금보다 더 나이가 많은 윗세대였다면 힙합 매니아 사이에서 ‘뭘 안다고 붐뱁을?’ 혹은 ‘힙합 그룹으로 인정할 수 있나 없나?’ 식의 논란이 일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영파씨가 워낙 어리다 보니 그런 생각 자체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어린 세대가 이런 비트에 랩을 하는 게 신선하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나의 이름은’은 힙합이 모든 장르에 스며든 시대에 이르러, 힙합의 순정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세대가 비로소 보여주는 힙합 아이돌의 완성도를 갖춘 곡이다. 김봉현, 힙합저널리스트

파티에서 오감을 사로잡을 케이팝: 싸이커스 ‘Red Sun’(2024)

파티에서 반응이 오는 케이팝 음악의 조건이 있다. ‘모두 아는 노래일 것’, 그리고 ‘댄스뮤직 문법에 충실할 것’. 그리고 이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타이틀 곡의 역할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수록곡이 대중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때가 있다. 바로 ‘어그로성’을 갖췄을 때다. 현아의 ‘꼬리쳐’, 트와이스의 ‘날 바라바라봐’ 같은 곡들이 그렇다. 도통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귀 기울이게 되는 그런. 그리고 KQ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아이돌 그룹, 싸이커스의 ‘Red Sun’은 그런 특징을 모두 갖췄다. 먼저 이 곡은 고함과 함께 시작된다. 그들이 왜 그렇게 화가 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모두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하다. 이후 멤버들은 각자의 음색으로 노래를 부르며 곡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든이 프로듀싱한 ‘강-강-강-강’ 비트가 멤버들의 파트를 뒷받침해 준다. 출근길이든, 파티에서든, 매사에 전투적으로 임하는 청취자들을 위한 음악. 싸이커스가 블락비와 에이티즈를 뒤잇는 ‘블락비 계보’의 4세대인 이유다. 골게, 파티 기획자

뜻밖의 안무 특화 곡: 뉴진스, ‘Get Up’(2023)

보통 많은 이들은 흥겨운 음악에 ‘댄서블’한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무의 자극은 정반대 성향의 곡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당장 구슬픈 민요나 클래식 음악에도 춤은 늘 있었으니까. 그런 점에서 뉴진스의 ‘Get Up’은 청취자로서도, 안무가의 입장에서도 정말 흥미로운 곡이다. 길이는 40초가 채 되지 않고, 템포는 느리다. 그렇다고 비트가 강렬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몽환적인 느낌의 보컬과 ‘일어나’라는 식의 가사, 그리고 중간중간 귀에 꽂히는 스네어 사운드는 내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더불어 이 곡은 요즘 유행하는 저지 클럽처럼 비트가 강렬하지 않아 구상할 수 있는 동작의 선택지도 넓다. 실제로 이 곡에 맞춰 긴 꿈에서 깨어나는 과정을 표현하는 프로젝트도 구상했다. 먼저 드넓은 초원 한 가운데 흰 캔버스를 두고, 흰 레이스가 달린 발라클라바를 쓴 댄서들을 곳곳에 배치한다. 그리고 곡 초반부엔 가사와 리듬에 맞춰 그림자를 연상케 하는 동작을 선보이다가 점차 리듬을 살린 기술적인 안무로 발전하는 그림을 상상했다. 아마 해당 곡이 수록된 앨범명이 ‘Get Up’인 데에도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위뎀보이즈 인규, 안무가 

달콤 쌉싸름한 청춘의 주제가: 스테이씨, ‘YOUNG LUV’(2022)

케이팝은 현실 자각 타임, 현타의 음악이다. 아름다운 젊음을 화려한 무대 위 찬란하게 펼치는 아이돌 그룹과 멤버, 고진감래의 서사는 황홀하다. 그러나 콘텐츠를 생산하는 가혹한 체제와 경영자들의 탐욕, 소비 조장 문화와 각종 사건 사고는 하루에도 수십번 ‘탈덕’을 고민하게 만든다. 이 복잡한 산업과 예술은 논리와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다. 무모하고 어리숙하더라도, 아름다우나 따뜻하지 않다 해도, 겉으로만 멀쩡해 보이는 상처투성이 마음이라도. 과몰입하는 순간과 직진 일변도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케이팝의 힘이다. 그리고 이를 가장 멋지게 장착한 팀은 바로 스테이씨다. 일찍이 나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신속하게 결정하며, 일련의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나의 감정에 무서울 정도로 믿음을 갖는 스테이씨의 음악을 깜찍하게 다듬어진 ‘Shut up’이라 소개했다. ‘Young-Luv’는 그 청춘물의 주제가다. 멜랑콜리한 기타 리프와 시원하게 내지르는 멤버들의 보컬이 달콤하고 쌉싸름한 청춘 찬가를 완성한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해외 음악 트렌드와의 적절한 배합: 보이넥스트도어, ‘So let’s go see the stars’(2024)

보이넥스트도어의 ‘So let’s go see the stars’는 다시금 2020년대의 청춘들을 사로잡고 있는 신스팝의 세계적 흐름에 당장이라도 한자리 주장할 수 있는 곡이다. 마치 해리 스타일스의 ‘As It Was’나 더 위켄드의 ‘Less Than Zero’처럼.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세상에서, 차라리 간단하게 놓아버리고 편안한 밤공기나 맡길 바라는 우리가 이런 곡에 정을 붙이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닐까. 하늘하늘한 템포 위 올려진 청춘의 보컬들, 때가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쏴 주는 신스, 해외 신스팝에선 듣기 힘든 케이팝 특유의 필살기인 ‘마지막 후렴구 한 키 올려서 부르기’까지. 청자를 어떻게든 압도하려는 목적 없이 정공법으로만 승부하는 이 순수함이 오히려 좋다. 별다른 조건이나 꿍꿍이 없이 순수한 애정만을 전하는 예쁜 노랫말들 역시 요즘 같은 때에 참 귀한 마음으로 느껴진다. 듣는 이의 마음을 녹이고 간지럽히는 이 산뜻함, 그리고 명쾌함은 고단한 우리 삶에 생각보다 잘 듣는 약이다. 스노비, 유튜브 채널 ‘스노비’ & 호두아카이브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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